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12화 (11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12화>

순찰은 순조로웠다.

한국 경기가 없는 날이다 보니 평소와 같다.

취객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절도 강도 폭행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경찰들이 찬 무전기가 계속 울려 댄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또 사건이다.

이번엔 남자 셋이 한 여성을 아파트 옆에 조성된 나무와 수풀 사이로 끌고 갔다고 한다.

뒤이어 이어질 상황이 종혁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종혁과 의경들은 반사적으로 긴장하며 발을 뗐다.

사건 발생 장소가 근처였기 때문이다.

-정정한다! 모녀 중 모를 뒤에서 내려친 후 여성을 끌고 갔다!

종혁의 눈이 부릅뜨였다.

놈들이다.

촉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인근 순찰차는 출동 바람! 인근 경찰들도 지원 바람!

"나 먼저 간다!"

종혁은 땅을 강하게 박찼다.

"……후배님! 젠장! 우리도 달려!"

타다다다닥!

‘제발! 제발!’

늦지 않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맞바람이 얼굴을 찢을 듯하지만, 종혁은 무시하며 계속 땅을 박찼다.

오직 무사하길 바라는 일념으로 달렸다.

"……! ……놔! 싫어!"

뜨거워진 몸을 차갑게 식히는 피해자의 목소리.

‘저기다!’

종혁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자 보였다.

너무도 끔찍한 장면이.

……까드드드득!

거리에 키가 작은 여성이 누워 있다.

검은색 웅덩이가 그녀의 머리 근처에 고여 있다.

그녀의 옆, 허리까지 올 법한 나무 담장 안으로 더러운 엉덩이 골이 보인다.

그리고 그 주위를 세 놈이 에워싸고 있다.

더러운 엉덩이 밑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린 종혁은 회까닥 돌아버렸다.

"야 이 개새끼들아-!"

종혁은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

뿌드득!

느려진 시간 속, 엎드려 있던 놈의 턱뼈가 뭉개지는 게 발끝으로 생생히 전달된다.

놀라는 여성의 눈이 보인다.

그 짧은 사이 알몸이 되어 발버둥 치던 그녀.

체념의 잿빛으로 물들어 가던 눈동자가 미약한 빛을 찾는다.

미안했다.

더 빨리 구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튀이이이어어어어!"

저런 놈들과 마주치게 해서 미안했다.

어머니를 다치게 해서 미안했다.

이렇게 구했다 한들 이 젊고 예쁜 여성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종혁은 이성의 끈을 제 손으로 놓아 버렸다.

"크아아아아!"

종혁은 세 방향으로 튀는 놈들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턱!

하지만 걸리는 건 하나.

상관없다.

"4인조 망치 뻑치기. 둘 도주. 흉기 소지. 아파트에서 농협 삼거리 방향. 제일빌딩 방향."

일단 이놈부터 죽이고 본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니. 죽어."

눈이 완전히 돌아간 종혁은 짐승이 되었다.

"후배님!"

몇 십 초 뒤 도착한 생활안전과 경찰은 눈앞에 벌어져 있는 참상에 굳어 버렸다.

의경들도 마찬가지다.

"엄마…… 일어나 봐. 엄마!"

경찰복을 걸친 채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를 흔드는 피해자 여성.

수풀 안, 축 늘어진 턱을 붙잡은 채 눈물 콧물 흘리며 뒹구는 범인.

"오셨습니까."

종혁이 일어나자, 한쪽 무릎이 꺾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꺾였음에도 사타구니만 잡은 채 꿈틀거리는 범인이 보인다.

"신고하려면 신고해 봐. 그땐 진짜 죽여 버릴 테니까."

흠칫!

바닥을 기던 둘은 몸을 움츠리며 필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작 몇 십 초. 마음마저 꺾였다.

푸스럭.

수풀을 빠져나온 종혁은 경찰을 봤다.

"앰뷸런스는요?"

"거, 거의 도착했대! 상황실에서 신고했어!"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넋이 나간 채 어머니를 흔드는 여대생의 끌어안아 뒤로 뺐다.

놈들을 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지금은 여길 지켜야 했다.

종혁은 동료 경찰들을 믿었다.

"그렇게 흔드시면 어머니께 안 좋습니다."

"……우, 우리 엄마 좀 살려 주세요, 형사님! 제발요!"

"곧 앰뷸런스가 도착한다니까 조금만 참아 봅시다. 박 수경. 옷 좀 벗어 줄래요?"

"아, 예!"

박 수경뿐만 아니라 의경들도 얼른 옷을 벗었다.

종혁은 그 옷들을 중년 여성에게 덮어 주며 경찰 조끼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휴."

‘다행이다. 동공 반응이 있어.’ 맥박도 정상이다.

상처 부위를 만져 보니 골절도 없었다.

내출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안심이었다.

삐용삐용!

저 멀리서 달려오는 앰뷸런스.

"후우."

더 안심이었다.

-농협 삼거리로 도주한 범인 검거!

-순마 23 추격 중!

‘일단 한 놈 검거.’

"후우우."

몸이 축 처지는 것 같았다.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  *  *

아쉽게도 끝내 한 놈은 놓쳤다.

안경 낀 사내다.

택시, 오토바이를 뺏어 타고 도주했단다.

하지만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래. 잡혔으면 오히려 서운했지. 사지 멀쩡히 살아갔을 테니까."

안경 낀 사내. 4인조의 리더다.

그럴 자격이 없는 놈이었다.

종혁은 담배를 끄며 강력계로 올라갔다.

뻐억! 쿠당탕!

"불지 마라. 불지 마. 어? 불지 마아!"

쾅! 쾅! 쾅!

모두가 퇴근한 새벽 4시, 바닥을 뒹구는 갈색 반곱슬 머리의 머리채를 휘잡은 형사가 머리를 책상에 찍는다.

다른 형사들은 한쪽 소파에 앉아 해장국을 먹고 있다.

끼익!

취조하던 형사가 흠칫 놀라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하라는 듯 고개를 숙인 종혁은 다른 형사들에게 다가갔다.

씩 웃은 형사는 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여! 후배님!"

김강건 사건 때 풀문 나이트에 왔던 그 반장님이다.

남대문서, 혜화서, 주위 경찰서의 반장들도 있다.

"캬. 진짜 후배님 기수 짱이더라."

반곱슬 머리를 검거한 건 동기들이었다.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짜더니 날아차기와 태클로 검거했다.

"저희 기수가 좀. 하하."

잘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부실하게 드셔서 되겠어요?"

"왜?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후배님이 이 새벽에 먹는 뜨끈한 국밥의 맛을 모르는구나?"

‘왜 모르겠습니까.’ 정말 질리도록 먹었다.

"그래도 불철주야 노력하시는데 이런 걸 드시면 안 되죠."

쿵쿵!

"배달 왔습니다! 흡?!"

"배달이…… 헉?"

종혁은 얼어붙은 배달부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이쪽입니다. 들어와요."

우물쭈물하며 들어온 그들은 소파 앞 테이블에 음식들을 내려놨다. 형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참치회에 족발, 보쌈, 치킨 등 뷔페 한 상이 펼쳐졌다.

"이 시간에 이런 걸 배달하는 곳도 있어? 아니, 그보다 참치회가 배달도 돼? 헉! 양주?!"

"요새 심부름센터에 시키면 다 해 주더라고요."

"심부름센터? 흥신소? 걔들 불륜 증거만 찾는 게 아니었어?"

종혁은 옅게 웃었다.

미래와 달리 전화로 배달 주문하는 게 전부인 이 시기. 최대한 늦게까지 하면서도 맛까지 있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이건 신세계였다.

"강남 쪽에선 다 해요."

다만 비쌀 뿐이다.

"선배님, 드시고 하십쇼! 아, 여기요."

"어, 갈게!"

"감사합니다! 또 시켜 주십시오!"

종혁은 반장에게 양주를 따라 줬다.

"이거 참. 근무 시간인데……."

"공무원은 6시까지가 근무 시간입니다."

"……흐흐, 그렇지?"

형사들에게도 모두 순배가 돌았다.

"크! 좋다! 녹네! 녹아!"

참치회까지 먹으며 몸서리친 반장이 눈빛을 가라앉혔다.

"왜? 두 놈 아작 낸 거 막아 달라는 건…… 아니네?"

칼날처럼 날이 선 말투가 누그러진다.

"도주할 우려가 있는 흉악범을 제압하다 약간 심하게 손을 썼을 뿐인데 무슨. 신경 안 씁니다."

4인조는 망치라는 살인 무기로 범행을 저지른 흉악범이다.

죽이거나 반신불수로 만들거나 총을 쏘거나. 이 세 가지만 안 하면 어떻게 제압하든 용납이 된다.

혹여 징계가 있다 한들 미비한 수준이다.

알기에, 어설프게 제압하다가는 경찰이 다칠 수 있음을 상부도 알기에 용서한다.

인권위가 강화되는 미래라면 모르지만 이 시기엔 그랬다.

범인 잡다 내 식구 다치는 꼴은 볼 수 없다.

경찰청장부터 말단 순경까지 모두가 가지는 생각이다.

"오?"

‘이놈 봐라?’

다 계산하고 박살을 냈단 소리다.

그것도 경찰 조직 문화에 대해 모를 햇병아리 생도가.

듣기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뭐 이런 놈이 있지? 하고 헛웃음을 터트린 반장은 다시 낯빛을 굳혔다.

"그렇지. 어설프게 제압하다 놓치거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것보단 낫지. 잘했어!"

"예. 상황이 상황인지라 입을 막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강간, 강간 미수 피해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가장 크게 입을 때는 바로 현장 검거된 강간범이 헛소리를 지껄일 때다.

보복 암시.

이걸 들은 피해자는 더 이상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와! 나 진짜 미쳐! 후배님!"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

"캬! 눈치 좋고! 그래, 우리 서 진짜 나쁘지 않다니까! 흠, 그럼 이 뇌물은 뭐야?"

종혁은 눈을 빛냈다.

"안경 낀 새끼. 그놈 잡을 때 저도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응?"

*  *  *

삐이. 삐.

2인 병실.

무릎 인대 골절 수술과 고환 제거 수술을 마치고 깨어난 4인조의 막내가 옆을 봤다.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형.

어젯밤 일을 떠올린 막내의 턱이 덜덜 떨렸다.

어젯밤 그 경찰은 짐승이었다.

맹수였다.

"형……."

촤르륵!

한 의사가 카트를 밀고 들어온다.

"수액 갈아 드리겠습니다."

의사를 힐끔 본 막내는 입을 열었다.

"시, 신고할 거야?"

소년원을 다녀온 친구에게 들은 적 있다.

경찰도 신고할 수 있다고.

"으이……."

형이라 불린 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종혁.

그냥 천벌을 받은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나도……."

요도관을 통해 오줌이 빠르게 내려간다.

막내도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신, 절대로 다신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또 종혁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드르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경찰이 바깥에서 감시하는 병실엔 침묵이 내려앉았다.

"후."

병실, 아니 병원을 빠져나온 의사는 마스크와 의사 가운을 벗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지부장님."

-수고했어.

"……마지막 놈은 추격 안 해도 되겠습니까?"

-글쎄…… 그럴 필요 있을까?

믿는다는 듯 의미심장한 웃음소리.

"알겠습니다. 복귀하겠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러시아어였다.

*  *  *

이태원의 한 모텔.

안경 낀 사내가 손톱을 깨문다.

‘잡혔을까?’

일단 두 명은 확실히 잡혔다.

그 눈.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던 눈.

‘정말 죽는다.’

그 눈과 마주쳤을 때 느꼈던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그 눈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쾅쾅!

그는 바닥을 내려치며 화를 토해 냈다.

"아악!"

띠리링! 띠리링!

숨까지 죽인 그는 핸드폰을 봤다.

이 번호는 자신들밖에 모른다.

자신과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던 친구가 떠올랐다.

‘잡혔나? 도망쳤나?’

뭐든 일단 통화 시간은 1분이다.

영화에서 봤던 전화로 위치 추적을 당할 때까지 1분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핸드폰을 들었다.

"어."

-씨발! 도망치느라 좆 빠지는 줄 알았네! 어디야?

"넌?"

혹시라도 경찰에 잡히게 됐을 때 말하기로 한 암호가 있다.

-몰라, 씨발!

"……."

-니가 돈 다 가져갔잖아, 개새끼야! 어디냐고! 배고프다고!

‘후.’

안경 낀 사내는 안심했다.

암호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의심은 남아 있다.

"됐고. 예전의 그 호텔 나이트 있지? 거기서 만나. 9시."

-니미 씨팔! 나보고 굶어 뒈지…….

탁!

핸드폰 폴더를 닫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줄 거 주고 서울을 떠야겠네."

줄 건 줘야 했다.

그래야 신고를 하지 않을 테니.

그는 친구도 믿지 않았다.

한편, 중부서.

형사3팀의 반장이 반곱슬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네가 휘두른 거 아니잖아. 다 이 새끼가 한 거지. 그치?"

"그, 그럼 저는……."

"응. 약속대로 넌 공범 하자. 단순 가담은 좀 힘들고."

"감사합니다……."

깊게 안도하는 모습을 지켜본 형사들은 비웃었다.

원래 이런 놈들은 의리라곤 쥐뿔도 없다.

"자. 얘 유치장에 다시 넣고, 우린 사우나나 하러 갑시다! 어우, 시간이 벌써 몇 시야?"

"그럽시다! 어휴. 진짜 출근하기 싫다."

"나도요."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서 형사들도 기지개를 켰다.

"저 그런데……."

"음?"

"얘 엄청 촉이 좋아서 짭, 아니, 경찰은 바로 알아차리는데……."

형사들은 혀를 찼다.

가끔 그런 놈들이 있다.

아니, 많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본인도 범죄를 저지르는 걸 알고 있기에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해서 뭔가 조금만 이상해도 일단 도망치고 본다. 그렇게 놓치는 범죄자가 굉장히 많다.

"흠. 옥떨메는 빼야 하나……."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뜻하는 옥떨메.

아주 못생긴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에 형사3팀 형사들이 콧대를 세우며 잘생긴 척을 한다.

반장들은 그런 그들을 어이없다는 듯 봤다.

"하. 씨부렁. 인물이 없네. 우리 후배님 정도는 돼야 나이트 안에 손님인 척 박아 놓는데."

몰래 웃음을 흘린 종혁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시죠?"

종혁은 이쪽을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형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쿵쿵쿵쿵쿵!

강렬한 비트가 흘러나오는 나이트클럽 입구.

"어서 오십쇼!"

안경을 벗고 온 사내가 입구 웨이터들을 훑는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십니까?!"

"됐어. 사람 찾으러 왔어."

그는 손을 저으며 발을 뗐다.

그런 그의 뒤로 굉음이 쏟아졌다.

과르릉!

나이트클럽 입구로 진입하는 붉은색의 스포츠카.

황소 엠블럼에 악마 이름. 한국에 스무 대도 들어오지 않은 차다.

"헉! 어서 오십시오! 야, 어서 문 열어 드려!"

문이 위로 올라가며 명품으로 도배한 몸 좋은 미남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리고, 웨이터들이 90도로 인사한다.

‘……빌어먹을.’

갑자기 초라해진다.

‘개새끼. 언젠가 까 버린다!’

가슴을 만지작거린 그는 애써 외면하며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켜보던 웨이터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 들며 밖으로 향하고, 스포츠카에서 내린 종혁은 그 뒤를 느긋이 쫓는다.

지이잉!

"예, 여보세요?"

-도련님! 지금 그놈이…….

풀문 나이트의 돼지엄마가 놈의 위치를 말한다.

‘이 자식 봐라?’

피식 웃은 종혁은 몇 발자국 앞에 있는 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 나 도착했어. 룸에 있지? 알았어, 갈게."

힐끔 뒤를 본 사내는 열리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었다.

눈이 동그래졌다가 웃는 친구.

그런데 뭔가 좀 어색했다.

촉이 간질거렸다.

그는 친구를 모른 척하며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봤다.

‘흠?’

주위 남자들 모두 정장 차림에 명품 시계를 차고 있다.

이쪽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

안심한 그는 그제야 친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며 돈 봉투를 던졌다.

"이거면 한 달은 버틸 거야. 다음에 또 보자."

"어! 그래!"

"……뭐 해? 안 가져가?"

돈에 환장한 친구다.

돈 봉투를 던지자마자 가져가 액수를 확인해야 했다.

"아, 그게……."

다시 뭔가 이상한 촉을 느낀 그는 라이터를 떨어트리며 밑을 봤다.

무릎 위에 모아 올린 양손과 손을 덮고 있는 점퍼.

"씨발!"

"제길! 들켰다, 덮쳐!"

우르르 일어나며 달려오는 정장들.

‘형사였다고?!’

깜빡 속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수갑 때문에 걸렸지만, 종혁이 작정하고 꾸며 줬으니까.

당황했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품 안에서 망치를 꺼내 들며 옆에 굳어 있는 웨이터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목에 못을 뽑는 부분을 가져다 댔다.

"헉!"

"야! 그거 내려놔!"

주춤거리는 형사들의 모습에 그의 머리가 맑아졌다.

잘하면 도망칠 수 있다.

"비켜! 씨발, 비켜-! 이 새끼 죽는 꼴 보고 싶어?!"

"사, 살려 주세요!"

"……다들 물러나. 야, 무기 버려! 너 포위됐어, 이 새끼야! 밖에도 경찰들 깔려 있다고! 도망칠 곳 없어!"

"닥쳐! 거기, 오지 마! 죽여 버릴 거야!"

옆에서 소파를 넘어오는 형사에게 경고한 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다 웨이터를 앞으로 밀쳤다.

그러고는 그대로 뒤돌아 달렸다.

"저 새끼 잡아!"

‘좆 까!’ 그는 문을 거칠게 밀며 망치부터 휘둘렀다.

"비켜! 비켜-!"

"꺅!"

"꺄악!"

그런 그의 정면에 종혁이 서 있었다.

겁먹기는커녕 씩 웃는 그 얼굴에 순간 눈이 돌아간 그는 종혁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비키라고 이 새끼야!"

"공격해 줘서 고맙다, 씨발놈아."

‘뭐?’ 정말로. 너무나.

다른 형사들에게 잡히지 않고 이렇게 도망쳐 줘서 고마웠다.

‘내가 너 사지 멀쩡히 살아가게 둘 수 없다 다짐했거든.’

피해자는 평생을 후유증에 시달리며 살 텐데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몇 년 후 다시 사회에 나와 멀쩡히 돌아다닐 걸 생각하니 속이 뒤집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여차하면 또 똑같은 범죄를 저지를 놈이다.

회귀 전, 잡혀서 교도소에 들어갔음에도 반성은커녕 온갖 말썽만 부렸으니 백 퍼센트다.

‘그러니!’

턱!

종혁은 눈빛이 멍해지는 놈의 망치 쥔 팔을 뱀처럼 휘감으며 업어쳤다. 그러며 그 잡은 팔을 쭉 잡아 올렸다.

우지끈!

팔이 품 안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며 끊어진다.

인대가. 근육이. 관절이. 뼈가.

우수수 끊기고 부러지며 꺾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꺾인다.

콰앙!

"……아……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눈물 콧물 다 쏟아 내며 바닥을 벌레처럼 구르는 놈.

4인조의 리더이자 모든 범행을 계획하고 행한 악마 대가리.

그러나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더 이상하면 고의성이 다분해진다.

이런 놈 때문에 커리어를 망칠 순 없었다.

그래도 평생 왼손으로 밥을 먹어야 하니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생겨 다행이었다.

종혁은 그런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박재순 씨. 당신을 강도치상, 살인 미수 및 강간 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뒤따라 나오던 형사들이 미란다원칙을 읊는 종혁을 멍하니 본다. 그렇게 4인조 망치 뻑치기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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