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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11화 (11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11화>

화창하게 맑은 하늘.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던 남성 4명에게 경찰이 다가선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눈에 살기가 감도는 경찰.

4명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속이 강화됐다.

남성 4인이면 무조건 검문을 하고, 신원을 확인했다.

뻑치기 전과가 있는 전과범들도 모두 소환됐다.

"아이 씨. 나 아니라니까요!"

"맘 잡고 사는 사람한테 이래도 됩니까?!"

"망치로 때린다고요?! 그럼 사람 죽어요, 죽어!"

"예! 제가 아무리 뻑치기라지만, 사람 죽이면 발 뻗고 잠 못 잡니다!"

"시끄러워, 이 새끼들아!"

뻑치기범들이 소환된 강력계.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20대 후반 남성이 사무실 입구에 서서 헛웃음을 짓는다.

"내 발로 여길 올 줄 몰랐는데……."

그것도 영업 시작 준비로 한창 바쁜 저녁 8시에 말이다.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그의 직업.

웬만하면 경찰을 피해 다니지, 이렇게 찾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걸 안 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타는 가슴에 담배를 꺼내 들던 그는 아차 하며 다시 밀어 넣었다.

"……후우.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간 그는 눈에 들어오는 형사에게 다가갔다.

"저기……."

"너 이씨. 아무튼 관내에만 있어! 알았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상냥하게 물어 오는 형사의 모습에 그는 머리를 긁었다.

"제보 좀 하려고 하는데요."

"제보요?"

"예. 이번에 일어난 4인조 뻑치기 사건 용의자 제보요."

"예?!"

이 형사뿐만이 아니다.

사무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를 믿지 못하는 얼굴로 본다.

사건이 터진 지 아직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기사로도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가 그 사람들 중 두 명을 본 것 같은데……."

쿠당탕!

"막내! 회의실 치우고 얼른 모셔!"

"예!"

"아이고, 선생님. 왜 이제야 오셨어요."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반장이 그의 손을 꼭 잡는다.

그러다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그런데 어디서 뵌 듯한데……."

손을 놓은 그는 뒤로 물러나 허리를 깊이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반장님! 풀문나이트 웨이터 돼지엄마입니다!"

"……응?"

모두가 멍하니 돼지엄마를 봤다.

"예, 도련님. 저 돼지엄마입니다."

중부서를 빠져나온 돼지엄마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이번 일을 시킨 인물이다.

"말씀하신 대로 몽타주 그렸습니다."

-별말 안 하던가요?

"묘한 눈으로 꼬라, 아니 쳐다보셨지만, 별말 안하셨습니다."

조폭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의 웨이터가 찾아와서 목격자 증언을 했다.

그것도 사건이 터진 바로 그날.

곱게 보는 게 이상했다.

-흠. 수고했습니다. 그놈들 잡히면 매상 크게 올려 드릴게요.

"헛! 언제든 찾아 주십시오! 돼지엄마입니다! 예, 예.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그는 담배를 물었다.

"푸후. 대체 이 사람은 정체가 뭐야?"

듣기론 경찰대 생도란다.

그런데 명동파 보스가 벌벌 떤다.

전무를 때려눕혔는데도.

예비 경찰과 조폭 두목.

더욱이 예비 경찰은 돈이 있어도 구입하지 못하는 한정판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이상한 시나리오가 쓰이고 있었다.

"……뭐, 나야 뽀찌만 받으면 되지!"

쥐똥보다 작은 월급과 인센티브로 먹고 사는 그들, 웨이터.

곧 있으면 생길 인센티브에 돼지엄마는 희희낙락 걸었다.

"아차!"

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 대주야, 형인데. 내가 지금 몽타주 몇 개 보낼 거거든? 응. 외우고 있다가 그놈들이 너희 나이트 오면 연락 좀 해 줄래? 아니 연락만. 아예 접근도 하지 마. 어, 고마워!"

‘그 새끼들 분명 나이트 죽돌이였어.’ 그들을 상대했던 웨이터에게 들었을 때 바로 눈치챘다.

여자와 원나잇을 하기 위해 나이트를 찾는 부류.

여자 없으면 못 살 놈들이다.

그는 아는 웨이터들에게 쫙 연락을 돌렸다.

한편, 전화를 끊은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몽타주 뿌렸으니 더 빠르게 잡겠지."

망치를 이용한 첫 범행 날짜와 피해자가 달라졌다.

이젠 누굴 노릴지 몰랐다.

그러나 언제 일어날지는 짐작이 갔다.

‘오늘 아니면 내일이야.’

분명 내일 안에 범행은 다시 일어난다.

그 안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했다.

이를 간 종혁은 중부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근무 시간이었다.

"후배님!"

"……선배님?"

이하나의 얼굴이 울상이다.

‘아.’

그날, 그들이 있었던 풀문 나이트엔 그녀도 있었다.

종혁에게 부탁도 받았던 만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게 뻔했다.

종혁은 담배가 고파졌다.

"후우."

*  *  *

담배 연기로 뿌연 중구의 어느 모텔 달방.

퍼억!

지갑이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쓰레기통 옆에 남자 지갑, 여자 지갑…… 온갖 지갑이 널브러져 있다.

"젠장! 나이트는커녕 라면 사 먹을 돈도 없네!"

노래방, 유흥 주점도 마찬가지다.

짜증이 달방 안에 퍼지자 안경을 낀 사내가 일어났다.

"씨발! 어디 가!"

콱!

반곱슬의 목이 잡혔다.

"켁!"

"함부로 짜증 내지 마라. 죽는다."

목을 꾹 누르는 날카로운 칼과 웃는 눈.

말하는 입이 흥분으로 떨린다.

반곱슬 사내의 심장이 크게 흔들렸다.

볼을 툭툭 친 안경을 낀 사내는 목을 놓고 일어서며 얼어붙어 있는 동생들을 봤다.

"가자. 돈 벌러."

"……응!"

"오오! 두둑한 거 걸리면 노래방 가자!"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는 그들.

입술을 깨물던 반곱슬 사내도 얼른 몸을 일으켰다.

"씨발, 같이 가! 의리 없는 것들아!"

*  *  *

"뭐? 오늘 아니면 내일?"

동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

"돈이 떨어졌을 테니까."

뻑치기 범죄자 대부분은 그렇다.

범행을 저질러 얻은 돈으로 유흥을 즐기다 그 돈이 떨어지면 슬그머니 기어 나와 다시 또 범행을 저지른다.

이걸 반복하다 잡힌다.

소매치기나 아리랑치기, 빈집 털이 등 절도 강도도 마찬가지다.

모두 내일이 없이 사는 놈들이다.

"아, 맞아. 그렇게 배웠지, 참."

그들은 심각해졌다.

곧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범죄가 벌어진다는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박춘득이 다가왔다.

"다들 알겠지만 오늘 새벽 관내에 뻑치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는 새벽 장사를 나서던 60대 남성입니다. 자식들 다 분가시키고 혼자 사시던 분이죠."

다행히 방금 전에 깨어났다.

중부서 모든 경찰들이 신에게 감사하다 인사했다.

그런데 깨어나서 한 첫 마디가 이거랬다.

‘내 손주들이 준 사탕은 모두 있나요?’

본인이 다친 것보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챙겼던 돈보다.

5살, 6살배기 손자들이 준 선물부터 물었다.

누군가에 의해 짓밟힌 사탕들로 가득했던 사건 현장을 떠올린 형사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 경찰은 죄인이 된다.

‘이제 편히 살 일만 남은 나이인데!’

이를 간 박춘득은 강력계에서 내려온 몽타주를 나눠 줬다.

"범인들 중 두 명이니까 외워 두세요. 하지만! 절대로 발견했다고 체포하려 들거나 신원 확인하려 들지 말고 지원 요청하세요."

사람에게 망치를 휘두른 악마들이다.

다칠 위험이 컸다.

국가에 의해 억지로 끌려온 것도 억울할 텐데, 다치게 둘 수 없었다.

"알겠습니까?"

"예!"

"그리고 5분 간격으로 상황 보고하고……."

박춘득은 평소와 달리 빡빡하게 말했다.

"모두 다치지 말고 오늘도 무사히 순찰 마칩시다! 출발!"

"출발-!"

*  *  *

넷은 곧 있으면 생길 돈을 떠올리며 희희낙락했다.

취객, 여성, 노인.

먹잇감이 넘치는 네온사인의 거리.

그들은 잔뜩 기대하며 걸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네 명은 흠칫 몸을 멈췄다.

저 앞에서 네 명의 남성을 검색하는 경찰들.

안경 낀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

하필이면 남자 네 명이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곧바로 신원 조회를 요청하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

입술을 깨문 그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둘씩 떨어져. 5미터 이상."

"……으응."

"응."

같은 것을 본 그들은 잔뜩 굳은 얼굴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검문을 하는 경찰들을 스쳐 지나가도 그들은 합류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70미터 밖에서 걸어오는 네 명의 경찰과 의경의 실루엣.

그들은 필사적으로 서로를 모른 척하며 걷고 또 걸었다.

"이런 씨발-!"

화려한 네온사인도 꺼져 가는 새벽 2시.

결국 짜증과 굶주림을 참지 못한 반곱슬 머리의 사내가 조용한 대로변을 흔들었다.

"아아악!"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반곱슬 머리 사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담벼락 밖, 도로 쪽으로 조성된 나무와 수풀도 그 소리를 막지 못한다.

멀찍이 앞에서 걷던 안경 낀 사내는 담배를 물었다.

빈속의 담배라 구역질이 올라오지만, 이거라도 피우지 않으면 끓는 짜증을 풀 곳이 없다.

그런 담배도 이걸로 마지막.

"빌어먹을."

지금까지 경찰과 총 열두 번을 마주쳤다.

모두 충혈된 눈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아니, 자신들 넷을 찾고 있었다.

꼬르륵!

옆의 막내를 본 안경 낀 사내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죄, 죄송해요, 형. 배, 배가 고파서."

쿵쾅쿵쾅!

멀찍이 뒤에서 따라오던 두 명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가온다.

"야, 이제 어쩔 거야, 어?"

"맞아. 이러다간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굶어 죽어!"

"씨발! 넌 지금 이 상황에 여자 이야기가 나오냐?!"

"뭐? 씨발? 너 지금 씨발이라고 했냐?"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안경 낀 사내는 겨우 참았다.

"가만있어 봐. 생각 중이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그라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쯧. 결국 중구를 벗어…….’

끼이익!

멀리서 택시가 선다.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부우웅!

"아, 진짜 왜 여기에 서! 단지 안에 서면 되잖아!"

"얘가, 얘가 할증 무서운 줄 모르고!"

조용한 새벽하늘을 울리는 목소리.

모녀로 보인다.

딸은 여대생.

그들은 혀를 찼다.

여태껏 두 명을 한꺼번에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할래? 깔까?"

오늘 허탕을 치면 내일 굶어야 한다.

좋아하는 나이트도, 노래방도 못 간다.

반곱슬 사내의 말에 셋은 잠시 고민했다.

"늙은 년은 까고, 젊은 년은 어?"

반곱슬 사내는 옆에 조성된 나무와 수풀을 가리켰다.

셋의 숨이 훅 달아오른다.

그러나 망설여진다. 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입을 막는 데 가장 쉬운 건 죽이는 거다.

그러나 아직 입막음을 위해 사람을 죽인 적은 없다. 죽으라고 깐 적은 있어도.

그들의 숨이 더 뜨거워졌다.

"씨발, 왜? 쫄려? 내가 까?"

네가 대장을 자처해도 결국 별거 없구나 하는 눈빛.

울컥.

안경 낀 사내는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됐어. 까도 내가 까."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생생히 전달되는,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감촉.

제아무리 친구라도 그걸 양보할 순 없었다.

그의 입이 사납게 찢어졌다.

"잡기나 해."

"오케이."

"흐흐. 막내, 달려."

"네!"

후다닥!

막내가 달려 나가고 잠시 뒤 두 명이 뒤를 쫓는다.

안경 낀 사내도 발을 성큼성큼 내딛는다.

"야 이 씨발! 거기 서! 거기 안 서?!"

"아, 진짜 봐주라고요!"

흠칫 놀란 모녀가 뒤를 돌아봤다가 스쳐 지나가는 셋에 안도를 하며 다시 몸을 돌린다.

"잡았다!"

"아시바리 걸어!"

"아악! 봐줘요!"

코앞에서 활극을 벌이는 셋의 모습에 모녀는 웃음을 참으며 그들을 비켜 지나간다.

그 순간.

부우웅!

빠악!

"……어?"

여성은 눈을 껌뻑였다.

갑자기 엄마가 쓰러지고 있다.

‘왜?’

그녀는 의아했다.

하지만 그 의문을 이어 가지 못했다.

"흡?!"

"끌고 가!"

갑자기 누군가의 손에 입이 막히며 몸이 뒤로 끌려간다.

그녀는 쓰러진 엄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엄마! 제발 누가 우리 엄마 좀-!’

그녀는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 소원은 준비된 사람들에게 닿았다.

*  *  *

탁. 탁. 탁.

이하나가 각기 다른 4개의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영상 속의 화면은 계속 바뀐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경찰들이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정말 큰돈을 들여 업그레이드한 최첨단 CCTV 실시간 전송 시스템.

한 사람당 16개의 CCTV를 감시한다.

"후우."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에 이하나는 잠시 고개를 들며 질끈 감은 눈가를 매만졌다.

그런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이 내밀어진다.

"하나야, 벌써 2시야. 적당히 해."

퇴근을 미루면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상황통제실 과장은 혀를 찼다.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땐 베테랑 형사, 아니, 신이라도 몰랐어."

"……잘 마시겠습니다."

서글피 웃은 그녀는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고, 과장은 오늘까지만 봐주자 다짐하며 돌아섰다.

‘모르긴요. 한 사람은 알았어요.’

종혁이다.

종혁이 부탁했고 그러겠다 답했는데, 이 상황통제실에 앉아서 CCTV를 보는데도 놓쳤다.

비록 어제는 주간 근무였더라도 그녀 본인의 책임 같았다.

이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후룩!

그녀는 달콤한 커피로 정신을 깨우며 다시 눈에 힘을 줬다.

탁. 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응?"

갑자기 고개를 모로 기울인 그녀는 얼른 이전 화면으로 되돌렸다. 아파트 입구 건너편, 4차선 도로 뒤에서 아파트 입구를 찍는 CCTV.

웬 3명의 남성이 바닥을 뒹굴고 있다.

그 옆을 모녀로 보이는 여성 둘이 지나간다.

그 순간이었다.

"어? 어?"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려친다.

빠악!

들리지 않아야 하는데도 들리는 것 같은 소리.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과, 과장님-!"

이하나의 외침이 상황통제실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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