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10화 (11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10화>

    34. 4인조를 잡아라

    모든 정리가 끝난 VIP 룸.

    뒤늦게 지원 연락을 받고 도착한 남대문서 형사들이 혀를 찬다.

    수갑이 채워져 바닥을 구르는 다섯 연예인들.

    넝마주이가 따로 없다.

    단 두 명이 만든 결과라고 하기엔 너무 놀랍다.

    "경위 이하나. 죄송합니다. 너무……."

    "넌 무슨 여자애가 겁도 없이!"

    선배 이하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잘했어. 아-주 잘했어! 어이구, 이 작은 체구로 어떻게 제압한 거야? 이소룡이야?"

    선배 이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종혁은 피식 웃었다.

    연예인이 관내에서 폭행을 저질렀다.

    그것도 인기 최정상의 연예인들이 여성을 상대로.

    솔직히 골치 아픈 일이다.

    이들 소속사와 연관이 된 여러 곳에서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마초를 피웠다?

    조폭이 관리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이땐 그 누구도 커버 못 친다.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할 수 있는 엄청난 건수였다.

    강력2팀 반장은 종혁을 봤다.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광수대 대장 형님이 왜 복덩이라 부르는가 했더니…… 후배님, 졸업하면 우리 서로 올래?"

    "하하하."

    "쩝. 그래. 무조건 본청인데, 지방서가 눈에 들어올까. 그래도 한번 생각해 봐. 우리 서, 꽤 다이나믹하다?"

    종혁을 툭툭 친 그는 담배를 물며 나갔고, 종혁은 감식반이 훑는 VIP 룸을 보다 돌아섰다.

    그런 그의 눈에 어수룩한 인상에 키가 큰 사내가 들어왔다.

    아까 전 김강건 옆에서 볼을 잡은 채 쓰러져 있던 사내.

    상황을 막으려다 맞은 거다.

    그리고 미래에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선배님, 잠시만요."

    "응? 왜?"

    "이분과 할 말이 좀 있어서요."

    "할 말? 응, 그래."

    "감사합니다."

    종혁은 그를 옆방으로 데려가 담배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형사님."

    불이 붙은 담배가 뽀얀 연기를 뿜는다.

    "그런데 저를 왜……."

    종혁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형 친구에게 이용을 당하다 끝내 좋지 못한 선택을 하는 그.

    어쩌면 친형이 묵인한 일인지 모른다.

    "중배 씨."

    "저, 저를 아세요?"

    현재 무명이나 다름없는 가수인 그.

    오늘 체포된 3인조 댄스그룹의 리더인 김정배의 친동생, 김중배.

    "오늘 일을 보셔서 알겠지만 이제 형님 되시는 분과 다른 형들은 영원히 재기할 수 없을 겁니다."

    "저희 형은!"

    "한 그룹이잖습니까."

    마약 문제다.

    더욱이 김강건은 초범이 아니라 재범이다.

    구제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하아, 형들. 정배 형."

    김중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종혁은 이 상황이 돼서도 형들을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 혀를 찼다.

    "그러니 이젠 본인의 권리를 찾으셔야죠."

    "예?!"

    "저작권에 관한 권리를."

    "……!"

    김중배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눈으로 묻는다.

    종혁은 변호사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김중배는 경악했다.

    ‘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최종혁. 제 이름을 대면 무료로 해 줄 겁니다."

    "……."

    "잘 생각하세요. 이제 백수가 될 친형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 손버릇 나쁜 양아치, 사기꾼 새끼를 계속 친한 형으로 생각해야 할지."

    "……."

    김중배가 나간 룸.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부디 이번엔 좋은 선택을 하시길."

    똑똑똑!

    "음?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아까 맞고 기절한 전무와 50대 장년인이 들어온다.

    50대 장년인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도련님. 명동의 이성기가 인사 올립니다. 뭐 해?! 어서 사과드리지 않고!"

    명동파 두목 이성기.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이 담배를 끄며 일어섰다.

    뚜두둑.

    "예의상 딱 한 번만 묻습니다. 마약도 팝니까?"

    명동파 두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KCK MIC 대마초 혐의!

    팬 폭행! 악동인가, 악마인가?

    그곳에 함께 있던 연예인은 누구?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

    -나 여기서 완전 연예인! 여기 완전 짱이야! 엄청 잘해 줘!

    순환 근무 막판에 큰 사건을 해결한 이하나는 경찰청장에게 표창장까지 받으며 상황통제실로 보직 이동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고마워!

    종혁이 뒤를 받쳐 줘서 그들을 잡을 수 있었다.

    이하나는 정말 고마웠다.

    -그러니까…….

    "네?"

    -걔네들도 CCTV에 잡히는지 유심히 살펴볼게. 진짜로 유심히.

    곧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4인조.

    종혁은 예전에 어디서 본 범죄자 같다고 둘러댔다.

    "부탁할게요. 진짜 감이 안 좋거든요."

    -응! 빠빠이!

    전화를 끊은 종혁은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박경종 전무를 봤다.

    풀이 확 죽어 있다.

    "경찰님, 그땐……."

    "전무님은 전무님 일을 했을 뿐이니 잊겠습니다. 조사 잘 받으세요. 마약만 안 팔았으면 금방 나올 겁니다."

    명동파 두목은 마약 유통을 극구 부정했다.

    마약반이 뒤지고 있으니 곧 유죄든 무죄든 판가름 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용서를 받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큰형님의 엄포에 떨었던 전무는 가슴을 쓸어내리다 아차 했다.

    "그리고 큰형님께서 그놈들 몽타주 쫙 뿌리셨다고 하셨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곧 잡을 겁니다."

    종혁은 명동파에도 망치 뻑치기 4인조를 찾아 달라 부탁을 했다.

    "발견하면 나한테 연락만 하라고 하세요. 함부로 잡겠다고 나대지 말고. 그 지랄했다간 그놈들을 잡아도 찢어 버릴 테니까. 빈말 아닙니다."

    "……예!"

    "가세요."

    허리를 꾸벅 숙인 그는 남대문서 안으로 들어갔고,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후. 진짜 그 옘병할 새끼들 때문에 이게 뭔 짓인지."

    그래도 거미줄은 쳤다.

    ‘이제 잡을 일만 남은 거야.’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빠방 빠방 빵!

    종혁은 피식 웃었다.

    "벌써 오늘인가?"

    오늘 저녁, 16강 진출을 위한 붉은 악마들, 태극전사들의 폴란드전 경기가 열린다. 벌써부터 거리에 닭장 차, 아니, 기동대 버스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하, 또 누구야?"

    -요! 브로-!

    "준형이 형?"

    -중구에서 일한다며? 오늘 광화문에 와?

    "일단 지원은 갈 거예요. 왜요?"

    -우리가 가니까! 우리 거기서 공연해!

    "어? 못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원가 없어서?"

    -아이 돈 노우! 급하게 연락 왔어!

    "오, 그래요?"

    종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발을 뗐다.

    중부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꺄아아악!"

    "으아아악!"

    특설 무대가 세워진 광화문.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붉은 물결이 벌써부터 파도를 친다.

    모르는 사람과도 서로 팔을 두르고 응원가를 외친다.

    수십만의 인구 집결.

    장관이다.

    하지만.

    "사람들 차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무조건 막고! 야 이씨 3구역! 거기 끌어내려! 다치면 좆 돼!"

    경찰들은 긴장을 칼날처럼 벼리고 있다.

    "해가 지고부터 시작이니까 밥 든든히 먹어 둬."

    경찰 버스 안, 종혁의 말에 중부서 의경들이 화려한 도시락을 본다.

    스테이크에 랍스터.

    호텔 도시락이다.

    "저, 저희만 이걸 먹어도 될지……."

    "걱정 마. 오늘 지원 나온 전의경들한테 싹 다 돌렸으니까."

    경찰들에게도.

    "빡셀 텐데 먹을 게 부실해서 쓰나. 간식은 브랜드 햄버거다."

    ‘돈은 이럴 때 쓰는 거지.’ 박 수경을 비롯한 중부서 의경들은 종혁을 향해 조용히 손을 모았다.

    "신이시여!"

    피식 웃은 종혁은 다른 장소로 움직였다.

    -칙! 최 생도. 나 박 과장인데 여기 좀 와 줘요.

    "수신! 지금 갑니다!"

    종혁도 바쁘게 뛰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가 졌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선수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무너트릴 듯한 함성이 울린다.

    -앞 봐! 스크린 보지 마, 이씨!

    우울해진 전의경들이 시민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다.

    고생한다며 다독인 종혁은 밤하늘을 봤다.

    그의 얼굴이 수심에 잠긴다.

    "후우."

    수십만 인파가 모였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그 4인조다.

    경찰이 처음 사건을 인식하기 이전에도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 추정되는 그들.

    어떤 장소에서 누굴 공격했는지 모르기에 답답하다.

    오늘 지원 때문에 치안에 큰 공백이 생겼기에 놈들이 움직이기에도 딱 알맞은 타이밍이다.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결국 촘촘히 쳐 놓은 거미줄만 믿어야 한다.

    삐익!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  *  *

    2대0.

    경기 결과는 대승이었다.

    사람들은 미쳐 날뛰었고, 그 열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지친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편의점 간판 불빛만이 비추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60대 노인이 걸어 나온다.

    허리에 가방을 두른 노인의 입가엔 미소가 맺혀 있다.

    "흘흘흘."

    어젯밤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 이긴 걸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한 그.

    피곤한데도 웃음만 나온다.

    노인은 별이 떠 있는 하늘을 보며 손을 모았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한국이 꼭 16강 돌파하게 해 주시고, 선수들 모두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아멘."

    고요한 거리를 살짝 깨운 노인은 다시 새벽 장사를 위해 발을 뗐다.

    "웩!"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흠칫!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씨빠, 그렇게 처먹을 때부터 알아봤다!"

    놀라 몸을 돌린 노인은 스쳐 지나가는 노란 머리와 갈색 머리 청년들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그래, 저게 청춘이지.’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부웅!

    고무파이프를 휘두르는 듯한 소리만 아니면 말이다.

    퍽!

    ‘어?’

    노인은 눈을 끔뻑였다.

    왜 눈앞이 번쩍했는지.

    왜 몸이 쓰러지는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케이! 나이스 샷!"

    "얼른 뒤져!"

    방금 전 앞서갔던 청년들이 달려와 허리에 찬 가방을 뺏는다.

    ‘아, 안 돼!’

    절대 안 된다.

    가방엔 뺏기면 안 되는 게 들어 있다.

    얼마 전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손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민 세상 가장 소중한 선물이 있다.

    뻐끔뻐끔.

    "에이씨. 이 영감탱이 왜 이렇게 힘이 좋아?"

    "보자. 얼마나 있을…… 응? 사탕?"

    "야, 뒤져 봐."

    "어이! 너희들 뭐야!"

    "씨발. 튀어!"

    후다닥 달려가는 청년들.

    노인은 코앞에 내팽개쳐진 사탕을 끌어와 품에 꼭 안았다.

    ‘감사합니…….’

    "영감! 괜찮아?! 피? 씨발! 야, 칼치! 얼른 119에 전화 걸어!"

    "예, 형님! 여보세요?! 거기 119죠?!"

    순식간에 깨어나는 거리.

    그 모습을 편의점 바깥에 설치된 CCTV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  *  *

    새벽, 관내에 뻑치기 사건이 벌어졌다.

    새벽 장사를 가던 노인이 둔기에 맞았다.

    다행히 빗맞아서 뇌진탕으로 끝났지만, 머리는 자칫 죽음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부위다.

    중부서 강력계가 뒤집어졌다.

    꽈앙!

    종혁은 제 차를 발로 찼다.

    "이 개씨발 새끼들!"

    빗맞은 게 아니다.

    처음 다뤄 본 망치라서 제대로 때리지 못한 거다.

    예상이 맞았다.

    놈들은 경찰이 사건을 처음 인식하기 전부터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망치를 이용한 건 분명 6월 28일부터였는데?"

    경찰이 이 사건을 처음 인식한 건 7월 3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부터다.

    고된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지하보도를 지나던 40대 회사원, 어린 세 아이의 홀어머니.

    뒤통수가 함몰되며 즉사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래서 뒤져 보니 놈들이 6월 28일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밝혀졌다. 4인조는 이때 처음으로 망치를 사용했다.

    그 이전에는 망치에 의한 사건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

    아무리 뒤져 봐도 둥근 둔기에 의한 강도 사건은 없었다.

    이후 이들 4인조에 의해 발생된 사건 중 사망자가 무려 4명, 뇌를 다쳐 심각한 장애를 입은 사람이 6명이었다.

    성폭행도 2건이나 저질렀다.

    놈들은 인면수심의 악마였다.

    "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도 회귀 전보다 빨라진 게 이해되지 않는다.

    "……서, 설마?"

    ‘내가 나이트에 갔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회귀 전과 현재의 교차점은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종혁의 두 눈이 태풍을 만난 듯 흔들린다.

    꽉 쥔 주먹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종혁은 가슴을 움켜쥐며 무너졌다.

    아윽 아윽, 목구멍에 걸린 울음이 소리 없이 퍼진다.

    "……죽인다. 너흰 정말 죽여 버린다."

    악귀처럼 얼굴이 일그러진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작정하고 때린 걸 봤기에 형사들도 이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됐다.

    빠드득!

    종혁의 눈이 사납게 타올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