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6화>
* * *
전라북도 군산, 외각의 한적한 동네.
40대 중반 남성이 고철과 파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 한 대를 끌고 있다. 절뚝이는 다리와 리어카에 달린 동물 인형 세 개가 인상적이다.
헉헉 구슬땀을 흘리던 그는 그걸 보며 흐뭇이 웃었다.
인형을 받고 좋아할 딸아이를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났다.
"정 씨, 이제 오나?"
"좋은 오후입니다, 어르신!"
동네 어귀, 평상에 앉아 있던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크흠. 정 씨, 미안한데 TV 좀 봐줄 수 있는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침에 갑자기 지지직거리더니 계속 그 지랄이여."
"에고. 우리 어르신 오늘 하루 많이 심심하셨겠네. 알겠습니다. 저녁 먹고 들를게요."
"고마워."
"뭘요."
정 씨, 정인철은 리어카를 다시 끌기 시작했고, 노인은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사람은 참 좋은데…… 그놈의 아이얌에프가 뭔지. 쯧쯧. 음?"
부르릉!
노인은 동네에 들어서는 중형 세단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처음 보는 찬디?"
그는 앞을 지나쳐 가는 엔터프라이즈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편 허름한 동네 안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한 집에 도착한 정인철은 석면 지붕이 올려진 허름한 집과 파지, 고철로 가득한 좁은 안마당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지나간 일. 신세 한탄해서 뭐 할까."
그는 집 안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후다닥!
"아빠!"
정인철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찢어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커다란 눈망울과 통통한 볼살이 오늘도 심장을 괴롭게 한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뒷산에 안 갔나 보네?"
10살 쪼끄만 계집애가 뭐 그리 바쁜지 산이야 들이야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웃음만 나온다.
"응! 가끔은 나도 쉬어야지. 그래야 애들도 나 귀한 걸 알아."
"푸핫! 그래?"
"히힛. 어? 인형이다."
살짝 실망하는 딸의 기색에 그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아차려서인지 딸은 얼른 인형으로 달려갔다.
"내가 씻길게!"
"그럴래?"
"응! 내 거니까!"
그는 더러운 인형 세 개를 마당 수돗가 대야에 물을 받아 담그는 딸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좋은 옷만 입고, 좋은 음식만 먹고 자랐어야 할 딸.
못난 아비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면 밥을 제대로 넘길 수 없다.
"후우."
파지와 고철을 모두 내려놓은 그는 마당 한구석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2평이나 될 법한 작은 비닐하우스엔 그라인더나 인두 등 여러 기구들과 컴퓨터나 라디오, TV, 비디오 등 여러 전자 제품들이 있었다. 그의 보물 창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웃으며 의자에 앉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금 전 딸의 반응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다.
"이젠 동물 인형을 졸업할 땐가? 하지만……."
그가 하루 버는 돈으로는 딸 또래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미미 인형이나 라라 인형 같은 공주 인형을 사 줄 수 없다. 버려진 걸 재활용하려고 해도 영 못쓸 수준.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사람처럼 생긴 인형은 줍는 게 아니었다.
"으음."
그는 생각에 잠겼다. 딸을 위해서인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아, 차라리 인형에서 소리라도 나온다면……."
‘그래, 이거다!’ 하고 환하게 웃으며 기판을 쌓아 둔 박스에 손을 가져갈 때였다.
쾅쾅쾅!
"누구지?"
고개를 모로 기울인 그는 대문으로 향했다.
"누구…… 십니까."
문을 연 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십 대 후반이나 겨우 됐을 법한 단발머리 서울 미녀.
여성용 정장과 빨간 구두가 인상적이다.
그녀, 권아영은 명함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권&박 홀딩스 재무이사 권아영이에요. 정인철 사장님 맞으시죠?"
한옥 양식을 따른 허름한 집, 거실에 앉은 권아영은 이쪽을 힐끔거리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등 뒤에 감춘 정인철을 보았다.
원래 직함은 CEO였지만, 종혁을 보스로 인정하며 자리에서 내려온 그녀.
현재 권&박 홀딩스는 대표 없이 두 사람이 이사로서 이끌어 가고 있고, 겉으로는 둘이 CEO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 발명가 정 씨? 못 고치는 게 없는 사람이제."
"아주 그냥 가제트 형사여."
"육백만 불의 사나이 아녀?"
동네에서 발명가 및 전파상으로 통하는 정인철.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3년 전까지 전주에서 제법 크게 봉제 인형 공장을 했다가 IMF 때 망해 버린 사업가다.
"지, 집안에 있는 게 없어서……."
물이 담긴 컵을 내밀며 안절부절못하는 그.
지독한 땀 냄새가 코를 괴롭힌다.
‘보스는 이런 사람을 대체 왜…….’
IMF에 사업이 망했다지만, 봉제 인형 사업은 이미 공주 인형이나 일본 만화영화 등에 밀려 사양되고 있던 사업군이었다.
권&박 홀딩스 때문이 아니었다.
"괜찮아요."
물을 한 모금 마신 그녀는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저희 권&박 홀딩스에선 IMF에 가세가 기운 분들을 위해 구제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정인철 사장님이 당첨되셨고요."
"제, 제가요?!"
"조사해 보니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도시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수출을 하셨더라고요? 이 작은 도시 군산에서."
"헉! 그걸 어떻게?"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잘나갔을 때의 일이다.
"저희 회사에선 그 수완과 일본에도 수출을 할 만큼의 제품 퀼리티를 꼼꼼하게 살핀 사장님의 성격을 높이 사고 있어요."
"가, 감사합니다!"
90년대 중반부터 기울던 사업이 망하고 이 꼴이 된 지 무려 2년. 과거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울컥 뜨거운 게 솟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죄송합니다. 먼 길 찾아오셨지만 저는…… 저는……."
두렵다. 사업을 하는 게. 다시 망할까 봐 두려웠다.
권아영은 우울해지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찼다.
패배자. 지켜야 할 딸이 있음에도 다시 일어설 의지를 꺾어 버린 패배자였다. 권아영이 경멸하는 부류 중 하나.
‘이런 사람에게 그 인형을 줘도 괜찮은 걸까?’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 번만 더 확인해 보고 아니라면…….’
아마 처음으로 종혁의 뜻을 거부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생각해 놓은 사업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정인철은 씁쓸히 웃었다.
사업을 하던 사람으로서 권아영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없었다. 그러자 울컥했다.
‘자기가 뭐라고!’
열이 뻗친 그는 턱을 치켜들었다.
"예. 없습니다. 뭐 요새 말하는 인형을 개발 중이긴 한데……."
"흡?!"
"음?"
정인철은 눈을 부릅뜨는 권아영을 보았고, 그녀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였구나. 보스의 정보력은 대체……."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종혁.
정말 실소만 나올 뿐이었다.
자세를 바로 한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방금 전은 제가 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성공한 자만이 가지는 기세를 풍기는 여인의 진심 어린 사과.
갑자기 태세가 변환되자 정인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예? 아, 아니……."
‘말하는 인형이 왜?’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말하는 인형에 대해 제대로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사업 방향이라든지, 그로 인한 사회 반향이라든지."
‘사업 방향? 사회 반향?’ 그의 사업가 본능이 꿈틀거리며 말한다.
이건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인형…… 말하는 인형…… 말한다. 다른 인형들과 달리 소리가 난다? 달리? 소리? ……이거구나! 이거 였어! 이 바보 같은!’
한때 사업했다는 놈이 코앞에 보물이 왔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눈앞에 번갯불이 튄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전국 인형 상인과 봉제 인형 공장들의 배만 불려 준 사업가, 재기의 기회마저 무너진 알러뷰 인형의 창시자 정인철은 처음부터 법의 보호를 받으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정인철의 집을 나선 권아영은 차에 올라 담배를 물었다.
"정말 보스는……."
꺾인 의지를 다시 붙인 순간 사업가로 변모한 정인철.
종혁이 왜 그를 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고개를 저은 그녀는 차를 출발시켰다.
정인철을 도울 인재, IMF 때 선의의 피해를 입은 인재, 그리고 종혁이 선정한 인재들을 모으려면 조금이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 * *
‘정인철 씨라면 잘할 수 있겠지.’
말하는 인형이 엄청난 유행을 하자 봉제 인형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거라고 좋아했던 그. 대학 졸업 후 봉제 인형에 인생을 바쳤던 그. 법원이 손을 들어주지 않았음에도 그는 애써 웃으며 봉제 인형 시장이 되살아나서 다행이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하지만 후에 중국산 인형들에 시장이 먹혀 버리자 이러려고 특허를 인정 안 했냐고 일갈하다 쓸쓸히 술로 갔다.
능력은 좋았지만, 마음은 약했던 그.
‘이번 생에는 살려 보세요. 봉제 인형 시장.’
그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결과물을 가져온 이상 그렇게 해낼 수 있게 적극 도울 것이다.
‘그 김에 법도 좀 개선하고.’
이 시기, 아주 조금만 비틀어도 다른 걸로 취급되는 저작권과 특허. 먼 미래엔 국민들의 생각이 바뀐다지만, 지금부터 바뀌면 훨씬 좋을 터였다.
전직 형사로서 그러길 바랐다.
"이에 명예 수사관으로 임명함. 검찰청장 김흥식."
짝짝짝짝짝!
서울지방검찰청, 그것도 지검장이 직접 꽃다발과 임명장, 수사관증을 넘겨주고 지검장실에 모인 검사들이 박수를 친다.
‘살다 살다 검사들에게 박수를 받네.’
경찰로선 꿈도 못 꿀 일. 더욱이 서울지검 지검장실도 처음이었다.
"고작 한 달이라고 아쉬워 말고, 열심히 배워 봐요."
"예! 감사합니다!"
흐뭇이 웃으며 종혁의 어깨를 두드린 지검장은 손을 저었고, 냉큼 다가온 강철선이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저씨 식구들 소개시켜 줄게."
그의 개인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니 네 명의 남녀가 반겼다.
"이짝은 한철호 계장님."
"반갑다. 앞으로 한 달 잘 지내보자."
"이짝들은 김영미, 김 양. 서영희, 서 양. 둘 다 스물아홉 살 노처녀니까 조심해래이."
"검사님!"
"마지막으로 날 도와주는 서정호 수사관. 덩치는 곰탱이지만, 그냥 뺀질이라 부르면 된다."
"아, 거…… 반갑다. 서정호다. 형이라 불러."
모두 분위기가 밝다.
다행이었다.
종혁은 허리 숙여 우렁차게 인사했고, 강철선의 식구들은 다시 박수로 화답해 줬다.
짜악!
"모두 인사도 했으니까네 난 이놈아랑 일감 받으러 갔다 오겠심더!"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회의에 데려가시려고요?"
"지검장님 지십니더. 따라온나."
‘오우. 회의까지 들어가?’ 지검장이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밖으로 나온 둘은 부부장검사실로 향했다.
지이잉! 지이잉!
"받아라."
"감사합니다."
돌아선 종혁은 휴대전화를 받았다.
-종혁아!
"삼촌?"
김종두 반장이다.
-너 그 말 진짜냐? 너 진짜로 서울지검 수사관 됐어?
"아."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었데?’
"진짜 수사관이 아니라 명예 수사관이요. 한 달 정도 인턴으로 있을 거예요."
-어째서?! 그런 거 하려면 삼촌한테 와야지!
"음. 시켜 줬으니까? 아, 경찰에서도 저 명예 경찰 시켜 준대요?"
움찔!
그럴 리가. 이제야 나왔다.
종혁이 특채를 거절한 이후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는데,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종혁을 명예 수사관으로 임명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얼른 하자니까! 기다려! 내가 청장님 멱살 잡는 한이 있더라도 너 꼭 명예 경찰관 시킨다! 절대 안 뺏겨!?
"네? 뭘 뺏겨……."
뚜욱!?
종혁은 끊긴 전화를 멍하니 보았고, 킬킬 웃은 강철선이 종혁의 어깨를 감쌌다.
"자, 빵뎅이 무겁고 생각이 깊지 않은 경찰 일은 그만 신경 쓰고 얼른 가제이. 늦었다."
그렇게 부부장검사실에는 이미 여섯 명의 검사가 앉아 있었다.
"응? 걔는?"
"지검장님 지십니더."
"아, 그래? 다들 알지? 인사해. 이번에 한 달 동안 수사관 인턴으로 일할 최종혁 선수."
검사들의 눈이 빛났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한 말이 나올 뻔한 상황을 사전에 틀어막은 존재, 혹은 싹수 있는 후배가 될 아이.
반갑게 맞이할 이유로는 충분했다.
그들은 손을 흔들어 종혁을 반겼고, 종혁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
"최 선수."
"예, 부부장검사님."
"우리 부서 이름은 아나?"
"예. 강력범죄형사부 조직범죄수사과로 알고 있습니다."
"오. 그럼 혹시 강력범죄가 뭔지 아나?"
"크게 나누면 강도와 살인, 방화, 상해와 폭행, 약취와 유인, 강간과 추행, 공갈 등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범죄수사과는 말 그대로 폭력 조직을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깔끔한 정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 검사들은 흡족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장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똘똘한 친구라 잘 아는군. 그중 우리 중검은 소위 전국구라 말하는 대형 범죄 조직 및 서울 경기에 산재한 폭력 조직에 대한 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곳이지. 혹시 서울 폭력 조직의 숫자에 대해 아나?"
"약 150개에서 230개로 알고 있습니다."
검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확했다. 검찰과 경찰의 소탕 작전에 의해 그 숫자에 변화가 있는데, 대충 두 개 동에 하나씩은 폭력 조직이 있다고 보면 됐다.
"약 60퍼센트가 조직원 15명 이하 조직이며, 그 외에 약 50여 곳의 마약 조직이 있습니다."
부부장검사와 검사들의 시선이 강철선에게로 향했다.
강철선은 놀란 눈으로 손과 고개를 저었다.
"허……."
부부장검사와 검사들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멍하니 종혁을 쳐다봤고,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폭력 조직 계보까지 브리핑까지 하면 아예 뒤집어지겠네.’
* * *
"그 반장 삼촌이 가르쳐 주드나?"
얇은 서류철 일곱 개를 옆구리 낀 강철선이 혀를 내둘렀다.
종혁은 대답 대신 미소를 보여 줬고, 강철선은 입맛을 다셨다.
"그나저나 아꿉데이. 니가 며칠만 더 늦게 한상원을 잡았어도 더 좋은 곳에서 일을 배웠을 낀데."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사이동하세요?"
"……흐. 최 선수 경제 범죄가 뭔지 아나?"
"탈세나 사기, 기업의 반독점 등을 말하는 거잖아요."
경제 범죄는 총 네 개의 분야로 나뉜다.
부정수표 발급이나 소득세 탈루 등의 개인 범죄.
뇌물이나 공금 횡령의 신뢰 남용.
광고법 위반,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장부 조작 등의 기업 범죄.
합법적인 활동을 가장한 불법적인 신용 사기.
"어? 그럼?"
"흐흐흐."
종혁은 박수를 쳤다.
경제범죄형사부.
현재는 대검 중수부와 비견되는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미래에는 반부패수사부로 바뀌는, 특급 부서 바로 아랫단계로 취급되는 일등 부서 중 하나였다.
즉, 강철선이 위로 향하는 레일 위에 올라섰단 소리다.
"축하드려요!"
종혁은 진심으로 축하했다.
생각보다 빨리 플랜이 진행되고 있었다.
"에이 뭘. 다 최 선수 때문 아이가."
"제가 한 게 있나요."
"많제. 아주 많제."
머쓱해진 종혁은 머리를 긁었고, 강철선은 깊이 고마워했다.
이렇게 일급 부서로 옮길 수 있는 건 모두 종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네 조직범죄에 대해선 간략하게만 익히라. 인사이동되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테니까네."
"예, 알겠습니다."
배울 것도 없지만, 일단 대답을 한 종혁은 순간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 잠깐? 안 그래도…….’
곧 있으면 전국 방방곳곳에서 벌어질 닷컴 버블 사기 및 작전.
인생 한 방 역전을 꿈꿨지만, 그 속 한 맺히도록 간절한 소망을 무참히 짓밟은 사기꾼들.
안 그래도 김종두 반장에게 그들에 대해 정보를 흘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삼촌하고 아버님이 콜라보를 이룬다면?’
수사에 성역이 없는 본청 특수범죄수사과의 과장과, 인사이동을 하였기에 부서에 녹아들고자 실적에 눈을 밝힐 검사.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조합에 종혁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 된다. 무조건 된다!’
너무 잘 정리하고 잘 도망쳐서 장기 미제로 남았다가 후에 검거하는 사건들.
그놈들을 모두 일망타진할 수 있다.
‘딱 기다려라, 이 개새끼들아.’
종혁의 눈이 살벌하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뭐 일단 그 미래보다는…….’
종혁은 강철선이 옆구리에 낀 사건 파일을 보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