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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49화 (14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9화>

    "야! 남의 동네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마포경찰서 서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늘 낮 박흥식이 본청 특수범죄수사대에 잡혀 갔다.

    잡혀간 것까진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장부다.

    박흥식은 탈세와 횡령 등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잡혀 갔다. 장부가 무조건 존재한다는 소리다.

    그 안에 어떤 게 적혀 있을지 모르는 장부.

    ‘만약 그 안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면?’

    장부를 확보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장부를 언급해서 의심의 여지를 줄 순 없다.

    박흥식과 통화라도 되면 좋으련만 그사이에 꺼져 버렸는지 통화가 되지 않는다. 서장은 찜질방에 다녀온다고 핸드폰을 꺼 놨던 게 이렇게 한스러울 수 없었다.

    잡혀간 지 벌써 4시간.

    상황이 급박했다.

    -어이구. 이해 좀 주십시오. 저희도 먹고살아야죠.

    "이해? 개소리 말고, 포장한 그대로 데려다 놔. 그분이 누군지 알고 잡아가?

    -범죄자 새끼죠. 그것도 털 게 아주 많은.

    ‘이 새끼?’ 뒷말이 무척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리고 애써 출장 나갔는데 저희도 건지는 건 있어야죠.

    "그 출장비 내가 보전해 줄 테니까 가져다 놓으라고! 내 체면 세워 주면 정말 크게 보답한다."

    -흐음. 에이, 됐습니다. 보답 안 받을게요. 끊습니다.

    "야! 야-!"

    달칵!

    서장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이 개새끼들이!"

    씩씩거리던 그는 얼른 서랍에서 수첩을 빼 들어 박종명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박종명 서장에게 엄청난 욕을 먹겠지만, 그의 힘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박흥식을 빼 와야만 했다.

    "씨발! 내가 그걸 왜 먹어서!"

    이렇게 똥줄 탈 줄 알았다면 절대 사건을 덮지 않았을 거다.

    그때였다.

    쾅!

    "서, 서장님!"

    염상철 전따 사건의 담당 형사인 박 경위다.

    "노크는 어디다……."

    촤악!

    서장은 박경위가 펼치는 석간신문을 보며 하얗게 질렸다.

    명문 청일고의 추악한 실체!

    청일고 전따 사건! 관할 경찰서도 한통속?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저도 잘……."

    똑똑!

    고개를 돌린 둘은 하얗게 질렸다.

    정장을 입은 호리호리한 몸매, 안경을 낀 중년인들.

    "어이구. 마침 둘 다 계시네. 반갑습니다, 서장님. 본청에서 나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

    ‘자, 장부에 내 이름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본청 감찰과가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주저앉았다.

    *   *   *

    한 학생을 왕따시킨 300여명의 악마들!

    외면한 선생들! 선생자격상실! 교육부는 뭐하나!

    왕따를 주도한 재력가 집안의 자식들!

    마포구에서 의류 사업을 크게 하는 박 모 씨. 탈세의혹?

    박 모 씨가 끝이 아니다! 사건을 덮으려던 악마의 부모들!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

    전교생이 학생 한 명을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선생들은 그걸 외면했고, 경찰은 피해 학생이 아닌 가해 학생들을 감싸다 못해 사건을 묻었다.

    경악스럽고도 끔찍한 상황에 국민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 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를 가! 아빠도 감옥 간다며!"

    "넌 돈 있는 사람이 감옥 가는 거 봤니? 아빠 곧 나올 거니까 헛소리 말고 가."

    "하지만 애들이……!"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었던 권력이 흔들렸다.

    지금까지 짓눌려 있던 아이들이 이를 드러낼 터.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던 박서준이라도 그 정도 상황 파악은 할 줄 알았다.

    "어차피 며칠이야. 아빠 나오면 다 정상으로 돌아갈 거야. 너 그때 무단결석했다고 아빠한테 들키면 어쩔 거야?"

    혼난다.

    아빠는 힘들었는데, 넌 또 놀았냐며 또 뺨을 맞을지 몰랐다.

    "이럴 때일수록 아빠한테 힘이 되어 줘야지."

    ‘아닌데. 지금 가면 안 되는데…….’ 하지만 엄마의 눈빛이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살림만 하는 어머니지만 어른, 그리고 엄마.

    믿을 수밖에 없다.

    "아빠 인맥뿐만 아니라 엄마도 인맥을 다 동원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어, 아들?"

    "으, 응."

    "그리고 너 학교 끝나면 그 염상철? 걔한테 사과하러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사과하는 시늉은 해야지."

    "아, 응!"

    "들어가."

    톡톡 박서준의 엉덩이를 때린 그녀는 차를 몰아 떠났고, 입술을 깨문 박서준은 학교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웅성웅성…….

    "야."

    "저 새끼 때문에……."

    복도에 서 있던 학생들의 눈이 빨개진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본 아버지들에게 너도 이걸 했냐며, 했다면 오늘 저녁 각오하란 엄포를 듣고 나온 그들.

    흉악하게 일그러진 아버지의 얼굴은 공포 그 자체였다.

    "뭘 봐! 구경났어?!"

    우르르!

    복도에 서 있던 학생들이 반으로 들어간다.

    평소처럼 눈치를 보며 들어가는 게 아니다. 눈을 흘기며 들어간다.

    평소 같았으면 꿈도 못 꿨을 일.

    벌써부터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

    빠드득!

    박서준은 1학년 4반의 문을 열었다.

    드륵! 쾅!

    "서준아!"

    "박서준!"

    친구들보다 몰려들었던 시선이 적의를 머금으며 다시 돌아가는 게 더 먼저 들어온다.

    입술을 깨문 그는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같은 반, 그리고 다른 반에서 온 친구들.

    "야, 우리 어떡해? 이러다 좆되는 거 아냐?"

    "씨발. 어떻게 이런 상황에 학교에 가라고 하냐? 너도 어떻게 왔다?"

    "몰라. 엄마가 가래……."

    박서준은 입을 다물었다.

    수군수군.

    반 전체가 그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짜증이 솟구친 그는 악을 질렀다.

    "야, 할 말 있으면 와서 해 봐! 내 면상에 대고 지껄여보라고!"

    순간 조용해지는 교실.

    박서준은 콧방귀를 꼈다.

    어차피 이런 놈들이다. 강자에겐 한마디도 못하는 찌질이들.

    "아, 씨발 존나 시끄럽네-!"

    "……김승광, 너!"

    옆 반에서 놀러 온 1학년 일진짱 김승광.

    "시끄럽다고, 싸발년아."

    슬렁슬렁 다가온 김승광이 박서준 앞에 선다.

    "왔다. 이제부터 시작하면 되냐?"

    "야, 너 정말 죽고……."

    짜악!

    박서준은 눈을 껌뻑였다.

    ‘내가 맞았…….’

    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김승광은 반대쪽 뺨을 때리고 가슴을 걷어찼다.

    짜아악! 퍽! 쿠당탕!

    "야! 김승광!"

    "너도 처맞기 싫으면 아가리 싸물어."

    서준의 친구들도 입을 다물면서 반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김승광은 얼어붙어 있는 박서준의 볼을 톡톡 쳤다.

    "야, 너희 아빠 깜빵 간다며. 근데 뭘 믿고 그렇게 나대냐? 내가 정말 너희가 무서워서 가만있었는지 아냐?"

    "너…… 너."

    "눈 깔아, 씨발놈아."

    덜컥 심장이 내려앉고 사타구니가 저릿해진다.

    박서준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래. 앞으로 그렇게 눈 깔고 다녀. 뒤지기 싫으면."

    히죽 웃은 김승광은 몸을 일으켜 박서준의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 놈의 뺨을 후려쳤다.

    폭력의 공포가 1학년 4반에 내려앉았다.

    김승광은 그제야 자신이 원하던 분위기, 청일고 1학년 짱이 되면서부터 원했던 분위기가 형성되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야, 너희 부모들도 곧 망한다며? 내일부터 기대해. 너희도 염상철처럼 옥상에 서게 만들어 줄 테니까."

    철렁!

    누군가는 휘청이고, 누군가는 오줌을 지렸다.

    "오, 씨발. 쌌다. 야, 얘 오줌 쌌어! 푸하하하하!"

    "흑!"

    진짜 폭력. 그들은 그걸 견딜 수 없었다.

    띵동 띵동 띵동 댕동!

    "오. 종이 살렸네. 이따가 또 보자?"

    김승광이 나가자 다른 반 친구들도 머뭇거리다 떠났다.

    그제야 다시 책상에 앉은 박서준은 부들부들 떨었다.

    "씨발. 씨발……."

    "풋!"

    움찔!

    "야, 저 새끼 운다."

    "크크큭. 꼴 좋네."

    고개를 번쩍 든 박서준은 충격을 받았다.

    적의가 아니다. 약자를 멸시하고 잡아먹으려는 눈빛들이다.

    방금처럼 화가 나기보다 숨이 탁 막혔다.

    심장이 옥죄어 지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두려움이 치솟았다.

    ‘내, 내가 염상철처럼 된다고? 저, 정말? 나, 난 장난이었는데?’

    박서준 본인은 장난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장난이 아니다.

    ‘장난이었던 염상철도 뛰어내렸는데, 나는 버틸 수 있을까?’

    드르륵!

    "자자, 조용."

    ‘선생님!’ 박서준은 다급히 도움을 구하기 위해 담임을 봤다가 충격을 받았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 버리는 담임.

    ‘아…….’

    그는 눈앞이 까맣게 물드는 경험을 했다.

    똑똑똑! 드르륵!

    문이 열리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경찰이었다.

    "겨, 경찰분께서 여긴 왜?"

    종혁은 당황하는 선생을 향해 씩 웃어 줬다.

    "아, 수고하십니다. 박서준 학생과 조동혁, 서혜정 학생을 체포하러 왔는데…… 아, 저기들 있네요."

    "체, 체포요?!"

    종혁은 박서준에게 다가갔다.

    왜인지 안심하는 그의 표정.

    주위를 슥 둘러본 종혁은 대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맞은 듯 벌겋게 달아오른 볼이나 발자국이 남은 상의.

    파악을 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지?"

    "네, 네! 저 잡으러 오셨죠? 얼른 잡아가 주세요!"

    "어이쿠야. 뭐가 이렇게 급해. 그래도 협조해 주니 고맙네."

    종혁은 내밀어진 양손에 수갑을 채우며 박서준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힘들었냐? 근데 상철이는 그보다 더 힘들었어. 너보다 백만 배, 천만 배 더 힘들었다고, 이 개새끼야."

    "다, 당신?"

    "지금 체포되면 끝일 것 같지? 아니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학교는 니들 꼬꼬마들의 놀이터일 뿐이었단 걸 정말 깊게 깨닫게 될 거야. 앞으로 참 즐겁겠지, 서준아?"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박서준에게 나머지 절차를 밟았다. 다른 주동자들도.

    그리고 비웃고 안심하는 학생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종혁은 가까이 있는 학생의 가슴을 살폈다.

    "이름이 이철수? 한 순경, 이철수 거 줘 봐."

    "네, 경위님!"

    다가온 한승연이 들고 온 종이백에서 봉투 뭉치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땡큐."

    종혁은 어리둥절해하는 이철수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뭘 처웃고 있니. 너도 용의자인데. 아니, 너뿐만 아니라 4반 전체가 용의자란다, 철수야?"

    "네, 네?"

    "이게 소환장이라는 거거든? 이 아저씨가 경찰서까지 가서 직접 받아 온 거니까 잘 가지고 있다가 날짜에 맞춰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로 오렴. 알았지? 한 순경, 찍어."

    찰칵!

    한승연은 소환장을 전달했다는 증거를 남겼고, 교실에 폭탄이 떨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종혁은 다급히 다가온 담임을 싸늘히 봤다.

    "담임이시죠? 당신도 나오세요. 선생이 제자가 괴롭힘을 당하는데 제자를 보호하지 못할 망정 묵인하고 방조하셨네요, 개새끼야?"

    "아, 아니, 난……."

    이, 이게 뭐야!

    나, 난 아니야-!

    다른 반들에서 터져 나오는 동료 선생들의 비명.

    종혁은 이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두려움에 물드는 선생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이제 인생 좆됐다는 게 느껴지지? 내가 당신 인생 완전 좆되게 만들어 줄게."

    *   *   *

    청일고 1학년 전교생 검거!

    발 빠른 경찰! 확실한 처벌까지 이어지나?

    이제 바톤은 검찰에게로?

    "아니, 내가 만나고 싶다는데 왜 못 만나게 하는데!"

    "원장 나오라고 해! 병원장 어디 있어!"

    거대한 병원 로비, VVIP 병동 전용 엘리베이터 앞이 시끄럽다.

    2층에 선 종혁은 어떻게든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지만 경비들을 뚫지 못하는 청일고 1학년 학부모들을 비웃으며 옆에 서 있는 염상철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어때?"

    "……신기해요."

    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왔다는 게.

    꼭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아서.

    "이게 진실의 힘이야."

    "진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래를 가만히 응시하던 상철은 종혁에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옥상에서 구해 줘서 고맙고, 약속을 지켜 줘서 고맙다.

    퇴원하기 전에 모두 해결해 줄 거라는 약속.

    종혁은 이곳 대형병원의 VVIP 병실로 옮겨 준 것도 모자라 약속까지 지켜 줬다.

    하지만 정말 고마운 건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게 해 준 점이다.

    종혁은 밝게 웃는 상철의 머리를 헤집었다.

    "이제 좀 살아갈 용기가 나?"

    "네!"

    "그럼 됐다. 으으-! 그럼 아저씨는 이만 일하러 갈 테니까 놀고 싶을 만큼 놀다가 퇴원해. 이럴 때 쉬지 언제 쉬겠냐?"

    "아저씨!"

    돌아서던 종혁은 잠시 멈춰 섰다.

    "꼭 학교에 다시 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야."

    "예?"

    "간다."

    등을 보인 채 손을 흔든 종혁은 계단을 내려갔고, 상철의 시선은 그런 종혁을 따라붙었다.

    -경찰 아저씨! 여기예요, 여기!

    -저 여기 관할 아닙니다. 따로 신고하세요.

    "푸핫!"

    정말 웃긴 아저씨다.

    하지만 너무 멋진 아저씨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

    힘든 사람이 보이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조금 더 지켜보던 상철은 몸을 돌렸다.

    그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   *

    "건배-!"

    째재쟁!

    "크아-!"

    "아흐으! 좋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홍익파출소 경찰들이 시원한 소맥 한 잔에 온몸을 부르르 떤다.

    "와. 학년 전체가 기소가 되긴 하는구나."

    "난 서장님이 관련됐다는 거에 충격."

    "담당 형사 그 씨벌놈."

    "난 그보다 놀라운 게 기사야."

    "맞아. 진짜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딱딱 맞춰서 터져 주지?"

    홍익파출소 최대의 실적.

    아니, 전국 파출소를 뒤져 봐도 이런 실적을 올린 곳이 있을까.

    이에 상부는 끝까지 경찰이 해야 될 일을 한, 처음 염상철을 구하고 모든 증거를 모아 제출한 홍익파출소에게 경찰의 모범이라며 표창장과 상여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절로 어깨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음식들은 입에 좀 맞으세요?"

    "어이구. 저희가 어디서 이런 걸 먹어 보겠습니까."

    스테이크에 파스타, 랍스타 등 온갖 서양 요리들이 가득한 테이블.

    이곳은 이번에 오픈한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가게를 전세 내도 괜찮은 겁니까?"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경찰분들을 위해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맛있게 드시고 힘내셔서 그 학생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만 않게 해 주세요!"

    "어이구. 허허허."

    장철호 소장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들도 어깨가 펴진다.

    야근은 기본이고, 온갖 진상 민원과 사건사고에 지치고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생각하는 경찰.

    그래도 이렇게 지지해 주는 분들을 볼 때마다 경찰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내 천직이다라는 생각이.

    자부심이 들어차는 얼굴들을 스윽 둘러본 종혁은 피식 웃으며 밖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오늘도 아무 걱정 없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

    이게 자신들 경찰 덕분이라 생각하면 없던 사명감도 생긴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야, 나도."

    "담배 좀 사서 피세요."

    "돈도 많은 새끼가."

    혀를 찬 종혁은 오택수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찰칵! 치이익!

    "푸후우."

    둘은 말없이 담배를 빨았다.

    행복하게 걷는 사람들을 보자니 굳이 말이 필요 없었다.

    "야, 너지?"

    "뭐가요?"

    "드바 로마노프. 에바 미진 킴."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여기 이 가게도, 이번에 마포구에 오픈한 가게 전부도 너 맞지? 신문 기사들도, 그 장부도!"

    확신을 가진 눈빛.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경악도 함께 섞여 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돈이 대체 얼마나……."

    "오 경위님."

    "왜?"

    "나랑 본청 갈래요?"

    "……!"

    종혁은 흔들리는 그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이제 온전한 내 사람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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