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09화 (10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09화>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 이 씨발 새끼를 어떡하면 좋지?’ 가수가 안 됐으면 길거리 양아치로 살았을 놈이 경찰을 희롱한다. 선배의 얼굴도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전무가 재빨리 나섰다.

"아이고, 김강건 씨, 대명 씨. 좋게 술 마시러 와서 왜 이러실까?"

"아니 그게……."

"이번엔 경찰 건드려서 1면 장식하려고?"

"……에이."

입맛을 다신 김강건과 최대명은 싱긋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남자 친구 필요하면 연락해, 언니."

"나도~"

명함을 힐끗 본 선배는 몸을 돌렸다.

"계속하자, 후배님."

"예, 선배님."

"햐, 도도하네. 내 스타일인데?"

둘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을 외면하며 발을 뗐다.

-이렇게 즐길 줄 아는 너희가…….

"꺄아아아아악!"

이어지는 가수의 공연에 나이트클럽이 다시금 후끈 달아올랐다.

"와아악! 염재수 멋지다!"

둘은 한 번 더 외면했다.

*  *  *

쿵쿵쿵!

비트가 희미해지는 나이트클럽 밖.

갈색 파마머리의 20대 후반 사내가 담배를 문 채 다리를 달달 떤다.

"와 씨. 갑자기 짭새 나타나서 식겁했네."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을 숙여 나온다고 진땀을 뺐다.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나이트클럽을 보며 침을 뱉었다.

"물은 또 거지 같고! 연예인 온다고 기대하고 왔는데!"

부킹에 실패한 듯 그의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왜 이렇게 늦어?"

"금방 오겠지."

청바지에 정장 재킷을 입은 안경 낀 사내가 나른하게 말한다.

작은 십자 귀걸이 하나가 빛에 반사되어 흔들린다.

"하여튼 시간관념 없는 새끼들. 어? 저기 오네."

"어이!"

"형들!"

20대 초반과 중반의 사내들이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왜 이렇게 늦었어! 열나게 기다렸잖아!"

"씨불. 그게 내 탓이냐? 언냐들이 잡고 안 놔주는데 어쩌라고."

"아주 뽕을 뽑고 왔구먼?"

"넌?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몰라. 좆 같았어.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말한 파마머리는 지갑을 열었다가 얼굴을 구겼다.

"뭐야, 씨팔! 벌써 이것밖에 안 남았어?"

만 원짜리 몇 장이 전부다.

뒤에 합류한 둘도 당황했다.

"오늘 밥 먹고 내일 파마하면 끝일 것 같은데…… 음?"

스윽!

어깨를 타고 넘는 팔에 파마머리가 깜짝 놀란다.

방금까지 조용히 있던 안경 낀 사내다.

파마머리는 안경 낀 사내를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봤다.

"뭐가 걱정이야. 또 털면 되는 거지."

나른하지만 뱀의 유혹같이 서늘하고 끈적이는 말.

"……괜찮겠어? 너무 이른 거 아닐까?"

"괜찮아. 안 그래도 슬슬 걸릴 것 같아서 무기 바꾸려고 했어. 무기만 바꾸면 모를 거야. 짭새들은 멍청하니까."

"……뭘로 바꿀 건데?"

안경 낀 사내는 대각선의 간판을 가리켰다.

망치를 들고 있는 랍스터 한 마리.

고작 간판일 뿐임에도, 피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듯했다.

씨익!

네 명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  *  *

화장실 앞에 모인 종혁과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이놈들 정말 엎드렸구나?’

미성년자가 한 명도 없다.

종혁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전무를 봤다.

"거 보십시오. 저흰 절대 미짜 출입 안 시킵니다."

종혁은 코웃음 쳤다.

‘퍽이나.’

미성년자는 의외로 매출을 잘 올려 준다.

미성년자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오기 때문이다.

"알았으니까 룸이랑 CCTV 좀 봅시다."

"예? 저흰 CCTV 같은 게 없는……."

"지랄하지 말고요."

로비에서 올라오면서 천장에 설치된 걸 뻔히 봤다.

"왜? 싫어요?"

아무래도 아까 갑자기 반응했던 촉이 신경 쓰인다.

안 그래도 겸사겸사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꼭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 그럴 리가요!"

다급히 손을 저은 전무는 이내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데 룸은…… 아니, 손님들께서 어떤 차림으로 계실지도 모르고!"

일행들끼리 조용히 마시며 놀기 위해 잡는 게 룸이다.

그런데 경찰이 들어온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떨어지는 매출이 더 떨어지는 거다.

하지만.

‘이 새끼 봐라?’

변명이 그럴듯하지만 조잡하다.

뭔가를 떠올린 종혁의 눈이 사나워졌다.

"똑바로 말해. 골뱅이 집어넣었냐?"

"……저, 절대 아닙니다! 명동이 어떤 곳인데 간을 배 밖으로 내놓지 않은 이상에야!"

"아니면 비켜."

"도, 도련…… 아니, 경찰님!"

"CCTV 건드리면 진짜 죽여 버릴 거다. 가시죠, 선배님."

"응."

선배의 얼굴도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골뱅이. 술에 취해 몸과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일컫는 이 바닥 은어였다.

"경찰님! 형사님-! ……씨발!"

그는 다급히 종혁의 뒤를 쫓았지만, 이미 위층에 도착한 종혁은 가까운 문을 활짝 열었다.

"수고하십니다. 잠시 신분증 좀 확인하겠습니다."

상의를 벗은 채 놀고 있던 30대 남성들, 20대 여성들이 화들짝 놀라 종혁을 봤다.

뒤따라 들어오던 선배와 의경들이 다급히 눈을 감았다.

*  *  *

"에이 씨부럴. 짭새면 다야?! 카악, 퉤!"

"다음에 오시면 정말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허리를 숙였다 편 전무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 진짜.’

큰형님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종혁을 박살을 내 버렸을 거다.

그는 애써 웃었다.

"남대문서, 종로서, 중부서가 근처에 있는데 저희가 왜 그런 험한 짓을 하겠습니까. 입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흰 예전부터 그냥 아가씨들을 들여보내…… 헙."

"……."

"내일 서로 출석하겠습니다."

"어."

좀 미안해서 보상을 해 줄까 생각했던 종혁은 그 생각을 지우며 마지막 룸의 손잡이를 잡았다.

전무가 그 손을 다급히 잡았다.

종혁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안 놔?"

전무는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아까 그 김강건 씨 일행이 있는 방입니다. 연예인 좋아하는 골 빈 애들밖에 없습니다. 여긴 진짜 봐주십시오. 쟤네들 안 오면 매출 반토막 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간절하다.

종혁은 선배를 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으응. 그냥 사무실로 가자."

‘남자하고 여자들이 막 다 벗고…….’ 파출소에서 근무하며 볼 꼴 못 볼 꼴 다 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김강건이 있는 룸.

들어가기 싫었다.

그녀는 사무실로 향했고, 종혁은 바로 위에 달린 CCTV를 가리키며 전무를 봤다.

"여자애들 신분증 가져와. 두 번 말 안 한다."

"……예."

종혁도 안쪽의 사무실로 향했다.

"……푸후."

담배를 문 전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니미 씨발."

전무는 무전기를 들었다.

"돼지 엄마. VIP 룸 앞으로 와."

사무실 안.

종혁과 선배는 CCTV와 연결된 감시 TV 앞에 앉았다.

총 4대의 TV. CCTV의 숫자는 16개였다.

그중 2층의 CCTV가 8대였다.

끝까지 돌렸지만, 아쉽게도 저장된 건 14일 전까지였다.

‘한 네 시간 걸리려나.’

"박 수경은 잠깐 쉬고 있으세요."

"아니지 말입니다. 저도 돕겠지 말입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의경들이 손을 들며 나선다.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럼 그래요."

마침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전 나이트 입구 CCTV부터 확인하려고 했었다.

종혁은 빠르게 뒤로감기 버튼을 눌렀다.

‘아, 이쯤이네.’

종혁 본인과 의경들이 로비를 지나 나이트 계단을 오르고 있다.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들이 입은 옷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종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거동이 수상한 놈들이 CCTV 화면에 잡힌다.

종혁이 들어오고 1분 후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놈들.

한 명은 짧은 검은 머리고, 한 명은 긴 갈색 머리다.

그런데 행동이 무척 이상하다.

얼마나 취한 건지 계단에 몸을 딱 달라붙어 네 발로 기어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계단을 반쯤 내려오자 두 발로 선다.

"어라?"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

마치 누군가를 피해 도망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설마 우리를?’

우연이라 치기엔 타이밍이 공교롭다.

‘수배범?’

종혁은 고개를 쭉 내밀었다.

뭐 하는 놈들인지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다만 화질이 너무 흐릿해서 이목구비가 잘 보이진 않았다.

그러다.

"어, 이 새끼들?!"

종혁의 외침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종혁은 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검은 머리, 왼쪽 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

‘놈들이다!’

서울 경찰들 속을 모두 뒤집은, 일명 4인조 망치 뻑치기 사건.

정확히는 사건이 터지고 무려 7년 후에 검거되는 ‘연쇄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들.

겨우 돈 때문에 사람이 죽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전력으로 망치를 휘두른 악마들이다.

CCTV를 거미줄처럼 깔아서라도 잡고 싶은 놈들 중 두 명이었다. 무척이나 흐릿하지만 촉이 그렇다 외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하나다.

한발 늦은 게 분명했지만, 종혁은 다급히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그 순간.

"이 씨발! 내가 그 말 하지 말랬지!"

"꺄악!"

와장창!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VIP 룸, 그 앞을 막고 있는 조폭들.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웨이터들 사이에 있던 전무가 종혁을 보곤 파랗게 질린다.

"뭐야! 무슨 일이야!"

선배도 다급히 뛰쳐나온다.

"도, 도련…… 경찰님!"

룸 안에서는 여전히 고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 그만해요!"

"닥쳐, 이 찐따 새끼야!"

싸움 소리에 갈등하던 종혁은 혀를 찼다.

멀리 있는 범인과 눈앞에서 발생한 사건.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지미럴!’

언제나 이런 상황이 오면 미쳐 돌아 버릴 것 같다.

하지만 눈앞에서 발생한 사건을 외면할 순 없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죽었다 복창해라!’

뿌드득 이를 간 종혁은 전무를 봤다.

"비켜."

"……하. 니미. 진짜 좃또. 야, 내가 계속 존댓말……."

쩍! 쿠우웅.

"혀, 형님!"

"전무님!"

종혁은 식겁하는 조폭들을 봤다.

"비켜. 싹 다 불질러 버리기 전에."

순간 퍼지는 지독한 살의.

주춤주춤.

조직의 간부인 전무가 한 방에 정신을 잃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마치 커다란 맹수가 눈앞에 있는 것 같다.

거기다 경찰.

하얗게 질린 그들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그 벌어진 틈 사이로 VIP 룸 내부를 본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술병과 안주들이 널브러진 테이블 위에 쓰러진 여성 둘.

씩씩거리는 김강건과 최대명.

볼을 잡은 채 쓰러져 있는 키 큰 사내.

그리고 낄낄 웃고 있는 다른 세 명의 연예인들.

아까 공연을 했던 그 가수도 있다.

경찰모를 벗은 종혁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씨발. 진짜 가지가지 한다."

"……응. 진짜 가지가지 하네."

둘은 VIP 룸의 문턱을 넘었다.

선배가 목을 좌우로 비틀었다.

"김강건 씨, 최대명 씨. 당신들을 폭행……."

"마약류 관리 위반."

종혁은 테이블에 올려진 필터 없는 담배꽁초를 가리켰다.

대마초의 특징이다.

"폭행 및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으로 현장 체포합니다. 그러니까! 대가리 박아, 이 새끼들아!"

그대로 달려 나간 선배가 김강건의 가슴을 박차더니 허공을 붕 날아 최대명의 목에 발을 찍었다.

"칵!"

"윽! 저 씨발년이! 짭새면…… 악?"

종혁은 김강건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어딜. 넌 내 거야."

"넌 또 뭐야?"

부웅!

얼굴로 날아온 주먹을 피한 종혁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짭새다, 씹새야!"

종혁은 빈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뿌드득!

"커헉!"

옆구리에서 격한 소리를 내며 기역 자로 떠오른 김강건.

"거기, 움직이지 마세요. 죽습니다."

종혁은 움찔거리는 김강건의 일행들을 향해 경고하며 다시 같은 자리에 주먹을 꽂았다.

빠악! 뿌드득!

"……아아악!"

"진짜 죽어요."

빠악! 뿌드득! ……푸드득!

"에이."

훅 풍기는 오물 냄새.

종혁은 한 발 물러났다.

"아흐윽…… 흐으으…… 엄마……."

‘몇 대 처맞았다고 우는 주제에 싸움꾼은 무슨.’ 그냥 생양아치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좀 좋아해 준다고 세상이 제 것인 줄 아는 양아치.

코웃음을 친 종혁은 선배를 봤다.

막 덩치 큰 최대명을 업어치기로 넘기고 있었다.

콰아앙!

"끄허억?!"

종혁은 구석에 몰려 바들바들 떠는 여성들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나오세요. 괜찮습니다."

따뜻한 음성에 용기를 내 쭈뼛쭈뼛 걸어나오는 여성들.

종혁은 그녀들과 테이블 위에 쓰러진 여성들을 한 팔에 한 명씩 들고 옆 룸으로 향했다.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해야 하니까 여기 계셔야 합니다? 박 수경, 이분들 보호해."

"옙! 충-성!"

룸을 나선 종혁은 손을 뻗었다.

"나, 난 아니, 켁?!"

의리 없이 뛰쳐나오는 놈의 얼굴을 잡아 던져 버린 종혁은 입을 열었다.

"아무도 못 나오게 막아."

조폭들을 향해 경고한 그는 선배가 다른 놈들을 덮치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

달칵!

등 뒤에서 잠기는 문.

종혁의 눈이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죽자, 씨발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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