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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51화 (15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51화>

    45. 얼굴 없는 남자 친구

    "다녀왔습니다!"

    크게 외쳤지만 인기척이 없는 집.

    여대생 이지혜는 익숙하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응, 엄마. 나 집에 왔어. 아, 진짜 집이라니까? 집으로 전화해 보면 알잖아. 응, 알았어요. 끊어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 나도 성인인데 7시 통금인 게 말이 되냐고. 아무리 거짓말 쳤다가 걸렸다지만……."

    친구 집에서 잔다고 해 놓고 남자 친구랑 만났던 걸 걸렸다.

    그날 하마터면 머리 깎여 비구니가 될 뻔했고, 줄어든 통금 때문에 결국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됐다.

    "……진짜 미워."

    그때 얼마나 서러워 울었는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오늘도 친구랑 저녁만 먹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집에서는 부모님이 법이었다.

    입술을 삐죽 내민 그녀는 게임에 접속했다.

    "응? 증정 이벤트?"

    무려 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다.

    "이놈들이 웬일이래?"

    그동안 버그 신고를 해도 무시하던 게임사.

    호기심이 들어 클릭한 그녀는 깜짝 놀랐다.

    "와, 1등 상품이 동남아 여행 상품권이야?"

    과외 알바를 하는 친구들은 꼭 간다는 동남아 여행.

    그뿐만 아니다.

    5등까지의 상품이 모두 알차다. 그중 5등 상품은 얼마 전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차고 나온 제품이다.

    김윤희라는 얼짱 덕분에 유행하고 있는 그것.

    여중생부터 여대생까지 필수 아이템.

    이지혜는 홀린 듯 증정 이벤트에 참가했다.

    "당첨되더라도 팔면 되니까!"

    부모님 때문에 못 갈지라도 여행 상품권은 팔 수 있을 거다.

    1등은 무조건 내 거라며 음흉하게 웃은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뭐해? 얼른 겜 들어와, 이년아!"

    -알았어!

    이지혜는 곧 접속한 친구와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

    "아차차. 벌써 10시네."

    친구에게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양해를 구한 그녀는 얼른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채팅 인원이 겨우 한 명뿐인 비밀 채팅방을 찾았다.

    "후우. 있구나."

    오늘도 있다.

    오직 자신만의 디제이가.

    -어서 와, 지혜야.

    마치 새벽녘 라디오 디제이처럼 달콤하고 감미롭게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졸음기가 살짝 섞인 그 목소리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채팅을 쳤다.

    "언제 일어났어요? 밥은 먹었어요, 영철 오빠?"

    그녀의 양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   *   *

    저녁 8시.

    오늘도 바쁜 홍익파출소가 가라앉는다.

    한 사람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아니, 인사가 얼마 남았다고 지금 말하는 게 어디 있어요……."

    "형님,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어때요? 여기만 한 곳도 없잖아요."

    "소장님, 소장님은 알았어요?"

    서운해하는 파출소 식구들의 모습에 박 경위가 푸근히 웃는다.

    홍익파출소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박 경위.

    그가 곧 있으면 있을 인사이동 때 지방 파출소의 파출소장으로 전근을 간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쉬운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나이가 나이라서 말이야."

    "박 경위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한승연을 토닥인 박 경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 당장 가는 거 아니니까 벌써부터 없는 사람 취급 말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그리고 나만 가냐?"

    맞다.

    이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홍익파출소를 떠난다.

    염상철 사건 덕분이다. 능력 있는 경찰을 필요한 곳에 배치시키는 건 상부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다.

    "그래! 우리 파출소에서 처음으로 파출소장으로 영전하는 건데 축하해 줘야지! 자, 박수!"

    "어휴……."

    아쉬움 가득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온다.

    그게 공무원이었다.

    종혁은 그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섭섭합니다. 그래도 나름 파트너였는데……."

    "미안, 미안. 내가 최 경위한테는 할 말이 없다."

    순환 근무이기에 몇 달 후면 이곳을 떠날 것이 정해져 있던 종혁.

    그 탓에 오택수가 임시 사수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이쪽저쪽 상황에 맞춰 지원하는 형태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함께 짝을 이루겠다며 지원해 준 박 경위 덕분에 간신히 떠돌이 신세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떠난다고 하니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고마워. 덕분에 가는 거야."

    나이가 차서 우대의 의미로 경위로 진급한 케이스인 박 경위.

    종혁이 순찰이나 출동을 할 때마다 실적을 올리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지방이라도 파출소장은 꿈도 못 꿨을 거다.

    그런 그의 말에 이번에 다른 경찰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종혁은 그 외에도 이 파출소를 위해 참 많은 일을 해 줬다.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료였다.

    "뭘요. 다 경위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이죠.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생각 많이 날 거예요. 거기 가셔도 저 잊으시면 안 돼요? 그럼 안녕히……."

    아쉬움을 참으며 떠나는 손에 박 경위가 발끈한다.

    "아니, 지금 안 간다니까? 내일도 출근한다니까? 이 자식들이…… 야, 때려치워. 안 가."

    파출소에 웃음이 터진다.

    마찬가지로 웃던 장철호 소장은 박수를 쳤다.

    "자, 저기 퇴물 아저씨는 오늘부터 내근이니까 무시하도록 해. 업무 시작!"

    "예!"

    "저 이씨!"

    "아, 최 경위는 나 좀 보고."

    "옙!"

    종혁은 장철호 소장을 따라 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너도 우리 파출소에 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네."

    "……그러게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이젠 슬슬 밖에 나가기 싫을 만큼 더워지고 있다.

    이제 절기상으로도 완연한 여름이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 싶었다.

    ‘벌써 거의 반이 지났네.’

    종혁도 갑자기 서운하고 섭섭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엔 어디로 갈 거야? 말 나온 곳은 있어?"

    "아마 본청 특수나 프로파일링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광수대나 마약대 안 가고?"

    원래 순환 근무는 경제팀을 거쳐야 하지만, 불러 주는 곳이 너무 많은 종혁은 특례로 예외 허용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 갔다가는 강제로 말뚝 박힐 것 같아서요. 아, 그래서 어떤 거 때문에 부르신 거예요?"

    종혁의 물음에 정철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번에 박 경위가 완전히 내근으로 빠지게 됐잖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고 싶어서."

    "혹시 오 경위님에게 합류해도 될까요? 이제 지원은 그만하고 싶네요."

    뚜렷한 담당 구역 없이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지원하는 건 아무래도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처음에 임시 사수로 함께했던 오택수 경위 쪽에 합류하는 편이 편했다.

    "뭐, 그렇게 해. 오 경위한테는 내가 잘 말해 줄게."

    그렇게 종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하던 장철호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한 고비를 쉽게 넘겼지만, 다른 고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 근데 이건 어째야 하나……."

    "순찰 구역 재조정이요?"

    종혁과 박 경위가 짝을 이루어 담당하던 순찰 구역.

    장철호는 이것을 어떻게 조정하여 분배할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종혁은 씩 웃었다.

    누구와 함께 순찰을 도느냐는 종혁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놈만 잡으면 되니까.’

    192번지 주택이 있는 주택가.

    그곳만 순찰 구역으로 포함시키면 된다.

    "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어지는 종혁의 설명에 장철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   *   *

    한편 파출소 밖에 모인 시보 경찰들이 제법 심각한 이야기로 말을 한다.

    "박 경위님 내근으로 전환되면 최 경위님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순찰조를 인계받는 건가?"

    "그럼 조는 누구랑 짜고?"

    "아마 승연이 네가 되지 않을까?"

    "뭐?"

    "김 경장님 벌써 4수잖아. 진급 시험 준비하시지 않겠어?"

    동기들이 떠드는 이야기에 최재수가 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햐, 최 경위님이 마지막 평가를 어떻게 주시려나?"

    시보에게 무척 중요한 근무 평가.

    이 평가로 인해 홍익파출소에 잔류할지, 전출될지, 아니면 탈락될지가 결정된다.

    잔류는 거의 시보의 결정에 따른다지만, 그래도 마지막 평가는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말은 웃지 말고 하지?"

    "어흠. 야, 솔직히 넌 마지막 평가 망친다고 해도 걱정 없잖아."

    며칠 전 몰래 듣기로 모두 상 아니면 중이라고 했다. 인수인계를 받은 종혁이 혹여 낮은 평점을 줘도 그녀가 정식 순경이 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흐흐. 잘해 봐. 최 경위님 좋은 분이야. 이가 갈리도록 좋은 분."

    "……네가 매를 버는 이유를 이젠 확실히 알 것 같아. 너 나 3년 뒤에 경장 되면 봐."

    "허! 나도 그땐 경장 될 거거든요?!"

    "너 따위가요? 순경이나 되시고 그런 말 하세요. 너 진짜 간당간당한 거 알지?"

    "응, 그래. 내일부터 수고해."

    "이게 진짜!"

    "야, 야! 또 왜들 싸워?! 그러다 너희 사귄다?"

    "야! 미쳤냐?!"

    그렇게 투덕거리던 그들은 이내 곧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고, 아직 분이 가시지 않은 건지 씩씩거리는 동기를 뒤로한 최재수는 마침 사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종혁에게 냉큼 다가갔다.

    "최 경위님."

    종혁은 갑자기 말을 거는 최재수를 쳐다봤다.

    "……?"

    "순찰조 말이에요. 이어받으시는 거 맞죠? 파트너는 정하셨어요?"

    "아, 그거……."

    뭔가 이상해 입을 다문 종혁은 최재수와 그의 동기들을 봤다.

    그러곤 피식 웃었다. 오택수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파트너요? 여기 있잖아요."

    "네? ……노, 농담?"

    "앞으로 몇 달간 잘 부탁드립니다, 오택수 파트너님."

    "어이! 잘해 보자!"

    최재수는 입을 떡 벌렸다.

    "말도 안 돼-!"

    최재수의 외침에 갑자기 조용해진 파출소.

    오택수는 얼굴을 구겼다.

    "뭐, 인마? 뭐가 말이 안 되는데. 뭐가?"

    "아, 아니, 그게……."

    또 혼이 나기 시작한 최재수에게서 시선을 돌린 종혁은 한승연을 봤다.

    "한 순경도 잘 부탁해요. 이틀에 하루씩이지만."

    "……예?"

    잠시 종혁의 말을 이해 못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 입을 떡 벌렸다.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수 김 경장.

    결국 김경장은 내년에 있을 진급시험에 올인한 것이다.

    즉, 이틀에 한 번은 종혁이 그녀의 사수.

    ‘어, 어떻게? 그동안의 우리가 쌓은 정은?’

    한마디 말없이 이런 선택을 한 사수에게 서운한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종혁은 그런 한승연을 토닥여 주었다.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주먹구구라도 명령은 명령이었다.

    ‘대신 마지막은 좀 화려할 거예요.’

    놈만 잡는다면 충분히 그럴 것이다.

    기회를 놓친 건 김 경장이었다.

    *   *   *

    "순찰 다녀오겠습니다."

    파출소를 나선 종혁과 오택수가 서로를 본다.

    "오늘 점심은 어떡할래요?"

    다시 돌아온 주간 근무.

    순찰 구역이 늘어나면서 순찰 시간도 늘어난 탓에 순찰을 끝마치고 오면 다 식어 버린 국을 먹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밖에서 먹고 오는 게 나았다.

    "야, 난 너처럼……."

    "중국집 어떠세요? 깐풍기 쏩니다."

    "어디서 볼까?"

    "할머니 슈퍼에서 보는 건 어떨까요? 1시까지."

    "우리 쪽 주택가? 오케이. 그럼 수고."

    "수고하십쇼."

    오택수와 최재수가 순찰차를 타고 떠나자 종혁은 한승연을 바라봤다.

    "우리도 가죠."

    "네!"

    운전석에 오른 종혁도 순찰차를 출발시켰다.

    느릿하게 도로와 골목길을 나아가는 순찰차.

    "햐, 진짜 싹 다 딱지 끊어 버려?"

    차 두 대는 여유롭게 지날 수 있는 골목길이 주차된 차들 때문에 지나기가 힘들다.

    "차, 참으세요."

    한번 한다면 하는 종혁.

    하지만 함부로 딱지를 끊었다가는 파출소 전화기가 폭발한다.

    "농담이에요."

    한숨을 쉬는 승연을 보며 피식 웃은 종혁은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별 탈 없이 순찰을 마친 그들은 할머니 슈퍼로 향했다.

    "하드?"

    "아, 네!"

    슈퍼 평상에 앉아 메론바를 입에 문 종혁은 승연을 쳐다봤다.

    "시보 딱지 떼면 어떡할 거예요? 잔류? 이동?"

    "일단은 잔류할 예정입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으니까요."

    ‘그렇게 다 배워서 경장을 달면 강력계로 꼭…….’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강력 사건을 다루고 싶다. 더 나쁜 범죄자를 잡으며, 그 치열한 현장을 누비고 싶다. 그녀는 그러기 위해서 경찰이 된 것이었다.

    승연은 이런 속마음을 숨겼지만, 그 눈에 서린 열기를 읽은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네.’

    순경 때는 이게 옳다. 넘치는 혈기에 더 많고 보다 강력한 사건만 쫓아다녔다가는 성장은커녕 망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잘 배워 봐요. 좋은 사람들이니까."

    그녀가 정식으로 한 식구가 되면 종혁도 나름 도울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녀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스르륵! 탁! 탁!

    "뭐야, 너희끼리만 먹어?"

    "늦은 사람들 잘못이죠."

    "의리 없는 것들. 할매-!"

    이내 곧 오택수와 최재수도 옆에 앉아 하드를 빨기 시작했다.

    "아이고. 파출소엔 별일 없지?"

    슬그머니 나와 평상 옆 의자에 앉는 주인 할머니.

    오택수의 얼굴에 걱정이 서린다.

    "일은 무슨 일. 맨날 똑같지. 할매나 건강 챙겨요. 다리는 좀 괜찮아요?"

    "나야 뭐……."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오택수의 모습에 종혁과 최재수는 그러려니 하지만 한승연은 놀랐다.

    ‘오, 오 경위님이 저런 말을?’

    "어후. 배고프다. 일어나자. 다음에 올게요, 할매!"

    "그럴까요?"

    그런 그들의 앞으로 검은 차 한 대가 지나가다 근처에 주차했다.

    탁, 탁!

    "왕!"

    뒷좌석에서 대형견 종류의 강아지를 꺼내 든 호리호리한 체구의 사내에 시선이 뺏긴다. 초승달의 그리는 눈에서 떨어지는 애정 때문인지 몰랐다.

    하지만 종혁은 다른 의미로 시선을 빼앗겼다.

    ‘놈이다!’

    미래의 경찰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어휴. 저건 얼마나 가려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저 집에 동물이 들어간 걸 본 것만 수십 번이야. 사람은 참 저렇게 참한데, 뭘 저리 빨리 질려 하는지. 뭔 동물만 키웠다 하면 석 달을 못 가니…… 에휴."

    종혁은 그런 그녀의 말에 눈을 빛냈다.

    "그 말씀은 석 달에 한 번은 꼭 새 강아지를 산다는 건가요?"

    "지금은 강아지지만 전엔 토깽이나 병아리 뭐 그런 것들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석 달이 아니라 한 달도 채 안 돼. 사람이 진득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저것도 병이야. 쯧쯧쯧."

    할머니는 그 점만 빼면 정말 좋은 청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에 속으로 코웃음을 친 종혁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동물을 바꾸고, 주기가 짧아졌다라…….’

    이제 멀지 않았단 소리다.

    실제로 회귀 전 일이 벌어졌던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종혁은 마치 누군가를 찾듯 주위를 슥 둘러보더니 192번지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사내, 윤영철을 차갑게 노려봤다.

    한편 집 안으로 들어온 윤영철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는다.

    "왕? 끼잉?!"

    양손으로 조심이 안아 들던 강아지의 뒷목을 잡고 안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깨끗한 욕실 안에 던져 버린다.

    "깨앵! 깽!"

    떨어진 충격도 충격이지만, 욕실에서 나는 냄새에 깜짝 놀란 강아지가 윤영철에게 달려갔다.

    피비린내. 동족의 피비린내다.

    하지만 문은 매정히 닫힌다.

    쿠웅!

    낑! 끼잉!

    문을 벅벅 긁는 소리를 무시한 윤영철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위이잉 돌아가는 본체 소리가 애달픈 강아지의 울음을 삼켰다.

    "경찰이라……."

    방금 전 본 경찰. 파출소 순경.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놈들.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놈들이다.

    피식 웃으며 헤드셋을 쓴 그는 채팅 사이트를 켰다.

    "쯧. 귀찮게."

    증정 이벤트창을 보지도 않고 꺼 버린 그는 로그인을 하여 방을 하나 만든 채 가만히 기다렸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그녀가 접속할 때까지.

    "이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까……."

    빈 채팅방을 응시하는 그의 눈이 지독한 갈증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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