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화>
드르렁!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 위 이불 속, 상의를 벗은 단발머리 여성과 남성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침대 옆 희미한 주황빛 조명이 그들을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짜악! 짝!
"크헉?!"
눈앞에 불똥이 튀자 벌떡 일어난 여성, 아니, 왜소한 사내와 듬직한 사내는 자세를 취했다가 굳어 버렸다.
한심하다는 듯 보는 김종두 과장의 시선 때문이다.
"잘한다. 잠이 오냐?"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어둠 속, 낄낄 웃음소리가 퍼진다.
"어우, 침대가 좋네요."
"과장님도 누우실래요? 잠이 솔솔 옵니다."
코골이 소리에 호기심이 생겨 나왔던 박시윤도 풋 웃는다.
범인이 사십대라서 더욱 충격을 받았던 그녀. 옥죄이던 심장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처럼 편히 뛴다.
팀원들의 능청스러운 말을 들은 김종두 과장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죽는다, 진짜."
"충성!"
"시끄러워."
아옹다옹하는 형사들.
그걸 지켜보는 종혁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그래, 이게 잠복이지.’?
이렇게 시시껄렁한 대화도 하며 버티는 게 얼마 만인지.
한상원 때는 느끼지 못한 즐거움이다.
-치익! 스토커. 지금 올라갑니다.
순간 모든 형사들의 눈빛이 돌변한다.
"위치로."
김종두 과장의 나지막한 음성이 울리자 모두 제 위치로 향한다.
"자, 이제 잡아 볼까?"
"어우. 도가니 굳는 줄 알았네."
공기가 날카로워졌다가 가라앉고, 서늘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 모습이 옛 향취를 더욱 짙게 만들며 몸을 달군다.
다시 현장에 와 있는 느낌.
한상원 때는 약간 미진했던, 꽉 찬 느낌.
절로 신경이 곤두서며 날카로워진다.
동료와 함께 있어 든든해진다.
종혁의 몸이 들썩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린 김종두는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종혁의 눈빛에 의아해했다.
"응? 왜 그렇게 쳐다보냐?"
"네? 저도…… 아."
‘맞아. 나 형사 아니지.’ 회귀 후, 느끼지 못했던 소외감이 가슴을 훅 파고든다.
"흐흐. 지금부터 잘 지켜 봐. 형사가 뭔지 보여 줄 테니까."
김종두 과장은 이런 이유로 종혁의 참가를 허락했다.
"들어가자. 들어가시죠, 박시윤 씨."
"아, 네."
그들은 작은 방으로 향했다.
초소형 카메라들과 연결된, 수십대의 모니터가 있는 작은 방.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형사들이 박시윤과 종혁을 안쪽으로 인도한다. 마치 보호해야 하는 피해자처럼.
그 순간 형사들과 벽이 느껴지고, 소외감이 더 커진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도 함께하고 싶다.’
울컥 욕심이 솟았다.
"조, 종혁아."
"……괜찮아요. 금방 끝날 거예요."
종혁은 박시윤의 떨리는 손을 잡고 토닥이며 생각에 잠겼다.
트드득!
미세한 소리가 거실을 울린다.
"쉿!"
작은 소음조차 숨을 죽였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종혁의 눈동자가 많은 생각으로 흔들렸다.
* * *
박시윤 집 현관문에 귀를 가져다 댄 그는 조심스럽게 잠금장치를 땄다.
문이 열리자 소리를 죽이며 들어온 그는 품에서 칼을 꺼내 들며 안방으로 향했다.
스르륵!
안방 문을 연 그는 침대 옆 조명에 어스름히 비치는 두 개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눈이 뒤집혔다.
어스름히 드러난 맨 어깨.
"그래. 이제 순수함만 있는 세상으로 가자."
그는 칼을 높이 쳐들었다가 박시윤을 향해 그대로 찔렀다.
슈아악!
그 순간.
퍼억!
"헉!"
콰앙!
배를 걷어차인 그는 유리창에 부딪치며 쓰러졌고, 칼이 바닥을 뒹굴었다. 그 순간 집안 전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타다닥 불이 켜지더니 누군가 안방 창문을 열며 넘어오고, 안방 문이 열리더니 웬 사람들이 난입했다.
당황한 그는 재빨리 일어나려고 했지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이 그의 턱을 걷어차는 게 먼저였다.
"어딜, 이 새끼야!"
빠악!
"아악!"
‘뭐, 뭐야? 뭔데?!’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난입한 사람들은 그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의 턱을 걷어찬 승철은 단발 가발을 벗어던지며 그의 팔을 뒤로 꺾었다.
"이 씨부랄 새끼!"
뿌드득!
형사 승철은 놈의 팔을 부러트릴 듯 힘을 주었다.
"아아악!"
"당신을 상습적 주거 입 및 협박, 그리고 명백한 살인 의도를 가진 살인미수 혐의로 현장 체포합니다!"
"아악! 왜 이러는데! 놔아!"
"몇 놈 더 붙어!"
"예!"
우르르 몰려와 짓누르는 사람들.
너무도 당황한 그는 고개를 돌리다 사람들 너머 종혁의 품에 안겨 이쪽을 공포와 경멸 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박시윤을 발견하곤 다시 이성이 끊겼다.
"이 개 같은 년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는 어긋난 배신감에 울부짖었고, 종혁은 그를 짓누르는 형사들을 빤히 응시했다.
* * *
우글우글, 와글와글.
"휘유. 많구먼."
밑을 힐끔 내려다본 김종두 과장이 십여 명의 기자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다 거실을 본다.
거실 소파엔 이불로 몸을 감싼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박시윤과 그녀를 위로하는 종혁이 앉아 있다.
스토커는 작은 방에 결박된 채 형사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
"허헛. 저놈 진짜."
이건 종혁이 검거한 거나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스토킹 범죄 수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켰다.
"초소형 카메라에 녹음 장치……."
들어 보니 청계천산 물품들이다. 경찰이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퀼리티의 물품들.
그보다 파격적인 건 연인 위장이다.
스토커가 감시할 걸 대비해 고급 차량을 빌렸다는 것에 이마를 때린 그다.
그렇게 덫을 깔아 놓고 알아서 들어오게 만든다.
그리고 일을 저지르는 그 순간에 체포한다.
함정수사건 뭐건 이러면 빼도 박도 못 한다. 흉기를 든 순간 우발적이건 아니건 무조건 살인미수이다.
증인마저 형사이니 내뺄 도리가 없다.
그동안 검거를 했어도 증거가 미흡해 어쩔 수 없이 풀어 주거나 낮은 형량만 때렸던 스토커들.
요 몇 년 경찰을 골치 아프게 만든 사생팬들.
"이제 다 죽었다, 이 새끼들아."
기기들을 매입하는 데 예산이 좀 많이 들 뿐, 한번 구매하면 몇 년이고 쓸 수 있다. 종혁처럼 윗집을 빌리지 않아도 머리만 잘 굴리면 다른 걸로 대처할 수 있다.
앞으로 형사들의 짐이 덜어질 걸 생각하니 김종두 과장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저놈이 형사였으면……."
그랬다면 종혁이 수갑을 채우는 모습을 대견하게 구경했을 터다. 범인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인 종혁이 정작 범인에게 수갑을 못 채우니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하. 정말 얼른 경찰 되자, 종혁아."
그의 눈이 욕망으로 타올랐다.
"그런데 뭔 이야기를 저렇게 나누는 거야?"
그렇게 의문의 시선을 받은 종혁이 박시윤의 손등을 쓸어내렸다.
"정말 큰 결정하신 거예요."
여자로서,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일을 대대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그래서 기자들을 부른 거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칼날의 공포에 떨고 있던 그녀가 억지로 웃었다.
"내, 내가 밝혀야 다른 선배, 후배님들, 그리고 일반 피해자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잖아."
그랬다. 종혁은 그렇게 설득했다.
첫 케이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례가 남아야 이후 스토커들의 처벌도 강해진다.
종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강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모두 종혁이 인맥으로 부른 기자들이다.
박영일 기자 등 기자들이 믿을 수 있는 연예부 기자들.
"아니. 어차피 난 저……."
"개새끼요?"
"풋. 응. 저 개새끼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럴 바에는……."
순간 박시윤의 눈에 독이 들어찬다.
"눈 한번 딱 감으면 돼. 이 기회로 우리 연예인들 괴롭히는 사생팬들도 모조리 잡아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눈감을 수 있어."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생각보다 더 강단이 있다.
그래서 고맙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저 개새끼 다, 다신 안 볼 수 있는 거지?"
"걱정 마세요. 최고 형량을 받게 만들 테니까."
그게 용기를 내준 그녀에 대한 보답이다.
"어, 어떻게?"
주위에 있던 형사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쉽지 않을 건데?’
지금처럼 언론이 개떼처럼 달려드는 사건이라고 해도 최대 형량은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다.
"지켜보면 알아요. 그러니 시윤 씨는 눈물 흘릴 준비, 오케이?"
박시윤은 최대한 불쌍한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화장까지 지우게 했다.
종혁은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을 봤다.
"자. 회사로 복귀. 큼."
현재 종혁의 입장에선 어울리지 않는 말.
종혁은 목을 긁으며 말을 정정했다.
"이제 복귀하시죠?"
"……그래 볼까?"
"어우. 베란다에 엎드려 있었더니 도가니가……."
쿵쿵!
"어이. 가자!"
작은 방이 열리며 형사들이 스토커를 끌고 나왔다.
다른 형사들이 스토커가 박시윤을 보지 못하게 장막을 쳤지만, 스토커는 거실 소파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걸로 끝일 것 같아?! 이 개 같은 년! 깜빵에서만 나와 봐! 죽여 버리겠어-! 어차피 길어야 1년이야!"
움찔.
박시윤의 어깨가 움츠러들고 형사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 씨발새끼."
꼴에 또 알아봤나 보다. 아니면 작은 방에 갇혀 있을 때 형사들이 형량에 대해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를 간 종혁은 장막을 친 형사들을 젖히며 스토커 앞을 막아섰다.
"어허이! 종혁아!"
"괜찮아요. 말만 할게요. 진짜로, 진짜로요."
형사들이 찝찝해하면서도 물러서자, 종혁은 죽일 듯 노려보는 스토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야, 찌질이. 네 말처럼 이걸로 끝일 거 같지? 아니야. 내가 너 십 년이 지나도 깜빵에서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줄게."
"뭐?"
"못 할 것 같지? 금방 나올 것 같지? 기대해도 좋아. 이 세상 돈이면 안 되는 거 없더라."
"뭐라는 거야!"
"법정에서 보자는 거야. 찌질아."
"이 개새끼가-!"
"어어? 잡아!"
"놔! 놔아!"
스토커는 형사들에게 끌려 집을 나갔고, 종혁은 한숨을 뱉었다.
‘미진하네.’
형사로서 한 말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쉽다.
어이없이 쳐다보는 남은 형사들의 눈빛에 아차 한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시윤 씨, 감정 다 잡았으면 가시죠! 기자님들 기다리다 목 빠지겠어요!"
* * *
박시윤 스토킹 사건은 한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가수의 집 안까지 침입하고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사생팬이 만연하던 시기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범인의 나이가 47세.
사람들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가수 박시윤 씨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끝내 살해까지 하려고 했던 스토커 강 모 씨에 대한 공판이…….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를 향한 TV에서 스토커 강 모 씨의 맨얼굴이 나온다.
극악 범죄자는 신상을 공개하는 게 당연했던 이 시기.
초췌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박시윤의 영상까지 본 사람들이 분노를 터트린다.
"하, 저런 새끼는 아예 사형을 시켜 버려야 된다니까!"
"쳐 죽일 놈! 어떻게 딸뻘한테!"
"그런데 겨우 쫓아다닌 걸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뭐? 야! 이게 그냥 쫓아다닌 거냐?!"
"아, 아니, 난 말이 그렇단 거지……."
황당하게도 몇몇 이들은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까지 욕할 일인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물론 몰매를 맞을까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못하지만.
이 시기는 아직 이런 관념이 만연한 시기였다.
그리고 그건 유치장에 갇혀 있는 스토커 강 씨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죠? 정말 이렇게만 하면 감형받는 거 맞죠?"
스토커 강 씨의 말에, 같은 방의 오십대 재소자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한다.
"그렇다니까! 아무리 나이가 많고, 칼을 준비해서 들어갔다고 해도 눈이 돌아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하면 끝이야."
열 몇 살 차이 나는 어린 여자와도 결혼하는데 스무 살 이상이라고 대수일까. 물론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지만, 문제될 건 없다.
"내 말 따라 반성문도 100장 써서 판사한테 보냈잖아. 우리나라는 그렇게 쉽게 최대 형량 안 때려."
같은 방 재소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아무리 제대로 찍혔다고 해도!"
검찰 조사에서 공판까지 단 2주일 걸렸다.
윗선에 찍혀도 제대로 찍힌 거다.
"대체 누구한테 찍힌 거야?"
순간 스토커 강 씨의 머릿속에 종혁이 떠올랐다.
너무도 단호하게 말했던 종혁.
그래서 좀 불안했지만, 스토커 강 씨는 일명 감형의 스페셜 리스트란 사람의 말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크큭. 내가 풀려나기만 해 봐. 너는…….’
"응. 안 돼. 돌아가. 봐줄 생각 없어."
박시윤 스토킹 사건 담당 판사실, 안경을 낀 사십대 초반의 판사가 반성문을 파쇄기에 집어넣는다.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보낸 반성문.
사랑해서 어쩔 수 없다는 개소리.
재고할 가치도 없다.
나이 때문이라도 더.
띠리링! 띠리링!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예, 천승호입니다.
-천 판사님, 저 현승엽입니다.
종혁이 준형들의 소속사를 알아볼 때 인연을 맺은 현승엽 변호사. 무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인물이다.
천 판사의 등이 재빨리 펴졌다.
지방법원 법원장부터 대법원까지 인맥이 쫙 깔려 있는 인물이자 대선배님이다.
-오늘 그놈이 반성문을 또 보냈다고 들었습니다만.
천승호는 혀를 찼다.
아무리 대선배라지만, 변호사가 판결에 영향을 주려 한다.
용납할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사건 관련 내용은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끊겠습니다."
단호하게 전화를 끊은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울컥해서 전화를 끊긴 했지만, 후폭풍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다.
"부장님은 왜 이런 사건을 나한테 줘서."
무려 법원장에서부터 내려온 사건.
부장판사가 그랬다.
이 사건, 언제 어디서든 말이 나오면 안 되기에 몸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놈을 고르려다 보니 너한테 주는 거라고.
이 사건이 앞으로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기준이 될 테니 잘 생각하라고.
이 사건, 요새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사생팬도 억제시킬 거라고.
분명 압력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안 그래도 위의 부탁이나 압력을 늘상 무시한 탓에 또라이로 찍힌 터라 가정법원으로 갈 예정인데, 마지막을 화려하게 터트릴 수 있게 됐다.
"요새 우리 판사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뭐다 하던데 잘됐지."
대형 사건임에도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고, 그의 소신대로 판단할 수 있다.
증거물도 넘쳐 난다. 명백한 살해 의도를 가지고 침입했고, 찌를 때의 모습과 음성도 있고, 검거된 이후 및 호송되기 전 발악하던 모습도 찍혀 있다.
미수일 뿐이지, 살인과 다름이 없다.
이건 그의 소신과 상관없이 답이 정해져 있었다.
어떤 판사가 맡아도 봐줄 수 없는 사건이다.
문제는 형량.
그러나 그는 이미 답을 내린 상태였다.
"흥. 이런 씹새끼는 무조건 최대 형량이지."
살인미수는 5년 이상 유기징역 및 무기징역에 처한다.
"항소? 해 봐라, 씨발놈아."
그는 사건 파일 한 귀퉁이에 ‘22년’이라 적었다.
3심까지 가면서 감형을 받는다 해도 최소 15년이다.
출소해 봤자 육십대 노인이다.
일반적인 살인보다 더한 처벌.
무자비하지만, 이렇게 무자비하기에 사건이 맡겨진 걸 모르는 그는 코웃음을 치며 다른 사건 기록을 펼쳤다.
그렇게 그릇된 집착을 한 스토커 강 씨의 인생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