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5화 (5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5화>

17. 키다리 친구?

달그락.

원래라면 분 냄새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해야 할 고급 주점.

블루 톤의 어스름한 조명 아래 30대부터 60대까지 다섯 명의 남자가 앉아 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조용한 분위기를 깬 건 30대의 사내였다.

"돈이 참 좋아요. 수백만 원짜리 술도 이렇게 함부로 마실 수 있고."

얼음도 없이 글라스에 가득 채워진 호박빛의 꼬냑.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남성들의 눈이 흔들렸다.

"어떻습니까. 돈 벌기 참 쉽죠?"

그 말에 남성들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벌써 투자한 돈의 네 배를 벌었다.

그동안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돈을 넣은 것밖에 없다.

돈 놓고 돈 먹기. 돈 벌기가 너무 쉬웠다.

"다들 백만장자가 된 소감 한번 말해 보시죠? 먼저…… 가장 연장자이자 철강 기업을 운영하시는 김 사장님?"

째진 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직은 얼떨떨하군. 평생 자동차 고철이나 만지던 놈이 이런 거금을 벌었는데, 제정신일 것 같나?"

"어이구, 중개업으로 그동안 재미 좀 보셨을 텐데 겨우 이 정도로…… 아차, 이건 비밀이죠?"

김 노인은 폐차장뿐만 아니라 밀항한 중국인과 조선족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일을 한다.

"하여튼 주둥이."

"합! 지익!"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자 김 노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대검이 중국인과 조선족을 타깃으로 삼아 후려치기 시작하면서 고객이 뚝 끊긴 상태였는데, 눈앞의 사내 덕분에 돈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일단 자네한테 술 한 잔 찐하게 주고 싶군. 황 대리. 고마워."

증권사의 펀드매니저인 황종수. 그가 이 판을 짠 설계자였다.

"어이구. 눈먼 돈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걸 못 참은 것뿐인데요, 뭘. 자, 다들 보셨죠? 이게 바로 주고받는 정이란 겁니다!"

남성들은 그의 넉살에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캬아! 좋다. 자, 이제 마지막 말을 해 주시죠!"

"내 돈 잃으면 죽여 버릴 거야."

"으하하하핫!"

그는 모를 것이다.

김 노인의 말은 어디까지나 진실이란 걸 말이다.

그걸 모르는 황종수는 다른 이들에게 소감을 물었고, 그때마다 한 잔씩 가득 받았다.

"모두 잔들 드시죠!"

남성들이 잔을 들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고, 황종수가 크게 외쳤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

"다섯 배!"

"고렇췌! 우린 딱 다섯 배만 먹고 빠지는 겁니다! 이런 판은 앞으로도 많으니까 아쉬워 마시고. 자, 위하여!"

"위하여!"

채재쟁!

"어후. 이제 승리자들끼리 화끈하게 놀아 볼까요? 마담! 아가씨들 들어오라고 해!"

스르륵!

문이 열리며 옷감이 많이 부족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콧속을 파고드는 분 냄새에 눈이 붉어진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향해 손을 뻗었고, 곧 질펀하고 떠들썩한 술판이 벌어졌다.

*  *  *

"이름. 황종수. 나이 34세. 한울증권 대리급 펀드매니저로서 소위 작전이라 부르는 주가조작을 설계한 설계자로 판단됩니다."

블라인드가 쳐진 강철선 검사실의 회의실 겸 탕비실 겸 취조실.

하얀 스크린에 30대 남성의 증명사진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종혁이 동강 난 당구 큐대로 남성을 가리키며 발표를 한다. 종혁은 프로젝터와 연결된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렸다.

물음표가 새겨진 그림이 나타났다.

"황종수 외 가담자는 약 4명으로 추측. 황종수가 술에 취해 말하는 걸 직장 동료가 들었다고 합니다."

"와? 그놈아들은 모르나?"

"차명 계좌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운영하는 자금은 약 100억으로 추정."

종혁은 어이없었다.

‘미래에 시총이 조 단위인 넥스트가 100억에 이렇게 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강철선은 달랐다.

"배, 백억?!"

조리 있고 당당하게 브리핑하는 종혁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강철선과 수사관들이 뒤집어졌다.

100억이면 웬만한 사기꾼들조차 명함을 못 내미는 액수였다.

"일명 폭탄 돌리기를 해서 100억까지 불어난 거지, 초기 자본은 한 사람당 5억 정도밖에 안 됩니다."

강철선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5억이 뉘집 애 이름이가?"

5억이면 한강이 보이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두 채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허, 이놈아들 사이즈 크네."

조직원이 수십 명씩 있는 조폭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주동자 포함 고작 다섯 명이다. 이제야 경제 범죄의 사이즈를 이해한 강철선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습니다, 검사님. 이 정도는 돼야 저희 중앙에 어울리는 사이즈죠."

"그렇제?"

종혁은 흥분하는 그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겨우 이 정도로 놀라시면 곤란한데요."

"와?"

"정보 제공자가 말한 바에 따르면, 이놈들 최소 아홉 배까지 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보 제공자는 박태규와 권&박 홀딩스의 직원들이었다.

"이, 이백억?"

"정확히는 225억이지만, 그 이상은 따라붙는 개미들 때문에 힘들 거라고 하더군요."

종혁도 그렇게 판단했다.

‘초기 자본이 적기 때문에 폭탄 돌리기로 부풀릴 수 있는 주가도 적어. 현 주가와 똑같은 액수가 수혈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추격하는 개미들을 막을 수 없다. 아니, 태규 씨를.’

러시아 모라토리엄으로 발생한 돈의 폭격.

그러면 그들은 닭 쫓던 개가 되는 거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7배나 8배 고점에서 주식을 던져 버리면?"

모두의 시선이 종혁을 보았다.

"……우째 되는 기고?! 퍼뜩 말해 봐라!"

"꽤 많은 사람들이 한강 물 수온을 체크하게 될 겁니다. 본인 몸으로."

"……."

강철선과 수사관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계장님."

"멱살을 잡아서라도 영장받아 오겠습니다."

"정호야."

"수사관들 대기시키겠습니다."

"종혁이 니도 갈 끼제?"

"당연하죠."

그들의 몸에서 열의가 피어올랐다.

"저, 그런데……."

사람들이 여성 사무관을 보았다.

"입증은 어떻게 하죠? 황종수가 컴퓨터를 포맷해 버리면요?"

"그거야 당연히 포렌식으로…… 아."

중얼거리던 종혁은 아차 싶었다.

‘아직 디지털 포렌식이 발명되지 않았을 시기구나! 이런 낭패가!’

미래 첨단 수사 기법인 디지털 포렌식.

이게 발명된 이후 컴퓨터 포맷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포렌식? 그기 뭐꼬?"

"……복구 프로그램이요."

"아, 글나? 그럼 됐네."

"응? 그거 인터넷으로 작업한 것도 복구해? 아닐 텐데?"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종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따져 봤다.

"음. 증권사에서 거래를 했다면 서버에 거래 내역이 남을 테지만, 만약 아니라면……."

종혁의 중얼거림을 들은 강철선은 번뜩 고개를 들었다.

"정호야, 일단 황종수의 친인척, 친구, 지인까지 다 뒤져 봐라."

"숨겨 둔 부동산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거죠?"

정확히는 이번 범죄에 쓰이고 있을,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공간이다.

"예! 알겠습니다. 뒤도 밟을게요."

"오야. 그렇게 하고…… 절대 들키지 마래이."

그가 경제범죄형사부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사건이다.

맡은 것도 아니라 그가 주도하는 표적 수사.

실수로 어그러진다면 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 가까이 가지 않겠습니다."

"믿는데이. 그리고……."

강철선이 둘러보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강철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단디 준비해가 한 번에 몰아쳐야 할 것 같심더. 그때까지 입단속 부탁드립니더."

"예!"

"그리고 김 양. 나이스."

"호호."

짝!

"자, 그럼 해산!"

사람들은 우르르 일어섰고, 종혁은 그걸 보며 생각에 잠겼다.

‘디지털 포렌식이라…… 흠.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참을 고민하던 종혁은 혀를 찼다.

떠오르는 게 없었다.

"뭐하노? 배 안 고프나?"

"아, 예!"

종혁은 생각을 접으며 몸을 일으켰다.

*  *  *

부우웅.

달리는 차 안, 종혁이 차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내일인가.’

사람을 깐깐하게 봤을 권회수가 선택한 인물을 만나는 날이자, 권회수가 직접 고른 가출 청소년 쉼터 1호를 보는 날이다.

내일, 권회수의 배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착했어."

"여기예요?"

"어제 퇴근하자 끝나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저기로 들어가더라. 603호, 월세. 명의는 자기 동생 거."

"간도 크네."

4차선 대로에 있는 8층 건물에 가족 명의로 사무실을 얻었다.

간이 부었다고 봐야 했다.

"이건 뭐 조폭 놈들과 비교하면 너무 쉬우니, 원. 달건이 놈들이 조심성이 많은 건지, 황종수가 조심성이 없는 건지."

황종수는 미행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가끔 뒤를 돌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는데요, 뭘."

그리고 범죄의 유형이 다르기에 행동거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쳐도 둔한 축에 속했다.

‘안 들킬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님 그냥 간땡이가 큰 건지.’

"여기 말고는요?"

정호는 고개를 저었다.

"깔끔해."

외가 육촌까지 모두 훑었지만 별다른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 평범하게 사는 서민이었다.

"난 놈이란 소리지."

"그것도 작전에 성공해야 난 놈이죠."

"푸흐. 맞네. 그나저나 문제는…… 저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건데."

작전을 펼치는 현장임을 확인해야 한다.

무작정 덮쳤다가 아니라면 일이 어그러진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일을 하는 건 아는지 유리창이 불투명이었다.

고전 방식인 유리창 닦이는 텄다고 봐야 했다.

‘그러게. 골치 아프네.’

"씁. 또 이사 떡을 돌려?"

"이사 떡?"

종혁은 작전 개요에 대해 설명했고, 정호는 그 참신한 생각에 입을 떡 벌렸다.

"이야, 안기부도 그런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겠다. 그런데…… 그런 인형이 진짜 있냐? 진짜 달링 알러뷰 해? 곰 인형이?"

"……화이트데이 때 형수님께 가져다드리면 좋아하실 거예요."

"허험. 아직 형수는 아니고."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그걸 말이라고 해?"

종혁은 됐다며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했다.

"음. 그런데 종혁아. 미안하지만 작전비 없다. 월세면 돌려받지도 못하잖아."

‘이런 씨?’ 그놈의 작전비. 지겹도록 들은 작전비. 예산.

"아니, 무려 서울지검인데 작전비가 모자라요?"

"우린 뭐 공무원 아니냐?"

정호는 담배를 물며 서글프게 웃었다.

"에라이……."

백 퍼센트 공감이 가는 애환이라 더 짜증이 났다.

"됐습니다. 제가 사비로……."

벌컥! 탁!

누군가 뒷좌석에 탔지만, 둘 다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올라탄 인물이 깜짝 놀랐다.

"어, 괜찮아. 우리 팀 신입이야."

"아…… 반갑습니다. 고성수입니다."

노숙자를 연상시킬 만큼 썩은 내를 풀풀 풍기는 30대 사내.

옷차림도 노숙자, 거지의 그것이지만 눈빛이 맑고 선했다.

정호의 정보원이었다.

‘아, 부럽다.’

"자자, 소개팅은 나중에 하시고. 어때?"

청년이 씩 웃었다.

"제가 누굽니까. 다 알아 왔죠. 계량기 돌아가는 거 보니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최소 8명이 상주하는 것 같은데 그중 한 명은 만날 술을 마시는 것 같고, 한 명은 소식을 하는 것 같고, 한 명은 꼴초에……."

종혁과 정호는 놀랐다.

굉장히 디테일한 정보였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혹시 안에 들어가 보신 거예요?"

정호도 적극 고개를 끄덕였다.

노숙자의 콧대가 높아졌다.

"에이. 이 정도 정보야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다 알죠."

‘그 정도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정말 그렇다면 무조건 스카우트이다.

‘미리 사과드립니다, 형님!’

정호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스카우트를 해야 됐다.

그가 만들려는 정보 단체에 필요한 인재였다.

종혁의 몸이 달았다.

"어, 어떻게요?"

"오늘 점심을 중국집에서 시켜 먹던데요?"

"네?"

‘중국집? 배달?’ 종혁은 이마를 쳤다. 고전을 잊고 있었다.

"크흐. 잘했어. 역시 네가 돈값을 하는구나."

"흐흐. 제가 이 정도입니다, 형니임……."

"형님."

"음?"

정호와 노숙자가 대화를 멈추며 종혁을 봤다.

종혁의 얼굴은 진지했다.

"지금 당장 그 중국집으로 가 주세요. 빨리."

돌파구가 생겼다.

*  *  *

정찰 및 침투의 고전 방식이자, 초임 발령받은 애송이 형사에게 베테랑 사수가 가장 처음에 알려 주는 잠복 수사 시 정찰의 정석.

배달원으로 위장하기.

이게 고전이자 정석인 이유는 그 누구도 배달원의 얼굴을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기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확실한 신원, 철가방.

‘철가방 하나면 전국 어디든 들어가지 못할 곳이 없지.’

철가방은 거의 만능열쇠나 다름없다.

"아이고, 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일 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으십니다."

60대 중반 노인이 정호와 종혁의 손을 쓸어내린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걸요."

정호와 종혁은 속으로 웃었다.

일이 쉽게 풀리고 있었다. 이제 배달 전화를 받은 후 배달원으로 위장해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정말 이놈은 이쪽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건가?’

베테랑 수사관인 그도 바로 생각지 못했던 일. 물론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생각했겠지만, 이걸 바로 생각해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타고난 거다.

정호는 부럽다는 듯 보았다.

그런데.

"허어. 그런데 이걸 어쩌나……."

"예? 왜, 왜요?"

"우리 가게 내놨는데……."

쿵!

모두 눈을 부릅떴다.

"어, 어째서?! 아니 조금만 더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후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자식 놈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당장 두 시간 뒤에 가게 볼 사람이 온다고……."

그래서 점심 장사까지만 하고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낯빛이 어두워진 둘은 잠시 물러났다.

"하, 이걸 어떡하면 좋냐."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검사님이 부장님에게 사건 넘겨받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화려한 신고식.

부장검사가 전혀 다른 보직으로 인사이동한 강철선을 배려하고자 준 5일의 적응 기간. 못해도 내일 점심까진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했다.

"다른 식당을 찾아야 하나."

결국 그 방법밖에 없었다.

"일단 움직이죠."

*  *  *

"하아."

없다. 대로변에 사무실이 많은 동네라 식당이 많지만, 거의 배달을 안 한다. 중국집도 마찬가지였다.

돌고 돌아 다시 처음 온 중국집이었다.

‘하긴 이 시대 땐 이랬지.’

미래처럼 집에서 한식, 양식, 분식, 디저트 등 모든 종류의 요리를 맛볼 수 없는 시기, 먹으려면 직접 찾아가야 하는 시대다.

"야! 이런 건 진즉에 파악했어야지!"

"부탁하시지도 않았잖아요!"

종혁은 티격태격거리는 둘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어? 잠깐!’

종혁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러곤 허탈하게 웃었다.

"한상원 잡을 때 했던 생각은 어디 간 건지."

모텔이 아니라 비싼 원룸까지 잡아 놓고.

이 모든 건 회귀 전 언제나 돈에 쪼들리며 범인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습관과 관념의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종혁의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꼈다.

"후. 어쩔 수 없네요."

‘배달하는 곳이 없다고? 그게 뭔 문제야?’

"뭐를……."

종혁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중국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노인 앞에 섰다.

"아직 도장 안 찍으셨죠? 그럼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네에?"

다급히 따라온 정호까지 경악하며 종혁을 봤다.

그에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배달하는 곳이 없다?

배달하는 곳을 만들면 된다.

시간?

돈으로 사면 된다.

이젠 그럴 돈이 있었다.

아주 많은 돈이.

‘이제 내 사전에 부족한 작전비, 예산은 없어. 없는 거야!’

무한대의 작전비.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그렇게 종혁은 각성을 했다.

"얼맙니까? 얼마면 됩니까?"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그 눈을 보며 입을 헤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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