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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47화 (14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7화>

    탁탁!

    홍익파출소 경찰들은 종혁이 정리하는 두꺼운 A4 뭉치를 보며 이를 갈았다.

    상철의 미니홈피에 남겨진 댓글들.

    그리고 그 댓글을 남긴 악마들의 미니홈피에서는 상철을 두고 웃고 떠드는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오늘 상철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무슨 표정이었는지.

    그것들을 두고 희희낙락거렸다.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릴 수밖에 없다.

    "종혁아. 아니, 최 경위."

    "예. 소장님."

    "그걸로 그 개새끼들 싹 다 죽일 수 있는 거 맞지?"

    아니다. 이걸론 살짝 부족하다.

    상철이 그랬다. 집에 도착하면 버디프랜드를 켜야 했다고.

    그러면 누군가가 상철을 초대해 그가 내일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 악마들은 전날부터 상철의 숨통을 조인 것이다.

    이것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증거가 될 터.

    종혁은 간절히 쳐다보는 장철호 소장, 오택수, 최재수, 한승연, 이경숙 등 같이 날밤을 새며 이 증거 자료를 캡처한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 이상 판사 할아버지가 와도 무죄는 못 때린다.

    ‘증거가 누락되지 않은 이상!’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염상철의 투신 미수 사건이 보도를 탔기에 관할 경찰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터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종혁은 관할서인 마포경찰서로 향했다.

    ‘자, 이제 죽자.’

    *   *   *

    "허."

    이번 사건의 담당 형사는 무려 50cm나 되는 캡처 자료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담당 형사의 낯빛은 딱딱하게 굳었다.

    "전따……."

    "그것도 증거, 즉 육체적인 폭행을 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피해자를 죽이려 든 악랄한 수법입니다."

    이래서 염상철의 부모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다.

    한국에선 쉬이 보기 힘든 수법이지만, 옆나라 일본에선 제법 흔한 수법.

    주동자는 일본 만화책에서 이걸 봤건 아니면 일본 유학을 다녀왔건 어떤 형태로건 이걸 배운 거다.

    이런 종혁의 말에 담당형사의 표정이 더 딱딱해진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 외에도 버디프랜드에 채팅 내역을……."

    "걱정 마시라고요. 이제 나한테 맡기고 돌아가 봐요."

    심각한 그의 모습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수경례를 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충성."

    그렇게 마포서를 빠져나온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비는 다 넘겼다.

    이제 놈들은 곧 지옥을 겪게 될 거다.

    그동안 편안하고 든든한 울타리였던 부모부터 눈빛이 달라질 것이며, 세상 어딜 가도 범죄자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거다.

    냉혹한 사회에선 그런 그들을 써 줄 일 없으니 결국 도태되고 망가질 것이다.

    단 한 번의 장난 아닌 장난이 평생을 망치는 거다.

    아니, 사회란 거대한 세상이 그들을 따돌림시키는 거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선생들이지."

    음료수를 뒤집어쓰고, 썩은 우유를 뒤집어쓰고, 체육복도 수없이 찢어졌다.

    그런데도 선생들이 모른다?

    말도 안 된다.

    그들은 이 끔찍한 범행을 방관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당신들도 죽자.’

    어차피 1학년 숫자가 굉장히 감소할 청일고.

    선생들이라고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종혁은 이를 드러내며 파출소로 복귀했다.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뭐지?"

    "뭐가?"

    "후속 보도가 안 나와서요."

    "염상철?"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이틀간 너무 바빠서 잠시 잊고 있었던 오택수도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게. 뭐지?"

    전따다.

    그것도 수법이 무척이나 교묘하고 악랄하다.

    더욱이 염상철이 투신하다 미수로 끝난 사건을 기사로 썼는데도 기자가 이 엄청난 특종을 무시한다?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다.

    "최 경위님, 기사 떴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들은 안도를 하며 그 말을 외친 순경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야, 담당형사에게 전화 걸어 봐."

    염 모 학생 우울증으로 밝혀져.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파출소가 뒤집어진다.

    "아니, 씨발. 내가 건다."

    성질 급한 오택수가 전화기를 들었다.

    종혁은 그걸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예, 마포서…….

    "됐고. 나 홍익파출소 오택수 경윈데. 이 기사 뭐냐?"

    -……하아. 그렇게 시간 많으세요?

    "뭐?"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파출소는 취객이나 잡으세요, 네? 씨발. 하루에 쏟아지는 사건이 몇갠데. 끊어!

    모두가 전화기를 멍하니 쳐다보고.

    ‘이것 봐라?’

    종혁의 입술을 비틀어진다.

    오택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돈 먹었지?! 그렇지?!"

    "최, 최경위 님!"

    겁에 질린 한승연의 목소리.

    고개를 돌린 종혁은 그녀가 켜 놓은 모니터, 아니 염상철의 미니홈피를 보곤 웃음을 흘렸다.

    "이야."

    깨끗하다.

    방명록에 남겨져 있던 댓글들이 남김없이 사라졌다.

    파출소 경찰들은 탄성을 터트리는 종혁을 보곤 굳어 버렸다.

    ‘이, 이런 상황에서 웃고 있어?’

    화가 난 거다.

    폭발한 거다.

    그동안 좀 거칠긴 했지만, 파출소 식구들에겐 친절하고 다정했던 종혁.

    이런 사람이 한번 돌아 버리면 정말 무서운 거다.

    장철호 소장은 파출소를 빠져나가려는 종혁의 모습에 기겁했다.

    "야, 야! 최 경위 잡……."

    턱!

    소장의 말이 끝나기 전, 오택수가 먼저 종혁의 팔을 잡았다.

    "갈 거면 같이 가자. 나도 이 개새끼 좀 패야겠으니까."

    종혁은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른 오택수를 봤다.

    걱정과 분노로 가득한 오택수의 눈빛에, 종혁은 도리어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가긴 어딜 갑니까."

    "뭐?"

    "저쪽에서 개지랄 떤다고 이쪽에서도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이럴 땐 스마트하게 몽둥이를 들면 되는 겁니다.’

    "……응?"

    종혁은 갸우뚱하는 그들을 뒤로하며 파출소를 빠져나왔다.

    찰칵! 치익!

    내뿜는 담배 연기에 회한이 섞인다.

    "믿고 맡겼는데……."

    같은 경찰, 한 식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큰 방심이었던 것 같다.

    많이 솎아 졌는데도 아직까지 견찰이 남아 있었다.

    "정말 어떻게 이걸 묻을 생각을 했는지……."

    그저 용의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기만을 원했을 뿐이다.

    비록 사회의 시선은 냉혹할지언정 정말 뉘우치고 성실히 살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

    부모란 울타리가 있기에.

    시선이 달라졌을지언정 부모는 부모이기에.

    그런데 그 기회를 부모가 걷어차 버렸다.

    자식을 훈계하기보다 염상철의 상처를 헤집어 평생토록 낫지 못하게 만들었다.

    10년, 20년이 흐르면 어쩌면 나았을 상처를.

    "그러니 이건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야."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회부 박영일 기자입니다.

    "저예요, 박 기자님. 혹시 청일고 사건 아세요?"

    -알지. 우리 막내가 취재한 건데. 우울증으로 결론 났잖아.

    "그게 조작된 거면요? 실제론 1학년 전체가 염상철 학생을 왕따시킨 거면요?"

    -……뭐?

    쿠당탕!

    전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자세히 말해 봐.

    상세히 설명한 종혁은 한마디 덧붙였다.

    "이거 중앙지검으로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름을 바꾼, 아니 승격 된 서울지방검찰청.

    종로, 강남, 서초, 중구 등 서울의 중심 지역을 관할로 두는 이곳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 역시 다룬다.

    아니, 큰 이슈가 된 사건은 무조건 중앙지검 소관이다.

    -강 검사님? 알았어. 나한테 맡겨. 그런데…… 아니다. 끊을게.

    "예, 부탁드릴게요."

    종혁은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납니다. 마포구 청일고 1학년 전체 부모들 뒷조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어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동안 계속 이용했던 흥신소.

    종혁은 주동자 이름들을 말했다.

    "이놈들 부모부터 파 주세요. 재산 규모, 탈세 여부 등 모든 걸. 마포경찰서장도."

    -겨, 경찰서장도 말입니까?

    "최대한 빨리.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전따. 용의자만 300명이 넘는 대형 사건이다.

    그런데 이게 묻혔다.

    고작 강력계 형사 혼자 이 정도로 큰 사건을 덮는다?

    말이 안 된다.

    윗선에서 묻으라고 한 거다.

    서장, 어쩌면 그보다 더 위.

    일단 서장은 확정이었다.

    종혁은 담배를 끄며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선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종혁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납니다, 권 이사. 세이월드와 버디프랜드 지분 좀 매입해 주세요. 인수됐다고요? 그럼 그쪽 지분을 매입하세요. 사 버리든가."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야 됐다.

    "그리고 마포구 청일고 학생 전원 메시지 데이터 보관토록 하세요. 서버에서 자동 삭제되지 못하도록."

    *   *   *

    고풍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

    15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전세를 낸 듯 레스토랑엔 오직 그들뿐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오십대 장년인이 상석에 앉은 골프웨어를 입은 또래의 장년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뿐만 아니다. 사십대의 장년인들도 허리를 숙였다.

    "허허. 혈기 넘치는 십대 학생이 잠시 일탈을 한 것뿐인데 뭐 별일을 했다고……."

    괜찮다며 손을 저은 장년인은 대각선 자리에 앉은, 염상철 전따 사건의 담당 형사를 봤다.

    "그렇지, 박 경위?"

    "옙! 서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거보세요."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이건 그에게도 도박이었다. 무려 경찰청장이 예뻐 하는 종혁이 얽힌 일이라서.

    하지만…….

    ‘어쩌다 박종명 서장님에게 찍혀 가지곤. 쯧쯧.’

    얼마 후 부산경찰청장으로 가는 강남서장, 마지막까지 최기룡과 경찰청장직을 놔두고 다퉜던 박종명 서장.

    경찰 조직 내에 파벌이 많아 최기룡 청장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박종명이 부탁해 왔다.

    종혁을 손봐 줄 수 있겠냐고.

    마포서장은 이걸 기회라고 생각했다.

    더 높은 곳, 강남서 같은 네임드 경찰서장이나 부산청 같은 대도시 경찰청으로 갈 수 있는 기회.

    운이 좋았는지 관내에 추격 사건이 터지기에 과잉 진압으로 엮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려던 찰나, 종혁이 염상철을 구하면서 무산되었다.

    그래도 정상 참작을 한 박종명이 뒤를 봐주기로 했기에 이번 사건도 은폐할 수 있었던 거다.

    ‘뭐 이번 사건에 앙심을 품고 덤벼들면 징계 내리면 되는 거지. 어떤 이유를 달아서건.’

    이곳은 마포구다.

    마포구에선 그가 법이다.

    얼추 합당한 징계면 최기룡도 간섭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치위원님들도 이제 그만 걱정은 내려놓으세요. 다 끝났으니까."

    그제야 중장년인들의 표정이 활짝 핀다.

    그들은 옆에 앉은 자식들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들.

    정말 자식만 아니라면 다리몽둥이를 부셨을지 모른다.

    "뭐해, 이 자식아. 얼른 고맙다고 인사 안 드리고!"

    여기 왜 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던 그들이 아랫입술을 내밀며 일어선다.

    "감사합니다……."

    떨떠름하고 귀찮다는 얼굴에 서장의 얼굴이 꿈틀거렸지만 이내 그는 허허 웃었다.

    그들의 부모 때문이다.

    마포구에서 방귀 좀 뀐다는 자치위원들.

    이 넓은 레스토랑도 이들 중 한 명의 소유일 만큼 각자 대단한 재력가들이다.

    드리워진 기회를 잡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필요하기에 이 정도 무례는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었다.

    "그래. 다음부턴 그러면 안 된다?"

    "……."

    침묵을 하는 자식의 모습에 오십대 장년인이 얼른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식사하실까요?"

    짝짝!

    "여기 얼른 음식 내와!"

    그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자, 2차 가셔야죠!"

    "2차요?"

    불쾌한 식사를 끝내고 레스토랑을 나서던 서장이 눈을 반짝이고, 오십대 장년인은 아들을 데리고 옆으로 빠졌다.

    그는 자신의 아들의 뺨을 후려쳤다.

    쩌억!

    "악!"

    "기껏 일본 유학에 보내 놨더니 그딴 짓이나 배워 와서 이런 사고를 쳐?"

    "아, 아빠?"

    "그리고 사건을 무마하고 이 자리를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 알고 그딴 표정을 지어!"

    "……."

    "집으로 꺼져!"

    입술을 달싹이던 소년은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큰길로 향했고, 장년인은 혀를 찼다.

    "저놈 저거, 언제 사람 되려는지……."

    못난 자식 때문에 오늘도 속이 타들어 가는 그다.

    고개를 저은 그는 서장을 달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어으……."

    "어제 뭔 술을 그렇게 마신 거예요? 평소엔 12시 되면 들어오던 양반이?"

    "누구 때문이겠어. 서준이는?"

    "……학교 갔어요. 그런데 어제 설마 서준이 때렸어요?"

    "그럼 그놈을 그냥 놔둬?! 이번일 무마하느라 돈을 얼마나 쓰고, 인맥을 얼마나 썼는지 알아?! 그놈 때문에 날아간 인맥만 다섯 개야! 다섯 개!"

    훗날 정말 필요할 일이 생겼을 때 써먹었어야 할 기자 인맥.

    마포구에서 의류 사업을 크게 하는 그에겐 기자란 혹여 사업이 기울었을 때나 경쟁자가 생겼을 때 쓸 조커였다.

    "흐흠. 그럼 이제…… 아무 문제없는 거죠?"

    "꿀물이나 가져와. 신문도."

    "네에."

    장년인 안방을 나서는 아내를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썩을 놈.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 버리든가 해야지, 원……."

    "여, 여보!"

    그는 아내가 가져온 신문을 보곤 하얗게 질렸다.

    "이, 이게 왜……!"

    러시아를 지배한 드바 로마노프.

    의류계의 공룡! 한국에 상륙하다!

    지이잉! 지이잉!

    "여, 여보세요."

    -사, 사장님! 저희 매장들 옆 건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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