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6화>
삐용! 삐용!
뒤늦게 도착했던 119가 떠나고, 종혁은 수갑을 채운 염상철을 경찰차 안에 밀어 넣었다.
찰칵, 치익!
"야, 나도."
종혁은 오택수에게 방금 불붙인 담배를 내밀었다.
"푸후. 씨발. 이게 진짜 뭔 난리래냐."
"그러게…… 말입니다."
까득 이가 갈린다.
‘대체 그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때 어르고 달랬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이 종혁의 몸을 감싼다.
‘분명 기억에 없는 사건인데…….’
학생이 학교에서 투신하려던 사건이다.
못해도 서울은 뒤집어졌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듣지도 못한 걸 보면 미수로 끝난 사건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시 너무 바빠서 기억 못하는 사건이거나.
강력반 형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정신없이 바쁘던 시절.
뭐가 됐던 미리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종혁의 어깨를 짓눌렀다.
‘일단 육체적 폭행 때문은 아니야.’
몸을 일으켜 세울 때 부축하는 척 몸 여기저기를 만졌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 일진들에게 맞은 건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면?’
당시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던 염상철의 모습.
당시엔 생각지 못했던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때, 오택수의 목소리가 종혁을 상념에서 깨웠다.
"아까……."
"예?"
"수갑을 채우는 건 어디서 배운 거야?"
그뿐만 발을 내밀어 뒤로 자빠지던 염상철의 머리를 보호했다.
"요즘 경찰대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
"하하. 그냥 뭐 본능적으로……."
"그래?"
고개를 끄덕인 오택수는 약간 갈등하다 종혁을 툭 쳤다.
"잘했어."
"오?"
놀라는 종혁의 모습에 오택수가 얼른 고개를 돌린다.
"최 꼴통! 너도 이 새끼야!"
"아니, 칭찬을 할 거면 욕을 하지 말든가!"
그래도 최재수의 얼굴이 활짝 핀다.
종혁은 뿌듯해 하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해 줬다. 나빴던 첫인상이 이젠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저……."
이제 그들도 마무리를 하고 복귀하려던 차에 선생들이 다가온다.
"이제 상철이는 어떻게 됩니까? 학교에 피해는 없는 거죠?"
울컥!
"아니, 지금 그걸 말이…… 읍?!"
종혁은 입이 막혀 태워지는 최재수를 일견하며 선생들을 봤다.
그런 종혁의 눈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정말 그게 말이냐, 방구냐.’
학생이 학교에서 투신하려고 했다.
몸은 괜찮냐,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협조하겠다는 말보다 학교의 안위부터 살피는 작태에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새끼들도 선생이라고!’
"그건 조사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알려 드릴 테니 다른 학생들이나 다독여 주십시오."
"예, 예. 그럼……."
선생들이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자 종혁은 결국 욕을 뱉어 냈다.
"개새끼들."
‘내막이 밝혀지면 너희도 두고 보자.’
"저…… 형님……."
종혁은 조심스럽게 다가온 유도복 입은 학생을 봤다.
유도 상비군 2군 김동현.
"네가 동현이냐?"
대회에 출전한다 해서 그동안 만나지 못한 동현. 종혁에 대해 많이 들은 그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주장님!"
"그래. 좋은 곳에서 좋은 느낌으로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네."
"죄송합니다. 제가 단속을……."
"됐어. 대회에 출전했잖아. 그런 것보다…… 동현아."
"예?"
종혁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혹시 왕따를 주도하는 애들에 대해 좀 아냐?"
처음에는 몇몇 양아치들이 무분별하게 삥을 뜯었고, 그날은 재수없게 염상철이 걸려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한두 번이라 할지라도 삥을 뜯긴 건 충분히 억울하고 화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자살까지 택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즉, 염상철은 그날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아예 놈들의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해 온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저희 학교 왕따 없는데요?"
"뭐?"
"정말 없습니다. 저희 학교 애들 다 착해요."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일단 상철이 책상부터 보자. 1학년 4반이 어디냐?"
웅성웅성…….
복도에 서 있던 학생들 중 몇 명이 종혁을 보자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거나 고개를 돌린다.
경찰을 꺼린다는 건 찔리는 일이 있다는 거다.
종혁은 생각에 잠긴 채 1학년 4반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쿵!
모였던 시선들이 재빨리 흩어진다.
애써 외면하거나 필사적으로 옆 학생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며 계속 종혁을 힐끔거린다. 마치 잘못을 들키면 안 되는 아이처럼.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반응이라서 헛웃음이 나온다.
머리에 열이 끓는다.
‘왕따 없다며, 이 자식아.’
종혁의 눈빛이 다시 차가워졌다.
"학생, 염상철 학생의 자리가 어딘지 말해 줄래?"
"네, 네?"
"염상철 학생 자리."
"아, 그게…… 그게……."
안절부절못하는 남학생의 모습에 김동현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설마 한 동현은 와락 구긴 얼굴을 들이밀었다.
"힉!"
"야, 나 알지? 얼른 말해."
남학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잠시 뒤.
"이, 이게……."
학교 건물 뒤편, 안 쓴 지 오래되어 보이는 소각장 옆 메마른 덤불 위에 우유 썩은 냄새를 풍기는 책상 하나가 뒹굴고 있다.
마치 누가 급하게 던져 놓은 듯.
종혁은 파랗게 질린 김동현을 봤다.
"이래도 왕따가 없냐?"
종혁의 눈빛은 무척이나 사나웠다.
* * *
죽어.
죽어 버려.
kill, kill, kill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칼로 후벼 판 상처까지 가득한 책상.
세상 모든 악의가 담긴 듯한 책상을 보는 경찰들의 눈이 불신으로 가득하다.
"……이게 학교 뒤에 있었다고?"
먼지에 더럽혀진 이 책상은 학교 건물 뒤편 소각장 근처에 숨겨져 있었다.
염상철도 멍한 눈으로 맞다한 본인의 책상.
어떻게 찾았냐는 듯한 눈빛에 종혁은 화가 폭발할 뻔했다.
그 후 염상철이 병원에 가서 다행이었다.
만약 염상철이 계속 눈앞에 있었다면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파출소를 부숴 버렸을지도 모른다.
"……책상이 교실에 없더라고요."
종혁은 여기서도 화가 폭발할 뻔했다.
동현이 나서 주지 않았다면 이 책상도 찾지 못할 뻔했다.
"뭐?"
"씨발?"
"아니이……."
경찰들이 눈을 질끈 감는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는 경찰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냐. 그것도 십대 애새끼들이! 대체 누구야! 어떤 새끼들인 거야!"
쾅!
의자를 걷어차는 장철호 소장의 눈에 안타까움이 서린다.
이런 왕따 사건은 가해자를 특정 지을 수가 없기에 가해자를 찾는 게 힘들거니와 혹여 가해자를 알아내도 처벌이 힘들다.
같은 반 학생, 같은 십대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곧 경찰서 형사들이 올 거다.
강력계에서 와 주면 고맙겠지만 어차피 소년계일 터. 강력계 사건으로 접수됐어도 소년계로 보낼 게 분명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는데도 그 꼴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그들로선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놈들인지는……."
"음?"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저 잠시 외근 다녀올 테니까 그거 건드리지 마세요. 혹시라도 오염되지 않은 지문이 있을 수 있으니까."
"어? 야! 최 경위! 종혁아!"
파출소를 나선 종혁은 염상철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 * *
병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종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동자가 누구길래……."
결국 왕따는 반 전체, 소속된 집단 전체가 합의를 하기에 성립되는 일이다.
재밌어서, 관심이 없어서, 주동자가 무서워서.
그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 암묵적으로 합의를 하고 왕따에 동참하거나 피해자를 외면한다.
즉, 적극적으로 왕따에 동참하지 않았어도 최소한 방관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까지 나서는 상황에 이른다면, 방관했던 이들 중에는 용기를 내는 이들이 나오곤 한다.
그게 자신에겐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어서든, 일말의 죄책감이나마 덜어내고 싶어서든 말이다.
"그런데 단 한 명도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
아마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주동자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것이리라 종혁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종혁은 부디 자신이 생각한 게 답이 아니길 바라며 발을 뗐다.
"충성."
병실 문 앞을 지키는 한승연의 낯빛이 피로로 가득하다.
"혹시 기자들 왔다 갔어요?"
한승연은 할 말이 참 많은 표정을 지었고,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하이에나 새끼들.’
종혁은 병원 건물 뒤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를 발견한 기자들이 달려들었다면 어떤 욕을 했을지 몰랐다.
"형사들은 왔다 갔어요?"
사건은 관할 경찰서로 인계시켰다.
미수지만 자살 사건이다. 파출소가 담당할 사건이 아니다.
한승연은 경찰서에서 순경이 도착하면 인수인계를 하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오셨다 가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소득이 없었겠지.’
이런 사건 대부분이 그렇다.
몸은 구했다 한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가 버리니 입도 열리지 않는다.
한승연의 어깨를 두드린 종혁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벌떡 일어나는 부모들과 멍하니 창밖만 보는 상철.
종혁은 상철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이 아저씨가 그때 네가 보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지만, 결국 알아차리지 못한 거다.
움찔!
얼굴이 일그러진 종혁은 그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손.
"많이 무서웠지?"
주룩!
어느새 종혁을 본 상철의 눈에서 뒤늦게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 * *
종혁은 일단 부모를 내보냈다.
상철의 눈물에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트린 그들이 있으면 열릴 입도 열리지 않을 수 있다.
17살, 한창 예민할 나이 때의 학교 문제란 그런 거니까.
더욱이 상철은 끙끙 앓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지금은 부모를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왕따지?"
코코아를 마시던 상철의 몸이 굳는다.
그의 사과에 미세하게 열렸던 마음의 문이 도로 닫히려 들자, 종혁은 얼른 머리카락을 헤쳐 정수리를 보여 줬다.
"보이니?"
큰 상처다.
상철은 왜 그걸 보여 주냐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 아저씨도 어렸을 땐 참 많이 맞았어."
"……?!"
"지금이야 몸이 이렇지만, 그땐 뭐…… 쉬는 시간마다 학교 뒤로 끌려가 맞고, 냄새난다고 따돌림을 당하고, 책상은 테러당하고. 결국엔 없는 사람 취급까지 하더라. 교실에서 내가 지워진 거야."
상철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지금이야 이렇게 경찰이 됐지만, 그땐 참 힘들었지."
상철의 상체가 이쪽을 향해 돌려진다.
"그래서 그때 내가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했을 것 같니?"
종혁은 상철의 눈을 빤히 보았다.
"신고했어."
움찔!
"……네?"
드디어 입이 열렸다.
"파출소, 경찰서가 아니라 기자들에게 내가 이렇게 당했다고 신고했어. 나뿐만 아니라 그렇게 당한 모든 애들의 피해 내역을 싹 다 적어서."
"기자요?"
"응. 당시 짭새, 아니 경찰들의 엉덩이가 좀 무거워야지. 그러니 일단 질러 버린 거야. 사회적 이슈로 만든 거지.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아, 아니요."
"경찰들이 달려와. 파출소가 아니라 경찰서 형사들이."
"네? 왜요?"
"안 그러면 서장 목부터 날아가거든."
"……학생 일인데요?"
종혁의 마음속에서 눈이 질끈 감겼다.
‘알아봤구나.’
나름 알아본 거다. 자신이 구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그러니 이런 말이 바로 나온 거다.
그리고 ‘학생’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
‘너만 이 끔찍한 일을 당한 거구나!’
"그 학생이 누군가에겐 자식이고, 손자손녀야. 어른들이 이 사실을 알고 과연 화내지 않을 수 있을까? 대통령도 그 어른들의 손에 뽑히는데?"
"아!"
"자, 상황이 이렇게 됐어. 그럼 그놈들은 처벌을 받았을까, 안 받았을까?"
"바, 받았다? ……받았어요? 받았죠?"
종혁은 드디어 눈에 빛을 찾는 상철의 손을 꽉 잡았다.
"너도 그렇게 만들 수 있어."
상철의 눈이 다시 흔들린다.
그러다 체념을 머금어 간다.
"하, 하지만……."
"주동자들 중에 빽이 좋은 놈이 있구나?"
"네! 학교 선생님들도 다……."
"걱정 마. 그런 위협도 해결해 주는 게 경찰이 하는 일이니까. 그러니 상철아."
"……네."
"넌 그냥 말만 해 주면 돼. 그걸 떠올리는 게 힘들고 괴롭겠지만 정말 잠깐만. 그럼 이 아저씨가 다 해결해 줄게."
"저, 저는……."
믿어도 될까. 이 사람은 믿어도 될까.
갈등하던 상철은 어떤 위험도 이겨 낼 것처럼 단단한 종혁의 눈을 보곤 결국 마음을 정했다.
상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는 쓰레기통이었어요. 반뿐만 아니라 학년 전체의."
종혁의 얼굴과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생각했던 게 맞아서.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컸다.
‘미치겠군.’
* * *
‘전따!’
학교 전체가 한 사람을 따돌리는 거다.
‘이래서 학생이라고만 한 거구나!’
청일고 1학년 중 그 혼자만 왕따니까.
아니, 학년 전체가 상철만 괴롭히는 거니까.
발단은 사소했다.
한눈을 팔다 주동자와 어깨가 부딪쳤고, 깜짝 놀라 사과를 못했다. 이후 교묘하고 악랄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처음은 책상에 ‘죽어!’라고 적힌 빨간 글귀였다.
놀라 굳어 있을 때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학생과 부딪쳐 쓰레기를 뒤집어썼다. 누군가에게 떠밀린 학우 때문에 넘어졌고, 다음 날엔 책상에 썩은 우유가 뿌려져 있었다.
그렇게 악운과 악의가 함께 몰려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운이 없었다 여긴 것 또한 우연을 가장한 괴롭힘이었다.
그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진짜 지옥이 펼쳐졌다.
음료수를 뒤집어썼고, 체육복은 계속 찢겨졌다.
처음엔 마치 누가 시킨 듯 어색해하던 반 학생들이, 작고 소심해 보였던 아이들이 나중엔 먼저 비웃고 스쳐 지나가며 욕을 했다.
죽어. 왜 사니. 냄새나.
한 달 후엔 옆 반 학생이 달려와 ‘씨발놈아!’ 크게 외치고는 웃으며 도망쳤다.
그 순간 상철은 완전히 무너졌다.
"반에서 도망쳐도 숨을 돌릴 수 없었어요."
그 거대한 악의에 숨통이 짓눌렸다.
그렇게 상철은 1학년 전체의 쓰레기통이 되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심심하면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가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샌드백이 아니라 쓰레기통.
그들은 단 한 번도 때리지 않고, 그렇게 만들었다.
"그만. 그만하면 됐어."
‘이러면 안 되지.’ 사람이 사람에게 이러면 정말 안 되는 거였다.
"용기 내 줘서 고마워. 그러니……."
까드득!
"이제부턴 이 경찰 아저씨에게 맡겨."
"부, 부탁드릴게요. 제발……."
"네가 다시 등교할 때쯤에는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야.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종혁은 몸을 일으켜 문으로 향했다.
동시에 등 뒤에서 울음이 터졌다.
이를 악물며 문을 잡던 종혁은 순간 아차 했다.
"아, 참고로 왕따를 당한 건 국민학교 저학년 때야. 그 이후로는 맞으면 나도 때리고 다녔어."
"……네?"
문을 닫고 나온 종혁은 빠르게 다가오는 부모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기억하세요. 상철이 아버님, 어머님."
"뭘……."
"두 분께 어떤 압력이 들어온다고 해도 제 빽이 훨씬 셉니다."
"예?"
"들어가 보세요. 지금 상철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부모님이니까요. 가자, 한 순경."
"예!"
종혁과 승철의 대화를 들은 건지 눈물을 글썽이던 한승연은 다급히 그들에게 거수경례하곤 종혁의 뒤를 따랐고, 어리둥절해하며 병실로 들어간 상철의 부모는 상철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는 걸 깨달았다.
"상철아!"
"엄마! 허어엉!"
병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그리고 잠시 뒤 파출소.
"후우우."
종혁은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미니홈피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건 다른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상철아. 대답해라, 상철아.
-씨발! 너 때문에 여친이랑 헤어졌잖아!
-죽어. 죽어. 죽어 ㅋㅋㅋ
-자살하는 방법 357번째!
이곳에 다 있었다.
여리고 허약한 개구리에게 돌을 던진 악마들이.
모든 증거가.
‘죽으라고?’
"아니, 내가 너흴 죽여 줄게."
종혁의 눈이 분노로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