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05화 (10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05화>

이날 저녁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종혁은 안마방과 마사지 총 12곳에서 불법 성매매한 86명과 업자 및 직원 36명을 검거했고, 24개 술집과 만화방, 당구장, DVD방에서 미성년자 232명을 계도했다.

DVD방에서 성관계를 맺던 성인들도 검거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세요!"

"아 씨, 그거 한 번 했다고!"

"왜 우리한테만 이러는데! 우리만 했어? 어?!"

"조용히 해요! 조용히!"

도떼기시장이 펼쳐진 중부서.

"……."

박춘득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방범 순찰을 보내 놨더니 강력계 두 개 팀의 하루 실적을 올려 버렸다.

"형님!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형사4팀의 베테랑, 40대의 박 경장이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뒤에 형사 몇 명이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니 박 경장이 대표로 나선 듯했다.

중부서에서 소문이 안 좋은 형사들이다.

"……뭐가?"

"아니, 남자가 바깥일 하다 보면 어? 안마방도 갈 수 있고. 그런데 그걸 죄다 잡아들이면 우리 업무가 마비되잖습니까! 이 새벽에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박춘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박 경장, 돈 먹었냐?"

"뭐요?! 이 사람이!"

"그럼 왜 불법 성매매한 놈들을 감싸는데?"

"……아오! 진짜 말이 안 통해서 원! 아, 저놈이죠? 저놈이 이 사고를 친 거죠?"

"아, 최 생도는……."

"어이, 야!"

박 경장은 박춘득이 말릴 틈도 없이 종혁의 앞에 섰다.

종혁은 얼굴이 빨간 박 경장을 의아한 눈으로 봤다.

"야, 니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칭찬을 해도 모자랄 상황에 화를 낸다.

이 새벽에 불려 왔으니 짜증은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침 튀기며 화를 낼 정도는 아니다.

종혁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돈 먹었습니까?"

"……뭐? 이 어린놈의 새끼가!"

덥석!

박 경장이 종혁의 멱살을 잡아 민다.

그걸 버틴 종혁은 박 경장을 무심히 봤다.

‘맞네. 돈 먹은 거.’

그렇다면 같은 식구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본 종혁은 목소리를 낮췄다.

"어이, 견찰. 본청과 언론에 아는 분 계시는데 이거에 대해 씨부려 볼까? 어?"

움찔!

"뭐, 뭣?"

"대가리 안 돌아가? 일개 생도가 뭔 깡으로 안마방을 건드렸을까 하는 생각은 못 해?"

안마방 중엔 조폭과 연관된 곳들이 많다.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테지만, 중구 쪽 조직들과 얽혀 있는 안마방도 나올 거다.

"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볼이 분노로 푸들푸들 떨리지만, 손아귀의 힘이 빠진다.

"내가 작정하고 털면 어디까지 털 것 같냐? 그때도 그 잘난 계급이 지켜 줄 수 있을까?"

"……."

스르륵.

결국 박 경장의 손이 풀린다.

종혁은 잡힌 곳을 툭툭 털었다.

"똥줄 타게 된 건 알겠지만, 함부로 짖지 맙시다. 아, 그런데 이럴 시간 있어요? 증거 안 지우십니까?"

"너, 너! ……다음에 이야기해! 알았어?!"

‘지랄.’ 종혁은 멀어지는 박 경장을 응시하다 돌아서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너무 늦은 시각이지만, 받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박춘득이 막았다.

"어떤 분에게 연락하려고요? 김 과장?"

종혁은 박춘득이 잡은 핸드폰을 봤다가 다시 그를 응시했다.

"저 막으시려고요?"

"생도가 벌써부터 식구 밥그릇 건드리면 안 좋아요."

종혁의 눈이 샐쭉해졌다.

‘설마 이 사람도?’

"그런 건 곧 퇴직할 뒷방 늙은이가 해야죠."

"……?"

박춘득이 핸드폰을 들었다.

뚜르르 뚜르르.

발신음이 조용한 복도를 울렸다.

달칵!

"어, 윤 과장. 나야, 중부서 박 과장. 새벽부터 전화해서 미안한데, 우리 식구 칼질 좀 할 수 있을까?"

"……!"

"응, 강력계. 소문이 안 좋은 것도 있는데, 오늘 서가 뒤집어져서 증거 모으기 편할 거야. 기회지. 그래, 부탁할게."

전화를 끊은 박춘득이 종혁을 보며 싱긋 웃었다.

"앞길이 구만 리인 최 생도인데 벌써부터 같은 식구들에게 미움받으면 안 좋아요."

전국에 수많은 경찰들이 있지만, 이런 소식은 번개보다 빨리 퍼진다. 경찰 조직도 참 좁은 세상이다.

"……왜 이렇게 해 주시는 겁니까?"

박춘득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패 중 하나를 써 버렸다.

더욱이 감찰 쪽이면, 후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누명 같은 일을 비켜 갈 수 있는 강력한 패다.

그걸 만난 지 이틀도 되지 않은 생도를 위해 쓴 거다.

종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 그 대답에 앞서 질문 두 개만 해도 될까요?"

"……예."

"오늘 왜 그렇게 폭주한 거예요? 영리한 최 생도가 생각 없이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데."

종혁이 혈기만 넘쳤다면, 한상원을 직접 잡으려 들었을 거다.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할까? 그래, 말하자.’

말해도 상관없는 문제다.

아니, 어쩌면 박춘득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해섭니다."

"……?"

"집중 단속 기간 시작인 오늘, 이렇게 많은 범죄자가 잡혔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들어온 미성년자 때문에 일반 업주들도 피해를 보겠죠."

미필적이든 고의적이든 업주들도 피해를 본다.

"또한 이렇게 단속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경찰의 시야가 닿지 않은 곳에선 범죄가 일어납니다."

"그래서요?"

"이게 공론화되면 어떨까요?"

"……!"

박춘득은 눈을 부릅떴다.

"최소 세 개 이상의 대형 신문사들이 중부서의 실적을 계속 발표하면서 사각의 범죄를 집중 단속 기간 내내 다룬다면요?"

그러면서 CCTV의 필요성을 흘리는 거다.

"그, 그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두 번째 질문이십니까?"

"최 생도!"

"농담입니다."

"끄응."

"결론만 말하면 가능합니다. 언론 쪽에 친한 지인들이 계시거든요."

그들이 이틀만 기사를 내보내도 중부서 실적에 배 아파할 다른 경찰서들도 기자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를 것이다.

온 국민의 축제 2002년 월드컵.

한국을 찾을 관광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깨끗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다.

이걸 기사로 다루지 않을 기자는 없다고 봐야 했다.

"허어……."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고?’ 그동안 CCTV 보급화를 위해 애써 왔던 박춘득은 허탈해졌다.

하지만 그래서 소름이 돋았다.

‘이걸 이렇게 쉽게 계획해 내다니!’

"대체 정체가 뭡니까, 최 생도?"

종혁은 그냥 일개 생도가 아니다.

분명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아님 천재를 넘어선 천재든지!’

경찰로서의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 질문이세요?"

"……끙. 좋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겁니까?"

원래 하려던 질문과 다른 질문이다.

"정말 필요해 보여서요."

CCTV의 보급화는 종혁도 원래부터 세웠던 계획이다.

만날 사각으로, 어둠 속으로, 수면 밑으로 사라지는 그 조직을 쫓기 위해 미래보다 더 촘촘하게 CCTV를 깔아 놓을 필요가 있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라지는 범죄자 문제도 있다.

‘그리고 곧 벌어질 그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해!’

광화문과 서울광장에 수백만 인파가 몰렸음에도 성공리에 월드컵 시즌을 마치면서 중구의 모든 경찰서는 엄청난 명예를 얻지만,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명예가 똥통에 처박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이후 경찰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범인을 잡지 못해서다.

범인이 잠적했다면 변명거리라도 있을 텐데,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문제가 됐다.

그 사건을 막기 위해서다.

능숙했던 놈들의 모습을 보면 경찰이 처음 사건을 인지하기 전부터 범행을 저질렀을 게 분명했다.

‘일단 중구만이라도 CCTV로 도배를 해야 돼.’

"음, 알겠습니다."

종혁의 강인한 눈을 본 박춘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경찰이 보배를 얻었구나.’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뿌듯해졌다.

애당초 곧 간부가 될, 그것도 탄탄대로를 걸을 확률이 높은 종혁이 CCTV와 생활안전과 업무에 관심을 가져 주니 간부가 돼서도 잘 지켜봐 달라는 의미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지금도 축소시키려 안달인 생활안전과.

한 사람의 관심이라도 더 필요했다.

여기에 존경하는 선배인 최기룡의 부탁도 있었다.

종혁의 어깨를 툭툭 친 박춘득은 멀어졌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왠지 찝찝했다.

"아차."

종혁은 권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시할 일이 있었다.

*  *  *

중부서, 사고를 치다!

어젯밤 검거율 1위 중부서!

집중 단속 기간! 중부서 범죄와의 전쟁 선포!

용산경찰서! 치안 확립에 앞장서겠다!

불량 십 대에게 당한 사장님들! 억울하다!

CCTV, 치안에 필수불가결!

조간신문이 포문을 열더니, 석간신문에선 포화가 쏟아졌다.

삼 일쯤은 지나야 다른 경찰서에서 반응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고작 몇 시간 만에 전국 경찰서가 움직였다.

"이거 박영일 기자님께 선물이라도 보내야겠는데?"

모두 박영일과 그의 동료 기자들이 기사를 맛깔나게 써 준 덕분이다.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부탁을 허락한 거겠지만, 그래도 감사 인사는 필요했다.

"오늘은 내가 더 잡는다."

"아니야. 내가 2등이야."

"어? 1등은?"

야간 근무를 자청한 생도들의 뜨겁게 타오르는 눈이 종혁에게로 모인다.

종혁은 피식 웃었다.

"내가 알려 준 건 다 숙지했지?"

"어!"

"당연하지!"

종혁은 동기들에게 어젯밤 어떻게 그런 실적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노하우를 모두 알려 줬다.

‘경찰들을 믿고 맡길 수도 있지만…….’

오늘부터 경찰이 대거 합류하기로 했다.

물 저을 때 노 저으라고, 서장의 특별 지시였다.

‘마냥 믿을 순 없지.’

슬픈 일이지만, 오늘 합류할 형사들 가운데 업소 뒤를 봐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형사의 부탁을 받은 다른 경찰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에 눈이 팔린 생도들에겐 그런 게 없다.

이번 현장 실습 결과가 곧 기말고사 성적이다.

합류한 경찰들이 말려도 불도저처럼 돌진할 터였다.

만약 그 경찰들이 동기들을 말린다면, 현재 비밀리에 진행되는 내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거다.

계획에 빈틈은 없었다.

"당부 사항은 어제 다 말했으니 할 말 없고…… 자, 그럼 출발합시다."

어제보다 늘어난 병력이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다들 생각보다 얼굴이 밝네.’

서장, 아니, 경찰청장의 명령에 의해 고삐가 풀렸다.

검거하는 숫자만큼 실적이다.

실적에 죽고 사는 경찰들은 눈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어젠 죄송했지 말입니다."

"아, 박 수경. 괜찮아요. 다 절 위해서 한 말이잖아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박 수경은 확 밝아진 얼굴로 물러났다. 박 수경뿐만 아니라 다른 의경들의 얼굴도 밝았다.

듣기로 의경들도 월드컵 시즌이 끝나면 보상으로 특별 휴가가 있을 거라고 했다.

"모두 이렇게 의욕적이니 참 보기 좋아요."

"과장님?"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박춘득이 어제와 달리 경찰 조끼를 입고 있다.

"오늘은 내가 인솔할까 하는데 괜찮겠어요?"

"예? 어, 네. 그럼요."

박춘득 과장이라면 편하다.

베테랑 경찰에다가 종혁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으니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제동을 걸진 않을 테니 말이다.

"저야 괜찮지만, 과장님께선 괜찮으시겠어요?"

"저 아직 현역입니다, 최 생도."

그러며 드미는 알통이 제법 굵직하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광봉은 제가 들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출발할까요?"

"옙!"

그들도 경찰서를 벗어났다.

순찰 코스는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골목까지 살피라는 서장의 명령 때문에 범위가 어제보다 더 넓어졌다.

"이야, 이게 얼마만의 저녁 순찰인지. 음, 공기 좋고."

정말 오랜만에 야간 순찰을 나온 듯 박춘득의 낯빛이 밝다.

"어디부터 갈까요, 최 생도?"

"제, 제게 맡기신다고요?"

"어젯밤의 주역인데 적극 따라야죠."

"……하하."

정말 그래 준다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종혁은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요."

어젯밤 첫 포문을 연 안마방.

"저기부터 들르시죠."

"……흐음?"

의미심장하게 웃은 박춘득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다시 안마방을 올랐다.

뚜벅뚜벅!

새 걸로 교체된 유리문.

슬쩍 밀어 보니 역시나 잠겨 있다.

귀를 댄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지."

오늘 아침 벌금을 맞고 풀려난 안마방 업주와 직원들.

도우미와 맹인 안마사도 오늘 아침에 함께 귀가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영업을 안 한다?

한 번 걸렸다고?

‘신박한 개소리지.’

벌금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문을 열 그들이다.

한번 걸렸으니 다시 경찰이 안 올 거라 생각하며.

이렇게 안마방이라 적힌 검은색 유리문이 그 증거였다.

"과장님, 잠시 뒤로."

"괜찮아요?"

"구두라서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한 종혁은 어제처럼 유리문을 발로 후려쳤다.

꽈아앙!

어제처럼 다시 부서진 유리문.

종혁은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업주를 향해 싱긋 웃었다.

"수고하십니다. 불법 성매매 단속 나왔습니다."

"……우리한테 대체 왜 이러세요."

‘걱정 마. 너희한테만 이러는 거 아니니까.’ 종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고, 업주는 얼굴을 구겼다.

‘씨발. 내가 CCTV인지 뭔지 꼭 달고 만다! 저 새끼 오는지 안 오는지 감시하게!’

업장을 접을 생각이 없는 그는 몰랐다.

CCTV를 설치한다고 해도 피할 방법은 없다는 걸 말이다.

종혁은 아무 의심도 받지 않은 채 들어올 방법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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