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07화 (10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07화>

33. 풀문 나이트

쉭쉭!

일어난 권투 취객이 주먹을 뻗는다.

잽잽, 원투.

잽에 신경을 쏠리게 만든 후 스트레이트가 화살처럼 쏘아진다.

권투는 무서운 무술이다.

팔이 닿는 거리에 함부로 들어가면 어느 순간 정신이 끊어져 버리는 무서운 무술.

‘정말 제대로 배웠네.’

이렇게 작정하고 왔다면 손속에 자비를 둘 이유가 없다.

"죽어!"

풋워크로 다가온 권투 취객이 어퍼컷을 날린다.

‘지랄.’

주먹을 피한 종혁은 밑에서부터 걷어 올렸다.

쩌억!

"……하응."

싸대기에 턱이 돌아간 복싱 취객이 쓰러진다.

종혁은 나머지 취객들을 봤다가 피식 웃었다.

"씨발! 놔! 안 놔?!"

"놔아!"

경찰과 의경들이 덮쳐 몸으로 짓누르고 있다.

업어치기를 당한 듯 괴로워하는 그들.

코끼리에 깔린 하이에나 같아 보여 우습기만 하다.

종혁은 발버둥 치는 그들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야. 너희 누가 보냈냐?"

박춘득과 경찰들이 깜짝 놀라 종혁을 본다.

"보내긴! 씨발! 이거 안 풀어?!"

"……그래. 말할 마음이 없으시겠다?"

종혁은 아직도 기절한 복싱 취객의 몸을 뒤져 지갑을 찾았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우영아. 종혁이 형인데 너무 늦게 전화한 거 아니지?"

동일고 유도부 현 주장이다.

"다름이 아니라 최필호라고 알아? 스무 살인데 권투 했고. 어, 몰라? 그럼 수배 좀 해 줄 수 있을까? 어, 그래. 기다릴게."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게 되거나 삐뚤어지게 되면 더러 불량한 애들, 소위 일진과 어울리기도 한다.

더욱이 아직까진 내가 최고다 하며 학교 일진끼리 서로 싸움을 하는 시기다.

이런 일들은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몇 다리만 건너면 다 알게 된다.

취객 셋을 경찰차 뒷자리에 구겨 넣은 박춘득이 전화를 끊은 종혁에게 다가온다.

"무슨 말이에요? 누가 보내다니?"

"아무래도 쟤들, 작정하고 온 것 같아서요."

"흠……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박춘득도 뭔가 이상했지만, 셋에게선 술 냄새가 많이 났다.

야간에 근무하는 경찰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는 주취자의 폭력 행사다.

"저도 그러길 바랍니……."

지이잉!

종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형!

"어, 그래. ……아, 그래?"

순간 종혁의 음성이 사나워진다.

박춘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어? 고마워. 다음에 밥 한 끼 살게. 응, 잘 자."

전화를 끊은 종혁은 박춘득을 봤다.

"망치파라고 아세요?"

"……!"

안다.

중부서 관내에 기생하는 조폭 조직이다.

"설마……."

"푸핫! 이거 재밌네."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된다.

굶어 죽을 것 같으니까 뉴 페이스를 보내 분란을 일으키려 한 거다.

조폭 따위가 경찰에게.

형사들 레이더에 걸리지 않은 생짜 신삥들이라 걸릴 위험도 없으니 딱 좋기도 하다.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하, 나 이 씹새끼들."

역시 조폭은 사회의 악이다.

‘그놈들 잡기 전에 이 새끼들부터 치워야겠네.’

박춘득과 다른 경찰들의 얼굴도 뻘겋게 달아올랐다.

종혁은 순찰차로 걸어가 뒷문을 열고, 한 놈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악!"

"야. 왜 야생에서 새끼 늑대를 건드리지 말라는 줄 알아?"

"뭐, 뭔 개소리야!"

건드리면 어미가, 그리고 늑대 무리가 새끼를 죽인 놈을 죽일 때까지 쫓기 때문이다.

경찰대 생도는 그 새끼 늑대였다.

현재 경찰의 고위 간부 90퍼센트 이상을 배출한 경찰대학교의 새끼 늑대.

종혁은 그의 머리를 강제로 틀었다.

"보여? 봐. 보이지?"

박춘득과 경찰들이 이쪽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다.

누가 봐도 잘못됐다고 느낄 모습이다.

취객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기대해. 너희들 이제 좆 됐으니까."

종혁은 이를 갈았다.

*  *  *

조폭이 경찰대 생도를 노렸다.

이는 경찰에 대한, 경찰 간부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조폭 따위가.

대한민국 경찰 조직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당탕!

"막아!"

"제껴!"

사무실 바깥이 시끄럽다.

벌컥!

망치파 두목의 오른팔이 열고 들어온 문을 몸으로 막는다.

"형님! 피하셔야 합니다!"

피투성이가 된 오른팔의 처절한 외침.

을지로 일대의 밤을 지배하던 망치파 두목은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었다.

"가긴 씨발."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하나 있는 입구로 경찰이 들이닥쳤다.

도망갈 길은 없었다.

치익!

‘씨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그냥 겁을 좀 준 후에 영업을 재개하려 했을 뿐이다.

쾅! 쾅!

"열어! 안 열어?!"

"형니임!"

꽈아앙!

"으악!"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오른팔이 땅바닥을 나뒹군다.

"형님, 피하셔야 합니다아. 형니임. 니미, 영화 찍는 줄?"

킥킥.

웃음소리가 번진다.

망치파 두목은 이를 악물었다.

"김 반장."

중부서 강력계 형사2팀 김 반장.

타다닥! 뻐억!

"켁?!"

달려온 형사 한 명이 두목의 가슴을 깠다.

벌렁 넘어간 두목은 곧 구레나룻이 잡혀 들어 올려졌다.

"아, 아아!"

두목은 형사의 손을 탁탁 치며 몸을 흔들었다.

"씨벌, 양아치 깡패 나부랭이 새끼가 어디 반장님께. 후까시 안 풀어? 이걸 확."

"……."

두목은 슬그머니 눈을 깔았다.

형사들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런 놈들이다.

약자에겐 한없이 강하지만, 강자에겐 허리도 못 펴는.

김 반장이 옆으로 영장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최 생도. 최 생도가 해 볼래?"

두목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 새끼?!’

모두 종혁 때문이다.

분노와 살의가 솟구쳤다가…….

"눈 깔아. 파 버리기 전에."

……쑥 내려갔다.

종혁은 그 모습을 무시하며 김 반장을 봤다.

"그래도 됩니까?"

종혁이 되물었다. 미란다원칙 때문이다.

아직 경찰 신분이 아닌 종혁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걸 이놈이 걸고넘어지면 귀찮아진다.

"원래 이런 일은 당사자가 매듭을 지어야 하는 거야. 뭐, 종두 형님이나 광수대 대장 형님 부탁도 있고."

종혁의 질문 의도를 알아차린 김 반장은 절차를 확실히 아는 영특한 생도라며 흐뭇이 웃으며 덧붙였다.

"우리가 또 하면 돼. 괜찮아."

"하하."

고맙다며 고개를 숙인 종혁은 두목 앞에 섰다.

‘영장을 쥐는 것도 몇 년 만이냐.’

가슴이 떨렸다.

"잘 들어. 최순철 너를 폭행, 폭행 교사, 조직 결성, 주류 관리법 위반, 성추행, 성매매…… 뭐야. 진짜 양아치였네?"

"씨발! 양아치라 부르지 마……."

쩍!

뺨을 얻어맞은 두목의 눈이 풀렸다.

"양아치 새끼가 어디서."

"종혁 후배야. 얼굴은 때리면 안 돼."

그렇게 말하는 형사는 웃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다.

김 반장이나 다른 형사들도 마찬가지다.

새까맣게 어린 종혁이 조폭 두목을 요리하고 있다.

어이없으면서도 흐뭇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큼. 아무튼 순철아. 뭐 이런 혐의로 너를 체포하는 거야. 너란 놈도 변호사를 선호할 권리가 있는데 하지 말고……."

미란다원칙을 쭉 읊은 종혁은 두목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진짜 변호사 선임하지 마. 내가 아는 분이 서울지검의 형사부 부장검사야."

"끅!"

"전관 변호사들도 더러 알고 있고. 보이니?"

롤렉스 시계.

재력이 범상치 않다는 증거다.

두목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종혁은 그런 그의 뒷목을 쓰다듬었다.

"한 10년 뒤에 보자, 순철아. ……살아 있으면."

서울, 아니, 전국 경찰들이 조폭들을 뒤집고 있다.

다신 이딴 짓 못 하게.

그들에게 상납받던 이들도 연락을 피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 신문에 이번 일에 대한 진상도 실릴 예정이다.

그럼 피해를 입은 조폭들이 가만있을까?

탁탁!

맞은 건 뒷목인데 힘이 풀리는 건 사타구니였다.

두목은 종혁의 발끝조차 보지 못한 채 벌벌 떨었다.

*  *  *

집중 단속에 불만을 품은 조직폭력배!

경찰대 학생을 노린 조폭!

대한민국 조폭 공화국?

경찰, 조폭과의 전쟁 선포!

수원 인계동 조직, 일망타진!

-휴우. 또 한 건 하셨네요?

"거리가 깨끗해져서 좋죠, 뭐."

종혁은 권아영의 말에 피식 웃었다.

-경찰 쪽은 괜찮나요? 안 좋은 말이 들리던데.

"아, 그거요?"

조폭에게 돈을 상납받은 경찰들이 죄다 내사 리스트에 올랐다.

월드컵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 직위 해제나 퇴직을 당한다고 봐야 했다.

수많은 이권과 파벌이 복마전처럼 얽힌 경찰이란 거대한 조직이 드디어 고름을 짜내기로 한 것이다.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TO도 많이 생길 예정이었다.

자정작용을 마친 경찰.

그 빈자리에 들어갈 정의감 넘치는 신입 경찰들.

기대가 됐다.

"구청 쪽은 어때요?"

-그쪽도 난리죠.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조직폭력배다.

그들의 뒤를 봐주던 구청 공무원들도 난리 났다고 봐야 했다.

-덕분에 일이 쉽게 됐어요.

"……CCTV 관리 쪽 공무원 목이 날아갔나 봐요?"

-과장 목이 날아갔어요.

미관에 방해된단 이유로 CCTV를 이상한 곳에 설치했던 공무원들. 알고 보니 유흥가 쪽엔 설치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발각됐다.

구청장의 목도 간당간당했다.

"저런."

그래서 일이 편해진 거다.

지금 경찰의 일에 태클을 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 말이다.

또 저번처럼 도시 미관을 핑계로 CCTV 설치 장소를 옮기려 한다? 난리 나는 거다.

여기에 행복의 쉼터 재단의 권회수가 중구청을 비롯한 몇 개 구청에 막대한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다신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범죄 예방에 힘써 달라고.

구민들이 신청하면 무료로 CCTV를 달아 주라고.

최소한 중구에 한해서는 월드컵 시작 전에 CCTV가 빈틈없이 설치될 예정이었다.

"잘됐군요. 직원을 더 채용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시켜 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아, 전화 들어오네요. 잠시만요.

"아니에요. 그럼 수고해요."

-네, 보스!

전화를 끊은 종혁은 기지개를 쭉 폈다.

"끄으으! ……좋네."

오늘따라 거실에서 보는 하늘이 맑아 보인다.

띠띠띠띠띠! 띠리릭!

집 현관의 문을 열며 고정숙이 들어온다.

"응? 벌써 퇴근했어?"

"오늘부터 주간 근무라고 했잖아요. 곧 출근해야 돼. 엄마는?"

아침 7시 30분.

아침 장사 준비로 한창 바쁠 시간이다.

"통장 놓고 가서 잠깐 올라온 거야."

"거래처? 그냥 폰뱅킹 하라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암튼 출근 잘하고. 다치지 말고."

"충성."

피식 웃은 고정숙은 돌아서다 멈췄다.

"아, 오늘은 벤츠 타지 마. 내가 쓸 거야."

"……맞선 봐?"

그러고 보니 요새 부쩍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연애."

"뭣?! 잠깐. 정숙 씨? 어머니?"

"파이팅."

그녀는 재빨리 문을 닫았고, 종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핸드폰을 들었다.

"이고르?"

현재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러시아 정보부 요원 중 팀장.

나탈리아가 흔쾌히 내준 보디가드들이다.

"어머니가 현재 누굴 만나고 있죠?"

종혁은 자동차 키 중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집어 들며 집을 나섰다.

종혁의 표정은 심각했다.

*  *  *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나이트의 사무실.

숨이 턱턱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아 있다.

양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이 상석에 앉은 50대 장년인을 보며 침만 삼킨다.

"……최순철 그놈 은퇴시켜."

"예, 큰형님!"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씨발. 내가 이 나이 먹고.’

뺨을 맞았다.

자중하지 않으면 찢어 버리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원로들에게도, 뒤를 봐주는 분들에게도.

이 사태를 야기한 최순철을 씹어 먹는다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 애새끼.’

열불이 치솟지만 건드릴 수 없다.

애먼 놈이 건드렸는데 전국의 모든 조폭이 털리고 있다.

또 건드렸다가는 목숨이 위험해진다.

망치파가 그의 휘하 조직이었기에 앙심을 품은 전국 조폭들이 히트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관계를 부정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벌써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들보고 숨죽이고 있으라고 해. 경찰이 때려도 엎드리라고 해. 알았어?"

"예! 큰형님!"

그렇게 대답하는 간부들의 얼굴이 어둡다.

이유를 알고 있는 그는 혀를 찼다.

그 역시도 참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유도 영웅이라는 애새끼는 나중에……."

띠리링! 띠리링!

"어. 누구……."

-이 회장. 나 돈 귀신일세.

"큽!"

재빨리 일어선 그는 허리를 숙였다.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동안 격조하였습니다, 어르신!"

명동의 돈 귀신 권 노인. 권회수.

은퇴를 당했다고 해도 격이 다른 인물이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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