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39화>
현장에 도착하자 싸한 냄새가 났다.
피나 분변 냄새가 아니라 살인 사건 현장 특유의 날카롭고도 음산한 분위기.
언제나 불쾌하기 짝이 없는 냄새, 살인사건 현장은 언제나 달갑지가 않았다.
복도식 아파트의 807호에 쳐진 폴리스 라인을 넘자 다른 형사들과 있던 권순호 경사가 종혁을 반겼다.
"왔어? 술 마셨네?"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이놈이랑 연말이라 한잔했습니다. 현석아, 인사드려. 이쪽은 본청 프로파일링수사과의 권순호 대장님과 장복순 순경."
"안녕?"
프로파일링수사과도 드디어 인력 충원이 됐다.
무로이와 미하일이 연수를 받고 떠난 이후다.
살인 사건이라고 눈을 빛내며 따라왔지만, 살인 사건 현장의 분위기에 짓눌려 하얗게 질려 있던 현석이 당황하며 거수경례를 했다.
"경찰간부후보생도 강현석!"
"어이구, 첫 경험을 살인 사건으로 하네."
하얗게 질린 모습이 안쓰럽지만, 구토를 하지 않는 게 대견했다.
비록 시신은 치워진 상태지만, 살인 사건 현장 특유의 분위기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견딜 수 없었다.
분명 살인 사건 현장이 처음일 텐데도 태연한 종혁이 별종이었다.
권순호는 다른 형사들을 소개시켰다.
웬 어린놈이 술 냄새를 풍기며 현장에 들어오기에 짜증을 냈던 형사들은 이내 곧 반색했다.
용산구 빈집털이 사건과 아내 독살미수 사건을 조기에 해결한 생도의 존재에 대해선 제법 들어 봤기 때문이다.
기수를 씹어 먹을 괴물이라는 말이 자자했다.
"이쪽은 최초 발견자이시자 피해자의 남편인 구성훈 씨."
"제발, 정말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을 잡아 주세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초췌한 남편이 종혁의 손을 강하게 붙든다. 종혁은 그 손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에 낯빛을 굳히며 권순호를 봤다.
"어떻게든 오고 싶다고 하셔서."
이래서 살인 사건 현장은 달갑지 않은 거다.
꼭 미리 막지 못한 경찰의 잘못 같아서.
자신의 몸이 여러 개였다면, 자신이 더 많은 범죄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아려 왔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나 더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이 사건의 범인이 면식범이라서.
종혁이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범인은 피해자의 가족 중 한 명이었다.
즉, 이 남편도 용의자였다.
빌어먹게도.
‘조금만 더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쩔 수 없었을 거다.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범인이 누구라고 말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종혁은 일그러진 남편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예. 꼭 그러겠습니다."
아직 생도임에도 단단한 종혁의 모습에 형사들은 놀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남편은 작은 희망을 얻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남편분의 협조가 정말 필요합니다."
종혁은 남편을 안방으로 이끌었다.
발견 당시 시신의 자세를 기록한 하얀 테이프, 아니 남편 입장에선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 아내와 자식들의 시신이 남편의 눈에서 사라진다.
남편을 침대에 앉혀 둔 종혁은 화장실에서 치약으로 대충 가글을 한 후 남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쳤다.
"괴로우시겠지만 발견 당시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종혁아, 그건 이 사건 파일로……."
장복순을 눈짓으로 말린 종혁은 남편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남편은 아직 범인이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 줘야 했다.
그런 종혁에게선 어느덧 베테랑 형사 특유의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오?’
권순호와 형사들은 눈을 빛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거짓된 증언은 거듭 말할수록 파탄을 드러내지만, 진짜 증언은 거듭 말할수록 보다 자세한 진실이 나온다는 걸.
"장 순경님, 현석이랑 따뜻하게 마실 것 좀 만들어 주세요."
"으, 응."
밖으로 나간 그들이 곧 머그컵에 따뜻한 커피를 들고 오자 종혁은 그걸 남편의 손에 쥐여 주었다.
목으로 뭘 넘길 수가 없는 남편은 거부했다.
그러나 종혁은 더 힘을 주었다.
"먹고 힘내셔야 같이 범인을 잡죠."
울컥!
같이 범인을 잡자.
그 말이 남편에게서 사라졌던 의지를 다시 가져왔다.
그는 머그컵에 담긴 갈색의 믹스커피를 봤다.
"……참 싫어했던 건데."
그러나 아내가 그토록 좋아했었다.
식사 후엔 꼭 물 대신 호호 불어 마시던 아내.
입술을 깨문 그는 종혁의 눈을 봤다. 그의 눈은 방금 전과 달리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틀 전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전 현관문이 잠겨 있기에……."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내가 나오지 않자, 그는 근처에 사는 처제에게 혹시 아내와 함께 있냐며 연락을 했다.
"그러자 처제가 아니라고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며 달려오더군요."
‘흠?’
"처제와 아내분이 많이 친하셨나보군요."
"남편인 제가 질투를 느낄 만큼 죽고 못 살았죠.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항상 붙어 자랐고, 커서도 근처에 살았으니까요."
어렸을 땐 여느 자매처럼 싸웠다지만 지금은 정말 친했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 주세요."
"예. 아무튼 서로 어디 갈 곳 없냐며 다시 연락을 해 보자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은 방 창문이 잠기지 않은 걸 발견했습니다."
"남편분이요?"
"처제였습니다."
"흠…… 작은방 창문은 언제나 열려 있나요?"
남편은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겼다.
종혁은 그런 남편의 표정 변화를 빤히 살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방범창을 달아 놓긴 했지만……."
종혁은 표정을 굳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 주세요."
"그렇게 창문을 열더니 손을 집어넣어 제 아내의 핸드백을 꺼내고, 그 안에서 열쇠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들어가자……."
종혁은 급격히 빛을 잃어 가는 남편의 눈에 그만하셔도 된다고 다독였다.
"부디…… 제발 부디!"
"예, 그럴 겁니다. 그러기 위해 온 거고요."
남편의 손을 꼭 잡은 종혁은 몸을 일으켜 안방을 빠져나왔다.
형사 한 명은 안에 남았다. 이런 일을 당한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는 건 매뉴얼이었다.
따라 나온 권순호가 사건 파일을 내밀자, 종혁은 천천히 그것을 훑었다.
"피해자에게 우울증 등 정신질환 증세는 없었고, 유서도 없었군요. 대인 관계도 원만하여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없었네요."
자식에겐 좋은 엄마, 남편에겐 좋은 아내. 현모양처.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는 평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래. 그래서 자살로 위장한 타살에 초점을 맞춰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거고."
"……남편에게 원한이 있었을 가능성은요?"
날개 달린 녹색 신발을 로고로 사용하는 유명한 채팅 사이트, 버디프랜드.
피해자의 남편은 그곳의 전무였다.
"아무래도 한 기업의 전무이니 엮일 만한 사람도 많을 테고, 그쪽도 조사 중이야."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건 파일을 다시 한번 살폈다.
치마를 덮어쓰고 목에 올가미가 조여진 채 거실 방바닥에 쓰러져 사망한 아내.
4살짜리 딸은 보자기가 목에 둘러진 채 작은 방에서, 16개월 아들은 얼굴에 비닐봉투가 씌워진 채 발견됐다.
다행이 아들은 기적적으로 살았는데, 의사 소견이 일시적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거라고 했다.
의사가 말하길 정말 기적이라고.
그 어린 것이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친 거다. 다만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은 시간이 길어서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후우……."
끔찍한 내용의 사건 파일을 덮은 종혁은 이번엔 현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범창살은 훼손되지도 않았다.
현관문도 안과 밖 모두 억지로 조작한 흔적도 없었고, 아파트 8층이라 창밖에서의 침입도 불가능했다.
즉, 범인이 마치 연기처럼 증발했단 소리다.
"확실히 밀실 살인이라 부를 만하네요."
범인은 역시 기억대로 면식범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발견 당시의 집안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그래도 와…….’
가히 미궁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다.
막막했다.
거슬리는 점이 몇 개 있긴 한 데, 아직 확신할 순 없었다.
‘이걸 자세히 기억했어야 했는데!’
강력반으로 간다고 한창 정신이 없었을 때였다.
한숨을 쉰 종혁은 작은방을 봤다.
4살 딸이 발견된 작은 방.
핑크색 그네가 봉에 매달려 걸려 있다.
꺄르르 웃으며 그네를 탔을 작은 소녀.
그 환상이 오버랩되자 목이 막혀 왔다.
"……일단 작은 방부터 보죠."
종혁은 방문이 열려 있는 작은 방으로 향했다.
핑크색 이불 위에 쳐져 있는 하얀 테이프.
딱 곱게 누운 작은 아이 형태다.
당시 사진을 본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교살이죠?"
"정확한 건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판단돼. 아들은 비닐봉지로 질식시키려고 했고."
종혁은 침대 주변의 벽을 살폈다.
‘도망치다 반항한 흔적은 없고.’
있다면 누운 채 발버둥 친 흔적밖에 없다. 이불에 난 주름이 그랬다.
누운 채 보자기에 목이 졸려 죽은 거다.
종혁은 머리가 있었을 부분을 쓸어내렸다.
"널 그렇게 아프게 한 사람이 누군지 봤겠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울컥!
"크흡!"
장복순과 현석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종혁은 고개를 돌려 핸드백이 있었던 자리를 봤다.
침대 옆 서랍장 위.
창문 밖에서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
"음?"
고개를 모로 기울인 종혁은 이번엔 작은 방을 둘러봤다.
전형적인 어린 소녀의 방이다.
그래서 뭔가 이질적이었다.
종혁은 사건 파일을 넘겨 핸드백 사진을 봤다.
약간 낡아 보이는 명품 핸드백.
"흠……."
권순호 경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좀 이질적이라고 느끼는구나?"
"좀이 아니라 엄청 이상하네요."
"그래?"
"예. 잠시만."
작은 방을 나선 종혁은 복도로 나가 창문 앞에 섰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보이네."
하얀 테이프가 보인다. 거의 신체의 절반 정도가.
그러다 아차 했다.
"아, 처제의 키가 얼마나 되죠?"
"한 160센티? 아마 그 정도 될 거야."
뭔가를 기대하는 형사의 답변에 종혁은 장복순을 불렀다.
"안으로 손을 뻗어서 핸드백을 잡아 봐요."
장복순은 의아해하면서도 꼼지락거리며 좁은 방법 창살 틈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스톱. 지금 뭐가 보여요?"
힘겹게 방법 창살에 얼굴을 들이민 장복순이 눈을 돌린다.
"……어?"
"현석아, 안에 들어가서 아내분이 누워 있던 곳에 누워 봐."
"예? 예, 행님!"
우당탕 달려간 현석이 누웠다고 외치자, 종혁은 장복순을 향해 문 쪽을 보라고 말했다.
"어어?"
뭐가 보이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종혁은 다시 사건 파일 속 현장 사진과 기록을 다시 살폈다.
그러자 거슬렸던 모든 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며 하나의 그림을 그렸다.
종혁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니미 개씨부랄 것."
진짜 개씨발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 * *
경찰서의 조사실.
긴 생머리에 눈썹과 눈초리가 내려가 순해 보이는 외모의 여성이 앉아 있다. 이번 밀실사건의 최초 발견자 중 한 명이자, 피해자의 동생인 서우희다.
참고인 조사란 말에 경찰서를 찾은 그녀는 어깨를 약간 움츠린 채 신기하단 눈으로 조사실을 둘러봤다.
이런 곳에 처음 와 본 사람 특유의 반응이다.
똑똑!
노크를 한 권순호 경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서우희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권순호 경사입니다. 밖이 많이 춥죠?"
권순호 경사는 코트와 장갑을 낀 그녀에게 코코아를 내밀었다.
"괘, 괜찮아요. 그보다 저희 언니는요! 언니를 죽인 범인은 잡았나요?!"
흔들리는 초췌한 눈과 혈색이 부족한 입술.
언니를 잃은 심적 충격에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권순호 경사가 눈을 깔았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서우희 씨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네! 그 나쁜 놈만 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요!"
"감사합니다."
권순호는 지금부터 말하는 모든 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동의를 얻었다.
"그럼 다시 최초 발견을 했을 당시의 상황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네."
심호흡을 하고 코코아를 마신 그녀는 그때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다.
"제가 형부의 연락을 받고 언니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입에서 당시의 목격담이 흘러나왔다.
한편 조사실의 매직미러 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종혁을 형사들이 맞이했다. 그들의 눈이 기대에 빛났다.
"어때?"
"어떻긴요. 당연히……."
종혁은 매직미러 밖 조곤조곤 설명하는 서우희를 빤히 보았다.
목격담을 모두 들은 권순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전과 똑같군요."
"당연하죠. 혹시 뭐 다른 게 발견됐나요?"
권순호는 눈을 빛내는 그녀를 향해 사람 좋게 웃었다.
"아뇨. 그런 건……. 그보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방금 전 형부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달려가셨다고 했는데,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잠깐 어디 나간 걸 수도 있잖아요."
"아! 그게……."
서우희는 우물쭈물 망설였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더 푸근히 웃는 권순호의 얼굴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
"언니가…… 우울증이 있었어요. 산후우울증이요."
권순호는 화들짝 놀랐다.
매직미러 뒤에 있던 형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병력이나 기미는 없던 것 같던데……."
"그럴 수밖에 없죠.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 정신병자처럼 보이잖아요."
몸을 앞으로 내민 서우희가 목소리를 낮춘다.
권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혁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이 대중화(?)된 미래라면 몰라도 지금 이 시기에 정신병이 있다면 거의 전염병에 걸린 사람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맨날 죽고 싶다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고…… 흑!"
"음. 그래서 그렇게 달려오셨던 거군요."
서우희는 권순호가 건네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봐요. 형사님, 이건 절대 형부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형부가 알면……."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작은 방 창문을 열어 핸드백을 꺼내고 그 속에서 열쇠를 찾으셨는데, 서정희 씨가 원래 스페어 키를 거기다 두셨나요?"
서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이, 그러니까 언니가 첫째를 낳고 나서 건망증이 생겼거든요."
"산후후유증이 생기셨군요."
"네, 맞아요. 산후후유증! 그래서 그렇게 보관하더라고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그걸 아는 사람이 서우희 씨 말고 또 있나요?"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대각선으로 올라간다.
"음. 일단 형부도 있을 테고, 엄마도 알아요. 아마 사돈분들도 아시겠죠? 그 외에는…… 잠깐, 설마 저를 의심하는 건가요?!"
"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서우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자 권순호는 머리를 긁었다.
"그럼 그 핸드백을 꺼낼 때 보신 건 없나요?"
너무나도 비좁은 방법 창살.
그곳에서 핸드백을 꺼내려 했다면 분명 손쉽지 않았을 터.
핸드백을 꺼내는 과정에서 방 안을 살피기엔 충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네? 뭘요?"
그녀는 의아해했지만, 권순호는 순간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조카. 조카의 발과 언니의 머리 일부분이 보이지 않던가요?"
"네에?!"
그녀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이 사건의 범인은 바로 서우희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