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35화>
철썩, 철썩!
파도가 치는 새벽 바다를 가로지르던 거대한 그림자, 아니 화물선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 멈춘다.
그러자 불을 끈 채 바다 위에 떠 있던 낚싯배 한 대가 다가가며 불을 켠 손전등을 흔들었다.
화물선 갑판에서도 불빛이 깜빡인다.
"우리가 약속한 건 여기까지요. 수고하셨소."
갑판 위, 덩치 큰 러시아 노인이 손을 내밀자, 모자와 마스크를 쓴 김 대리가 그 손을 맞잡았다.
다른 직원들도 같은 차림이다.
"덕분에 편히 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말고 다른 사람도 있던 것 같던데, 약속과 틀리지 않습니까?"
"이 큰 배에 당신들만 태울 수 있나. 기름값 아깝게. 양양에서 내릴 사람들이니 신경 끄시오."
혀를 찬 김 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소란을 피워 봤자 손해를 보는 건 자신들이다. 선원들이 죄다 AK 소총을 들고 있기에 김 대리는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언제든 또 이용해 달라고, 동지들."
피식 웃으며 돌아선 그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낚싯배에 몸을 실었다.
"출발합시다."
누가 봐도 의심스런 옷차림이지만, 애초부터 불법인 일이라 호기심을 끈 선장은 배를 출발시켰다.
오늘 이 근처로 해경이 순찰을 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선장은 화물선에서 멀어지자마자 전속으로 달렸다.
부아아아앙!
배가 파도를 가르며 육지로 향했다.
두두두…… 둥.
엔진을 끈 배가 작은 선착장에 정박한다.
"오느라 수고하셨소. 여기 이것들 챙겨 가시고."
불이 죄다 꺼진 작은 마을의 선착장에 멈춰 선 선장이 낚시가방 두 개를 던졌다.
물고기 비린내가 가득하고 더러운 낚시가방.
"단속은 없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마을에 불이 꺼졌다고 해도 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서비스가 좋군요."
"받은 만큼 하는 거지. 또 이용해 주쇼."
고개를 끄덕인 김 대리는 배에서 내려 선착장 입구 옆에 세워진 검은색 승합차로 향했다.
회사에서 미리 보내 놓은 차다.
그 순간.
드르륵!
갑자기 승합차의 뒷문이 열렸다.
몸이 굳는 그 찰나의 순간에 온갖 생각을 다 하던 김 대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 과장님?"
"왔냐? 수고했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
"과, 과장님이 여길 어떻게?"
본래 예정된 계획은 이 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서 과장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저녁 갯바위낚시를 하기 위해 외지의 낚시꾼들이 타고 온 걸로 꾸민 차량을 타고.
"타지에서 고생한 내 새끼인데 마중은 나와야지. 고생 많았다, 김 대리. 아니, 정석아."
"과장님……."
울컥한 김 대리는 숨을 깊게 마셨다.
그는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감추고자 말을 돌렸다.
"큼. 그런데 분위기가 싸하네요."
"밤에 오는 시골 선착장이 다 그렇지, 뭐. 가자. 얼른 가서 얼큰한 국물에 소주 한잔해야지."
"국물!"
러시아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괴로웠던 건 아무래도 음식이었다. 정말 얼큰한 알탕에 소주 한잔이 간절했었다.
김 대리와 다른 직원들의 침이 꼴깍 넘어갔다.
"뭐야, 반응들이 왜 이렇게 격해? 김치나 장 같은 거 많이 보내 줬잖아."
"그래도 직접 식당에서 먹는 것만은 못하죠."
"오, 그러면 내가 이걸 사 오길 잘한 것 같네. 이것도 그리웠지?"
과장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뒷좌석에 있던 커다란 보온병을 꺼내 내용물을 보여 줬다.
"……아, 믹스커피는 많이 마셨는데."
한국산 캔커피의 영향 때문인지 러시아 마트에선 믹스커피도 팔았다.
"닥쳐. 그냥 처먹어."
"하하, 옙!"
김 대리와 세 명의 직원들은 미지근한 믹스커피를 단숨에 원샷 했다.
"크-!"
분명 러시아에서도 많이 마신 믹스커피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단지 몰랐다.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이 웃은 과장은 운전석에 올라탔다.
"다들 오느라 수고했으니 운전은 내가 할게."
"예? 아, 아뇨. 제가……."
"됐어, 인마. 뒤에 타기나 해. 괜히 보조석에 졸지 말고. 나 그런 예의 없는 짓 용납 안 하는 거 알지?"
"……죄송합니다."
솔직히 화물선 구석에 숨어서 오느라 힘들었다.
거기에 커피까지 마시자 몸이 나른해졌다.
아무래도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 때문인지도 몰랐다. 커피가 달았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몽롱하게 웃은 그들은 뒷좌석에 올라탔고, 과장은 차를 출발시켰다.
부우우우웅!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드르렁! 커어어!"
코골이 소리만 가득한 차 안.
천근만근인 눈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던 김 대리가 갑자기 서글피 웃었다.
"과장님."
"왜?"
"오늘……저 은퇴당하는 겁니까?"
움찔!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자, 인마."
‘헛소리가 아니잖아요.’ 정신이 너무 몽롱하다. 잠을 깨려 허벅지를 꼬집는데도 깨기는커녕 더 몽롱해진다.
몸에 감각도 없다.
‘그 커피겠지.’
믹스커피에 약을 탄 거다.
그러니 같이 온 직원들도 모두 골아떨어진 거다.
왜냐는 의문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조직에서 은퇴를 시킨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래도 과장님이 은퇴시켜 줘서 다행이네. 부디 조금만 괴로워하세요.’
"과장님."
"왜?!"
김 대리는 웃음은 더 짙어졌다. 삑사리가 났기 때문이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래. 잘 자라. 좋은 꿈 꾸고."
‘네. 정말 안녕히…….’ 김 대리는 대답도 못한 채 목이 꺾여 잠들었다.
"드르렁!"
등 뒤에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에 과장은 이를 악물었다.
"바보 같은 놈…… 욕심이 났으면 그런 실수라도 하지를 말지."
과장은 담배를 물며 창문을 내렸다.
거리에서 주웠지만 자식처럼 키운 김 대리. 아니, 정석이.
가슴이 너무 쓰려 담배가 고팠다.
차는 그들 조직의 강원도 수련원으로 향했다. 대리 정도는 달아야 겨우 사용 용도를 알게 되는 소각장으로.
과장은 저 뒤에 꼬리를 단 채 그곳으로 향했다.
* * *
"으드드드드!"
커다란 화물선의 위.
기지개를 편 종혁이 김 대리들을 태운 채 멀어지는 낚싯배를 응시하며 담배를 물었다.
‘이 짓은 또 처음이네.’
밀수 및 밀항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해경의 도움을 빌린 적은 있어도, 밀항선을 타고 국경을 넘은 적은 처음이었다.
탕캉! 탕캉!
구두가 철판을 밟는 소리를 내며 나탈리아가 다가왔다.
뒤를 돌아본 종혁은 담배를 깊게 빨았다.
철컥! 철컥!
어깨에 걸친 붉은색 코트를 흩날리는 나탈리아와 선장 등 선원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러시아 요원들.
검은 옷에 검은색 방탄조끼, 헬멧을 쓴 특수 부대다.
방금 전 김 대리를 상대할 때와 달리, 잔뜩 겁을 먹은 선장과 선원들이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냥 마피아인 줄 알았더니!’
러시아에서 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는 러시아 마피아 일당인 줄 알고 태웠는데,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돈을 내밀기에 숫자가 많아도 대수롭지 않게 태웠는데 저승사자였다.
‘KGB!’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SVR, FSB 따위로 불리는 러시아의 악몽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가방이라도 검사할걸!’
이들이 들고 타던 가방이 크고 무거워 보이기에 돈이나 총기류 따위가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선장.
배 안에서 허튼짓하면 바다에 던져 버리겠다고 경고만 하고 신경을 껐던 선장은 소음기를 단 총구를 보며 절망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본국으로 귀환하면 처벌을 받겠죠."
오늘 한국에 들어올 러시아 경찰들이 부산경찰청 형사들과 공조를 이루어 검거한 후 러시아로 압송할 거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탈리아는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다로 던졌다.
부아아앙!
저 멀리서 라이트를 끈 배가 다가와 화물선 아래에 섰다.
"부산까지 잘 안내해 드려."
척!
거수경례를 했다가 다시 선장들에게 총구를 겨눈 요원들을 뒤로한 종혁과 나탈리아는 늘어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부장님. 그리고 최."
고개를 끄덕인 나탈리아는 다시 담배를 물었다.
"상황은?"
"과장이라는 자가 움직였습니다."
움찔!
종혁과 나탈리아는 서로를 봤다. 둘의 입술은 어느새 비틀려 있었다.
"먹이를 물었네요."
"예. 물었네요, 완벽하게."
징벌 마을에 있던 요원들은 종혁이 제시한 의견에 따라 김 대리의 컴퓨터에 작은 수작을 부려 놓았다.
김 대리가 어떤 파일을, 예를 들어 결산 내용 파일을 저장하면 그 숫자가 미묘하게 달라지게끔 말이다.
달라져 봤자 1루블, 10루블. 많게는 100루블 단위로. 단순한 계산 착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단위만 바꿔지게끔.
하지만 이게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때부턴 그 어떤 조직이라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돈에 미친 이놈들이라면 더 그렇겠지.’
대전 어린이 사건 때 돈을 회수하고자 그 어린 것을 죽이려 들 만큼 돈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 놈들이다.
그런데 조직의 일원 중 한 명이 돈을 착복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처음 한 번은 실수 한 것 같다고 피드백을 줬겠지.’
하지만 그 이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과장이란 존재는 그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않았다.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조작을 했는데도.
그런데…….
"결국 이날을 위해 입을 다물고 있었나 보네요."
이제 과장은 종혁이 예상한 대로 김 대리가 착복한 돈이 어디 있는지 김 대리를 추궁을 하기 위해 어딘가로 향할 것이다.
종혁은 필터까지 탄 담배를 바다로 던졌다.
"출발하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 *
부우웅!
강원도 깊은 산골의 한 수련원으로 승합차가 들어선다.
입구에서 수색을 받은 승합차는 넓은 잔디 운동장 옆에 난 길을 따라 올라가 새벽임에도 불이 켜진 커다란 3층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
그러자 입구에서 덩치 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뒷문을 열고 김 대리들을 끌어냈다.
그들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운전석 문을 열고 나온 과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 달빛조차 찾을 수 없는 새벽하늘이 마치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딱! 딱!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나온 70대 노인이 푸근히 웃자 과장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 수련원, 아니 연수원 및 소각장의 주인.
그들 조직의 간부는 아니지만, 고위 간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미리 연락드렸던 서울 3지부 영업 4팀 정지만 과장입니다. 늦게 도착해서 죄송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김 대리의 얼굴을 보고자 속도를 늦췄다.
"아닙니다. 딱 맞춰서 오셨습니다. 어느 지부와 다르게."
과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간 큰 지부도 있습니까?"
"예. 몇 달 된 일이지만 리셋을 예약한 어떤 지부가 그러더군요."
"으음."
조직의 연수원이자 은신처이며, 성형으로 인생의 리셋을 준비하는 장소이기도 한 이곳.
-칙! CCTV 이상 없습니다.
작은 불쾌함을 내보였던 노인은 귀에 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말에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 좋게 웃었다.
"이제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과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김 대리는 이곳에서 빼돌린 돈의 행방을 추궁받은 이후, 그가 살았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다.
과장은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감추고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편히 보내 드릴 테니."
딱! 딱!
과장은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을 응시하다 몸을 돌리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부장님. 영업 4팀 정 과장입니다. 지금 김 대리와 지원부 직원들, 러시아 파견 직원 모두 연수원에 넘겼습니다. 예, 그럼 내일까지 남은 팀원들과 함께 복귀하겠습니다. 통장도 함께. 예."
전화를 끊은 과장은 다시 승합차에 올랐고, 차는 연수원을 빠져나갔다.
한편 높다란 잡초 풀 사이에 숨어 적외선 쌍안경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2차선 도로를 응시하던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이건 예정에 없던 상황인데……."
안가나 아지트로 김 대리를 데려갈 건 예상했지만, 그 장소가 이런 강원도 산골일 거라곤 예상 못했다.
국도를 달리다 옆으로 빠지고 저쪽으로 꺾고, 그러다 결국 도착한 이곳 사거리.
우회전을 해서 놈의 뒤를 쫓아야 하는데, 핸들을 돌릴 수가 없었다. 20미터 앞,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빨간 불빛 때문이었다.
‘이런 길에 CCTV가 있다고?’
라이트를 끄고 미행하느라 발견할 수 있었던 CCTV의 빨간 불빛. 가로등조차 없는데 CCTV는 있다.
고속도로 과속 카메라조차 듬성듬성 있는 이 시기에.
어떻게 생각해 봐도 이상했다.
아니, 치밀했다.
이럴수록 이 길의 끝에 있을 장소가 그 조직에 중요하단 걸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차들을 뒤로 쭉 빼서 일단 숨긴 후 이렇게 잡초 풀에 숨어 대기 중이었다.
"이걸 따? 말아?"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김 대리를 바로 죽이진 못해.’
김 대리는 자신이 보낸 파일 속 숫자가 달라진 걸 모른다. 징벌 마을에서 파일을 열면 원래 저장한 숫자로 나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징벌 마을의 요원들이 김 대리들의 컴퓨터에 깔아 놓은 건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니 김 대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런 적이 없다’다.
혹여 고문을 받는다고 해도 그런 적이 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럼 이 과장이란 놈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몇 개 없다.
계속 추궁을 하든지, 아니면 그 아지트에 있을 누군가에게 맡긴 후 원래 있던 수원의 사무실로 향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네 위에 있는 놈에게로 향하든지."
김 대리를 마중 나온 놈이 김 대리에게 과장님으로 불렸다.
대리와 과장.
사원, 지원부, 파견 직원.
그들은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이들이 정말 회사의 직급 체계를 따른다면 위에 부장, 사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니, 있다.
부장이란 존재가.
나탈리아가 수원에 있는 놈들의 사무실을 알아낸 후 도청을 하다 겨우 알아냈다. 과장 위에 부장이란 존재가 있다는 걸.
종혁이 노리는 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종혁에게 나탈리아가 다가왔다.
"떴어요. 이 길에 있는 건물이라곤 딱 하나뿐이더라고요. 이름 한빛 비즈니스 수련원. 소유주 김길상. 72세. 그런데……."
-칙!
나탈리아는 귀에서 들리는 무전 소리에 얼른 입을 다물었다.
-차가 그쪽으로 향합니다.
CCTV를 피해 도보로 추적에 나선 요원의 무전.
‘뭐? 이렇게 빨리?’
당황스러웠지만 종혁은 일단 다급히 몸을 낮췄다.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야?’
분명 김 대리와 다정하게 통화했던 과장이다.
그런 모습을 비추어 보면 이렇게 빨리 되돌아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을 준 사람이 배신했다면 그 이유를 듣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니까.
혹여 영화에서나 나오는 자백제 같은 걸 썼다 한들 이렇게 빨리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빛 비즈니스 수련원이란 곳에 김 대리들을 던지고만 왔다는 건데…….’
아님 그곳에 도착하기 직전 유턴을 했거나.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고작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최!"
나탈리아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2차선 도로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차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
어떡할 건지 묻는, 작지만 다급한 부름.
승합차의 뒤를 쫓을 건지.
아니면 한빛 비즈니스 수련원을 덮칠 건지.
이를 악문 종혁은 입을 열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