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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6화 (6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6화>

    검경이 유흥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20일…….

    이른 아침, 출근 열차를 기다리며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구매한 사람들이 욕을 쏟아 낸다.

    "저런 쳐 죽일 놈들! 아직까지 다 안 잡았어?"

    "아니, 자기 딸 같은 애랑 하고 싶을까?"

    "이건 어른이 문제야, 문제."

    신문을 구매해 그들 사이를 빠져나온 종혁이 한 기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아이들.

    그들에게 집은 안식처가 맞는가.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을 귀퉁이의 짤막한 기사지만, 종혁은 사회부 기자 박영일이란 이름을 보곤 한숨을 뱉었다.

    "정말 어딜 가나 생각 없는 놈들이 문제야."

    검경에 가출 청소년 쉼터의 존재를 알렸음에도 일부 검사나 경찰이 가출 청소년들을 곧바로 부모에게 인계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가출을 했는지 알아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돌려보냈다.

    부모들이 내놓으라 난동을 부리기에.

    또는 그냥 귀찮아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짓밟았다.

    그래서 결국 이런 수를 쓰게 된 거다.

    종혁은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며 핸드폰을 들었다.

    -네, 박영일입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박 기자님?"

    종혁은 음성 녹음을 남기려 했었다.

    -어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선지 네 시간만 자도 눈이 떠져. 무슨 일이야, 최 선수? 특종이야?

    "공중파 쪽에 아는 분 계신다고 했죠?"

    -……흠. 확실히 판을 키울 때가 됐지.

    "네. 검경도 슬슬 외각으로 향할 테니까요."

    지방이나 섬.

    그런 곳에 팔려 간 아이들은 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옥을 겪고 있을 것이다.

    -오케이. 계속 밑밥은 던져 놨으니 그렇게 할게.

    흔쾌한 허락에 종혁은 걱정부터 들었다.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여태까지 칭찬해 줬으니 한 번쯤은 혼도 내야지. 썩을 새끼들. 그런 놈들 때문에 일 잘하는 검찰, 경찰이 견찰 소리를 듣는 거 아냐?

    동감이다.

    약자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순간 그들은 더 이상 경찰, 검찰이 아니다. 그저 수갑을 찬 양아치이다.

    이후 간단한 안부를 물은 종혁은 핸드폰을 끊었다.

    하지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음? 뭐 말하지 않은 게 있나? 예, 박 기자님."

    -박 기자는 아니고 날세. 지금 통화 가능한가?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권회수였다.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혹시……."

    종혁은 정수찬과 그가 데려올 인재들이 쓸 숙소와, 회사 및 개발 연구소로 쓸 건물을 권회수에게 맡겼고, 이미 둘 다 구해서 내부 공사 중이었다.

    -아니, 나중에 옮길 신사옥 때문일세.

    급하게 매물을 구하느라 만족스러운 빌딩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설비가 들어갈 건물을 구한 후 나중에 사옥을 옮기기로 했다.

    -숙소랑 회사가 있는 분당 쪽에 좋은 매물이 나왔어.

    숙소를 분당에 구한 이유는 정수찬 때문이다.

    그는 도쿄처럼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은 싫다고 했다.

    "오, 그래요?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요?"

    부동산 매물이 씨가 마른 이유는 모두 한국에서 슬슬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닷컴 버블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로 닷컴 버블에 투자하는 거다.

    -그렇지. 그래서 땅이야.

    "땅이요? 아예 건물을 짓자는 겁니까? 흐음."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면 부동산 매물은 다시 쏟아지게 될 터였다.

    -자동차에 들어갈 뭘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잠시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종혁은 눈을 빛냈다.

    "어떤 분 겁니까?"

    -클클. 대현 왕 회장님의 둘째, 아니 이젠 장남이지. 그 장남의 아들 뒷주머니에서 나온 거야. 나도 그쪽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나왔어.

    회장들의 왕, 왕회장.

    권회수의 입에서 대현의 초대 회장 현주영의 별칭이 흘러나오자 종혁은 흠칫했다.

    ‘현몽구의 아들이면…… 현오성?’

    -그 집 장남 현오성 위로 누나가 셋 있는데, 다들 기가 세. 사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종혁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지금 왕회장님 셋째 동생분과 왕회장님 장남이 자동차 놓고 싸우는 거 알지?

    ‘아, 지금이 그 시기인가?’

    -누가 이길지는 몰라도 차지한 자리든, 쫓겨난 자리든 돈이 많이 필요할 걸세.

    그때를 대비해 총탄을 준비한다.

    어쩌면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영리한 행동이다.

    -어쩔 텐가? 일단 코는 걸어 놨는데…….

    "매입하죠."

    2대 회장도 2대 회장이지만, 곧 대현가에 큰 전쟁이 일어난다.

    ‘이제 기억이 나는군. 왕자의 난!’

    현주영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며 발발한 전쟁, 왕자의 난.

    재계 서열 1위 대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은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치열한 전쟁은 5남인 현몽헌이 승리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진짜 승자는 결국 현몽구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 결과는 다르지 않을 터.

    이 인연으로 블랙박스가 대현차에 옵션으로라도 설치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역시 자네는 말이 통해서 좋아.

    ‘저 역시 감사합니다.’

    권회수가 아니었다면 모를 정보였다.

    -알겠네. 누가 채어 가기 전에 얼른 가져오지. 공사도 건설 쪽에 맡긴다 하면 좋아할 거야.

    ‘아무렴요.’

    대현건설 역시 대현자동차그룹에 편입된다.

    현재로선 먼 미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왕자의 난도 준비해야겠군."

    제법 큰 한탕이 될 터였다.

    "일단은 지금부터."

    아는 정보는 써먹어야 했다.

    종혁은 얼른 박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대현가의 싸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현몽구 회장이 이길 겁니다.

    박태규는 단언했다.

    "호? 그래요? 왕회장님의 동생분인 현세균 회장님이 공성에 성공하지 않을까요? 비록 왕회장님 명령에 부회장으로 물러났다지만, 지금의 대현자동차는 그분이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많은 주주들과 언론이 현세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그 욕심 많은 왕회장님이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현세균 전 회장에게 자동차를 줄 거였으면 장남을 회장 자리에 앉히지도 않았겠죠.

    이번 전쟁은 그로 인해 촉발되었다.

    -이번 기회에 적대 세력을 모두 걷어 내려 할 겁니다. 12월부터 발발한 전쟁이니 지금쯤 살생부도 완성되었을 테죠.

    ‘정답.’

    역시 박태규다.

    IMF와 러시아 모라토리엄을 겪으며 그의 시야는 한층 더 넓어졌다.

    "제가 더 할 말은 없겠군요."

    -최대한의 결과를 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학교 앞에 도착한 종혁은 닫힌 교문 앞에 모여 있는 사람 몇 명을 발견하곤 의아해했다.

    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리도 들어가면 안 될까? 아까 운동부로 보이는 사람도 들어가던데."

    "그, 글쎄."

    "니들 뭐냐?"

    소위 떡볶이 코트라 부르는 베이지색 코트 안에 교복을 입은 채 달달 떠는 아이들.

    동일고의 교복은 맞는데, 1학년 명찰이다.

    문제는 지금이 방학 중이라는 사실이다.

    "힉!"

    종혁의 덩치를 보고 놀란 그들은 하나로 뭉쳤다.

    "오, 오늘 개학이라서 왔는데요?"

    "개학? 아, 그게 오늘이었어?"

    합숙에 2월 대회, 정수찬 일에, 가출 청소년 쉼터까지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방학이 다 갔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벌써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구나."

    회귀한 지 벌써 약 2년.

    시간 참 빠르다 싶었다.

    "입학식은 9시부터인데 왜 이렇게 일찍 와?"

    "하하."

    ‘……하긴 이제 고등학생이라고 한창 들뜬 시기지.’ 그들이 자라며 선망한 고등학생 형, 누나들.

    초등학생, 중학생에게는 어른에 가까운 고등학생들.

    참 풋풋하다 싶었다.

    종혁은 교문 옆 쪽문을 밀었다.

    끼이익!

    "들어와."

    설마 열려 있는지 몰라 허망해하던 그들은 우물쭈물 뒤따랐다.

    그렇게 교정을 가로지른 그들은 학교 건물 앞에 섰다.

    "반에 들어가면 히터부터 켜. 누가 뭐라고 하면 내 이름 대고."

    "혀, 형이 누구신데요?"

    "하긴. 공부만 했으면 날 모를 만도 하겠네. 나?"

    종혁은 피식 웃었다.

    "유도부 주장 최종혁."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수고들 해라, 후배들아. 동일고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종혁은 멍해지는 그들을 뒤로하며 유도부실로 향했다.

    드르륵!

    "나 왔다! 아침은 든든하게 먹었냐!"

    "오셨습니까, 주장!"

    우락부락한 유도부원들이 우렁차게 종혁을 반겼다.

    *  *  *

    "요. 종혁. 브로?"

    오늘은 개학날이라 이례적으로 아침 운동을 일찍 마치고 교실에 들어가니 수호가 주먹을 내민다.

    여자들과 수다를 떨던 소영도 손을 흔들었다.

    운이 좋게도 1학년, 2학년에 이어 이번에도 한 반이 되었다.

    종혁은 수호가 내민 주먹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너 어제 미국 영화 봤냐?"

    "어. 이상해? 우리 학원 원어민 선생님이 이렇게 인사하던데? 이게 미국 스타일이라고?"

    "그 학원 당장 그만둬."

    "어?"

    수호의 영어 발음이 더럽다.

    할렘 쪽 특유의 발음이었다.

    ‘하여튼 미국인이라면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냅다 원어민 선생으로 들이니 문제지.’

    지금은 미국인이라면 불법체류자라도 선망하는 시기이다. 그렇다 보니 질이 나쁜 이들도 특별한 검증 없이 사회 활동을 하는데, 종혁이 영어를 익힌 이유가 바로 이런 이들 때문이다. 범죄를 저질러 놓고, ‘오우, 나 한국어 못 해요’ 하니 열이 받아서 익힌 것이다.

    "너 그러다 수능에서 영어 듣기 평가 망친다."

    "헉! 진짜? 아 씨. 재밌는 선생님인데."

    "발음 교정하려면 이리나에게 과외를 부탁하는 게 나아. 걔가 쓰는 게 표준어야."

    이리나 샤크. 스키장에서 인연을 맺은 후 계속 연락을 하는 붉은 머리의 미녀이다.

    얼마 전 셋만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삐졌었다.

    "맞아. 이리나가 있구나. 아, 걔는 학교 어디 다닌대?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글쎄? 외국인학교가 아닐까?"

    그러는 편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편하다.

    "외국인학교? 그런 곳도 있어?"

    "그게……."

    종혁은 외국인학교에 대해 설명했고,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아니, 그보다 하아. 우리 담임은 누가 될까? 김관득 선생님이면 좋을 텐데. 아니, 누가오시든 독사만 아니면 돼."

    "아무나 오시면 어때. 어차피 고3이라……."

    드르륵, 쾅!

    갑자기 앞문이 활짝 열리자 고개를 돌렸던 학생들은 입을 떡 벌렸다. ‘사랑의 매’라고 적힌 공업용 쇠자로 어깨를 두드리며 들어오는, 안경 쓴 오십대 교사.

    "굿모닝이다. 아들, 딸들아!"

    "……아아!"

    절망 어린 짜증이 터지고, 자리에 앉은 종혁도 씁쓸하게 웃었다.

    수호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독사.’

    아들, 딸. 친근한 호칭을 쓰지만, 헤이하치, 윤 또라이와 더불어 동일고 학생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세 명의 선생 중 한 명이다.

    "이놈의 짜식들, 그렇게 좋냐? 다들 날 알고 있는 것 같지만……."

    탁탁탁!

    한문으로 박병춘이란 글자가 쓰였다.

    "아아아!"

    이미 정해져서 바꿀 수도 없지만, 소개가 된 이상 진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아이들은 다시 절망 어린 짜증을 터트렸다.

    그러나 박병춘 선생은 흔들림 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담당 과목은 영어. 내 소문 알지? 하나라도 틀리면 각오해라."

    "아아아!"

    "일단 임시 반장부터 정해야 할 텐데…… 그래, 최종혁!"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대회가 많아서 반장 일을 하기 힘들 겁니다."

    "아, 그렇지. 그럼 학생 회장도 못 하겠네?"

    전교 1등에 유도부 주장. 딱 학생 회장감이었다.

    "하루 대부분 유도부에 있어야 하니까요."

    "오늘 입학식 재학생 대표는? 너만 허락하면 바꿀 수 있는데."

    "전에 말씀드렸듯이……."

    박병춘은 아쉬워했다.

    "끙. 네가 딱인데…… 오케이. 그러면 정인수. 네가 임시 반장해."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오냐. 곧 입학식이니까 티브이 틀 준비하고…… 아차차, 전달할 사항이 있다.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남녀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여자예요?!"

    "남자죠! 그렇죠, 선생님?!"

    "우리 예쁜 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여자다."

    "……우아아아아!"

    "그렇지-!"

    "하여튼 여자라면 다 좋지. 막상 닥치면 말도 못 걸 놈들이."

    박병춘의 강력한 팩트 폭행에 남학생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들은 기대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아주 잡아먹겠네. 들어와. 컴 인."

    ‘응? 컴 인?’ 드르륵!

    문이 열리며 한 여학생이 들어오자 종혁은 눈을 크게 벌렸다.

    수호와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반 아이들은 약간 달랐다.

    ‘쟤가 왜?’

    "……우아아아아악!"

    "미녀다-!"

    "외국인이야!"

    "휘이이익!"

    붉은 머리를 찰랑이며 들어오는 미녀는 교탁에 서서 환하게 웃었다.

    "Hi, guys? I‘m a Irina Shark. look after me, Please!"

    "와아아아!"

    "그래! 우리도 잘 부탁해!"

    함성이 다시 터졌다.

    그 순간.

    이리나가 종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혁-!"

    사사삭!

    함성이 멈추고, 남자들의 고개가 한곳으로 돌아갔다.

    그 살의로 가득한 시선에 종혁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하아."

    고 3의 첫 시작날.

    앞으로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응?"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녀를 쥐어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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