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90화 (9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90화>

27. 철수야 놀자

한국 경찰이 해냈다!

일본 도피 범죄자 117명 검거!

해외 도피 하지 마! 도망쳐 봐야 잡힌다!

일본도 인정한 한국 수사 기법!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과학수사. 예산이 부족하다!

그들이 돌아온 날 난리가 났다.

그 며칠 전에 올림픽대교에서 생긴 헬기 추락 사고가 전국에 충격을 줘서 그런지, 언론은 해당 일을 더 시끄럽게 다루었다.

-크.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 신성일 감독은 벌써부터 취했는지 혀가 꼬여 있다.

"하하."

-역시 우리 종혁이! 일본 유도를 정벌한 우리 종혁이! 그러니까…….

"참가 안 합니다."

곧 있으면 베이징에서 열릴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종혁은 불참을 선언했다.

-아, 왜-! 국대 주장이 넌데 왜에에!

"애들 노는 데 어른이 가면 안 되죠.

-너 이제 스물두 살이다, 인마!

"할 일도 있고요."

-……할 일?

"국토 여행이요. 정규 커리큘럼입니다."

-엥?

국토 여행이나 봉사 활동.

이건 경찰대학교의 정규 커리큘럼이다.

방학 중 ‘소통과 도전’을 주제로 자율 계발 활동 실시 및 대학생 간의 경험 공유.

경찰대학교 2학년들은 무조건 해야 된다.

‘다른 할 일도 있고요.’

이번 국토 여행은 정규 커리큘럼 때문에 택한 게 아니다.

-도전…… 아니 뭐…… 그건 겨울에…… 아, 얼어 죽겠구나.

겨울에 국토 종주를 안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여름엔 일사병과 탈수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겨울에는 생존 문제다.

"올림픽 금메달 딴 놈이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는 건 도전이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코스는 어떻게 하려고?

"용산역에서 출발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거쳐 판문점에서 끝나는 코스예요. 약 6주 정도 잡고 있어요."

판문점은 미리 견학 예약을 했다.

-어이구. 완전히 크게 도는 거네. 자전거?

"그렇죠."

신성일 감독이 옛 추억에 젖는다.

한참 혈기가 넘치던 20대 시절, 친구들과 허름한 배달 자전거를 끌고 전라도 해남까지 찍고 왔던 아련한 추억.

그땐 뭔 미친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나 싶지만, 지금은 술자리에서 곱씹는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끙, 알았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제자의 도전이다.

괴물 그 자체인 피지컬의 종혁이라도 한계를 시험할 도전.

이번 도전이 종혁의 몸과 마음을 성숙하게 할 것이기에 신성일 감독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도는 챙겼고? 텐트는?

"다 구했으니 걱정 마세요. 물도 챙겼습니다."

-라면 같은 건 그 동네에서 사. 짐을 최소화해야 완주할 수 있을 거야.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 잘 다녀오고. 도가니 나갈 것 같으면 포기하고. 네 몸은 네 것만이 아니야.

"걱정 마세요."

조금 더 통화를 한 종혁은 용산역으로 향했다.

"종혁아!"

"혁!"

손을 막 흔드는 소영과 수호, 이리나.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기어코 참석했다.

중고등학생이라 참가할 수 없는 현석과 희진 남매를 대신해 경찰대 동기 다섯 명도 있었다.

"서로 인사들 했어?"

"뭐……."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래. 아직은 내외할 때지.’

예쁘고 몸매 좋은 소영과 이리나가 있기에 더.

특히나 이리나는 어디서 구했는지 착 달라붙는 사이클 선수 복장까지 하고 와서 남성들의 심장을 공격했다.

여자 동기도 미모가 대단했다.

그래서 서로가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는 힘든 싸움을 함께 헤쳐 가는 전우가 될 테니 말이다.

"일단 코스부터 다시 점검하자."

각자 지도를 펼쳤다.

아직은 GPS가 보급화되지 않은 시기.

네비게이션조차 없다.

"처음 10일 동안 강원도를 여유롭게 도는 거 모두 찬성하지?"

모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계곡에서 텐트 치고 고기도 구워 먹고.

해변에서 헤엄치고 회도 먹고.

산골 마을을 둘러보며 봉사 활동도 하고.

"크. 죽인다, 죽여!"

"회비 넉넉히 가져왔으니까 걱정 마!"

그들의 머릿속에 꽃밭이 펼쳐졌다.

하지만 사실 이번 여행은 냅다 자전거만 타는 게 아니었다.

종혁은 마냥 좋아하는 그들에게 약간 미안했다.

산골 마을 봉사 활동.

그가 집어넣은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다.

국토 종주 및 우정 다지기는 겸사겸사다.

시라사기의 마스터가 말한, 사기를 배웠다는 한국인 중 한 명의 이름이 낯이 익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한 인물이 나왔다.

‘그래, 이맘때쯤이었지.’

이 시기, 전 국민은 한 아이를 사랑했고, 그 아이의 불행 때문에 슬퍼한다.

자신들의 동정이 결국 그 아이를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결코 국민들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종혁이 이를 악물었다.

‘아동 후원 사기.’

정확히는 후원 사기다.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 애매한 걸 노린 엿 같은 수법이고, 미래에도 횡횡하는 수법이다.

이게 일본에서 넘어온 수법이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한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튼 이 새끼. 이번엔 꼭 잡는다.’

회귀 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놈.

하지만 설계도면을 확보한 이번엔 다를 것이다.

"좋아. 코스 점검은 여기서 마치고. 다들 안전모와 보호 장구는 착용했지?"

동기와 친구들이 팔꿈치, 무릎, 머리를 두드리며 씩 웃는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구들.

"그래, 출발하자."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자전거에 올랐고, 그렇게 국토 종주가 시작되었다.

*  *  *

촤아악!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무더운 바람을 꿰뚫으며 자전거들이 나아간다. 중간중간 국도에 내리는 한여름의 소나기가 그들의 도전을 돕는 것 같았다.

빵빵!

"친구들끼리 여행 가나 봐!"

열심히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연 중년 남성이 부럽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쳐다보며 응원한다.

"네-!"

"역시 젊음이 좋아! 자, 이것들 좀 먹어 가면서 해!"

봉지에 담긴 시원한 음료수가 전해진다.

이럴 땐 잠시 멈춰 가볍게 음료수 타임을 가진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 반면.

"워후! 우린 차 타고 여행 간다! 부럽지-!"

"얼마나 돈이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해? 수고해라, 거지들!

싸가지가 바가지인 놈들도 있다.

-저! 저!

-이 새끼들이 누굴 진짜 거지로 아나!

-야! 저거 따라잡아! 제쳐 버려!

-최종혁! 고!

‘제치긴 뭘 제쳐, 이 자식들아.’ 그래도 앞뒤 안 가리고 지르고 보려는 젊은 혈기에 절로 젊어지는 기분이다.

종혁은 두꺼운 팔뚝에 찬 무전기를 들었다.

"이리나, 선두로."

-라져!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는 건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데, 그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일정 시간마다 선두를 교체하는 중이었다.

-종혁아, 나도 선두로 갈게. 수고했으니까 넌 뒤로 빠져.

-아냐! 내가 갈게!

정색하며 걱정하는 남자 동기들의 말에 종혁은 씩 웃었다.

"시끄러워."

-응? 난 괜찮아. 보여진다고 안 닳아!

-……종혁아-!

촤아악!

읍보다 훨씬 작은 마을.

9대의 자전거가 멈춰 서며 사람들 이목을 끈다.

외지인은 잘 오지도 않는 마을인 데다 일행 중 외국 여성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가장 먼저 자전거에서 내린 소영이 이리나를 향해 달려간다.

짝! 짜악!

"이년! 이년! 이 칠칠치 못한 년!"

"아파! 아파요, 엄마!"

"시끄러워-! 넌 옷부터 갈아입어!"

여자 동기도 말은 안 했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이리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보다 더 경멸 어린 눈으로 남자 동기들을 봤다.

남자 동기들은 슬그머니 먼 산을 보았다.

"와, 한국에 이런 곳도 있네."

백 미터나 될까 한 차도에 허름한 간판들이 걸려 있다.

정말 깡시골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철구 한약방’과 ‘개소주 팝니다’란 간판이다.

"개소주가 뭐야?"

‘모르는 게 좋아.’ 서울 사람인 그들로서는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종혁은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동네가 작네.’

작은 중국집 하나. 빵집 하나, 정육점 하나, 철물점 하나가 백 미터 차도 옆에 늘어선 편의 시설의 전부다.

농약 사료 판매점 옆 ‘춘자 다방’이란 간판도 눈에 띈다.

그나마 작더라도 파출소와 소방서가 있는 게 다행이다.

‘여기가 주위에서 가장 큰 마을인가?’

그렇지 않다면 파출소와 소방서가 있을 리 없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치킨, 피자는 안 파는 건가?"

‘그런 걸 바라면 안 된다, 얘들아.’ 잠시 후, 귀가 잡힌 채 근처 골목으로 끌려간 이리나가 짧은 청바지 하나를 겹쳐 입고 돌아왔다.

"더운데."

"시끄러워! 남자들 눈 안 돌려?!"

"어우, 풍광 좋다."

피식 웃은 종혁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먼 산을 가리켰다.

"오늘은 저기로 갈 거야. 아니, 거기 말고 저기."

"다 산이야, 종혁아."

그랬다.

눈에 밟히는 모든 풍경이 산이다.

"큼. 다들 출발하기 전 봉사 활동 기억나지?"

"가서 뭐 해?"

"아니 그보다, 다 끝내고 계곡에서 노는 거 맞지? 그렇지?"

"물 깊대? 얼마나 깊대? 다이빙 할 수 있어?!"

종혁은 젯밥에 눈이 돌아간 남자들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잡초 뽑거나 청소, 지붕 수리? 이미 봉사 활동 간다고 연락해 놨으니까 그냥 진입하면 돼. 문제는……."

그곳이 정말 산골 마을이라는 거다.

강원도 외지에서도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높은 산골의 작은 마을.

종혁은 수호를 봤다.

이 중에서 가장 체격이 왜소한 수호.

평지 라이딩이야 어렵지 않게 따라왔지만, 산악 라이딩은 견디지 못할 수 있다.

"괜찮겠어?"

"응! 끄떡없어!"

팔꿈치를 굽히는 수호의 팔뚝에서 근육이 뽈록 솟는다.

"오, 운동했어?"

"……응, 했어."

한데 수호의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진다.

종혁은 다급해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후. 난 뭐 키도 작고 멸치니까."

"……고백했다 차였냐?"

"……."

"아, 저기 슈퍼 있네!"

"오! 저기서 사면 되겠다!"

종혁과 일행들은 슈퍼로 향했다.

친구의 아픔은 묻지 않는 게 예의였다.

슈퍼는 특이하게 식당 옆에 위치해 있었다.

선풍기 앞에 앉아 부채질을 하던 70대 할머니는 우르르 들어오는 외지인에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일단 사탕이랑 과자 위주로 담아. 어르신들 많은 동네니까 주전부리가 선물로 좋을 거야."

"주전부리?"

"씹을 거리. 당 떨어질 때 먹을 달달한 거."

"아아."

"술도 살까?"

"야! 당연한 건 묻지 마!"

할머니는 9명이 토해 내는 수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친구들끼리 계곡에 놀러 온 거야?"

"아. 서울에서 왔는데, 저기 동하리 천덕에 가요."

"천덕?"

할머니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임자들도 테레비 보고 온 거야? 그 불쌍한 것 좀 그만 괴롭혀!"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모두 당황했다.

그때, 종혁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테레비라뇨, 할머니? 그리고 누가 괴롭히는 사람들 있어요?"

"……철수 몰라?"

"저흰 그 동네에 봉사 활동 가는 거예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청소도 하고, 잡초도 뽑고. 힘이 필요한 일 하려고요."

"그래?"

할머니의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그런데 테레비는 무슨 말이에요, 할머니?"

종혁은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물었다.

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가여운 철수란 아이를 방송국에서 찍게 됐는데, 그게 TV에 나오게 된 이후 외지인들이 철수를 찾게 됐다는 말이었다.

그게 꼭 동물 구경 오는 구경꾼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헉! 진짜요?!"

"아, 저흰 절대 아니에요, 할머니!"

놀라 손을 젓는 아이들처럼 종혁도 놀란 모습을 보이며 의뭉스레 쳐다보는 아이들의 의심을 지웠다.

"오늘도 서울 방송국 사람들이 올라가던데……."

‘오!’ 종혁은 잘됐다 생각했다.

"뭐 천덕에서도 골짜기에 있는 집이니 상관없겠지. 거기 천 씨가 막걸리 좋아하니까 그것도 사 가."

"오, 잘 아시나 봐요?"

"이 근방에 슈퍼라곤 우리 집뿐인데 모를 리가."

"그럼 그쪽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할머니는 아는 걸 모두 말했고, 종혁은 아이들을 봤다.

"들었지?"

"오케이!"

어차피 이럴 거라고 사전에 이야기를 나눴기에 돈을 넉넉히 들고 온 그들이다. 남자들은 바깥으로 튀어 나갔고, 여자들은 사재기 하다시피 부식거리를 샀다.

할머니는 슈퍼 앞에 쌓인 많은 짐에 걱정을 했다.

과자, 사탕, 라면, 두유, 생고기, 생닭, 농기구 등.

온갖 물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아이고, 이걸 다 들고 올라갈 수 있겠어?"

아홉 명이 나눠 진다고 해도 결코 들 수 없는 양이다.

더욱이 이들이 향할 곳은 이 동네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한 천덕이다.

"그럴 리가요. 절대 들 수 없죠."

"그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종혁의 말에 할머니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  *  *

강원도 외진 동네 동하리에서도 산에 있는 작은 마을 천덕.

허리가 굽은 70대 노인이 동구 밖 내리막길을 보며 이제 오나 저제 오나 발을 동동 구른다.

"올 때가 됐는데……."

"오긴 온대요?"

"그 청년들이 너냐, 이놈아?! 딴 곳도 아닌 서울서 대학교 다니는 청년들이야! 서울 사람이 약속을 어길 것 같아?!"

마을에서 제일 젊은 50대 장 씨는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다른 서울 사람들은……."

둘의 미간이 굳어진다.

처음엔 참 좋은 일 한다 싶기도 하고, TV에 나온다기에 허락했다. 그런데 그 여파가 겨우 15명 사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것들은 몹쓸 것들이고! 계속 그렇게 말……."

웅성웅성.

위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둘은 미간을 구겼다.

카메라와 조명 기구를 든 사람들이 한 소년을 찍으며 내려온다.

이 마을의 유일한 소년.

16살, 김철수다.

"앗!"

둘을 발견한 소년이 재빨리 달려와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아저씨!"

언제나와 같이 배시시 웃는 웃음에 노인과 장 씨는 카메라가 자신들을 찍는 것도 잊은 채 흐뭇이 웃는다.

"그래. 어디 가냐? 놀러 가냐?"

"학교요!"

"공부하러 가?"

"네!"

해맑게 대답하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철수.

이 작은 마을에서 축복을 받고 태어났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자란 불쌍한 아이다.

‘얘를 돕고자 하는 거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노인이야 당장 내일 눈 감아도 여한이 없지만,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16살 어린 철수에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다행히 후원을 해 주겠단 사람들도 나타나고, 저기 방송 스태프 옆에 후원회장도 방송국 사람들이 올 때마다 들여다봐 주지만 문제는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외지인이다.

마치 이 마을을 자신들이 살던 곳처럼 헤집고 철수에게 사진을 찍자고 달려드는 외지인들.

‘매정히 쫓아내자니 철수에게 안 좋은 영향이 끼칠 것 같고.’

속만 앓던 둘은 갑자기 귀를 기울였다.

부르릉!

차가 올라오는 소리가 나고 있다.

이 동네에 장 씨 혼자만이 차를 가지고 있기에, 차를 타고 올라오는 건 무조건 외지인이다.

"아, 오나 보네요!"

"아니야. 그 청년들은 자전거 타고 온댔어. 근데 저거 선동이 아니야?"

"그러네요? 쟤가 우리 마을엔 왜……."

장 씨와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1톤 트럭 뒤에 자전거를 탄 외지인들이 헉헉거리며 쫓고 있다.

갑작스러운 외지인의 등장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선두에 서서 페이스 조절을 하던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아직 안 갔구나. 방송국 촬영팀!’

종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너도.’

촬영팀 중간에 끼어 있는 50대 남성을 보는 종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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