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99화 (9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99화>

30. 발표를 하다

동료 경관이 다치는 걸로도 경찰은 폭발한다.

어떻게든 잡아넣으려 눈에 불을 밝힌다.

그런데 죽었다?

그때부턴 눈이 뒤집힌다.

‘쟤들 죽었네.’

한국이라면 죽을 때까지 팬다.

죽이진 못해도 몸 성히 걸을 수 없을 만큼 패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 교도소에서도 편히 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미국이라면?

일그러진 요원들의 표정을 훑은 종혁의 눈이 캘리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치솟는 분노의 불길을 힘겹게 누르고 있었다.

"저거 방송국 헬기지?"

"예!"

"우리 헬기 급파하고, 타격팀 동원해."

"예!"

우당탕.

사무실이 전시 태세에 들어간다.

누군가는 전화를 붙잡고, 누군가는 권총을 점검하더니 재킷을 낚아채며 사무실을 튀어 나간다.

정말 전시 상황처럼 빠릿빠릿해진다.

"그리고……."

캘리의 일그러진 눈이 종혁에게 닿았다.

"미안하지만 비관계자는 아웃."

‘음.’ 툭!

임성원 교수가 아쉬워하며 종혁을 쳤다.

은행 강도 같은 초강력 사건이다.

한국에는 너무 진귀한 부류의 사건.

도주 경로, 포위망 구성 등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지만 나가야 한다. 눈이 돌아간 경찰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다.

"종혁아?"

하지만 종혁은 망설였다.

왜인지 쉽사리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뭘까. 대체 왜일까.’

운전자였던 남성을 붙잡고 흔들던 소녀의 일그러진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캘리를 잡고 구르던 종혁 본인을 향하던 소녀의 눈빛이 발목을 잡는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한국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도 최종혁입니다."

임성원 교수는 경악했다.

"종혁아!"

‘이 미친놈아!’ 캘리의 눈이 서늘해진다.

까득!

"은혜를 갚으란 건가요?"

요원들의 눈빛도 심상치 않아진다.

임성원 교수와 잭이 종혁의 팔을 잡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쥐 죽은 듯 있겠습니다."

흠칫!

종혁을 노려보던 캘리는 이내 놀랐다.

‘이 아이?’

눈에 흥분이 없다. 단 한 점조차도.

그저 맑고 깊을 뿐이다.

이쪽의 일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생각하는 눈이 아니었다.

‘흠.’

"정말 시체처럼 있어야 할 거예요."

"……!"

종혁의 얼굴이 환해지자, 혀를 찬 그녀는 놀라는 부하 직원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뭐 해! 지금 놀 때야?! 은행 CCTV는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지, 지금 들어왔습니다!"

"얼른 띄워!"

"넷!"

옆의 밀리가 다급히 컴퓨터를 조작하자 추격전 화면이 작아지고, CCTV 화면이 송출됐다.

모두 이를 악물며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죽다 산 기분인 임성원 교수와 잭은 종혁을 타박했다.

‘이 미친놈아!’

‘날 죽일 셈입니까, 최!’

"하하."

어색하게 웃은 종혁은 프로젝션 TV를 가리켰다.

닥치고 보잔 소리였다.

한숨을 내뱉은 임성원 교수는 눈에 힘을 줬다.

어찌 됐든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마침 빨리감기 되던 화면에서 2인조 무장 강도가 나타났다.

"멈춰!"

모두가 숨을 죽이며 흐릿한 화면을 노려봤다.

두 명의 강도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총을 빼낸다.

탕탕!

키 큰 강도 데릭의 총이 두 번 흔들린다.

꺄아악!

늦은 아침 은행 일을 보러 온 사람들이 머리를 붙잡으며 도망친다. 그러다 곧 키 큰 강도의 외침에 엎어진다.

소리는 없다.

하지만 CCTV 속 행동들에, 소리가 없어도 마치 들리는 것 같다.

저 순간 저곳에 공포가 휘몰아쳤다.

만족스럽게 어깨를 편 데릭이 소녀에게 무언가 지시한다.

창구로 향하는 걸 보니 돈을 가져오라 시키는 것 같다.

소녀는 잠시 망설이다 발을 뗀다.

데릭은 엎어진 사람들은 노려본다.

적막에 빠진 공간.

그 순간 CCTV 한곳에서 움직임이 생긴다.

"음."

곳곳에 세워진 나무 테이블.

그 뒤에 엎드린 사람 중 정장을 입은 중년인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 뒤춤에 손을 가져간다.

빠져나온 권총 한 자루가 테이블을 방패 삼아 내밀어진다.

경찰이다.

탕탕!

"아!"

다리를 맞고 흔들린 데릭.

응사한다.

탕탕탕!

경찰은 다급히 몸을 숨겼다.

그러나.

"악!"

"FUCK!"

데릭과 달리 벌러덩 넘어진다.

경찰은 넘어진 상태로 응전하지만 몸이 드러났다.

데릭은 경찰을 향해 계속 발사한다.

그러다.

틱틱!

총알을 다 쓴 듯 흔들리지 않는 데릭의 권총.

데릭은 소녀에게 무어라 외친다.

마치 너도 쏘라는 것 같은 느낌.

소녀는 허둥지둥거린다.

발을 강하게 구른 데릭은 소녀에게서 권총을 뺏어서 다시 경찰에게 난사했다.

확인 사살이다.

아니, 조롱이다.

데릭은 움직임이 멈춘 경찰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까드득! 아드득!

요원들의 두 눈에서 살기가 폭발했다.

그들은 가방을 챙겨 도망치는 2인조를 찢어발길 듯 노려봤다.

"……."

캘리 그레이스는 입을 열었다.

"저격팀 출발시켜. 이 개새끼들…… 그냥 죽인다."

처형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 그들이 무척이나 바란 명령.

미국 경찰, FBI이기에 내릴 수 있는 명령.

"예!"

"다시 화면 띄우고."

요원들이 프로젝션 TV 앞에 모여든다.

종혁과 임성원 교수는 철저하게 잊혔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종혁의 모습을.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아직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다행이라면 위화감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뭔가 있다.

종혁은 빤히 TV를 응시했다.

"제보 들어왔습니다! 회색 도요타 2인조! 6일 전……."

그의 눈빛은 방금 전보다 더 가라앉아 있었다.

*  *  *

부르릉!

회색 도요타가 코너의 한 은행 앞에 선다.

마른 얼굴, 푸른 눈의 데릭이 은행을 보며 실실 웃는다.

6일 전 마트와 주얼리 숍을 털며 점검을 마쳤다.

그동안 저지른 범죄는 모두 오늘을 위한 일.

이곳만 무사히 털면 이 지긋지긋한 뉴욕도 탈출이었다.

데릭은 소녀를 봤다.

벌써 몇 번째임에도 아직도 무서운지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소녀.

데릭의 눈이 애정으로 일그러진다.

"무섭지?"

흠칫!

"그것도 오늘로 끝이야. 조금만 참으면 우리는 저기 멕시코 해변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도중에 갈아탈 차와 위조된 신분도 준비해 놨다.

"앞으로 겨우 3분이야, 데이지. 참을 수 있지?"

데릭의 손이 소녀 데이지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움찔!

‘시, 싫어.’

몸을 움츠린 데이지의 눈이 흔들린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리 사랑의 결정체를 만들면 네 부모님도 나를 인정할 거야."

데이지는 다급히 데릭을 봤다.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

"나도 괴로워. 하지만 이 모든 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야."

데이지의 눈빛이 회색으로 죽었다.

"으, 응."

"그래. 가자. 저번처럼 병신같이 굴지 말고."

덜컥!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데릭을 보는 그녀의 턱이 덜덜 떨린다.

‘내가 왜…… 누가…….’

"데이지?"

열린 차창을 향해 고개를 내민 데릭.

"아, 알았어!"

탁!

황급히 내린 그녀는 데릭의 옆에 섰다.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같은 행동을 한 데릭은 은행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 앞에 서며 레이디 퍼스트를 했다.

데이지는 반사적으로 문을 밀었고, 데릭은 품 안의 권총을 꺼내 들며 사전에 와서 체크한 은행 경찰을 향해 쐈다.

앞에 사람들이 있어도 무시하고.

탕탕!

"모두 엎드려!"

"……꺄아아아악!"

부아아아앙!

"FUCK! FUCK! Fucking police!"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사복 경찰이 있을 줄은 몰랐다.

죽여서 당장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제 뉴욕의 모든 경찰들이 자신들을 쫓을 거다.

‘내가 왜 몇 군데서나 사전 연습을 했는데!’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빌어먹을 경찰들은 평소엔 엉덩이가 철근보다 무겁지만, 같은 경관이 다치면 악마보다 빠르고 지독하게 움직인다.

바로 지금처럼.

삐이이잉! 삐용삐용!

경찰차들이 뒤를 쫓는다.

예정대로 3분 만에 털었는데 사냥개들의 사냥이 시작됐다.

무조건 빠져나가야겠지만, 이제 모든 시, 주, 국경의 경계가 삼엄해질 거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은 데릭은 데이지를 죽일 듯 노려봤다.

"네가 또 병신같이 행동해서!"

"미, 미안해!"

"닥쳐!"

삐이이이잉!

정면 저 멀리에서 경찰차들이 온다.

데릭은 다급히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꺄아악! 데릭! 앞! 앞!"

코너를 꺾자마자 보이는 횡단보도.

파란불인 듯 사람들이 지난다.

데릭은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데릭-!"

"닥쳐! 닥치라고!"

흥분한 데릭의 눈에 다시 경찰차가 보인다.

그는 다시 핸들을 꺾었다.

‘여기만 빠져 가면 돼! 여기만!’

이 포위망만 빠져나가면 된다.

이 골목을 지나 한 번만 더 꺾으면 집하장이다.

차들이 많은 택배 집하장.

충분히 떨궈 낼 수 있다.

하지만.

"데, 데릭, 앞!"

삐이잉!

빨갛고 파란불을 번쩍이는 검은색 SUV.

FBI다.

FBI가 이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다.

앞에는 FBI, 뒤는 NYPD.

"제기랄!"

데릭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다급히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하지만.

"내려! 죽을 거야?!"

움찔!

왜인지 망설이는 데이지.

데릭의 눈이 일그러졌다.

"도망치려고? 쟤들이 널 가만둘 것 같아?!"

경찰이 죽었다.

공범도 죽는다.

파랗게 질린 그녀는 다급히 차에서 내렸고, 데릭은 경찰과 FBI를 향해 권총을 난사했다.

탕탕탕탕탕!

"꺄악!"

"으악!"

거리가 공포에 휩싸였다.

"오지 마, 이 새끼들아! 너도 쏴!"

"하, 하지만!"

"이 병신 같은 년! 그럼 저기 문이나 열어!"

데이지는 황급히 데릭이 가리키는 등 뒤 카페의 문을 열었다.

"뭐 해! 들어가!"

탕탕!

"모두 엎드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엎드리고 경찰과 FBI가 정문을 가로 막았다.

차 문을 열고 이곳을 향해 총을 겨눈 경찰들.

데이지의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지만, 데릭은 도리어 문을 열었다.

"꺄악!"

일으킨 여성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여기 인질들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물러나!"

다시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카페.

카운터에 몸을 숨긴 데이지는 밖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젠 정말 한계다.

도망치고 싶다.

왜 그곳에서 데릭에게 홀렸을까.

왜 데릭을 따라왔을까.

‘누가 날 좀 구해 줘요. 죽고 싶지 않아.’

그녀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아빠…….’

*  *  *

"Oh my……."

결국 생각하기 싫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인질극.

숨 막히는 긴장감이 사무실을 맴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이보다 더한 상황도 봐 온 캘리 그레이스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궁지에 몰린 강도들이 벌이는 인질극.

어설프게 진압했다간 다른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

대치가 길어져도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인질을 잡아 총으로 위협했기에 백 퍼센트다.

"타격팀 시선 뺏고, 저격팀 포인트 잡아."

‘결국!’ 임성원 교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십 대 소녀다.

물론 심판을 받아야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정에서다.

회개를 할 수 있는 나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게 괴롭다.

그런데.

"아."

눈이 돌아갔던 FBI 요원들도 안타까워했다.

그토록 바란 명령이지만, 십 대라는 점이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문화와 입장 차이다.

임성원 교수는 그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하아. 음? 뭐 해?"

임성원 교수는 밀리 옆에 붙어 있는 종혁을 봤다.

종혁이 은행 CCTV를 다시 돌려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치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보고 있다.

"흐음. 흠. 계속 걸리네."

"종혁아?"

"신원 떴습니다!"

사무실 분위기가 급변한다.

"이렇게 빨리?"

캘리는 화들짝 놀랐다.

이제야 겨우 얼굴을 드러낸 둘이다.

은행 CCTV에서는 얼굴이 나오지도 않았다.

"저기 최의 도움 때문입니다."

요원들은 사정을 설명했고, 캘리는 깜짝 놀랐다.

‘어제 그 뺑소니였다고? 그리고 그 찰나에 그걸 다 봤다고?’

종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프로젝션 TV를 가리켰다.

프로젝션 TV에 둘의 신원이 떠오른다.

"남성 데릭 쿠퍼! 31세!"

전과 7범.

폭행 전과 2범, 강도 전과가 3범이다.

미성년 강간 전과와 마약 전과도 있다.

14세부터 지금까지 범죄자 인생을 살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욕설이 터진다.

하지만 이후 나타난 데이지의 신원을 본 요원들은 탄식을 터트렸다.

데이지 험프리. 18세.

미소가 해맑은 금발의 십 대 소녀.

가출로 추정되는 실종 신고가 된 아이다.

가출. 그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시나리오가 쓰였다.

"아니, 하필이면 저런 쓰레기와……!"

눈이 맞아 가출 후 데릭의 꼬드김에 범행.

십 대의 뒤틀린 일탈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십 대와 능숙한 이삽십 대의 만남.

의외로 흔히 있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범죄를 저질렀다.

그것도 경관 살해 및 일반인 살해.

못해도 2급 살인이다.

-포인트 잡았습니다. 둘 모두 시야에 들어옵니다. 명령을…….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모두의 시선이 3반 반장 캘리 그레이스에게로 향한다.

캘리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랬구나. 왜 그렇게 걸리는가 싶더니만, 참. 끌려다니는 거였어?"

나지막한 음성이 울린다.

휙!

캘리와 요원들, 사람들의 고개가 종혁에게로 향했다.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데이지 험프리, 쟤. 데릭이란 새끼한테 끌려다니는 겁니다. 억지로."

"뭣?!"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