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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6화 (7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화>

    웅성웅성!

    11시가 다 되어 가는 늦은 저녁임에도 제법 사람들이 오고가는 김포공항의 주차장.

    차와 차 사이에 숨어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던 삼십대 사내가 환하게 웃는다.

    "아빠!"

    "상민아!"

    다급히 달려가 아이를 안아 든 사내는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상민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런 다음에야 잠든 딸을 안고 있는 아내에게 시선이 갔다.

    "많이 놀랐지, 여보? 미안해."

    그 말이 방아쇠가 된 듯 아내의 입에서 화가 튀어나온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무슨 짓을 했기에……."

    상민이 죽을 뻔하고, 야반도주하듯 비밀리에 여기까지 와야 했나.

    그녀는 상민이 옆에 있기에 눈으로 말했다.

    "나도 몰라! 난 그냥 내 돈만 들고 나왔을 뿐이야!"

    그는 중국에서 옥팔찌를 수입해 팔던 사람이다.

    중국산이라 해도 최고급 옥이라 수요층이 있었고, 매출도 제법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업자가 제대로 팔아 볼 생각 없냐고 유혹하기 시작했다.

    말하는 걸 들어 보니 다단계였다.

    당연히 거부했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중국산 최고급 옥이 싸구려 옥으로 바뀌더니 게르마늄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눈앞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마진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 결국 왠지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이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늦은 저녁마다 거래처란 이름으로 회사를 드나들고, 사업 규모가 말도 안 되게 커지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손을 털었다.

    그러며 지분만큼의 돈을 요구했지만, 동업자는 거부했다.

    그래서 지분만큼의 돈을 챙겨 나왔다.

    그것뿐이다.

    동업자가 포기할 때까지 잠시 몸을 숨기려 했을 뿐이다.

    그렇게 몸을 숨긴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인천 어느 국도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세간에는 일가족 엽기 도끼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동업자였다.

    그리고 오늘 아들이 누군가에게 죽을 뻔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엄마, 아빠. 싸워?"

    흠칫 놀란 부부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빠가 엄마랑 왜 싸워. 우리 상민이 바다 좋아하지?"

    "바다! 응! 응!"

    "지금 그 바다에 가려는 거야. 우리 상민이가 타고 싶었던 비행기 타고."

    "비행기! 우와! 진짜?!"

    사내는 좋아하는 상민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내 돈인데!’

    이건 협박이다.

    가져간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

    이럴 줄은 몰랐지만, 혹시 몰라 여권을 만들어 놓길 잘했다고 생각한 그였다.

    "안방 장롱 밑에 있던 통장은 TV 위에 두고 왔지?"

    "맞아! 그 통장은 뭐예요?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은 거예요?"

    지분만큼 가져온 돈이다.

    등잔 아래가 가장 어둡다고 집에 숨겨 뒀다.

    그러나 그걸 설명할 시간이 없다.

    ‘어서 한국을 떠야 돼!’

    "이야기는 비행기 타고 하자. 응?"

    "……응. 알았어요."

    그들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

    "어딜 그렇게 가십니까, 김광철 사장님. 콜록콜록!"

    차와 차 사이에 모자와 안경, 마스크를 낀 덩치 큰 사내가 서 있다.

    덜컥!

    김 사장, 김광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제, 제발……."

    "어? 아까 그 형이다. 슈슈슉!"

    "슈슈…… 슉?"

    덩치 큰 사내, 종혁은 자신을 멍하니 보는 김광철 부부와, 방금 전 김광철의 이상한 반응에 의아해하다가 아차 했다.

    ‘어딜 그렇게 가냐니!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잖아!’

    습관적으로 도주하는 범인을 검거할 때 쓰던 멘트를 내뱉고 말았다.

    입맛을 다신 종혁은 김광철 부인의 팔에 안겨 잠든,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를 응시했다.

    ‘딸이 있었다니…….’

    아들이 그렇게 끔찍이 살해당했는데도 말하지 않은 이유를 이젠 알 것 같다.

    딸마저 살해를 당할까 무서웠던 거다.

    그래서 입을 다문 거다.

    그럴 확률이 80퍼센트 이상이었다.

    "설마 당신이 우리 상민이를……."

    "우연히 목격하게 돼서 다행이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부인마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마음 같아선 크게 보답해 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좀 바빠서……."

    마음이 급한 김광철은 종혁이 어떻게 여길 나타날 수 있었는지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종혁은 초조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자들 누굽니까?"

    움찔!

    "아시죠?"

    "나, 난 몰라요! 모릅니다! 가자!"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아드님을 죽이려 했던 놈이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음독자살을 했습니다. 정말 위험한 놈들입니다."

    "여, 여보?"

    충격을 받은 부인의 얼굴에, 김광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몰라! 모른다고! 그냥 얼굴과 이름만 아는 나한테 왜 이러는데-!"

    ‘얼굴하고 이름!’ 종혁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사장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사장님의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종혁은 윽박지르기보다는 인정에 호소했다.

    "하! 당신이 뭔데?! 경찰이야?"

    김광철은 말해 놓고도 아닐 거라 단정했다.

    경찰이 나선 것이라면 자신은 지금쯤 대전경찰서에 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종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 진짜 뭐든 얼른 돼야지, 원.’

    이럴 때 당당하게 경찰이나 검사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종혁은 품에 손을 넣었다.

    결국 마지막 수단을 쓰게 됐다.

    "예, 경찰입니다."

    덜컥!

    김광철의 몸이 굳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종혁이 경찰 공무원증을 내밀자 김광철은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런 모습에 종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들키지 않았네.’

    종혁이 내민 건 명예 경찰로 임명되며 받은 명예 경찰 공무원증이다. 아래 떡하니 명예 경찰이라 적혀 있기에 들키고 만다.

    ‘주위가 어두워서 다행이야.’

    명예란 글자를 가리기도 했다.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콜록! 콜록! 아, 죄송합니다. 감기가 독하게 와서."

    아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위장을 했는데, 마스크를 썼기에 감기 걸린 척을 하는 거다.

    고개를 끄덕인 김광철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었다.

    "후. 제가 아는 건 정말 얼마 없습니다."

    "범인들 몽타주만 그려 주셔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이름은 가짜일 게 뻔했다.

    ‘문제는 몽타주를 그려 줄 사람인데…….’

    낭패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수배를 해 둘 걸 그랬다.

    지이잉! 지이잉!

    "예, 여보세요."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요, 최?

    종혁은 입꼬리가 흔들렸다.

    ‘그래.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도청을 하지 않을 리가 없지.’

    김광철 아내를 미행해 준 게 나탈리아이다.

    종혁은 그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그, 그럼 전 이만."

    "슈슈슉! 빠빠!"

    김광철 부부와 자식들이 부리나케 멀어지자, 불 켜진 승합차의 보조석에 앉은 종혁은 몽타주를 뚫어질 듯 노려봤다.

    그의 입가가 살벌하게 뒤틀렸다.

    ‘만나서 반갑다, 새끼들아!’

    이렇게 선명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어떤 사건이든 심부름꾼 같은 말단 조직원으로 위장했기에 CCTV건, 형사의 기억력이건 죄다 희미했던 그들.

    김광철이 제대로 기억하는 건 고작 한 명이라서 나머지는 죄다 옆얼굴 정도지만, 충분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꼬리를 잡았다.

    종혁은 몽타주와 함께 쥔 명함을 보았다.

    김광철이 그들의 것이라고 준 명함이다.

    또각또각!

    "난 왜 최가 그걸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결국 저 때문에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데 상관없긴요. 아, 도움 감사합니다. 그것도."

    그녀와 함께 온 요원 중 한 명이 몽타주를 그려 줬고, 러시아 정보부가 그들의 도피를 돕기로 했다.

    혹여 김광철을 찾을지도 모를 놈들을 낚아채기 위한 장치다.

    빚을 졌다.

    "최."

    나탈리아의 눈빛이 일그러진다.

    자존심이 상한 맹수의 눈빛이다.

    "우리 러시아는 결코 은혜를 잊지 않아요. 겨우 이 정도로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자부심이 가득한 그녀의 진지한 목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정말…… 반하겠네.’

    말이 끝나자 상큼하게 웃는 미소도.

    "그래서 조금 더 도움을 줄까 하는데, 괜찮나요?"

    종혁은 그녀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렸다.

    "고맙습니다."

    싱긋 웃은 그녀는 종혁의 손에 들린 명함을 빼낸 후 대전에 남겨 두고 온 요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사내가 자살한 그 폐공사장에 누군가 나타날까 두고 온 요원들.

    "지금 불러 주는 주소를 감시해."

    지금 잡고자 하는 게 아니다.

    킬러의 행적이 증발됨으로써 움직일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거다.

    ‘움직여라, 제발.’

    그리고 늦지 않았기를 빌었다.

    종혁의 손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럼 이동할까요?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에 이곳은 너무 삭막하네요."

    "하핫. 그러죠."

    둘은 승합차에 올랐다.

    촤악!

    나탈리아가 창문의 커튼을 쳤다.

    "음?"

    "담배는 환한 곳에서 피우는 게 좋으니까요."

    종혁은 의아했지만, 이내 그녀가 꺼내는 러시아 담배에 신경을 껐다. 붉은색 담뱃갑엔 ‘표토르’라 적혀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껍질을 아래로 까 놓았는데, 종혁도 몇 번 본 적 있는 방식이다.

    "러시아 군인들은 대부분 담배를 이렇게 까죠. 추운 날 낀 장갑에 묻은 오일이나 오물이 필터에 안 닿게. 냉전 시대엔 이 방법으로 러시아 스파이를 구분하기도 했어요."

    "그래요?"

    ‘그렇구나.’ 밀수를 하는 러시아 선원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담배를 깠다.

    착! 치익!

    "음……."

    난생처음 피운 러시아 담배는 제법 독했다.

    나탈리아의 담배에 불을 붙인 종혁은 커튼이 쳐진 창을 보았다.

    그의 생각이 다시 그 조직에 집중되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담배를 모두 피운 종혁이 입을 열었다.

    "물어보질 않는군요."

    두 번째 담배를 즐기던 나탈리아가 온화하게 바라봤다.

    "친구가 곤란해할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진짜 친구죠."

    그녀의 말이 한 번 더 종혁의 가슴을 두드린다.

    정보부 요원까지 움직이게 했는데 묻지를 않는다.

    종혁이 왜 그 조직을 쫓으려는 건지도.

    고마웠다.

    "그보다 제가 궁금한 건 당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예요."

    나탈리아는 그동안 수집한 종혁의 정보를 떠올렸다.

    "정말 검사나 경찰이 될 건가요?"

    ‘그렇구나.’ 며칠만 지나면 6월이다.

    수능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젠 정말 진지하게 고민할 때였다.

    ‘검사와 경찰. 경찰과 검사. 그리고…….’

    종혁은 나탈리아를 봤다가 고개를 저었다.

    ‘정보국은 아냐.’

    그녀의 의지인지 상부의 명령인지 모르지만, 태국에서 만난 나탈리아가 한국에 왔다. 아니, 그녀가 강력하게 의지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상부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오지 못했을 거다.

    이렇듯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돌아가는 조직이 정보국이다.

    종혁이 만난 국정원 요원들도 그랬다.

    오직 상부의 지시만을 따르던 그들.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 요원이 따로 있음에도 상부에서 명령하면 손바닥 뒤집듯 파트가 바뀐다.

    자유가 없다.

    이게 가장 큰 디메리트다.

    종혁은 회귀 후 있었던 일을 차분히 생각해 봤다.

    오늘 있었던 일과 김광철의 협조까지.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며칠 전 강철선과 나눈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게 옳아. 내가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이게 최선이야.’

    결정을 내린 종혁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난……."

    "잠시만요. 최가 어떤 일을 하건 저와 러시아는 응원 할 테지만,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떤가요? 당신의 재능은 너무 아까워요. 차라리……."

    띠리링! 띠리링!

    나탈리아는 속으로 쌍욕을 퍼부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최."

    "……튀었나 보군요."

    나탈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주소가 40년 전통의 욕쟁이 할머니 곱창집이라네요."

    "아?"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40년 동안 주인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감시…… 할까요?"

    ‘늦지 않기를 빌 게 아니라 그 주소가 맞는지부터 빌어야 했나.’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종혁이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다. 대한민국에서 오직 종혁만 눈치챈 조직.

    ‘이 정도로 조심성이 많을 거란 건 예상했어야 했어.’

    실책이었다.

    종혁은 잡았다 놓친 꼬리에 허탈해졌다.

    하지만 이렇기에 방금 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더 확신이 든다.

    ‘그래. 이 새끼들 잡으려면 이 길뿐이야.’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죠? 아니요. 나는……."

    나탈리아는 이어지는 종혁의 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  *

    맑고 화창한 3월의 어느 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대학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에 모였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그곳엔 종혁도 있었다.

    "흑."

    "에고, 왜 울어요."

    종혁은 어머니 고정숙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아니, 네 아빠가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해서."

    아버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귀에 담는 것만으로도 아릿한 단어.

    "그놈이라면 발가벗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자랑했을 겁니다."

    "저도 그래서 허락했어요."

    "역시 제수씨!"

    고정숙에게 엄지를 치켜든 김종두 반장이 종혁의 어깨를 두드린다.

    "크! 난 네가 해낼 줄 알았다! 수석 입학 축하한다, 종혁아!"

    "우리도!"

    "종혁이 니 진짜…… 읍?!"

    "쉿. 좋은 날입니데이, 아버지."

    어느새 부쩍 자란 현석이가 뭔가 말하려는 강철선의 입을 막는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들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최종혁 간부생도?"

    "옛!"

    "따라와요. 곧 입학식 시작해요."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다녀오겠다 말하고 돌아서며 경찰모를 썼다.

    그랬다.

    종혁은 경찰이 되기로 했다.

    범죄가 일어날 건 알고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주제를 놓고 나눈 대화.

    강철선은 그때 이렇게 말했었다.

    ‘일반적인 검사라면 아마 경찰에 협조를 요청할 거다.’

    "그래. 결국 움직이는 건 경찰이야."

    자유롭게 범인을 쫓는 것도 경찰이고, 언제나 범인을 잡는 것도 경찰이다.

    현장은 경찰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경찰을 택했다.

    다만 간부로 시작한다는 게 회귀전과 다를 뿐이다.

    어느덧 차례가 되어 단상에 오른 종혁은 수백 명의 간부후보생들을 쓱 훑었다.

    각을 잡고 부리부리하게 노려보는 동기들, 선배들.

    그리고 그 뒤에서 손을 흔드는 가족과 지인들.

    선서문을 펼친 종혁은 그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선서-!"

    종혁의 외침이 강당을 쩌렁쩌렁 울린다.

    "본인은 경찰 간부후보생으로서 법령을 준수하고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한다."

    경찰 의무 선서.

    다섯 조항을 모두 읊은 종혁은 거수경례를 하며 우렁차게 외쳤다.

    "이상 제48기 수석 입학 간부후보생 최종혁! 충성-!"

    "와아아아아아!"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드높고 맑은 푸른 하늘을 향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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