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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44화 (14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4화>

    음주 운전자가 경관을 매단 채 도주했다.

    무전을 들은 모든 경찰들이 뒤집어졌다.

    종혁이 탄 경찰차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재수야! 최재수, 이 자식아!"

    운전석에 앉은 50대 후반 경위가 안전부절못하다 재빨리 무전기를 든다.

    "최재수! 절대 놓지 마! 인마! 정신 차려-!"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지는 도로 위를 꿰뚫는 외침.

    종혁도 이를 간다.

    눈치 없고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최재수라 할지라도 이 순간만은 분노가 솟는다.

    감히 경찰을 매달고 도주하는 저놈을 찢어 죽이고 싶다.

    끼기기기긱!

    "재수야!"

    사거리에서 크게 좌회전을 할 때, 종혁의 심장도 크게 철렁였다.

    튕겨져 나가는 순간 대형 사고다.

    뼈 한두 개 부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속도.

    꽈앙!

    소리는 앞에서 났지만, 종혁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끔찍한 상황이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부아아앙!

    자신이 탄 경찰차도 좌회전을 할 때 종혁은 인도 쪽을 살폈다.

    그리고 재빨리 놈의 차를 봤다.

    아까보다 몸이 조금 더 바깥으로 삐져나왔지만, 여전히 매달려 있는 최재수.

    "후우우."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지만, 곧 짜증도 솟는다.

    "저 바보 같은 놈! 손을 놔야 우리가 뭐든 하지!"

    동감이다.

    하지만…….

    ‘근성은 있네.’

    저 정도 근성이라면 조금 더 버텨 줄 것 같다.

    종혁은 차량 무전기를 들었다.

    "도주 차량, 농협 사거리에서 대현 아파트 사거리로 도주 중."

    -순마 23. 대현 아파트 사거리에서 진입 중.

    -순마 27. 순마 23 보인다. 함께 진입하겠다.

    다행이었다. 몇 초만 지나면 포위망이 완성될 것 같다.

    그때였다.

    안심하던 종혁은 저 멀리 보이는 뭔가에 미간을 좁혔다.

    ‘인파?’

    사거리 너머 똑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곳으로 향한다.

    오싹!

    "박 경위님! 앞에 시민들!"

    "미쳐 버리겠네!"

    경위가 다급히 무전기를 낚아챈다.

    "순마 23! 순마 27! 너희 뒤에 시민들 있어!"

    -……씨발!

    사거리 양쪽에서 이쪽을 향해 진입하던 경찰차 두 대가 재빨리 차를 돌려 세운다.

    여기서 놓치는 순간 초대형 인명 사고가 터진다.

    모두는 곧 충돌할 상황을 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끼이이이익!

    으아아악!

    "헉?! 최재수!"

    경찰차가 차를 돌려세우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는 도주 차량.

    최재수가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가는 모습이 느리게 시야에 들어왔다.

    종혁은 이를 악물며 간절히 바랐다.

    "낙법! 낙법해, 이 새끼야! …… 어?"

    뭔가 이상하다.

    차량의 후미등이 깜빡이고, 느려진 시간 속 타이어가 느릿하게 돌아간다.

    종혁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박아요! 차 출발합니다!"

    "뭐어어? 아니이이……."

    순간 경위의 머릿속에 순찰차 파손 시 내야 될 개인부담금이 떠오른다. 그걸 눈치챈 종혁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얼른-!"

    그 순간 경위의 귀에도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안전벨트 꽉 잡아!"

    경위는 도주 차량의 뒤꽁무니 대각선 끝을 들이박았다.

    꽈아앙!

    순간 눈앞이 점멸한다.

    "아으윽!"

    경위의 신음 소리에 정신을 차린 종혁은 차문을 열고 내렸다.

    그제야 주위 소음이 귀에 들어오고, 도로 위에 누워 꿈틀거리는 최재수와 그에게 달려가는 오택수 경위가 눈에 들어온다.

    튕겨져 나가며 머리부터 떨어졌는지 피가 흐르는 최재수.

    "까드득!"

    종혁은 그 모든 걸 외면하며 도주 차량으로 걸어갔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데 꾹 참으며 천천히 다가섰다.

    뚜벅뚜벅!

    쿵쿵!

    "나오세요, 선생님."

    "어으으…… 뭐야……."

    "나오시라고요."

    "……꺼져! 퉤!"

    종혁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구겨졌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리고 있다.

    고마웠다.

    "그래요. 그럼 거기 계세요. 그럼 지금부터 적법한 경찰 매뉴얼에 따라 거기 안전하게 계시다가 제 차로 가시겠습니다. 얼굴 막으세요. 다칩니다."

    스윽!

    한 발을 뒤로 뺀 종혁은 그대로 허리를 돌리며 운전석 창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   *   *

    통제가 된 도로 위.

    삐용 삐용.

    경찰차들 사이에 119 앰뷸런스가 서 있다.

    "씨발. 너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악! 아프다고!"

    "닥치세요, 씨발. 조 경사가 이분 따라가."

    일단 병원으로 향하는 음주 운전자.

    "하, 씨. 진짜 어쩌지? 종혁아 반띵은 해 줄 거지? 응?"

    범퍼뿐만 아니라 보닛도 어느 정도 잡아먹어서 울상이 된 경위.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걸 왜 계속 붙잡고 있어-! 네가 철인 28호냐, 이 새끼야-!"

    "헤헤. 그래도 제 덕분에 잡았죠?"

    화를 내는 오택수 경위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환하게 웃는 최재수. 그리고 주위에 몰려 있다 흩어지는 인파, 아니 학생들.

    "아니, 이 병신 새끼가……."

    오택수 뒤에 다가간 종혁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종혁은 울상인 오택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

    오택수가 멀어지자 최재수의 표정이 급변한다.

    "왜요? 또 내가 잘못했다 하시게?"

    종혁은 또 반항적인 최재수를 빤히 봤다.

    분명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다른 차 위에 떨어졌으면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정말 미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수고했어요. 근성 있던데요?"

    제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든 경찰에게 이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툭툭!

    어깨를 친 종혁은 돌아섰다.

    그러다.

    ‘음? 염상철?’

    이제야 흩어지는 학생들 사이에 염상철이 있다.

    왜인지 학생들 무리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그.

    시선이 마주친 염상철은 화들짝 놀라더니 사라졌다.

    ‘흠. 쟨 친구가 없나?’

    종혁은 혼자서 걸어가는 염상철을 응시하다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돌렸고, 그런 종혁을 멍하니 바라보던 최재수는 꿈틀거리는 입술을 감추고자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꼈다.

    "흐흥.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좋아할 줄 아나."

    ‘그래도 잡았다.’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뿌듯했다.

    그렇게 한밤의 추격전을 끝을 맺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꿇어! 무릎 꿇고 사과해, 이 자식아!"

    *   *   *

    "결국 청장님과 뭘 다 했다는 그 선생님은……."

    "아무 관계도 아니었죠. 상습범이시랍니다."

    "아주 지랄 염병 났다. 청장님이 동네북도 아니고."

    민원인이 한 명도 없지만 왠지 어수선한 파출소. 같은 식구가 죽을 뻔했던지라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벌컥!

    때마침 병원에 갔던 오택수가 거칠게 문을 열며 들어온다.

    "아오! 씨발. 그 개새끼!"

    "택수야, 재수는? 괜찮아?"

    "몰라요, 씨발!"

    쾅!

    의자를 걷어찬 오택수는 2층으로 올라갔고, 장철호 소장은 급격히 싸늘해진 분위기에 혀를 찼다.

    "저 새끼 저거……. 야, 이 새끼야! 내가 네 친구냐!"

    "참아요. 재수 죽을 뻔했잖아요."

    "……하여튼 저거, 저거 저 성질머리는 언제 고칠까."

    혀를 차던 장철호 소장은 뒤이어 들어오는 종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인마! 넌 새끼가 좋은 목봉 놔두고 왜 맨손으로 창문을 부숴! 그것도 운전석을! 과잉 진압으로 징계받고 싶냐!"

    종혁은 싱긋 웃었다.

    "에이, 겨우 그걸로 징계받겠습니까?"

    안 받는다.

    미래면 몰라도 공권력이 살아 넘치는 지금은 안 받는다.

    "그래도 이 새끼가!"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 손도 무사합니다! 충-성!"

    "아오오! 오랜만에 똘똘한 놈이 들어와서 좋다 싶었더니만, 똘똘한 게 아니라 또라이가 들어왔어!"

    결국 혈압을 참지 못한 장철호 소장은 옆 책상을 쾅 차며 안으로 향했고, 공업사에 박살 난 경찰차를 맡기고 돌아온 경위가 종혁에게 슬그머니 다가섰다.

    "아까 잘했어."

    다른 이들은 모두 재수에게 달려갔지만, 종혁 혼자 도주자를 제압했다. 그제야 아차 했던 그다.

    종혁은 혹시 모를 2차 사고를 막은 거다.

    그것도 이제 발령받은 지 겨우 일주일도 안 된 경찰이.

    종혁에 대한 믿음이 치솟는 순간이었다.

    "하하. 뭘요. 당연한 거죠."

    흐뭇이 고개를 끄덕이던 경위는 이내 갑자기 우물쭈물했다.

    "그…… 반띵은 아니라도 30퍼센트는 내줄 거지?"

    "아,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처리할게요."

    경위의 얼굴이 활짝 핀다.

    "됐어. 그럼 반띵만 해. 휴, 진짜 돈 들어갈 구멍만 없으면 내가 다 내는 건데……."

    신경 안 쓴다며 오히려 함께 부담해 줘서 고맙다며 다독인 종혁은 얼어붙어 있는 한승연과 다른 시보에게 다가갔다.

    얼어붙은 파출소 분위기에 동기가 차에 매달려 가는 걸 봤기에 겁을 먹은 듯 종이컵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둘.

    "올라가서 잠시 쉬다 와요."

    "예? 하, 하지만……."

    "그런 정신으로 일할 수 있겠어요? 괜히 실수해서 평가 점수 깎이지 말고 올라갔다 와요."

    매정한 말에 서운함에 물들던 둘이 평가 점수란 말에 정신을 차린다. 둘은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쉬다 오라고."

    "죄,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를 한 둘이 올라가자 종혁은 한숨을 쉬었다.

    "경찰이 다쳤으니 사건도 기다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래 주길 바라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올려 보낸 거다. 달래 줄 시간이 없을 테니까.

    종혁의 읊조림을 들은 경찰들은 씁쓸히 웃었다.

    "에이, 씨부랄."

    종혁은 주머니를 뒤지며 밖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부우웅! 끼익!

    웬 고급 세단이 파출소 앞에 멈춰 서더니 운전석에서 50대 장년인이 성큼성큼 걸어와 보조석의 문을 연다.

    그러더니 보조석에 앉아 있던 환자복을 입은 청년의 뒷목을 잡고 끌어 내린다.

    ‘어? 저 자식은?’

    방금 전 도주를 했던 그놈이다.

    50대 장년인과 그놈이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느낌이 쎄한데.’

    하지만 종혁은 일단 옆으로 비켜서며 문을 열어 줬고, 고맙다 고개를 숙인 장년인은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냅다 도주자의 무릎 뒤 오금을 후려쳤다.

    "악!"

    "꿇어! 무릎 꿇고 사과해, 이 자식아! 아니, 사과드려!"

    "……우와?"

    종혁은 꺼냈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파출소에선 보기 드문 분이 찾아오셨다.

    *   *   *

    "숙여! 고개를 더 숙이라고, 이 망나니 자식아!"

    대체 얼마나 화가 난 건지 놈의 뒷목을 잡아 바닥에 처박는다.

    쿠웅!

    "악!"

    "악? 아-악? 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자,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아버님!"

    일련의 사태에 멍해 있다가 뿜은 경찰들이 빠르게 다가와 말린다. 시끄러워서 나온 장철호도 이게 뭔 일이래 눈을 껌뻑인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버님!"

    "진정, 진정 좀 하시고."

    경찰들이 떼어 내려 들자 먼저 뒤로 물러난 장년인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자식을 잘못 키워 목숨 걸고 일하시는 여러분께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

    목숨을 걸고 일한다.

    그 말에 울컥한 경찰들은 볼을 긁적였다.

    종혁은 그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습니다.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는걸요."

    "너?!"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던 놈이 눈을 부릅뜨자 장년인은 그의 얼굴을 차 버렸다.

    "이 새끼가 어디서……!"

    빠악!

    "아악!"

    장년인은 그것도 모자라 쓰러진 그를 질근질근 밟았다.

    "악! 아악!"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버님. 어이구, 안 된다니까요."

    속이 후련해진 종혁은 말리는 시늉만 했다.

    "후우. 혹시 차문을 부수고 이놈을 꺼내신 분입니까?"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먼저 사과를 하면서 강하게 나가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한 후 수작을 부리는 이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끌고 온 고급 세단을 보면 평범한 사람이 아닐 터.

    더욱이 경찰이 지키고 있을 병원에서 놈을 빼 왔다.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예, 맞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종혁은 어떤 수작을 부리든 맞받아쳐 주겠다며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끙. 그냥 대가리를 날려 버리지."

    "네?"

    "아닙니다. 그래도 아들놈을 다치지 않게 제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어나, 이 자식아!"

    놈의 뒷목을 잡아 일으켜 민원 테이블 앞 의자에 앉혔다.

    "이놈 조서를 써 주십시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분께선 현재 안정을……."

    "죽든 말든 괜찮으니까 해 주십시오! 이딴 놈도 자식이라고…… 자식이라고…… 후우. 부탁드리겠습니다."

    배신감이 가득한 그의 눈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놈의 맞은편에 앉은 종혁은 오른손에 깁스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놈을 보며 고소해했다.

    "음주 운전에다가 음주측정 불응 후 도주, 경관을 매달고 도주하시며 많은 걸 부수신 건 아시죠? 그럼 시작합니다. 이름."

    "백수현이요."

    호랑이 아버지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백수현은 순순히 말했다.

    그에 경찰들은 어이없어했다.

    25살, 법대생. 군대를 일찍 다녀와 이제 겨우 2학년이다.

    판검사가 되려는 놈이 음주 운전도 모자라 그런 사고를 친 거다.

    "야, 백수현."

    "네? 네, 아버지."

    "너 운전대 잡을 때 무슨 생각했어?"

    "네?"

    백수현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종혁은 놀랐다.

    "사고 날 줄 알았어? 몰랐어? 아니면 사고가 나도 크게 별일 있겠어, 라고 생각했어?"

    "어어, 그게……."

    "똑바로 말해. 그래야 선처라도 받을 수 있어."

    장년인의 눈빛이 살벌해지자 백수현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게 크게 별일이……."

    경찰서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분도 계시는구나.’

    취객, 음주운전, 성추행 가해자, 폭행 등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파출소에서 보기 드문 인격자이자 참된 아버지다.

    경찰로서 너무 감사하지만,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이대로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백수현이 본인의 입으로 고의성이 있다고 진술했으니까.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아들을 교도소에 보내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법대생인 아들의 앞길까지 막게 된다.

    ‘음.’

    하지만 종혁은 말없이 진술을 받아 적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가 저지른 일은 무척이나 죄질이 무거웠다.

    마땅한 처벌을 받겠다고 나서는데 만류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모든 진술이 끝나자 장년인은 백수현의 뒷목을 잡고 일으켰다.

    다시 병원에 데려다 놓으려는 거다.

    종혁은 그런 그를 멈춰 세웠다.

    "잠시만요, 선생님."

    종혁의 눈을 본 장년인은 백수현을 밀었다.

    "먼저 차에 가 있어."

    백수현이 나가자 종혁이 입을 열었다.

    경찰들도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 지금 선생님께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지른 죗값을 받는 것뿐이니."

    적극 협조해 줬기에 꺼냈던 우려의 말이 끊긴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알고 하셨군요."

    아버지라면 아무리 화가 났다 하여도 자식의 일이기에 본능적으로라도 축소시키려 들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백수현에게 불리한 진술을 계속 유도했다.

    ‘정말 혹시나 싶어 말을 꺼낸 건데…….’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갔다.

    아들이 느낄 그 배신감.

    "미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

    의절을 할 수도 있다.

    종혁의 이런 걱정에 눈을 빛낸 장년인이 푸근히 웃었다.

    "젊은 분께서 생각이 깊으시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도 아비 된 입장으로서 싸울 테니까요. 하지만 그러려면 완벽히 팩트만 놓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그래 주면 정말 좋고 고맙긴 한데,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 범상치가 않다.

    왜인지 잘 아는 냄새가 풍긴다.

    "혹시 하시는 일이?"

    장년인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

    "인사가 늦었군요."

    "……고법?"

    "처음 뵙겠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백순재입니다."

    ‘미친?!’ 종혁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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