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27화 (12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27화>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 개나리와 진달래가 수줍게 봉우리를 맺는다.

"현석아!"

"행님!"

후다닥 달려오던 현석이 아차하며 멈춰 섰다.

그리고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한다.

"충성! 경찰간부후보생도 강현석!"

맑게 웃는 모습에 회귀 전 형사로서 첫 출근을 해 인사하던 강현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자 괜스레 울컥했다.

강현석은 그런 종혁을 보며 더 맑게 웃었다.

둘 사이에 뜨거운 열풍이 감싼다.

"그래. 잘 왔……."

"오빠야!"

후다닥! 퍼억!

2차 성징이 시작된 중학생 소녀의 베이비로션 냄새가 종혁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오빠야, 내 안 보고 싶었나?"

종혁의 품속에서 고개를 빼꼼 든 현희.

오늘따라 유독 빨간 입술에서 체리향을 풍긴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처럼 서운함이 가득한 발갛고 동그란 눈에 종혁은 그녀의 입술을 잡았다.

"으붑?!"

"이놈의 자식. 누가 화장하래, 어? 설날 때도 이러더니, 어?"

이게 아닌데라며 당황한 현희는 종혁의 손을 치며 살려 달라 발버둥 쳤다.

"킥킥. 가시나. 또 방해하더니만 꼴 좋데이."

현희는 현석을 죽일 듯 째려봤다가 종혁의 눈빛을 느끼곤 조신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 저!’

강철선과 그의 부인 미자는 한층 더 잔망스러워진 딸의 모습에 오늘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아따, 마. 전번에도 느꼈지만, 뭔 입학식에 사람이 이리 온기고. 군대 가나?"

"군대나 마찬가지죠."

1학년은 1학기 동안 한 달에 딱 한 번 외출이 허용된다.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돌아와야 하는 외출.

그래서 경찰대 입학식은 다른 대학의 입학식과 다르게 가족이 찾아온다. 이제 떠나보내면 반년 뒤에나 볼 수 있기에 함께 손을 잡고 온다.

강철선도 그런 의미로 찾아왔을 거다.

"서운하진 않으세요?"

내심 아들이 법대에 진학하길 바랐을 강철선.

아마 지금쯤 속이 말이 아닐 거다.

"응? 뭐가? ……아, 서운도 자석이 있어야 서운하제. 저 불효자 자석은 내 아들이 아이다."

"아버지요!"

"누구세요?"

"……와. 진짜 이라깁니꺼!"

"누구신데 계속 말을 거십니꺼? 거 젊은 사람이 초면에 으이? 그러지 마이소. 그라고 어데 갱찰 생도가 대한민국 검사한테! 으이?"

"하이고, 몬났다. 몬났어. 이제 좀 용서해 주면 안 됩니꺼. 예, 현석이 아버지?"

"현석이 아버지 아이고 현희 아버지다! 흥!"

현석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종혁은 웃음을 참았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가족이다.

아내의 질책에 투덜투덜 거리던 강철선이 종혁을 보자 흐뭇하게 웃었다.

"고맙데이."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이다.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닌 모를끼다."

평검사가 바로 부장검사로 점프했다.

줄을 잘 타는 것도 능력이라지만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런데 종혁 덕분에 다시 한번 능력을 입증하게 됐다.

연예계를 좀먹던 삼성클럽 일망타진.

이 한 번의 기획 수사로 인정을 받게 됐다. 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과 검찰총장을 구했다.

강철선의 동아줄이었던 검사장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고, 대검찰청의 중수부장은 서울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이 됐다.

강철선에게 차장검사까지, 아니 어쩌면 특수부장까지의 길이 깔린 거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 도착할 목적지. 승진 가도였다.

"모두 니 덕분이다. 증말 고맙데이."

"내도 고맙다, 오빠야."

"고마워, 종혁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강철선의 눈빛과 손을 꼭 잡아 오는 현희, 그리고 어머님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여기 있었군, 최 생도."

"충성!"

경찰대학교의 새로운 학장인 이종업 푸근히 웃으며 다가왔다.

본래 학장이었던 최기룡은 박노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경찰청장으로 임명되어 본청으로 향했다.

인사를 받은 이종업이 입을 뗐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예? 아, 옛!"

종혁은 이종업의 뒤를 쫓았다.

둘은 근처 잔디밭으로 향했다.

‘와. 종혁 선배 벌써 학장님과 일대일 면담이야?’

‘유명한 선배님세요?’

‘뭐? 최종혁 선배를 모른다고? 경찰대를 지망해 놓고도?’

경찰대 재학생들의 선망 어린 시선이 종혁을 따라붙었다.

"한 대 필래?"

"아니요.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담배를 물며 종혁의 위아래를 훑었다.

‘이 생도가…….’

최종혁.

경찰 고위 간부 중 이 이름 세 글자를 모르는 인물은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기숙사 건물 신설부터 시작해 최근의 용산 지하철역 분신자살미수 및 방화미수사건과 훈장까지.

현재 경찰 예산 증대에 한 목소리를 보태는 국정원의 피지컬 트레이너였다는 점도 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하루도 모자랄 업적들.

이걸 고작 경찰대학교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달성했다.

‘최 선배를 경찰청장으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생도.’

최기룡이 말했다.

"가만 놔두면 알아서 치적을 만들어 줄 거다."

‘……딱히 치적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흠.’ 그보단 무슨 일을 해도 지지해 줄 거라는 말이 더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뭘 하든 지지해 줄 거다라…….’

길고 길었던 경찰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지원한 경찰대. 즉, 경찰대는 그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 근무지였다.

보다 훌륭한 경찰 간부를 배출하고자 일부러 택한 근무지.

‘하지만 치열했지.’

경찰대 학장은 대부분 고위 간부가 은퇴하기 전에나 마지막으로 들르는 한직이다.

그런데 98년도부터 지금의 최기룡까지 총 다섯 명의 경찰청장 중 네 명이 경찰대의 학장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 의미가 좀 달라졌다.

여기에 종혁의 존재가 얹어졌다.

부산청의 청장까지 여기로 오려고 난리법석을 피울 정도였다.

"학장님?"

"아, 최근에 러시아에서 실무 실습을 하고 돌아온 이후 마음이 떴다면서? 그래서 작년 2학기엔 수업을 거의 안 들었고."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든 종혁은 좁혀지려는 미간을 억지로 폈다.

"그건 곧 개봉할 영화 자문 역으로……."

"아아, 그걸 뭐라 하려는 게 아니야. 한 가지 제안을 하려는 거지."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4학년 1학기 커리큘럼 중 현장 실습 있지?"

경찰대는 4학년에도 현장 실습을 나간다.

다만 3학년처럼 생활안전과가 아니라 형사과로 간다.

"그 기간을 좀 확대를 하려고 해. 그러면서 멘토링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설마 저희 4학년과 1학년을……."

이종업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좋지만 일단은 4학년과 현직 형사, 그리고 우리 경찰대에 연수를 오는 외국 생도들까지 3인 체제로 엮으려 해."

"연수요?"

순간 종혁의 머릿속에 프로파일링과 행동심리학을 배우기 위해 경찰대에 교류 및 연수를 오는 외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분명 생도라고 그랬다.

그 말의 진의를 알아들은 종혁은 화들짝 놀랐다.

"러시아를 말하시는 겁니까? 그쪽에서 연수생을 보내는 겁니까?"

"일본도. 아마 초임 간부가 올 수도 있을 거야."

종혁의 눈이 커졌다.

‘러시아야 나탈리아가 있으니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지만, 일본까지? 왜?’

만날 가기만 했던 연수라 경찰대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서 일단 기분이 좋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4학년 의견을 모아 달란 말씀이시죠?"

그렇게 말하는 종혁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졸업을 하면 경찰 간부로 임명을 받을 4학년이다. 앞으로 1년만 지나면 진짜 경찰이 되는 거다.

그 때문인지 배워야 할 양이 1, 2, 3학년 때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여기에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한다?

4학년 보고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역시 듣던 대로 영특하군."

이종업은 씩 웃었지만, 종혁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종업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대신 지원자는 올 A. 출석 없이 시험만 봐도 되고, 현장 실습은 A플러스를 주지."

움찔!

‘하, 참! 이제 우리가 하루에 몇 시간 자야 되는지 알고!’

하루에 4시간 자면 많이 자는 걸 거다. 그만큼 살인적인 공부의 양이 예약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멘토 역할을 맡아 시간을 낭비한다?

경찰이 됐을 때 제 몫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

종혁은 이종업을 노려봤다.

"몇 명이나 모으면 되겠습니까?"

A와 A+.

그러나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점수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승낙을 하긴 했지만 반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최기룡처럼 높은 자리로 향하는 게 아니라, 경찰대 학장을 마지막으로 경찰 일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이종업은 경찰대 교정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보다 훌륭한 경찰 간부 양성을 위해서지."

올바른 판단을 위한 지식 습득.

당연히 중요하다.

간부로서 갖춰야 할 소양 중 1순위다.

경찰대가 세워진 것도 이런 소양을 갖춘 간부를 배출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졸업한 경찰은 의전경 부소대장과 순환 보직을 거치며 겪는 실전을 통해, 경찰대에서 배운 것들을 녹여 내고 나서야 비로소 한 명의 간부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작년 종혁으로 인해 촉발된 일 때문에 간부 TO가 한상원 때만큼 생겨났다.

조폭 및 유흥가와의 전쟁.

말만 경찰이었던 기생충들이 대다수 박멸됐다.

그런데 아직도 그 TO가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오직 실력과 인성.

한상원 검거 때부터 시작된 경찰의 자정 작용 때문에 진급이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 거다.

보다 더 빨리, 보다 더 많이 간부로서의 모든 덕목을 갖춘 간부를 배출하기 위해.

애써 생긴 TO를 엄한 놈이 차지하지 못하게 하고자.

"그러기 위해선 리더십까지 갖춘 간부를 양성해야지."

그는 이런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경찰대에 온 것이었다.

"아."

종혁은 진심이 가득한 그의 눈에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4학년들도 그런 그의 의지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공부와 멘토링을 함께 병행하지 못할 허약한 놈은 지금 빠지라는 듯 권투글러브를 끼며.

*  *  *

입학식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경찰대학교도 평소와 같아졌다.

생도들은 열을 맞춰 절도 있게 걷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강의를 듣는다.

체력 단련실은 언제나 만석.

종혁의 구령에 맞춰 몸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렇게 이어지던 일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끄러워졌다.

해외에서 연수생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일본.

두 나라에서 한꺼번에 연수생을 보냈다.

종혁은 그중 한 명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쿄 형?"

"오랜만이야, 종혁."

일본에서 인연을 맺은 무로이 코헤이.

그가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고 있다.

종혁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형은 이미……."

일본 경찰대학교를 졸업 후 경부보로 임관됐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 게 바로 작년이다.

즉, 현직 경찰이란 소리다.

한국으로 치면 경위 계급인 경부보. 그리고 내년 초에 경부로 진급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진급 체계가 약간 다른데, 보통 커리어라 불리는 1종 공무원 시험을 합격해 경부보로 임관을 하면 대략 1년 반 만에 경부로 진급한다.

일본 특유의 엘리트주의가 만든 진급 체계다.

"아, 진급하기 전에 너와 임 교수님이 만든 한국 경찰의 수사 기법을 제대로 배우려고 온 거야. 경부가 되면 나도 단독 수사를 하게 될 테니까."

한국에 오기까지 참 힘들었다.

종혁이 미국에서 열린 최첨단 수사 기법 포럼에서 날아다니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다. FBI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범죄학 교수들도 욕심을 내는 수사 기법.

고개가 한없이 뻣뻣한 일본 관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무로이는 이 말을 삼켰다. 굳이 밝혀서 좋을 일은 아니었다.

"아아, 이래서 학장님이 초임 간부가 올 수도 있다고……."

‘일본이 뭔 일이래?’ 한국이라면 일단 무시하고 보는 일본이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놀라운 건 놀라운 거였다. 이전의 교류는 대가성의 성향이 강했기에 이번 일과 별개다.

종혁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잘 왔어요."

"응. 나도 잘 부탁해."

덥썩!

"응?"

종혁과 무로이는 당황했다. 털이 숭숭 난 두꺼운 손이 종혁의 손을 먼저 잡았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동지! 삼촌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으하핫!"

두꺼운 손만큼 덩치도 종혁에 버금가는 스킨헤드 러시아인.

여기서 더 당황스러운 건 귀염상의 얼굴과 능숙한 한국어다.

몸은 곰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것 같은데, 눈은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할 만큼 영롱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삼촌?"

"러시아의 영광을 위해! 으하핫! 경찰소위 미하일 세브첸코입니다."

특이하게도 군대와 같은 계급을 쓰는 러시아 경찰. 경찰이란 이름 뒤에 군대와 같은 계급을 붙여 말한다.

이쪽도 초임 간부였다.

"……세브첸코 씨?"

FSB 대테러부대 알파의 훈련 교관. 그의 성이 세브첸코였다.

종혁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이거 설마 나만 4인 체제로 가는 건가?’

그런 종혁의 생각은 맞았다.

-부탁해. 양국에서 어찌나 부탁하던지.

-아니…….

-대신 중간고사 A플러스.

그 말에 대답할 수 있는 건 ‘예’밖에 없었다.

‘뭐 한 명이나 두 명이나.’

거기서 거기다.

종혁은 그들을 데리고 본청으로 향했다.

"종혁아!"

아직 40대 후반임에도 백발이 성성한 중년인이 양팔을 활짝 벌려 맞이한다.

국내 1호이자, 아직도 경찰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명밖에 없는 프로파일러 권순호 경사.

본청 프로파일링수사과의 대장.

"드디어 김 과장님 버리고 우리 과로 오기로 한 거야?!"

종혁은 프로파일링수사과를 둘러봤다.

책상이 하나만 놓인 작은 사무실.

그랬다. 권순호 경사는 프로파일링수사과의 대장이자 유일한 구성원이었다.

"아까 전화 드렸잖아요."

"멘토링? 쩝! ……뭐, 그래도 잘 왔어! 네 덕분에 숨 좀 돌리겠어!"

"저 공부해야 되니까 너무 부려 먹으시면 안 돼요."

"흐흐. 설마 내가 그럴까."

그러고도 남을 분이란 걸 종혁은 안다.

대한민국에 수없이 많은 사건이 터지는데, 프로파일러라곤 고작 권순호 경사 한 명뿐이다.

아직은 프로파일링이 어색한 시기라 불러 주는 사건이 많이 없다하더라도 일에 치일 수 있었다.

"아, 이쪽은 앞으로 함께할 무로이 코헤이 경부보와 미하일 세브첸코예요."

셋은 인사를 나눴다.

권순호 경사는 둘의 유창한 한국에 놀라워했다.

"그래, 잘 왔어요. 다들 아직 식사 전이죠? 일단 식사부터 하러 갑시다."

그들은 그렇게 본청 근처의 불고기백반집으로 향했다.

그 어떤 외국인에게 추천해도 실패하지 않는 불백.

졸여지는 간장과 불고기 냄새에 무로이와 미하일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간다.

"여기 주문 받아 주세요!"

"예! 갑니다!"

물과 컵을 든 여성이 빠르게 다가오다 갑자기 멈춰 섰다.

"콜록! 콜록. 콜록!"

‘어? 저분은?’ 기침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참사를 막은 그날, 지하철역에서 봤던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나 됐을까 싶은 젊은 여성.

종혁은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휴우. 죄송해요. 4인으로 드릴까요?"

그때보다 더 파리해진 얼굴이 시선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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