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4화>
‘내려놔.’
회장의 한마디에 모든 게 끝났다.
"씨발-!"
지분이 있는 나이트클럽 관리가 아니다.
주류 납품 관리도 아니고, 유흥 업소도 아니다.
겨우 성인 오락실 하나이다.
17살에 깡패 생활을 시작해 아득바득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다시 밑바닥부터 생활하게 생겼다.
"뭘 봐! 구경났어?!"
회원 수가 80퍼센트 이상 떨어져서 그런지 그는 더 이상 성격을 숨기지 않았다. 탈의실로 몰려가는 회원들을 노려보던 그는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태릉 피트니스를 노려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내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아?’
"난데, 애들 모아 놔. 내일 중으로 철거해야 될 곳이 있으니까."
전화를 끊은 그는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끝이다, 씨발 새끼들.’
"박 양!"
"네?!"
"오늘 저녁에 따라와. 그동안 명품 백 받아 처먹었으면 그 값은 해야지."
"……."
"왜, 이럴 줄 몰랐어? 건달 돈 받아 처먹었을 땐 다 각오를 했어야지. 어디 오늘도 도망가 봐. 죽여 버릴 테니까."
본 성격을 드러낸 그는 너무 사나웠다.
노란머리 박 양은 오들오들 떨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시선을 피했다. 최 전무의 관심을 받는 동안 그녀가 최 전무의 부인처럼 굴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었다.
콧방귀를 뀐 최 전무는 헬스장을 빠져나갔고, 암울해진 미래에 낯빛이 어두워진 트레이너 중 몇 명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젠 차도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 2시.
멀리서 다가온 봉고차 한 대가 태릉 피트니스 앞에 선다.
드르륵!
마스크를 쓴 채 내리는 덩치 큰 이들의 한 손에 기름통이 들려 있다. 보조석에서 내린 중년인이 불이 모두 꺼진 태릉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치익!
담배에 불이 붙으며 최 전무의 얼굴을 드러냈다.
"형님, 이거 잘못하면 큰일 납니다."
관할서 형사도 아니고 본청 특수범죄수사과에서 보호하는 곳이다. 조직이 위험할 수 있다.
"좆 까."
‘조직은 무슨.’ 수십 년 충성을 바쳤는데, 실수 조금 했다고 오락실이란다. 더 이상 충성을 바칠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걸 부하들에게 말할 순 없다.
‘회장의 쁘락지가 있을 수 있어.’
비정한 건달 세계.
믿을 놈은 하나 없다.
"해외로 떠 버리면 김 과장 그 개새끼가 어떻게 알 건데?"
강력반 저승사자로 유명한 김종두.
"어차피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실질 증거는 없어서 회장님에게까지 못 가. 나만 희생하면 돼."
"형님……."
"잠수 타고 올 동안 큰 형님, 아니, 회장님 잘 모시고."
"형님!"
"시끄러워, 새끼야. 사람들 다 깨울래?"
"……."
"후우."
‘이 정도면 밑밥은 다 깔았고.’ 돌아온다?
아니다.
그는 영원히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헬스장 지분을 아무도 모르게 팔아 버렸다.
그는 비릿하게 웃었다.
"따."
절단기를 가진 사람이 후다닥 달려가 셔터의 자물쇠를 잘랐다.
촤르륵!
올라가는 셔터.
조폭들은 태릉 피트니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비 이곳저곳에 기름통에 든 내용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천장에 달린 CCTV의 빨간 눈이 그걸 모두 지켜봤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곧 휘발유와 신나 냄새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크, 냄새."
"이제 나가시죠?"
지금 불을 붙였다간 다 죽는다.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잉!
삐용! 삐용!
"뭐, 뭐야! 무슨 일이야!"
"형님, 밖에 짭새가!"
밖으로 뛰쳐나간 최 전무는 기겁했다.
경찰차들이 맹렬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좌우측 도로에서 달려오고 있다.
빨갛고 파랗게 깜빡이는 사이렌 불빛이 마치 저승사자의 등장 같다. 설상가상으로, 방패를 앞세운 기동대가 좌우측에서 달려오고 있다.
어느새 코앞이다.
끼이익! 끽! 끽!
후다닥!
순식간에 포위되어 버린 그들.
최 전무는 경찰차에서 느릿하게 내리는 김종두를 발견하곤 이를 악물었다.
"이야, 삼겹살. 오랜만이다?"
‘저 새끼가 여길 어떻게?’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건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는 노예처럼 다뤘던 트레이너들이 정보를 제공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도망칠 수도 없으니 이제 남은 건 반항뿐이었다.
찰칵!
그는 지포 라이터를 켰다.
"씨발, 오지 마! 여기 불바다 되는 거 보기 싫으면 다가오지 말라고, 새끼들아!"
주황빛 불꽃을 내뿜는 작은 라이터에 경찰들은 주춤 물러났다.
눈을 크게 뜬 조직원들은 다급히 라이터를 꺼냈다.
"오지 마!"
"던져 버린다!"
경찰들은 당황했다.
"과, 과장님, 어쩌죠?"
수십 억짜리 건물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자 기름을 뿌릴 때까지 CCTV로 감시했는데, 자칫 불이라도 났다가는 시말서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기동대까지 모두 김종두 과장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라고 딱히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김종두 과장의 전화벨 소리가 소란의 중앙을 갈랐다.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예, 예. 김종두 과장입니다!"
-목소리가 급한 걸 보니 불이라도 지른데요? 시위해요?
"종혁아!"
-지르라고 하세요. 화재보험 들어 놔서 괜찮아요.
"……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네, 수고하세요.
"그래. 힘든 결정 내려 줘서 고맙다."
화재보험을 들어 놨다지만, 몇 달을 영업은 못 할 수 있다.
입술을 비트는 김종두 과장의 모습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최 전무는 갑자기 불길해졌다.
김종두 과장이 확성기를 들었다.
"야, 삼겹살!"
"왜, 씨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 봐!"
"던져."
"……뭐?"
"헉! 과장님!"
최 전무는 펄쩍 뛰었다.
"던진다! 진짜 던져!"
"어, 던져. 거기 집주인이 화재보험 들어 놨단다."
"……."
"던지라고, 씨발 새끼야."
최 전무는 마른침을 삼켰다.
방화와 방화 미수.
어느 쪽이 더 중형인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 그냥 돌아가면 풀어 줄 거요?"
김종두 과장은 코웃음 쳤다.
"진압해."
"……우아아아아!"
기동대가 방패를 앞세우며 달려들자.
"형님! 어떻게 합니까, 형님!"
협박이 통하지 않았다.
이쪽은 고작 열 명인데, 저쪽은 50명.
하지만 이렇게 잡혀갈 순 없었다.
이럴 때 답은 하나였다.
"……씨발, 제쳐!"
도망쳐야 한다.
"우아아아악!"
한밤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 * *
한밤의 소탕 작전. 삼거리파 일망타진!
프랜차이즈 기업화? 진화하는 조폭!
범죄 수익 환수하지 못하나?
특수범죄수사과 또 한 건 하다!
검경의 관심이 필요하다!
어젯밤 있었던 일로 신문이 시끄럽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씻고 나온 종혁은 피식 웃었다.
"거머리 새끼들, 다시 음지로 들어가겠네."
조폭이 막 프랜차이즈 기업화를 이루려던 시기이다.
실제로 성공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일로 모두 끝났다.
양지로 나오려던 놈들이 양아치 근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게 세상에 알려졌으니, 이제부턴 검경의 관심을 가득 받게 될 거다.
한때 제법 세를 위시했던, 회귀 전에도 명맥이 이어졌던 삼거리파라서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거다.
지금은 유흥 업소 집중 단속으로 망했지만.
그러니 프랜차이즈의 ‘프’자라도 시도할 시엔 형사들의 방문을 받게 될 터였다.
아쉬운 게 있다면 삼거리파의 재산을 압수하지 못한 것.
하지만 곧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지이잉. 지이잉!
"예, 생도 최종혁입니다."
-어, 나야! 일찍 깨운 건 아니지?
국가대표 선배이자 태릉 피트니스의 매니저이다.
"이 시간이면 벌써 운동하고 씻고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실 시간이죠."
-흐흐. 그렇지?
"무슨 일이십니까?"
-아, 맞은편 애들 어떻게 하냐고.
이번 일에 큰 공을 세운 정보원들.
"교차 검증은 끝났잖아요."
금지 약물을 썼는지, PT 강요를 했는지, 강요도 최 전무의 압박 때문이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끝났다.
전원 통과였다.
애초에 최 전무의 협박에 억지로 다니던 이들만 문의를 했었다.
-그럼 가르친다?
"제대로 가르치세요. 분점 내야죠."
종혁은 태릉 피트니스를 여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반응이 좋으니 더 확장시킬 생각이었다.
"권&박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태릉 피트니스엔 권&박 홀딩스도 투자했는데, 이는 종혁의 재력을 감추기 위한 작은 수였다.
-오오, 그럼 다른 선후배들도 기회를 얻는 거잖아! 알았어, 오케이! 수고!
종혁은 끊긴 전화를 보며 옅게 웃었다.
"아, 감독님 지분도 넣어야겠네."
뛰어난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면 이젠 인망을 얻어야 할 때.
이런 일이 제격이었다.
지이잉!
"예, 생도 최종혁입니다. 예? 아, 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피식 웃었다.
"들켰네."
어깨를 으쓱인 그는 옷을 입고 방을 빠져나갔다.
* * *
최기룡 학장은 본청 동기가 연락해 온 소식에 배를 잡고 굴렀다.
‘야, 여기 맞은편이 너 운동 다니던 곳 아니냐?’라며 전해 온 소식.
방화 미수로부터 시작된 어느 조직의 일망타진 사건이다.
조간신문도 온통 이번 사건을 떠들어 댄다.
"으하하하핫! 이 골 때리는 자식!"
상황이 딱 그려진다.
"정보 수집을 안 하겠다던 놈이 뭐?!"
아예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맞은편에 5성 호텔보다 더 훌륭한 피트니스 센터를 짓고, 손님을 뺏어 최 전무란 놈의 입지를 흔들어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
신문에선 특수범죄수사과의 실적이라 떠들지만, 최기룡은 안다.
이 사건 처음부터 끝까지 종혁이 설계한 거다.
태릉 피트니스의 지분 70퍼센트가 종혁의 어머니 고정숙 명의니 모를 수가 없다.
"이런 미친 또라이 같은 놈. 고작 조폭 놈 하나 잡겠다고 수십 억을 태워?"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지! 형사가 범인을 잡으려면 이렇게 돈을 써야지!"
그동안 예산이 부족해 놓친 범인이 얼마나 많던가.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중국집도 인수하고,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도 세우고. 어?"
범인 아지트에 진입하기 위해 창문을 깨야 하는데, 그 창문 값 때문에 벌벌 떨어야 하는 게 어디 경찰인가.
물론 종혁은 많이 과하긴 했지만, 경찰이 범인을 잡는 데 돈에 구애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게 최기룡의 지론이었다.
솔직히 이상향은 종혁의 수사 방식이다.
세금 문제 때문에 이상향일 뿐이다.
누구 한 명 다친 사람이 없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만약 가격 경쟁을 해서 주위에 피해를 줬다면 최기룡은 달리 생각했을 거다.
그건 너무 위험한 사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종혁은 45만 원이란 높은 가격으로 다른 피트니스 센터들이 살 구멍을 열어 줬다. 그쪽에서 정당한 경쟁을 했으면 그만이다.
이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 전무란 놈이 잘못한 거다.
최기룡의 눈이 욕심으로 번들거렸다.
"정말 제대로 키워 봐야겠군."
마침 그가 청장에 도전할 시기가 종혁이 졸업하고 임용될 때이다.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종혁을 선두로 세운 그림이었다.
쿵쿵쿵!
"들어와요."
문을 열고 종혁이 들어왔다.
"간부후보생도 최종혁. 학장님께 용무 있어 왔습니다."
최기룡의 낯빛이 삽시간에 굳었다.
"왜 불렀는지 알지?"
‘그래. 들키지 않았을 리 없지.’ 우연이라 치기엔 상황이 너무 작위적이다.
"학장님."
"말해."
"눈앞에 불의가 있는데도 지켜봐야 합니까?"
최 전무란 놈의 피트니스 센터를 조사해 보니 형사와 평검사, 구청 직원까지 한통속이었다.
정보원들이 말하길 그곳의 거의 모든 트레이너들도 PT 등록으로 고객을 협박하거나 약물 권유, 성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폭행은 최 전무의 짓.
나머지 지분을 가진 사장도 최 전무 조직과 관계를 맺은 인물이었다.
말만 조폭이 아닐 뿐 분명 조폭이다.
"경찰이 아닌 사람으로서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분명 경고했습니다."
김종두 과장을 통해 경고를 했음에도 선을 넘은 건 그들이다.
비용을 낮추고, 고객을 성실히 관리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진 않았다.
그쪽도 시설은 고급이었으니 말이다.
"후회는 없습니다."
후회는 없다.
‘이 사건으로 당신이 날 안 좋게 봐도 상관없어.’
어차피 경찰 총장의 임기는 2년 정도이다.
그걸 다 채우고 물러나는 총장은 드물다.
‘어차피 그 조직을 쫓는 데 지장은 없으니까!’
최기룡이 아무리 경찰 예산 증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해도 뜻이 다르면 어쩔 수 없다.
종혁은 단단히 굳은 눈으로 최기룡을 봤다.
그러자.
"아니. 잘했어. 훌륭해."
방금까지 굳어 있던 최기룡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예?"
"잘했다고. 아, 내가 말 편히 해도 되지?"
"아, 예……."
최기룡은 종혁의 어수룩한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사람다운 면모도 있으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그런 발상은 어떻게 한 거야? 어?"
‘그냥 지른 건데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아. 마침 상비군 선배님들이 취업이 힘들다기에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것뿐입니다."
"오. 취지가 훌륭하군. 그런 생각을 먼저 했던 건가?"
"저도 운동선수였다 보니 그런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아, 현장에 계신 경찰도 예산이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잔머리 수법일 뿐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경찰엔 그런 예산이 없지!"
그래서 바꾸려는 거다.
경찰이란 조직을 뜯어고쳐서라도 바꾸려는 거다.
‘이분도 한이 많으신가 보네. 아, 그래서 예산 증대를?’
그렇다면 이해가 갔다.
혀를 찬 최기룡은 고개를 주억이는 종혁을 보며 눈을 빛냈다.
지금부터 할 이 물음이 정말 중요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수사할 건가?"
종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 잡는 데 돈이 대수일까!’
"어머니께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져다 쓰라고 허락하셨습니다."
거짓말이다.
고정숙은 정혁 빌딩을 짓은 이후 본인의 재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이 없었다. 정혁 빌딩 하나로도 감당 할 수 없는 복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최기룡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핫!"
"음?"
"어흠흠. 이렇게 훌륭한 청년을 키워 낸 사람은 생각부터 다르구먼."
"감사합니다."
‘이쪽이 더 감사하지!’ 이렇게 되면 그림을 더 다채롭게 그릴 수 있다.
최기룡은 몸이 달았다.
똑똑똑!
"쯧. 잠시만. 들어와요."
문이 열리며 그의 비서가 들어온다.
"일본 경찰대학교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학장님."
"일본? 아."
들은 기억이 있다.
"생도 연수 프로그램인가?"
한국의 경찰대학은 매해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 경찰대학에 연수생들을 보내어 신식 수사 기법을 배운다.
"그런데 희한하군."
그가 알기로 일본이 먼저 연수를 진행하자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날 공문을 몇 번씩 보내야 겨우 받아 주는 이들이 일본이었다.
의아해하며 공문의 페이지를 넘긴 최기룡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2학년 생도 최종혁 외 9인으로 인원을 맞추시오.’
종혁은 번뜩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최기룡의 행동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