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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화 (7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화>

    저벅, 저벅.

    경찰 제복을 입은 종혁과 조원들이 한 손엔 각진 서류 가방을 든 채 교문으로 내려간다.

    외출 시 무조건 정복 차림.

    벗었다가 걸리면 징계다.

    "당연히 동정할 여지조차 없지!"

    "하지만."

    불세출의 탈옥범.

    의적 한상원.

    부잣집만 골라 털고, 그 돈으로 기부도 해서 그렇게 불렸다.

    "야, 한상원을 동정하려면 지존파 싸이코들도 동정해야 돼."

    종혁은 조원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지존파.

    어느 형사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자, 90년도 중반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들이다.

    범죄심리학으로 봤을 땐 세상 찌질했던 놈들.

    지금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종혁은 조원들을 봤다.

    "한상원이 왜 수감됐는지 아는 사람?"

    "어…… 뭐였지? 절도 및 상해였던가?"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어떤 악질인지 모르고, 대중매체에서 말한 이야기만 알고 있다.

    "그놈 강도치사로 무기징역 받았던 놈이야."

    강도치사.

    강도 행각을 저지르던 중 살인을 했다는 거다.

    "……!"

    "기부? 수억 털어서 겨우 백만 원 한 놈이야. 왜? 도피 행각에 필요했기 때문에."

    "진짜?!"

    한상원을 동정해야 된다는 쪽이었던 조원의 얼굴이 구겨졌다.

    종혁은 차갑게 웃었다.

    "괘씸죄로 22년 6개월 형? 그게 뭐 어때서? 그 새끼는 원래부터 평생 깜빵에서 썩어야 했던 놈이야."

    "……."

    "아, 버스다."

    그들은 깊어지는 생각을 잠시 접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대학교의 빡빡한 규율은 외출 시 생도들이 달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지만, 이 버스를 놓쳤다간 이 엄동설한에 몇 십 분 떨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겨우 셔틀버스를 잡아 탄 그들은 용인의 한 유료 주차장으로 향했다.

    "허우씨, 차 진짜."

    경찰 간부후보생이라지만, 이십대다.

    차에 한참 관심이 많을 시기이다.

    삼각형별의 V사가 아닌, 안전하기로 유명한 V사의 왜건.

    "타."

    타, 시니컬한 한마디가 어쩜 이렇게 멋져 보이는지.

    멍해 있던 조원들은 얼른 차에 올랐고, 종혁은 한상원이 있는 교도소를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  *  *

    차르륵! 끽! 탁탁!

    차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편 조원들이 거대한 교도소를 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청송!"

    대한민국 최고 악질 범죄자만 모아 놓는다는 악명 높은 교도소이다.

    차에서 내린 종혁은 교도소 담장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 새끼 날 죽이려 들 텐데."

    목부터 조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응? 뭐라고?"

    "아냐. 들어가자."

    교도소 입구로 다가간 종혁은 입구를 지키는 나이 든 교도관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계급도 높았다.

    "충성. 오늘 한상원 면회 예약을 잡은 경찰대학교 경찰 간부후보생도 최종혁 외 4인입니다."

    "……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하하. 안으로 들어오시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들은 안으로 안내됐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한상원이 도착할 겁니다."

    안내된 곳은 식당이었다.

    금속제 사각 식탁이 늘어서 있는 교도관 식당.

    ‘맞아. 청송은 접견실이 없지, 참.’

    범죄자 인권이란 말이 없는 교도소가 청송이다.

    아마 다른 식구인 경찰 간부후보들에게 더럽고 허름한 면회실을 보이기 싫어 이곳으로 안내한 듯싶었다.

    교도소는 경찰과 달리 법무부 산하의 조직이다.

    "아, 잠시만요!"

    종혁은 막 입구를 나서는 그의 품에 냉큼 하얀 봉투를 찔러 넣었다.

    "오늘 저희 때문에 수고하시게 됐으니 저녁에 직원들과 술 한잔하십시오."

    인터뷰에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 정도 기름칠은 사회인의 덕목이었다.

    "……허. 잘 쓰겠습니다."

    특이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지던 그는 떠났고, 조원들은 다가오는 종혁을 보며 의아해했다.

    "잘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어."

    "아, 그래?"

    조원들이 모자를 벗으며 자세를 풀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청송이구나. 뭔가 음습해."

    "허, 그 청송이라서 교도관조차 엄청 날카로울 줄 알았는데, 옆집 아저씨 보는 줄?"

    "일반인에게도 날카로우면 그게 사람이냐? 싸이코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이내 곧 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차륵! 차륵!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

    그들은 식당 입구를 봤다.

    가슴에 주황색 명찰을 단 한상원이 양팔과 양 발목에 수갑을 찬 채 교도관들의 구속을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종혁을 발견하곤 눈을 부릅떴다.

    "너, 너어!"

    ‘역시 아직 화가 덜 풀렸구먼?’ 한숨을 쉰 종혁은 싱긋 웃었다.

    "하이?"

    "너 이 개새끼! 놔!"

    퍼억! 촤륵!

    "억!"

    "악! 잡아!"

    눈이 뒤집힌 한상원이 교도관을 뿌리치며 달려왔다.

    그에 조원들이 다급히 일어서며 자세를 잡았고, 종혁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목을 조르기 위해 뻗는 한상원의 양팔을 잡아 그대로 엎어 쳤다.

    퍼어억!

    "꺽?!"

    2미터 허공에서 시멘트 바닥에 팽겨쳐졌다.

    그 충격에 숨통이 꽉 막히자 한상원은 가슴을 긁으며 버둥거렸고, 종혁은 쫘악 뺨을 때렸다.

    "그래, 새끼야. 내가 너 반성 안 할 줄 알았다."

    "이 씨발 새끼가! 너 때문에!"

    "그땐 일반인 신분이라 아무것도 안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너 사지 꺾어 놔도 뭐라 할 사람 없어."

    "……."

    한상원은 이를 악물었다.

    ‘이 새끼 진심이다!’

    눈알에 지독한 살의가 서려 있다.

    "그리고 여기 청송이다?"

    "……!"

    교도관이 범죄자를 때려 죽여도 가벼운 문책만 받고 마는 청송.

    대한민국 최악의 범죄자만 모아 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하는데, 그래서 대한민국 범죄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교도소다. 실제로 청송에 이감된다는 말을 들으면 차라리 자살을 택하겠다는 범죄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얼굴이 구겨진 교도관들을 본 한상원은 재빨리 힘을 풀었다.

    그의 볼을 툭툭 친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미안합니다. 교도관님들께서 해야 할 일을 제가 했네요."

    "……큼. 일이 있으면 부르십시오. 저흰 밖에 있겠습니다."

    한상원을 죽일 듯 노려본 그들은 기록관 한 명을 두고 밖으로 나갔고, 한상원은 좀 있다가 죽었다며 얼굴을 구겼다.

    "뭐 해. 저기 앉아. ……응? 왜?"

    동기들이 입을 떡 벌린 채 바라보고 있다.

    "아, 아는 사이야?"

    "어떻게?"

    "아. 이 새끼 내가 처넣었어."

    "뭐?"

    종혁은 그때 일을 설명했고, 동기들의 눈과 입은 이제 찢어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씨발. 개 좃 같은. 내가 이런 애송이한테……."

    빠아악!

    "시끄럽고. 앉아."

    "크악! 진짜!"

    "범죄자 인권 이 지랄하면 아가리를 찢어 놓는다."

    입을 꾹 다문 한상원은 종혁의 맞은편에 앉았다.

    종혁도 자리에 앉았다.

    "야, 이래도 돼? 괜찮아?"

    "아, 괜찮아. 범죄자한테는 이래도 돼."

    종혁은 얼굴이 구겨지는 한상원을 보며 서류 가방을 열었다.

    "옛다. 먹어라. 너 이거 좋아하지?"

    ‘토, 통닭!’ 그것도 교도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후라이드 양념 반반이다.

    한상원은 기록관의 눈치를 봤다.

    그도 종혁이 준 통닭을 뜯고 있었다.

    "소장님께 허락받은 거니까 먹어."

    "크, 크흠. 주는 거니까 먹긴 먹는데, 네놈을 용서한 건 아니다."

    "허이구, 지랄 나셨어요. 나도 너 싫어요."

    그래도 눈치를 보던 한상원은 양념 닭다리를 짚어 입에 가져갔다.

    아수삭!

    입안에서 뭉개지는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 맛.

    아직 따뜻한 통닭 옷이 물컹하면서도 바삭하다.

    한상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흐윽!’

    설움이 치솟았다.

    종혁은 그가 세 조각 먹었을 때 옆으로 치웠다.

    "야!"

    "나머진 인터뷰 끝내고 먹어. 따뜻하게 먹으려면 후딱, 그리고 잘, 그리고 열심히 해야겠지?"

    "……개새끼. 뭐가 궁금한데?"

    "처음부터."

    "……뭐?"

    "너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기억나는 거 모두 다. 통닭 먹으려면 상세하게 말하자."

    "씨발놈이?"

    그렇지만, 한상원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너무 부족하게 맛본 통닭 맛이 갈증을 일으켰다.

    *  *  *

    "그러니까……."

    "야. 아가리 털지 마라. 어디까지나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네 사견 따윈 필요 없어."

    "……개새끼."

    그렇게 진행된 인터뷰는 거의 4시간 만에 끝났다.

    중간중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하고, 그 당시의 속내도 들었기 때문에 오래 걸렸다.

    하지만 모두 만족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무조건 일등이야!’

    ‘다른 놈들은 이렇게 세밀하게 조사 못 했을 거야!’

    범죄자의 입으로 직접 듣는 당시의 심리 상태이다.

    아마 다른 조는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다.

    ‘우리도 종혁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테니까!’

    극악 범죄자에게 왜 통닭을 사 주나 했더니 이런 뜻이 있었던 거다.

    ‘역시 수석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거기다 아는(?) 사이라서 대화도 편했고, 누구 한 명 빨리 끝내라 눈치를 주지도 않았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선배들이 눈치를 주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은데……."

    종혁은 얼른 레포트를 작성하려는지 마음이 급해 보이는 동기들에게 키를 내밀었다.

    "먼저 가 있어. 난 할 이야기가 더 있어서."

    "그래?"

    ‘맞아. 종혁이가 목격자였지.’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나갔고, 한상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뭔데?"

    종혁의 눈도 가늘어졌다.

    "교도소에서 뭐 들은 거 없어? 뭐든지 털어 봐. 괜찮은 거 있으면 네 사식은 내가 무조건 책임진다."

    ‘사식?’ ……꿀꺽!

    종혁은 속으로 웃었다.

    ‘그럴 줄 알았지.’

    그가 훔친 돈을 가지고 있던 애인도 징역형을 받았다.

    사식 사 먹을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여긴 사식조차도 엄격한 청송 교도소.

    "……왜 그런 걸 묻는데?"

    "경찰 간부후보생이 왜 그런 걸 물을까?"

    교도소는 범죄자들이 출소 후 저지를 범죄를 모의하는 곳이다.

    회개하는 사람도 많지만,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놈들도 많다.

    "나보고 쁘락지가 되라고?"

    한상원의 표정이 굳는다.

    "너 어차피 빵에서 평생 살아야 해. 사식 안 먹을 거야? 만날 사식으로 배 채울 수 있는데?"

    "……넌 진짜 개새끼다. 씨발 어린놈의 새끼야."

    "감사."

    ‘다행이군.’ 교도소 내 정보원을 만들기가 가장 힘든데, 일이 쉽게 풀렸다.

    "후."

    갈등하던 한상원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게……."

    "흠. 오? 그래?"

    그렇게 추임새를 넣어 가며 범죄자 인적 사항과 그들이 저지를 범죄 내용들을 모두 기억한 종혁은 기록관의 눈치를 슬쩍 보곤 서류 가방에서 어떤 몽타주를 꺼내 보여 줬다.

    이게 한상원과 따로 독대한 진짜 이유이다.

    "이 새끼들 본 적 있어?"

    대전에서 만난 그 조직 놈들.

    "누군데?"

    "내 돈 떼먹고 튄 새끼들. 너도 내가 돈 많은 거 알지?"

    한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채널 한 개만 나오는 교화 TV가 어느 날엔 두 개 이상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올림픽과 월드컵 때다.

    그를 통해 종혁이 부자였다는 걸 알고 얼마나 분통을 터트렸는지 몰랐다.

    "미친놈들이네."

    하나만 봐도 전체를 알 정도로 미친놈이 종혁이다.

    진짠지 의심스러웠지만, 그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거래 관계.

    깊게 알아 봐야 이쪽만 고달프다.

    "……몰라. 처음 봐."

    ‘쯧.’ 이럴 거라 예상했던지라 작게 실망한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기억하고 있다가 보면 연락해. 값은 치른다."

    "야, 그러려면……."

    "다 외워 놓고 수 쓰지 마라. 간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록관에게 인사한 종혁은 교도소를 나섰고, 한상원은 그런 종혁의 등을 빤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가시죠."

    "가긴 뭘 가. 엎어져. 야, 다 들어와!"

    한상원은 기록관이 꺼내드는 방망이에 ‘씨발’ 한마디를 뱉었다.

    한편 밖으로 나온 종혁은 흐릿한 하늘을 보며 혀를 찼다.

    "뭘 숨긴다 해도 지가 원하는 게 있다면 연락하겠지."

    눈치가 비상한 놈이다.

    믿을 수 없는 범죄자와 붙어먹는 것보다 돈 많은 경찰에 붙어먹는 게 더 이득이라는 것쯤은 아는 놈.

    ‘아니라고 해도…… 덫은 놨으니까 됐어.’

    혹여 한상원이 놈들에게 불어도 괜찮다.

    놈들이 찾아오면 한상원부터 추궁하면 될 테니 말이다.

    "으아!"

    기지개를 편 종혁은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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