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48화 (14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8화>

마포구의 한 카페 안.

단발머리의 미녀가 다리를 꼬고 앉는다.

이제 고작 이십대 초반인 미녀.

"오랜만이에요, 오빠."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미소에 종혁은 앓는 소리를 냈다.

"왜 네가 왔냐……."

그녀가 이번 일의 중추지만 종혁으로선 떨떠름할 뿐이다.

"미진아."

에바 미진 킴. 김미진.

오래전 맺은 인연이다.

"제가 온 게 못마땅한가 봐요? 난 엄청 보고 싶었는데."

"그럴 리가."

종혁의 입가에 푸근한 미소가 맴돈다.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였던 그녀.

빅토르와 함께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 외쳤던 그녀.

그래서 돕게 된 그녀.

그랬던 그녀가 결국 이렇게 성공해 나타났다.

드바 로마노프의 패션 전략기획의 1팀장, 아니 지금은 드바 로마노프 코리아 전략기획실장이다.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야, 말은 똑바로 하자. 네가 날 피한 거지, 내가 널 피한 건 아니잖아."

"……뭐 그렇다 쳐요."

"이 자식이 러시아에 살더니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모른 척 커피를 홀짝이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던 종혁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그런데 빅토르가 널 보낼 줄은 몰랐는데."

그녀의 본래 직책은 패션 전략기획의 1팀장이다.

드바 로마노프의 중추이며, 빅토르가 언론에도 내비치지 않고 감싸던 인재다.

그저 드바 로마노프 코리아라는 형식적인 타이틀 정도만 필요했던 종혁으로선 빅토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는 포화 상태라 해외로 눈을 돌리려던 와중에 오빠에게 제의가 들어왔던 거예요. 좋은 곳에서도 투자 제의를 해 온 상황이기에 저희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종혁이 이야기는 꺼내기 전에 이미 투자 제의를 한 곳이 있었다.

바로 권&박 홀딩스였다.

김미진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권&박 홀딩스의 AUM(운용 자산)은 러시아의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드바 로마노프의 총자산을 앞질렀다.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된 회사의 규모라고 하기에는 무서울 정도였다.

"오. 제법 회사원다운 말을 하는데?"

"정말 이럴 거예요?!"

"응. 이럴 거야."

부르르 떨던 미진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그래서 왜 여기인데요?"

여성천하, 남성천하, 아약스 등 마포구에 퍼져 있는 의류 매장들. 종혁이 드바 로마노프를 세워 달라고 한 장소는 바로 그 매장들의 옆이었다.

그곳들은 드바 로마노프와 비슷한 SPA의 길을 걷고 있었다.

매일 입고되는 새로운 디자인의 옷들.

동대문에서 저가로 옷을 떼어 오는 듯 그 퀼리티가 낮지만, 매일 새로운 디자인이란 메리트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전문 기업인 드바 로마노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우연이라고 볼 수 없었다.

"나 경찰 된 건 알지?"

"네."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이 양반이 걸림돌이라서 말이야."

흥신소에서 파악한 주동자들, 아니 그들 부모의 중추가 바로 이 의류 매장들을 가진 박흥식이란 인간이었다.

박서준의 아버지, 박흥식.

그가 보유하고 있는 매장들의 가치를 모두 합하면 무려 300억이 넘었다.

그런 그에게 탈세로 돈 조금 토해 내는 것은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터였다.

애당초 그건 시작에 불과할 뿐.

처음부터 종혁은 그가 지닌 힘을 완전히 없애 버릴 작정이었다.

경찰서장을 움직였던 그 힘. 돈을.

미진은 입을 떡 벌렸다.

"그, 그러니까 사건 하나 해결하려고 로마노프를 움직였다는 거예요?"

"왜? 그럼 안 돼?"

"……미쳤어."

러시아 패션 1위 기업인 드바 로마노프다.

종혁은 그런 드바 로마노프의 창업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며, 지금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컨설팅 비용으로 받는다.

이런 종혁이기에 막말로 전함을 구해 달라고 해도 빅토르는 흔쾌히 응해 줄 거다.

종혁은 그 정도로 막대한 패를 하나 써 버린 거다.

고작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그때도 생각했지만, 오빠는 정말 일반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

고작 17살 어린 나이에 천만 달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종혁.

"고작 이십대 초반에 대기업의 실장이 된 너는 정상이시고요? 그리고 존댓말해라, 짜샤. 이게 어디서 말을 놔?"

"왜…… 요. 나도 이제 같은 이십대인데! 요."

"됐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셔터 닫는 데 얼마나 걸리겠냐?"

종혁의 표정이 진지해지자 미진도 진지해졌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치킨 게임 들어가면 길어야 반년이죠."

"늦네."

"말 그대로 정말 셔터 닫는 시간이에요. 한 달만 돼도 자금이 경색돼서 죽을 맛일 거예요."

제아무리 옷 장사가 외상과 어음으로 돌아간다지만, 그것도 지불할 능력이 될 때다. 한 달, 아니 2주만 지나도 이 매장들 중 절반은 새 옷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거기에……."

"거기에?"

"아니요. 아니에요."

아닌 게 아니다. 빅토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구역을 지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불법을 저지르진 않을 테지만, 경찰인 오빠가 알면 좀 그럴 테니까.’

그녀는 배시시 웃었지만, 찰나 섬뜩해졌던 그녀의 눈빛을 캐치한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오케이. 그렇게 진행해 줘. 모레 오픈이지?"

"뭐야. 그냥 가려고요? 나 정말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오늘은 만나야 될 사람이 많아서. 저기 밖에서 귀여운 짓 하는 사람들도 치워야 하고."

움찔!

카페 밖 도로에 세워진 차 뒤에 눈만 내밀고 있다 시선이 마주치자 재빨리 숨는 최재수와 오택수, 그리고 한승연.

오늘 비번이라고 놀러 나온 것치곤 조합이 이상하다.

"여자네……. 애인이에요?"

"까분다. 간다."

"아, 오빠!"

종혁을 끌어안은 미진이 양 볼에 뽀뽀를 했다.

"히히. 잘 가요."

따악!

"냐아악!"

종혁은 이마를 붙잡고 주저앉는 미진을 향해 콧방귀를 껴 주곤 몸을 돌렸다.

"미진아."

"네?"

"선은 넘지 마."

"……!"

카페를 빠져나온 종혁은 차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셋 셉니다. 하나, 둘……."

"끄응. 너 때문에 들켰잖아, 쨔샤!"

"아니, 뭐 잘못만 하면 다 내 탓이에요!"

종혁은 오택수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보곤 눈을 빛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비번인데 안 쉬세요?"

"그러는 넌? 여자 친구야?"

"그냥 아는 동생이에요. 외국에서 일하는데, 오랜만에 한국 왔다고 잠깐 만난 것뿐입니다."

"그래? 그런 것치곤……."

종혁은 오택수의 시선이 닿은 양 볼을 문질렀다.

최재수는 한껏 부러운 시선을 보냈고, 한승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먼 산을 봤다.

"외국식 인사예요."

"누가 뭐래냐. 그럼 이제 시간 있겠네?"

"왜요?"

"상철이 사건 담당 형사 새끼가 갑자기 약속 있다고 팀원들과 점심을 못 먹는다고 하네? 뭔가 촉이 오지 않냐? 오늘 비번인 다른 식구들도……."

종혁의 가슴이 순간 울렁였다.

‘그래. 이래야 경찰이지.’

그러나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야, 넌!"

상철이가 불쌍하지도 않냐는 눈빛에 종혁은 싱긋 웃었다.

"그럼 먼저 갑니다."

최재수는 멀어지는 종혁을 멍하니 바라보다 얼굴을 구겼다.

한승연의 눈에도 실망감이 맴돈다.

"씨발. 그래도 좋은 경찰…… 악!"

최재수의 입을 친 오택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흠.’

"아, 왜 때리는데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시끄러워. 가자."

오택수는 이제 막 카페를 빠져나오는 미진을 눈에 담고는 몸을 돌렸다.

한편 마포구에 세워진 가출청소년 센터, 행복의 쉼터에 도착한 종혁은 최상층의 강의실로 향했다.

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거머쥘 욕심을 가지라는 의미로 최상층에 지어진 강의실.

웅성웅성.

삼, 사십대 중년인들과 이제 이십대나 됐을 법한 남녀가 흥분한 얼굴로 서로 대화를 나눈다. 행복의 쉼터에서 머물다 사회에 진출한 아이들과 이 아이들을 가르친 교사들이었다.

종혁은 맨 뒷자리에 앉아 그런 그들을 살폈다.

그때였다.

뚜벅뚜벅.

정장을 입은 삼십대 남성이 강단 옆문에서 걸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창업에 대한 모든 걸 지원할, 이곳 마포구에서 여러분들의 서포터가 될 권&박 홀딩스 창업지원부 과장 이정표입니다."

짝짝짝짝짝!

종혁도 박수를 쳤다.

한 쓰레기가 고급 레스토랑으로 부를 쌓았다면 그 옆에 중식 레스토랑을, 패밀리 레스토랑을, 연인이나 친구들과 쉽게 올 수 있는 파스타집을 세우면 되는 거다.

악의엔 악의로.

비즈니스엔 비즈니스로.

그쪽이 돈을 무기처럼 휘둘렀다면, 이쪽도 그러면 되는 거다.

아주 간단한 논리일 뿐이었다.

*   *   *

"……."

악의다.

이건 어떤 거대한 누군가가 지독한 악의로 자신들을 죽이려고 드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될 수가 없다.

의류 매장 옆에 의류 매장이.

레스토랑 맞은편에 레스토랑이.

술집 옆에 더 크고 세련된 술집이.

더 싸고, 더 세련된 인테리어.

이 모든 게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오픈을 해 그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매일같이 마셔도 달았던 술이 오늘만큼은 독약보다 쓰게 느껴졌다.

"좀 어때요?"

"어떻긴요. 애들 월급 줄여 가면서 겨우 살고 있지."

"괜찮겠습니까?"

"흥. 지들을 써 주는 것만 해도 나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크큭. 그건 맞죠. 안 그래도 너무 주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잘됐죠."

사정이 어려워지면 인건비부터 줄여라.

그들로선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싶다. 상가번영회나 기자를 움직여 진입을 막고 싶다.

하지만 명분이 너무 좋다.

청년 창업. 정부에서도 장려하는 일이다.

돌아버릴 일이다.

그들도 나름 대항은 해 봤다.

소방법, 위생 등.

하지만 구청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들 뒤에 행복의 쉼터 재단이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힘이 통하지 않는 상대.

동사무소에 찾아가면 동장부터 허리 숙여 맞이하던 왕과 같았던 권력도 이번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회장님,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들 모임의 회장, 박흥식.

고등학교에 진학한 자식들끼리 먼저 친구가 되면서 그들도 서로 단합하게 된 사이다.

이렇게 뭉친 지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마포서장님께 부탁을 하면……."

"뭘로 걸고넘어질 건데요?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습니까?"

"……."

"다들 술 마실 분위기가 아닌 것 같으니 일어들 납시다."

"회장님!"

"씁. 그만해요.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군지 알고."

그제야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 입을 다문다.

박흥식은 순간 구겨질 뻔한 얼굴을 억지로 펴며 몸을 돌렸다.

‘씨발. 너희가 나보다 힘들어? 어?’

대기업의 횡포. 소상공인을 망치는 외국 기업.

이렇게 기사를 써서라도 막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 버리면 역풍을 너무 세게 맞는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젠 그런 기사를 쓸 기자 인맥도 없다.

‘일평생 도움이 안 되는 놈!’

오늘만큼 하나뿐인 아들 서준이 싫은 적도 없었다.

"후. 어떻게든 서로 힘을 모아 이겨 내 봅시다. 나도 아는 인맥을 동원해 볼 테니 여러분도, 예? 우리 모임이 우리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맞다. 이 모임에 참석은 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 왕따 사건에 연관된 학생이 많다.

자신들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했던 그 학생들의 부모.

그들도 인맥이다.

‘마포구 전역에 찢어져 살기에 힘을 모으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이 연결 다리가 되어 준다면?’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갔다.

그런 그들은 짐작조차 못했다.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비수가 날아오고 있단 걸 말이다.

"반가워요, 여성천하 매니저님."

어두운 바.

미진이 사십대 중년인에게 손을 내민다.

"예,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정말로……."

"제가 어려 보이는 게 중요한가요?"

"아, 아닙니다!"

매니저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려 보이건 실제로 어리건 그런 건 상관없다.

이곳 마포구에 세워지는 드바 로마노프의 매장을, 무려 7층짜리 거대 매장 서울 1호점의 점장이 되냐 안 되냐가 중요할 뿐이다.

눈앞에 있는 미진은 그걸 가능케 하는 존재.

미진은 고개를 숙이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장부는 가져오셨나요?"

"여, 여기……."

미진은 A4 뭉치를 쓱 훑고는 옆으로 치우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유 점장님."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장부 사본을 들고 일어섰다.

"아, 그런데 제가 아무리 제의를 했다지만, 이렇게 선뜻 가져오신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우리 월급은 줄이면서 자기 차는 바꾸더군요. 그래서 더 충성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네. 직원은 점장님 마음대로 채용하세요. 그게 당신의 권한이니까. 다만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은 안 돼요."

"옙!"

"계산은 했으니까 마음대로 먹고 가세요."

미진은 차키를 흔들며 밖으로 향했고, 이제 점장이 된 그는 그런 미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재벌집 딸인가?"

한편 밖으로 나와 차에 탄 미진은 장부를 훑어보곤 피식 웃었다.

"오빠가 좋아해 주면 좋겠네."

그녀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종혁에게도 좋은 일.

종혁에겐 이게 실적이다.

"이렇게 천천히 갚아 갈게요, 오빠."

싱긋 웃은 그녀는 차를 출발시켰다.

*   *   *

부우웅!

가끔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가 느릿하게 번화가를 순찰한다.

대낮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여기저기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풍선 인형이 몸을 흔들고, 여기저기가 짧은 옷차림의 나레이터들이 새로 오픈한 가게들을 홍보한다.

"어후. 요새 동네가 시끌시끌하네."

운전대를 잡은 오십대 경위가 흐뭇하게 웃는다.

홍익 파출소에서만 무려 15년 넘게 근무한 그.

고향 같은 곳이 활기차지는데 기분이 나쁠 리 없었다.

"그러게요."

지이잉!

"아, 잠시만요."

"받아, 받아."

종혁은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예, 삼촌."

-종혁아! 나 너희 동네 왔는데, 여기로 좀 와라.

"왜요?"

-그 왜는 네가 잘 알지 않을까? 이놈의 시끼야?

"……푸흐. 알겠습니다. 곧 갈게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경위를 봤다.

"이 경위님, 박흥식 씨 검거되는 모습 구경하러 갈래요?"

"……박흥식? 염상철 괴롭힌 그 박서준이란 자식 애비?"

이 동네의 주민자치위원장이기도 한 인물이다.

"네. 탈세에 횡령, 뭐 기타 등등이라네요."

순간 멍해졌던 경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맴돈다.

"어이쿠야. 그런 구경거리는 돈을 내서라도 봐야지. 택수도 부를까? 어딘데?"

"요 앞이요. 여성천하."

곧바로 경찰차는 느릿하게 인파를 헤치며 나아갔다.

*   *   *

"이 개놈의 쉬키."

여성천하 앞에 선 김종두 과장이 손을 부르르 떤다.

꼭 잊을 만하면 사건을 던지는 종혁.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만, 이렇게 모른 척 던질 땐 가끔 얄밉다. 꼭 이용당하는 것 같아서.

"흐흐흐."

피식 웃은 김종두 과장은 수갑을 던졌다.

"네가 해. 너도 이제 경찰이잖아."

"오?"

김종두 과장은 종혁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왜 너희 서에 안 맡기고 나한테 던진 거야?"

"파 보면 아실 거예요. 마포구 대장이 얽혔거든요."

"……니미럴. 이거 줄다리기하겠네."

마포경찰서 관할의 사건이니 마포경찰서가 항의해 올 게 분명했다. 정확히는 찔리는 게 있는 마포서장이 미친 듯 달려들 거다.

혐의가 인정되기 전까지는 경찰서장인 그.

김종두 과장은 그걸 걱정하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휴. 가, 이 시키야."

웃음을 참은 종혁은 방금 도착한 오택수와 최재수를 향해 손짓을 했다.

움칫움칫 다가온 둘은 의아해했다.

"가시죠. 박흥식 씨 잡으러."

"우리가?"

"수갑 채우게 해 주신데요. 여기 특수 과장님이. 서로 인사는 나중에 하시고 올라갑시다!"

종혁은 둘을 뒤에 달고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도착한 옥상 사무실.

종혁은 문 손잡이를 잡았다.

덜컥덜컥!

"박흥식 씨! 경찰입니다. 안에 계신 거 아니까 문 좀 열어 주시죠."

하지만 조용하다.

한숨을 내쉰 종혁은 뒤로 한발 물러나 그대로 문을 발로 차 버렸다.

꽈아앙!

"힉!"

핸드폰을 든 채 굳어 버린 박흥식.

"어이쿠. 계셨으면 말을 하시지."

짓궂게 웃던 종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수갑과 함께 넘겨받은 체포영장을 펼쳤다.

"박흥식 씨, 지금부터 당신을……."

종혁이 죄목을 차례차례 읊어 내자, 박흥식은 미친 듯 날뛰기 시작했다.

"씨발!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나와! 비켜!"

종혁은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듯 몸을 밀치려는 팔을 잡고 그대로 업어쳐 버렸다.

부웅! 쿠웅!

"컥?!"

"어후."

"와. 속 시원해."

오택수와 최재수의 감탄을 무시한 종혁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박흥식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공무집행방해죄 추가입니다. 박흥식발놈님아."

‘기대해. 이제부터, 당신부터 시작이니까.’

"악! 놔! 놔아! 이 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어제도 너희 서장이랑 밥도 먹고!"

"네, 네. 저희 마포서 경찰 아닙니다. 그러니 닥치고 들어가, 이 범죄자 새끼야."

종혁은 관용차에 올라타는 박흥식과 그의 사무실에서 찾은 장부를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네, 박 기자님. 지금 터트리시면 됩니다."

이제 드디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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