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8화 (5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8화>

*  *  *

띠이! 띠이!

"조심! 조심!"

중수부가 말하길 김 의원 때 쓴 차량은 흰색 엘란트망이었다고 하고, 소년 한선호가 말한 차도 흰색 엘란트망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럭을 끌고 온 중수부는 하얀색 사각 고철 블록을 회수했다.

종혁은 강철선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중수부 검사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지문이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DNA 증거는 압착되면서 발생한 쇳가루로 인해 오염됐을 게 뻔했다. 남은 건 지문이었다.

‘솔직히 지문도 아슬아슬해.’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흙먼지 바람이 부는 야외에 방치되었다.

지문도 훼손됐을 확률이 높았다.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

"종혁아! 가제이!"

종혁은 몸을 돌렸다.

*  *  *

"뭐? 가출 청소년 쉼터? 그기 뭐꼬?"

종혁은 가출 청소년 쉼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래 좋은 곳이 생겼나? 근데 으음."

원래라면 부모님을 소환해야 한다.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참석 아래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출 청소년은 집에 돌려보내야 했다.

"집에 보낸다고 해도 다시 가출하지 않을 거라고 보세요?"

종혁의 말이 옳다.

이렇게 실종 신고가 됐을 만큼 오랫동안 가출을 한 청소년은 대부분 다시 가출을 한다.

"집에 온전히 돌려보내려면, 아이들에게도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돌아갈 마음이 생길 때까지."

미래, 정부가 가출 청소년 쉼터를 설립한 의의가 바로 이것이다.

험한 사회에서 고생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쉬다가 돌아가라.

강철선은 움츠리고 있는 소년들을 봤다.

돌려보낸다는 말에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다.

도망치려는 듯 문을 계속 힐끔거리고 있었다.

‘하이고. 이 문디 자슥들.’

하지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

조폭들을 때려잡던 때, 멋모르고 조직에 들어가 후회하는 아이들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잠깐의 일탈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 깜빵에 들어간 아이들.

그렇게 지옥에 떨어지고 나서야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니들 그기 잘 있다가 집에 돌아갈 수 있겠나?"

움찔!

"……."

"하이고, 이 아름답게 순박한 문디 자슥들아. 이럴 땐 아니라도 그러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이가? 고추에 털 난 놈들이 뭔 거짓말도 못 하노?"

"네! 그, 그럴게요!"

"그럴 수 있어요!"

"치아라."

강철선은 종혁을 봤다.

"할 수 있겠나?"

"저 못 믿으세요?"

종혁의 눈은 진지했다.

"……알았다. 함 해 봐라. 부모는 내가 카바해 줄게."

종혁은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됐다. 아, 근데 그런 대단한 일을 하시는 분이 누꼬?"

"권회수 어르신이요. 명동의 돈 귀신."

"……?!"

*  *  *

부우웅!

정호가 운전하는 봉고차 안.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흠. 지금쯤 한창 뜯어 보고 있겠네.’

중수부 일이다. 국과수는 다른 어떤 일보다 그걸 우선시할 터였다.

그보다 종혁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한선호가 기억해 낸 손목에 문신이 있는 남성의 몽타주였다.

옆얼굴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기에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나이도 알 수 없지만, 그 윤곽은 뼈에 새기듯 기억해 뒀다.

‘만나서 반갑다, 새끼야!’

절대 종혁과 어머니를 죽인 그놈은 아니지만, 손목 문신과 향수로만 찾아야 했던 막막한 상황에서 윤곽이라도 얼굴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다만 폐차장이나 주위에 CCTV가 없다는 게 짜증이 났다.

‘정부는 언제 CCTV를 보급하는 거야?’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저…… 형. 고맙습니다."

"뭐가?"

"저흴 구해 주시고…… 그리고……."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지 망설인다.

"부모님에게 돌려보내지 않은 거?"

한선호를 비롯한 아이들은 자그맣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도하는 소년들의 모습에 마음이 썩 좋지 못하다.

‘쯧. 얼마나 부모님이 무섭고 집이 싫으면…….’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난 기회를 주는 것뿐이니까."

"……기회요?"

"너희가 너희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엄한 아버지든, 폭력적인 가정이든, 숨 막히는 분위기든, 어떤 이유를 견디지 못해서 가출을 결심했다.

충동적이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렇다면 세상을 마주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마주할 자격……."

"부모님의 보호 아래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보다 일찍 세상을 마주해 버린 너희들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시간.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던져진 너희가 준비할 시간. 나, 그리고 어르신은 그 시간을 주는 거야."

"시간……."

"그 시간 동안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지, 아니면 사회인으로 살아갈지, 그도 아니면 이대로 도태될지는 너희들의 결정에 달린 거야."

"도태요?"

"폐차장 인부들이 정상인, 일반인으로 보였어? 사리분별 못 하고 지 주인 명령에 검사와 수사관에게 눈 까뒤집고 달려드는 놈들이? 그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지성체가 할 짓이야?"

"……."

"도태된다는 건 그런 거야. 남의 의지에 휘둘리는 삶을 사는 거, 상식 없는 삶을 사는 거. 누구 한 명 널 너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 삶을 사는 거!"

"야, 그거는!"

종혁의 말에 흐뭇이 웃던 정호가 화들짝 놀란다.

"회사원이나 공무원들도 퇴사를 할지, 이직을 할지, 잔류할지, 승진할지 다 자기 의지로 결정해요.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다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에요. 휘둘리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조직의 부품, 톱니바퀴, 모두 본인의 의지로 행동한다.

"……."

정호와 한선호, 다른 아이들은 입을 다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사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허어."

종혁도 건물, 아니,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 20층짜리 거대한 빌딩을 보며 경악했다.

"이게 쉼터라고? ……이게?"

미래의 가출 청소년 쉼터는 이렇지 않다.

폐교나 폐가, 값이 싼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이전 후 남겨진 동사무소나 경찰서 등 정부 소속 건물 정도였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와, 이 양반 통 진짜 크네.’

돈지랄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그의 배포가 얼마나 큰지, 그의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진심이구나! 이러면!’

만약 권회수가 생색만 낼 것 같았으면 건물을 사려고 했다. 마땅한 게 없으면 아예 원룸촌을 지으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마음 맞는 돈지랄은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종혁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털썩!

"흑, 어르신."

"음?"

종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주저앉은 작은 체구의 50대 여성을 보며 움찔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누구지?’ 종혁이 의아해할 때,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하자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신 날 못 볼 줄 알아! 알았어?!"

"걱정 마십시오, 어르신! 어떤 분 당부라고 허투루 할까요!"

"하여튼 능청만 늘어서는. 에잉."

하하 웃음소리를 뒤로하며 건물을 나선 권회수는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성을 발견하곤 혀를 찼다.

"오는데 힘들진 않으셨는가, 박 원장."

"어르신!"

"어때, 마음에 드시는가?"

"마음에 들다 뿐일까요! 어떻게 이런 곳을! 어르신……!"

언제 퇴거 명령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해하며 고아원을 운영했던 그녀로서는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건물을 사시면 어르신께선!"

"허허. 돈 귀신 돈 걱정하는가? ……뭐 그래도 걱정 마시게. 나 말고도 이 뜻 깊은 일에 출자한 재력가가 있으니. 음? 아, 저기 있구먼. 뭐 하시는가. 왔으면 오지 않고."

"음?"

권회수와 박 원장의 시선에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  *  *

권회수가 가장 먼저 공사를 끝낸 상담실.

사무적이지 않고 파란색, 분홍색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긴장을 풀게 만든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종혁입니다. 그리고 이 애들은 이 센터의 1호 청소년들입니다."

사무실을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던 아이들이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구나. 반가워. 이 아줌마는 박연자라고 해. 앞으로 잘 살아 보자."

움찔.

잘 살아 보자. 그 말이 소년들의 가슴을 건드렸다.

종혁은 그녀의 단어 선택에 흥미를 드러냈다.

‘익숙하군.’

호구 조사부터 하지 않은 부분도 마음에 든다.

"여기 박 원장은 스무 살부터 고아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사람일세. 나 같은 사람으로선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성인이지."

"어, 어르신……."

‘호오?’ 사람 보는 눈이 범상치 않을 권회수가 극찬을 한다.

"나를 버리며 남을 위해 헌신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셨을 텐데.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아, 아니에요. 도와주시는 분이 많으셨는걸요.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거예요."

"겸손하시네요."

더 마음에 들었다.

권회수도 흡족히 웃었다.

"이쪽은 유도 국가대표이자 금메달리스트인 최종혁 선수. 이 쉼터를 계획하며 이 뒷방 늙은이를 다시 사회로 끌어낸 못된 사람일세."

박연자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젊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이 아이들 같은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요. 저도 가출을 몇 번 했거든요."

정확히는 회귀 전이다.

손가락과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후 방황을 많이 했었다.

"네에?"

흠칫!

한선호와 소년들도 놀라 종혁을 보았다.

누가 봐도 단정하고 당당한 종혁이 가출을 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의 그 막막함, 누구 한 명 도와주지 않는 냉혹한 사회. 당연하다는 듯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떼어먹는 나쁜 어른들."

아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들이 겪은 이야기이다.

종혁은 옆에 앉아 고개를 주억이는 한선호의 손을 잡았다.

"외로움과 공포, 답답함에 힘든 결정을 내렸을 이 아이들이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고 이 쉼터를 계획해 봤습니다.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잖아요."

"……훌륭하세요. 정말 훌륭한 생각이세요."

"오지랖이죠, 뭐."

상담실의 공기가 훈훈해졌다.

소년들은 이 분위기가 어색해 꼼지락거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종혁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이제부터 잘 들어 봐.’

"어르신."

"왜 그러시는가?"

"이렇게 큰 빌딩을 구입하신 이유가 뭡니까."

이미 알아차렸을 게 분명함에도 굳이 물어보고 있다.

권회수가 눈을 빛냈다.

"사람은 넓고 큰 곳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일세. 그래야 품이 넓어지는 법이지. 준비도 안 된 채 냉혹한 사회에 던져진 이 가여운 아이들을 원룸 같은 닭장에서 지내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안 그래도 움츠려진 가슴인데 그런 곳에서 살면 펴지기나 하겠나? 주위 시선은 또 어떻고? 이제 내 품에 들어온 새끼들이 그런 꼴을 당하게 둘 순 없어서 이랬네!"

움찔!

품 안에 들어온 새끼. 아이들의 눈이 흔들렸다.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어른도 있어. 어른이라고 모두 너희를 괴롭히는 게 아니야.’

이 아이들을 케어하기 위해선 닫혀 있는 마음의 문부터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경험으로 쌓인 고정관념부터 부숴야 했다.

"저와 생각이 같으시네요. 잘하셨어요."

"흥."

"그러니 1층엔 무료 매점과 푸드 코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점? 푸드 코트?"

"돈 없는 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과자나 음료부터 떡볶이, 피자, 치킨, 커피 모두."

소년들은 다급히 종혁을 봤다.

박연자 원장은 입을 떡 벌렸다.

"뭐 하시는가, 박 원장. 적지 않고."

"네? 예, 예!"

"다만 전문가의 관리하에 아이들이 운영에 관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요리에 관심 있는 아이들도 있을 테니까요. 지원제나 당번제도 나쁘지 않고요. 물론, 대가는 지불해야겠죠."

무작정 보호하는 것보단 사회와 올바르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배웠으면 싶었다.

"조, 좋은 방법이에요!"

안전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

그녀는 재빨리 메모를 했다.

"그리고……."

종혁은 한선호를 봤다.

"선호야, 너 취미가 뭐야?"

"저, 저요?"

"어. 너."

시선이 몰리자 얼굴이 빨개진 선호는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입술을 달싹였다.

"……터요. 컴퓨터."

"게임?"

"아, 아뇨. 프로그래밍이요."

"진짜?"

종혁은 놀랐다.

선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역시 형도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노는 거라고. 하하."

‘그런 거였나.’ 왜 가출을 했는지 짐작이 된다.

"아니! 전혀!"

"네?"

"어렵고 비전 있는 걸 취미로 삼았다는 게 놀라운데?"

"어려운? 비전?"

"해가 거듭할수록 컴퓨터 산업은 진화하다시피 발전하고 있어. 예전엔 외국에 문서 하나 보내려고 해도 수십 일 걸리던 게 지금은 몇 초면 가능하지."

"메일……."

"온라인 게임은 또 어떻고? 당장 너 초등학교 때만 해도 이렇게 온라인에서 모여 함께 한 세상을 공유한다는 게 가능했었어?"

한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취미와 꿈에 동조를 해 주는 사람이 생겨선지 그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발전이 끝날까?"

"그, 그러지 않을까요? TV에서도 그러잖아요. 발전을 해도 조금만 더 발전할 거라고."

"전혀. 컴퓨터. 인터넷. 글로벌 세상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멀지 않은 미래엔 이 휴대전화에 컴퓨터가 담길 거고, 세계 반대쪽의 일도 침대에 누운 채 알 수 있게 될 거야. 전 세계인이 사생활을 공유하게 되겠지."

"그건 공상의 영역인데요?"

"과거의 공상이 지금의 현실이야. 옛날 공상 영화를 떠올려 봐."

"……아."

"그러면 이런 세상을 만들고 설계할 사람은 누굴까?"

"프로그래머?"

"그래. 앞으로 프로그래머는 너도나도 모셔 갈 직업이 될 거야."

선호는 입을 헤 벌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종혁은 박연자 원장을 봤다.

"컴퓨터 룸을 만들어야겠네요. 저녁엔 PC 게임도 할 수 있게. 일단 가볍게 곧 나올 팬티언3 100대부터 설치하죠. 교수급 교사도 채용하시고요."

종혁이 가출 청소년 쉼터를 보며 아쉬워했던 점이 바로 이거였다.

보호를 하고 공부를 가르쳐 집에 돌아가거나 사회에 내보낼 준비를 시키지만, 아이들의 적성을 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했다. 모두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네에?! 그, 그건……."

종혁은 망설이는 그녀를 외면하며 다른 소년을 봤다.

소년은 눈을 빛냈다.

한선호의 말에 적극 동조해 주던 모습이 용기를 내주었다.

"저는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게 좋아요……."

"오, 만화가."

좋은 직업이다. 미래엔 웹툰 작가들이 각광받는다.

"화구 세트와 만화가를 섭외하는 게 좋겠네요."

"최, 최종혁 씨!"

"넌?"

"저, 저는 바이올린이요! 하지만 가난해서……."

"바이올린 20대와 정교수급 교사를 섭외해 주세요. 아니, 오케스트라에 포함되는 모든 악기를 구매해 주세요. 성악 부분도!"

"어르신! 어르신이 뭐라고 좀 해 주세요! 이러면!"

망한다.

이 좋은 취지의 일이 꽃을 펴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일은 좋은 독지가, 키다리 아저씨들의 도움이 끊기면 바로 망한다.

"전 축구요!"

"축구도 좋지. 이 쉼터에 연습장을 만들어 주시고, 정기적으로 경기장을 대여할 수 있게……."

"어르시인!"

"껄껄껄! 놔두시게. 이리해도 바다에서 물바가지 하나 푸는 정도일 테니."

"……네?"

모두가, 분위기에 휩쓸려 말했던 소년들도 멍해졌다.

"현재 자산만 따져도 아마 삼전의 이 회장 정도는 될 테지, 아마?"

목에서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돌려진 시선에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개인 자산만 놓고 보면 그러지 않을까요? 음. 숨겨진 것까지 합하면 좀 부족하려나……."

사람들은 종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종혁의 키다리 아저씨, 아니, 키다리 친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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