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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0화 (7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0화>

식사를 마친 모두는 종혁의 집으로 향했다.

"와, 집 좋다!"

"넓어-!"

종혁은 경악하는 형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처음 와 본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놀라? 건망증이야?"

"쉿. 쉿. 방송에선 원래 이래야 하는 거야."

"아, 그래?"

종혁은 PD를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 멘트에 빵 터져 있었다.

"……열심히 사네. 힘내."

"으응."

종혁은 준형의 품에 안겨 낯선 곳을 경계하는 세민의 모습을 발견하곤 방으로 들어가 곰 인형 하나를 가져왔다.

"자, 세민아. 여기 보자."

-달링 알러뷰!

"꺄우?!"

세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인형이 말을 하고 있었다.

"종혁아, 그거 뭐야? 인형이 왜 말을 하지?"

세민이 호기심을 드러내자 엄마 마음이 발동한 호영이 물었다.

"아."

종혁은 눈을 빛냈다.

‘이거 잘하면?’

생각을 정리한 종혁이 입을 열었다.

"아는 분께서 이런 게 있다고 보내 줬어."

보름 전, 시제품이 나왔지만 제대로 광고를 하지 않은 터라 아직 반응이 그리 크지 않았다.

"남자한테 왜 줬는지 모르지만. 아, 근데 이거 녹음도 할 수 있다?"

"진짜?"

"어, 한 5초 정도지만. 여기 버튼을 꾹 눌러서."

-삐!

"세민아, 사랑해."

종혁은 5초 후 다시 인형 속 버튼을 눌렀다.

-세민아, 사랑해.

"꺄아?"

"우와!"

종혁은 이후로 ‘어마마마, 만수무강하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등 여러 멘트로 녹음을 했다.

사람들의 눈이 더욱 빛났다.

"아우으."

"응? 세민이 너도 해 보겠다고?"

손을 뻗어 허우적거리는 게 마치 마음에 쏙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다.

삑!

"아우으이으!"

5초 후 세민이의 옹알이가 나오자 준형을 비롯한 다섯 명의 눈빛이 돌변했다.

"종혁아! 이거 어디 가면 살 수 있냐?"

"평소에도 세민이 목소리 들을 수 있잖아!"

"아니지! 세민이가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지!"

‘끝났네.’ 이 프로그램은 준형의 그룹을 전 연령층에게 각인시킨 프로그램이다. 육십대 할머니도 ‘아, 아기 키우는 걔들?’이라고 말하게 만든 국민 오락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들 그룹의 팬덤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인형을 선보였다.

전국에서 주문 전화가 걸려오는 게 벌써부터 들리는 듯했다.

"이거? 아무 인형 가게나 가면 될걸?"

종혁은 속으로는 흐뭇하게, 겉으로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이 철수하고 세민이도 부모님을 따라 떠나자, 준형들과 박시윤의 표정이 굳었다.

"매니저 형. 우린 커피 좀 마시고 갈게요. 종혁이랑 오랜만이잖아요."

"음. 그래. 행사 가야 하니까 한 시간 안에는 내려와."

"네!"

매니저와 코디마저 떠나자 종혁은 박시윤을 봤다.

호영을 제외한 준형들이 몸을 일으켰다.

"어이구. 그동안 뭐가 달라졌는지 구경 좀 할까?"

"소영. 안내해!"

"아, 진짜 귀찮은 오빠야."

"허리 업! 빨리!"

"하. 애나, 가자. 종혁이 집 소개시켜 줄게."

"응!"

그렇게 눈치 빠른 그들이 소영과 수호도 데려가자 종혁은 호영과 박시윤을 봤다.

호영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박시윤을 봤다.

"내가 말할까, 시윤아?"

……끄덕.

고개로 대답하는 박시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종혁아. 너 검사님이나 형사님들하고 친하지? 전에 여기 완공식 때 보니까 그렇던데……."

그제야 왜 찾아왔는지 이해한 종혁의 머릿속이 바빠졌다.

"설마 사기 당했어요? 아님 술 먹고 사고를? 마약? 뭐든 바깥으로 드러나면 안 된다는 거죠?"

종혁의 눈이 냉정해지자 박시윤도 식겁해 손을 저었다.

"무, 무슨?! 그런 게 아니야! ……커야."

"예?"

"스토커야, 스토커. 시윤이가 스토커에게 시달리고 있어."

"스토커? 아."

종혁의 표정은 펴졌지만, 마음은 무거워졌다.

종혁은 박시윤을 봤다.

"사생팬으로 착각하시는 건 아니죠?"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박시윤이 핸드백에서 챙겨 온 쪽지를 꺼내 보여 줬다. 종혁은 가장 상단 ‘사랑하는 내 여자 친구 시윤아.’라는 글귀를 보자 스토커임을 깨달았다.

"이 밖에도 전화를 걸어서 어디 다녀왔냐, 나 보고 싶지 않았냐. 마치 애인처럼 말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고, 팬들 모르게 숙소를 옮겼는데도 새벽에 찾아와 벨을 누르는 등 온갖 짓거리를 저질렀다고 한다.

"가, 가끔은 침대에도 온기가……."

박시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종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위험하다!’

주거침입까지 했다면 정말 위험한 단계이다.

"신고는 해 봤어요?"

"했는데……."

종혁은 박시윤이 잇지 못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경찰도 처음 몇 차례는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스토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테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시큰둥해졌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후, 미안합니다.’

이 시대, 아니, 미래에도 스토킹 범죄는 그리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 시대는 더욱 심했다.

아직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시기. 웬만큼 깨어 있지 않고는 스토킹과 반해서 따라다니는 걸 구분하지 못한다.

‘한때 경찰이었던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까득!

‘앞으로 나설 자신도 없는 찌질한 새끼 주제에 사람을 농락해?’?

이를 간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

"잠시만요."

베란다로 걸어간 종혁은 문을 활짝 열고 정혁 빌딩 근처의 차도와 보도를 빠르게 살폈다.

"……저놈인가?"

거리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남성이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들 사이로 파고든다.

"우연히 하늘을 보다 고개를 내린 걸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용의자다.

도심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드무니 말이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으하핫! 내 보물 종혁아! 무슨 일이야? 드디어 경찰이 되고 싶다고 결정한 거야?

"삼촌. 다른 삼촌 두 분만 저희 집에 보내 주실 수 있어요? 비밀리에."

-……무슨 일인데?

김종두 과장의 음성이 낮아진다.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김종두 과장은 이를 갈았다.

-씨벌, 개새끼네! 그런 새끼들 때문에 가만히 있는 남자들까지 욕먹는 거지!

"남잔지 여잔지는 아직 몰라요."

-그럼 여자겠냐?

‘여자가 여자를 스토킹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예 없을 것 같지만, 제법 있다.

-알았어. 도현이랑 승철이 금방 보내 줄게.

"감사합니다."

도현과 승철은 특히 말수가 없는 형사들이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권 이사님. 지금 연결할 수 있는 변호사나 판사 중 가장 끗발 센 분이 누굽니까?"

스토커를 잡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후 처벌이 문제다.

종혁은 스토킹 범죄의 인식부터 바꾸기로 했다.

*  *  *

은밀하게 도착한 형사들은 박시윤이 모은 몇 가지 증거와 증언에 분노를 터트렸다.

"이런 씨벨놈은 아주 거시기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해!"

"따뜻한 밥 먹고 이렇게 할 짓이 없나? 정신병자 아냐, 이 새끼?"

"삼촌들."

종혁이 조용히 말하자 형사들은 아차 했다.

"미안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멍해 있던 박시윤이 얼른 손을 저었다.

"괘, 괜찮아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흑!"

이전 경찰들과 다른 반응, 진심으로 화를 내는 그들의 모습에 잘 해결될 것 같다는 안도감과 기대감이 든 것이다.

그에 그녀가 눈물을 보이자 형사들은 당황했고, 종혁은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형사들은 같은 경찰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사과를 했다.

종혁은 형사들이 가져와 켠 녹음기를 힐끗 보곤 입을 열었다.

"방금 승철 삼촌이 말했죠? 정신병자 아니냐고?"

"어? 어."

"정신병 맞아요, 이거."

"뭐? 진짜?"

종혁은 그러며 해외 사례와 판결 내용을 설명했다.

"사, 살인?"

박시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옆 나라 일본만 봐도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는 건 흔해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다는 마인드다.

"일을 힘들어하면 좋은 곳으로 가야지 하고 살해하는 경우도 있고, 얼굴이 망가지면 나만 볼 수 있겠지 하고 그어 버리는 놈도 있죠."

"아."

"박시윤 씨!"

종혁이 먼저 쓰러지는 박시윤의 등을 받쳤다.

놀라 종혁을 본 그녀는 이내 몸을 추슬렀다.

"저, 정말 미친놈이라고?"

형사들은 심각해졌다.

방금 전 화를 내긴 했지만, 이게 만약 살인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종혁은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형사들을 봤다.

"그럼 싫다는데 계속 쫓아다니는 놈이 정상이에요? 이런 미친놈을 솜방망이로 두드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쫓아다니겠지. 전보다 심하게."

범죄자는 범죄를 거듭할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양심도 사라진다.

"정답."

승철과 도현 두 형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럼 증거를 최대한 모아야 하는데……."

"일단 국과수에 연락해서 주거침입했다는 증거 채취부터 해야지. 아, 박시윤 씨, 혹시 이것 말고 증거가 더 있습니까?"

"이, 있어요! 숙소에 있어요!"

"그래요? 갑시다."

종혁은 일어나려는 그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구, 급한 건 알지만.’

"그렇게 가려고요? 그 새끼가 밑에서 기다릴지도 모르는데?"

형사들과 박시윤은 눈을 껌뻑였다.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후. 일단 사건 접수하시는 거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 새끼 잡아야지!"

"하지만 고소장은 접수 못 해요. 그렇죠, 시윤 씨?"

"……으응. 아무래도."

기자들이 알면 연예계 생활에 타격이 온다.

이제 어쩔 거냐는 듯 쳐다보는 종혁의 시선에 형사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바들바들 떠는 시윤을 바라본 형사들은 얼굴을 구겼다.

"씨발! 언젠 고소장 받고 수사했나!"

"우리가 고소장이다, 이놈아!"

종혁은 씩 웃었다.

‘그렇지. 이래야 형사지.’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영장이고 뭐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

그게 형사다. 인간미 넘치는 형사.

"좋습니다. 일단 시윤 씨."

"응?"

"시윤 씨는 매니저 불러서 회사로 가세요. 저희도 곧 뒤따라갈 테니까. 그리고……."

종혁은 박시윤과 형사들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삼촌들은 치장 좀 합시다."

*  *  *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호연, 준형들과 박시윤이 떠나자 종혁은 친구들에게 사과했다.

"일이 좀 이렇게 됐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월요일에 보자."

"……괜찮은 거지? 위험한 일 아니지?"

소영과 수호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저 추레한 삼촌들 코디 좀 해 주려는 것뿐이니까 걱정 말고 돌아가."

"추레하긴 누가 추레해! 이 정도면 여자들이 줄을 서겠구먼!"

"너 인마, 대가리 영글었다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형사들의 발악에 풋 웃은 소영과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그들을 배웅하던 종혁은 이리나의 시선을 느끼곤 의아해했다.

"애나?"

"그런데 해외 사례들은 어떻게 안 거야? 아까 화장실가면서 잠깐 들었어."

"……뭐, 이쪽에 관심 있으니까 찾아봤지."

"흐응. 그래?"

종혁은 이리나의 의뭉스러운 눈빛에 찔끔했다.

"뭐 그렇다 치고. 형사들은 왜 돕는 거야? 네 일도 아니잖아."

‘아.’ 날카로운 질문이다.

‘……머리에 열이 올랐군.’

아직 경찰이 아니다.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눈앞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니 구하려는 거야. 그것뿐이야."

피해자를 구하는 데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 없었다.

종혁의 눈은 맑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눈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피식 웃었다.

"너 오지랖이 넓구나?"

"……한국어 많이 배웠네.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

"풋. 갈게. 월요일에 봐."

그녀도 떠나자 종혁은 형사들을 봤다.

방금 전 한국어로 대화해서 그런지 형사들의 표정이 오묘해져 있었다.

"형사 티 내실 거면 저 떼어 놓고 가시고, 안 내실 거면 데려가요. 아시죠? 이런 유형 범죄에서 형사가 주위에 얼씬거리면 나가리 되는 거?"

움찔!

"……에이, 씨부럴. 오케이. 단 이번까지다. 제대로 안 꾸며 주기만 해 봐라."

"걱정 마세요. 저도 깊이 관여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 종혁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어, 어? 이 차는?"

"치장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둥근 원에 삼각 별 엠블럼이 있는 최고급 외제차를 보는 형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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