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41화 (14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41화>

43. 그 파출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종혁에게 어머니 고정숙이 다가섰다.

"줘 봐. 넌 애가 넥타이도 못 매니?"

"사랑합니다, 여사님."

"에휴."

싱긋 웃은 종혁은 무릎을 굽혔고, 고정숙은 두꺼운 아들의 목에 세심하게 넥타이를 매 준다.

종혁은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어머니의 냄새에 푸근히 웃고, 고정숙은 아들의 향수 냄새에 가슴이 울렁였다.

‘얘가 정말 경찰이 됐구나.’

경찰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경찰로서 첫 출근을 하는 아들을 보니 왠지 싱숭생숭하다.

이제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 한 명의 사회인이 된 아들.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에 고정숙의 손이 느려진다.

조금만 더 품 안에 있기를 바라기에 그녀는 몇 번이나 넥타이를 풀고 다시 매 줬다.

"다 됐어."

"오. 어때, 괜찮아?"

다 맨 넥타이를 만지며 거울을 앞에 서는 아들을 보니 순간 옛날이 떠올라 울컥했다.

언제나 아침마다 그녀가 챙겨 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던 남편.

‘어쩜 제 아빠와 이리 닮았을까.’

성인이 되면서 부쩍 제 아빠의 다부지고 잘생겼던 외모가 드러나는 종혁. 거기에 그녀 본인의 외모까지 섞이니 어디에 내놔도 뿌듯한 아들이다.

"그래. 누구 아들인지 잘 생겼네."

"당연히 여사님 아들이지."

"말이나 못하면…… 어? 잠깐, 아들. 너 넥타이 잘 매지 않아?"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종혁은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고, 잠시 멍해 있던 그녀는 피식 웃었다. 가끔 이렇게 애교를 피우는 아들이 귀엽지 않을 리가 없다.

잰걸음을 옮긴 그녀가 크게 말했다.

"선배들에게 잘하고, 뭐라고 해도 예 하고! 사고 치지 말고!"

"다녀오겠습니다!"

차키를 챙긴 종혁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우리들의 얘기로만!

긴긴 밤이 지나도록!

2004년 상반기 최고의 곡 중 하나가 흘러나오는 차 안.

종혁이 김종두 과장의 전화를 받고 있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또 뭐가요."

-아니, 수석인 너라면 우리 본청만 쫙 돌아도 되는데 왜 하필이면 파출소냐?

광수대와 마약대, 프로파일링수사과 등 본청 모든 부서가 종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종혁은 그 모든 기대를 배신하며 순환 근무의 첫 근무지로 파출소를 선택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문에 대체 복무인 의전경 부소대장을 건너뛰고 바로 순환 근무를 시작하는 종혁.

이건 솔직히 배신이었다.

"어? 지금 파출소 무시하는 겁니까?"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이 자식아!

"흐흐. 알아요. 그런데 파출소는 꼭 들러야 하잖아요."

-……그건 맞지.

파출소는 순환 근무 중 무조건 한 번은 들러야 할 근무지다.

최전방 일선에서 뛰는 파출소 업무를 모르고서야 완벽한 경찰간부라고 볼 수가 없다.

"그냥 가장 먼저 해치우려는 거예요."

‘그리고…… 꼭 막아야 할 사건도 있고.’ 그래서 이 파출소를 찍어 자원한 거다.

-하아. 알았어. 대신 다음 근무지는 꼭 우리 특수다! 알았지?

"아, 그게…… 광수대 대장님과 마약대 대장님, 프로파일링 권 대장님이……."

-뭐야?! 어떤 놈들이라고?!

종혁은 신경질적인 김종두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었다.

그때였다.

‘어? 저거?’

웬 이상한 놈이 거리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

-종혁아, 너 설마? 아니지? 그렇지? 말을 해, 이 자식아!

"끊습니다."

얼른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끼익! 탁!

"꺄아악!"

"내가 우스워? 어? 내가 우습냐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들리는 취객의 주정. 플라스틱 의자를 한 손에 쥔 채 휘두르고 있다.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출근부터 이게 뭔 지랄인지."

하지만 이게 치안의 최전방, 일선에 있다는 파출소의 맛이다.

하루 24시간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다이나믹하고 스릴 넘치는 파출소.

종혁은 목을 꺾으며 취객에게 다가갔다.

*   *   *

"이야, 역시 소문이 무성하던 분다운데요? 어떻게 첫 출근길에 범죄자를 잡아요?"

"하하."

근무복으로 환복을 마치고 총기를 수령하러 온 종혁은 40대 중년 여성 경장의 말에 머리를 긁었다.

"말 편히 해 주십시오. 한참 어립니다."

경장 이경숙은 눈을 빛냈다.

중간 간부가 알아서 숙여 주는데 좋지 않을 리가 없다.

군대에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라는 끔찍한 일이 있다면, 경찰엔 ‘자네가 경장인가?’라는 일이 있다.

매년 대한민국 어딘가에선 벌어지는 일이다.

게다가 미남이다.

절로 엄마 웃음이 나왔다.

이쪽을 보며 꺄꺄 거리는 여경들을 보니 같은 생각 같았다.

"그럴까? 뭐해? 권총 안 줘?"

그 말에 그녀의 옆에 서 있던 40대의 경위가 헛웃음을 짓는다. 총기 관리는 그가 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총기 번호 확인하고, 여기에 사인하고."

무겁고 싸늘한 총기를 손에 쥔 종혁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정식으로 총기를 수령하네.’

허리 뒤춤에 수갑, 옆구리에 흑단봉.

포승줄 따위가 든 조끼 가슴에 걸린 무전기.

검은색 조끼에 박힌 ‘경찰’ 두 글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준비성 좋네."

이경숙이 검은색 경찰 조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앞에 선 경위도 마찬가지였다.

조끼부터 수갑까지 모두 사제다.

흑단봉도 목봉이 아니라 특수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제 물품이다. 모두 김종두 과장 등이 축하 선물로 준 거였다.

"경찰대 수석이라서 그런가? 아님……."

"경숙아, 신입 괴롭히지 마라. 넌 꼭 신입 오면 이러더라?"

"내가 뭘?"

"하하. 그런데 제 임시 사수는 누구십니까?"

파출소 업무를 가르쳐 줄 사수.

순환 근무이기에 진짜 사수도 아니거니와 파출소 기본 업무만 잠깐 가르치고 말 사람.

그래도 회귀 후 경찰 인생에 있어 첫 사수라고 할 수 있다.

"아, 그거? 저기."

경장의 시선을 따라간 종혁은 피식 웃었다.

파출소 한 구석, 차렷 자세를 취한 채 전방 15도를 보고 있는 최재수의 가슴을 말없이 밀치는 오택수 경위.

‘저 형님이 이때 여기 계셨구나.’

오택수 경위는 제법 유명하다.

경찰대를 졸업한 선배지만, 워낙 꼴통이라 도통 진급을 못하는 미친개.

서울에서 형사일 하는 사람치고 오택수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경찰은 없다고 봐야 했다.

종혁도 오택수와 한두 달 정도 합을 맞춰 본 경험이 있었다. 왜 두 달이냐면 그 두 달 만에 사고를 거하게 친 오택수가 징계를 받아 파출소로 전출됐기 때문이다.

덥썩!

이경숙이 종혁의 팔목을 잡는다.

"사인 다 했으면 소장님께 인사드리러 가자. 지금쯤 출근하셨을 거야."

"좀 늦게 출근하시네요?"

"얼마 전에 허리를 삐끗하셔서 물리치료 받고 오시거든."

"아."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파출소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신고합니다. 경위 최종혁은…… 어?"

"오, 왔어? 출근 첫날부터 한따까리 했다며?"

종혁은 당황했지만, 소장 아니 풀문 나이트클럽 연예인 마약 사건과 4인조 망치 뻑치기 사건에서 합을 맞췄던 남대문서 반장이었던 장철호는 푸근히 웃었다.

"아니, 반장님이 왜…… 설마?"

뭔가를 떠올린 종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정말 좌천당하신 거 아니시죠?"

"좌천은 무슨."

손을 저은 장철호 소장이 커피를 홀짝인다.

"그냥 폐암 때문에 폐 하나 잘라 내고 나니 더 이상 현장에서 버틸 수 없더라고. 그래서 자원한 거야."

"담배 좀 줄이시지."

"시끄러워, 인마."

"흠.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 연예인들의 소속사 혹은 그들과 연결된 권력자가 찍어 누른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몸은 어떠세요?"

"차라리 시골로 갈 걸 그랬나 봐. 어떻게 된 게 반장이던 시절보다 더 빡세냐?"

"하하."

"아무튼 우리 파출소에 잘 왔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잘해 보자."

"옙!"

"자, 그럼…… 내놔."

"네? 뭘요?"

"뭐긴 뭐야, 식대지. 넌 간부니까 15만 원이다."

식사 지원비라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일선 파출소.

아니, 경찰 전체가 거의 그렇다.

대한민국 경찰은 대한민국의 치안을 이렇게 힘들게 지킨다.

하지만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장철호 소장을 봤다.

"아니, 그걸 왜 소장님이 받아요. 총무님이나 계장님 없어요?"

"어, 휴가. 경숙인 총무 아냐."

이 시절 보통 파출소 살림은 남자보다 꼼꼼한 여자가 맡는 게 대부분이다.

"……에이."

종혁은 결국 백만 원 수표를 내밀었다.

"야, 잔말 말고 만 원짜리로 내놔. 거스름 돈 없어."

"저 환영회 하실 거잖아요. 거기에 보태 주세요."

"……그런 거면 땡큐지. 흐흐. 오늘은 목에 소기름 좀 바르겠는데?"

"남으면 원두커피도 좀 사 주세요. 저 믹스 안 마십니다."

"시끄러워. 그런 건 네 돈으로 사."

"어? 정말 그래도 됩니까?"

툭 던졌던 종혁은 눈을 빛냈다.

종혁이 굳이 첫 근무로 파출소를 택한 데엔 막아야 되는 그 사건 외에도 이유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이들, 파출소 경찰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다.

회사 혹은 조직, 이름조차 없는 그들.

‘놈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선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몰라.’

놈들을 수월하게 쫒으려면 무조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

또한 내 편이 많이 필요했다. 최대한. 아주 많이.

같이 쫒진 못해도 부당한 압력이 들어왔을 때, 한목소리를 내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치안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의 지지는 말할 것도 없다.

원두커피 같은 환경 개선은 그 첫 번째 일환이었다.

장철호 소장은 눈을 빛내는 종혁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큼. 위화감만 일으키지 마."

종혁이 얼마나 부자인지 아는 그.

그리고 부족한 예산에 참 많은 게 낡고 허름한 일선파출소.

그렇기에 차마 하지 말라는 소리는 하지 못했다.

씩 웃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업무 시작하러 가겠습니다."

"그래. 수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장실을 나선 종혁은 걸음을 멈췄다.

"저……."

종혁은 다가온 최재수를 빤히 봤다. 그의 뒤로 여자 순경 두 명이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 달?"

"예?"

"시보 시작한 지 몇 달 됐냐고."

"세 달 됐습니다!"

"아…… 그래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 종혁은 최재수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 사리 분간 못하는 시보에게, 그것도 이미 사수가 있는 시보 화를 내 봤자 괜한 감정 손해였다.

그리고 아무리 일선 파출소의 지지가 필요하다지만, 아닌 놈은 아니었다.

"어? 잠깐……."

뒤에서 화들짝 놀란 최재수가 다급히 불렀지만, 종혁은 무시했다. 그에 발을 동동 구르던 최재수는 이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씨발.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한편 오택수 경위를 찾은 종혁은 오늘 출근길에 사 온 간식을 내밀었다.

"아침엔 실례 많았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아. 아니야. 저 꼴통 새끼가 잘못한 건데 뭐. 어휴, 저 꼴통 새끼.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크큭.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어쩌겠어. 저런 놈도 한 명의 경찰로 키워야 하는 게 사수로서의 역할인데."

미친개가 했다곤 생각할 수 없는 올바른 말.

하지만 종혁은 놀라지 않았다.

‘이 형님 성격 여전하시네.’

미친개, 꼴통이라 불리는 건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다.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너무도 크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건 절대 타협하지 않는 성격.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오택수 경위는 ‘어라?’ 하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방금 전 대화가 꽤 매끄러웠던 탓이다.

고슴도치 같은 제 성격을 알고 있는 오택수 경위로서는 의아할 일.

그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종혁을 빤히 봤다.

‘이놈 뭐지?’

어째선지 굉장히 친숙하다.

오늘 처음 만난 건데.

"그런데 나 안 불편해? 나 마스크 별로인데?"

"제가 아는 형사님들과 비교하면 천사 같으신데요?"

"아, 그건 맞지. 내가 걔들보단 미남이지. 그런데 뭔 이런 걸 사 왔어. 지금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종혁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두 알려진 상태다.

사건 해결도 해결이지만, 1년에 경찰에 몇 억씩 기부하는 재력가의 아들.

종혁이 생도 시절부터 한 돈지랄(?)은 그냥 유명했다.

이렇게 돈도 많은데 앞으로 엘리트 코스까지 밟을 어린 경찰 간부다. 솔직히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래서 말이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살짝 날카롭게 나갔는데 종혁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제가 좀 곱게 자라서 아무거나 못 먹거든요."

"……풉!"

"푸핫!"

종혁은 웃었으면서도 곧 정색하며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며 쳐다보는 오택수 경위와 다른 경찰들을 향해 씩 웃어 줬다.

"앞으로 우리 파출소 간식은 제가 책임질 테니 맡겨만 주십시오. 충성, 충성."

"아니, 그럴 필요는……."

"먹자골목에서 폭력 사건 발생. 인원은 7명.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로 보인다. 인근 순찰차 출동 바람."

모두의 시선이 뒤에 앉아 있던 40대 경장에게로 향했다가 한숨을 쉬었다.

사건이었다.

"경찰대 수석, 민원 업무 시작 전에 한따까리 어때?"

"뭐해요. 안 가십니까?"

"푸하핫. 그래. 가자, 가. 야, 최꼴통! 뭐해, 이 새끼야!"

그들은 사건 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파출소에서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   *   *

무전을 통해 사건의 내용 보강이 이뤄졌다.

폭력 사건이 아니라 그냥 십대 양아치들이 같은 학교 학생의 돈을 갈취하는 소위 삥을 뜯는 사건이었다.

달달달!

뒷좌석에 앉은 종혁은 보조석에 앉아 다리를 떠는 최재수를 심드렁히 응시했다.

일견 평온해 보이지만 흥분에 젖어 있다.

‘3개월 차라고 하지 않았나?’

파출소 근무 3개월이면 쓴맛, 단맛, 똥맛 다 겪고 어느 정도 차분해져야 맞는 시기다.

‘……하긴, 뭐 시보니까.’

고작해야 약 1년 정도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시보로서 현장에 배치됐다. 경찰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사건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시기다.

게다가 한창 혈기 넘칠 20대.

거기까지 생각한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건 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회귀 전 종혁 본인은 최재수보다 더 답이 없었다.

고개를 저은 종혁은 입을 열었다.

"아, 전 저 앞에서 세워 주십시오."

"응? 왜?"

"누군가는 퇴로를 확보해야죠. 순 17 지원 가겠습니다."

"……관내 지도를 고새 다 외웠어?"

"발령지 정해지고 몇 바퀴 둘러봤습니다."

"역시 수석답네. 준비성이 크! 누구랑 참 달라. 응?"

최재수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코웃음을 친 오택수는 차를 세웠다.

"오케이. 이따가 보자고."

"옙. 다치지 마십쇼."

경찰차에서 내린 종혁은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순 31, 순 17 지원 종발. 순 31. 순 17 지원 종발."

순 31. 종혁에게 배정된 번호이고, 지원 종발은 순 17을 지원하기 위해 출발하겠다는 뜻이다.

"자, 그럼 가 볼까?"

통통 제자리에서 뛴 종혁은 그대로 땅을 박찼다.

바람이 매섭게 부딪쳐와 산산이 부셔져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달리던 그는 곧 먼저 순찰을 나가 아침에 보지 못했던 경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종혁 경위입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못 보던 경찰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던 순경과 경사가 환하게 웃으며 거수경례를 한다.

"잘 오셨어요. 순경 김상혁입니다."

"경사 박주철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들은 골목 안으로 진입했다.

신고가 접수된 장소의 골목길과 연결된 골목.

그쪽에서 도망을 친다면 무조건 이쪽으로 오는 수밖에 없다.

"택수 형님은 저쪽으로 가셨습니까?"

"예. 곧 올……."

타다다다다닥!

"씨발! 왜 짭새가!"

"몰라! 튀어!"

굽이쳐진 골목 안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양아치라서 그런지 양반은 아니네요."

"풉!"

몸을 들썩이던 둘은 묘한 눈으로 종혁을 봤다. 새로 부임한 초임 간부는 아무래도 꽤 유쾌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떻게 하실래요?"

‘음?’ 왜인지 두 경찰의 눈에 기대하는 눈빛이 번진다.

의아해하던 종혁은 피식 웃었다.

‘신고식인가?’

어쩌면 그냥 실력을 알아보자는 의미일 수 있다.

앞으로 반년 넘게 함께해야 되기에 등을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실력 테스트.

이에 종혁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아이구. 맡겨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종혁은 어깨를 돌리며 앞으로 나섰고, 점점 커져 가던 발소리는 곧 제 주인들을 드러냈다.

"으악!"

"씨발!"

깜짝 놀라 멈춘 범인들.

종혁은 기대감이 더 차오른 경찰들의 시선을 느끼며 팔을 들어 까딱였다.

"야. 이리 와, 이리 와."

"풋!"

등 뒤에서 들리는 반응에 씩 웃은 종혁은 일진들을 쭉 둘러봤다.

"니들이 올래? 내가 갈까? 튀는 건 너희들 자유인데, 한 놈이라도 잡히면 다 뒤지는 거다."

그러며 쥐어지는 우악스럽게 큰 주먹을 본 일진들은 울상을 지었다.

"……씨발."

일진들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 순간.

타다다닥!

"헉! 헉헉! 야-!"

종혁은 코피를 흘리며 나타나는 최재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넌 또 왜 다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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