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9화>
* * *
웬만하면 계약을 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제법 괜찮은 경영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 연예인을 대하는 마인드가 글러 먹었다.
계약서를 새로 만든다고 해도 준형과 네 명이 눈칫밥을 얻어먹을 게 뻔한데, 계속 놔둘 수는 없었다.
원래 자리로 되돌리려고 했지만, 여긴 정말 아니었다.
정영주 대표는 욕심을 부린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종혁의 서늘한 눈빛에 결국 다섯 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르릉! 빵빵!
시끄러운 거리로 나온 종혁은 다섯 명을 보았다.
연습생 계약이 해지돼서 그런지 표정이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지난 2년간 연습생 그 한 단어에 목을 매달았던 그들.
"미안해요. 저런 곳과 계약을 맺는 걸 볼 수 없었어요."
"우린 괜찮았는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여드름 청년 데니가 깜짝 놀랐다.
"어, 어차피 이 바닥에서 저런 계약은 당연한 거니까! 그렇잖아, 형들? 계상아?"
종혁은 반쯤 수긍하는 듯한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형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움찔!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순간 정말 노예가 되는 겁니다."
그들의 눈이 커졌다.
종혁의 말이 화인처럼 가슴을 뜨겁게 파고들었다.
"노예…… 오케이, 아이 가릿. 이해했어. 땡큐. 고마워, 브로. 덕분에 우리 사람 됐어."
이런 취급당할 건데 왜 그리 바보처럼 목을 매고 있었을까.
너무한 것 같아서 음반이라도 하나 내주려고 했다는, 적선하는 듯한 박 부장의 말은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우린 그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던 노예였을 뿐이야.’
기다릴 게 아니라 차라리 먼저 찾아왔어야 했다.
사람처럼 당당히 요구하고, 거래를 했어야 했다.
가수라는 꿈만 맹목적으로 바라보며 흐려진 그들의 눈이 맑아졌다. 그들 입가에 후련한 미소가 맺혔다.
"고맙다, 종혁아. 고작 친구 동네 형인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 나서 줘서 고마워."
정혁의 말에 종혁은 화들짝 놀랐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설마 가수를 포기하시려는 건 아니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만, 일단은 지금처럼 홍대에서 거리 공연을 해 볼까 생각 중이야. 그치, 형? 얘들아?"
처음 듣는 말에 종혁의 눈이 커졌다.
"거리 공연을 했어요?"
"응. 실력이 퇴화하면 안 되니까."
"집 근처에서 연습하면 정말 날백수 같아서…… 할머니, 아주머니들 눈치가……."
종혁은 탄식을 터트렸다.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제는 실력으로 우릴 모셔 가게 만들겠어!"
"좋아, 돌아가면 연습 시작이야!"
그렇게 외치는 그들은 무척이나 빛나 보였다.
"아, 변호사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어요."
"……허허. 제가 한 게 있나요."
‘이 형들…….’ 왜 계약을 깼냐 원망을 하지 않는다.
계약을 깼으니, 책임지라는 말도 안 한다.
‘그래, 이런 형들이었지.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
종혁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후. 결국 JYK에게 이 형들을……."
띠리링! 띠리링!
종혁은 전화를 받았다.
-보스. 실력과 인성은 좋은데 돈이 없는 사람이 있어요. 한번 만나 보실래요?
종혁의 몸이 굳었다.
"하아……."
-왜요?
"정말 입안의 혀처럼 구네요, 권 PB. 중독되겠어요."
-호호호!
"알겠습니다. 바로 약속 잡으세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들. 연습은 좀 있다가 해야 할 것 같네요."
"응?"
"그리고 변호사님. 바쁘시겠지만 조금만 더 어울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저야 돈 받고 하는 일인 걸요."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몸을 돌렸다.
"가시죠."
* * *
전등이 밝지만 왜인지 흐릿한 반지하 작은 사무실.
달달달!?
40대 중반의 남성이 다리를 떨고 있다.
그 옆 20대 중반의 미남도 떨고 있다.
단 한 명 있는 직원 겸 사장인 남성과, 이 회사의 유일한 배우 한 명.
"사, 사기는 아니겠죠?"
"우, 우리 회사에? 연예인이라곤 꼴랑 너 한 명 있는 여길?"
"……그렇게 말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사장님. 그러는 사장님은 왜 떠시는데요?"
"투자자잖아! 돈으로 후려치면서 너한테 좋지 못한 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
대부분 그런 식의 투자자가 전부인 이 시기.
선한 투자자는 열 중에 둘이나 있으면 다행이었다.
"나 남잔데?"
"전화한 사람이 여자였어."
"헉! 어떡하죠?"
"어떡하긴. 당연히 거부……."
터벅터벅!
재빨리 몸을 일으킨 사장과 배우는 곧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오는 사람들에 눈을 껌뻑였다.
‘뭘 이렇게 떼거리로…… 헉! 서, 설마 조폭?’
손목의 시계부터 시작하여 발끝까지 명품으로 쫙 빼입은 덩치 큰 청년.
그를 본 순간 드는 합리적인 의심에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던 그때였다.
"어? 용준이다."
그 본인의 이름처럼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이 회사의 유일한 연예인. 그런데 놀랍게도 상대 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어? 태현이?"
잠시 반지하 사무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종혁은 태현을 번갈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강태현. 훗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 * *
정혁과 태현은 싸이더스의 배우 파트 연습생으로서 함께 생활을 했다고 한다. 사장인 정영탁은 싸이더스의 이사였는데 사정이 어려워지자 데뷔는 했어도 단역 출연만 겨우 하던 강태현을 데리고 독립. 지금의 회사 EBM를 차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정씨네.’
이름에도 ‘영’이 들어간다.
종혁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뭐? 얘들이 가수 파트 연습생들이었다고?"
"그렇다니까요? 와, 서울 바닥 좁다더니 이렇게 만나나? 용준이 너 갑자기 사라졌다 했더니 이 형이랑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나도 그랬어! 전화번호는 왜 바꾸는데?!"
"이사 가느라…… 난 그랬다 치더라도 너는? 너는 이 새끼야!"
"난 전화도 없었어!"
갑자기 짠해지는 이야기에 정영탁이 나섰다.
"그런데 너희들이 여긴 웬일이야?"
"아."
준형 일행들보다 먼저 종혁이 나섰다.
"이 형들이 싸이더스와의 연습생 계약이 해지돼서 기획사를 찾다가 오게 됐습니다."
정영탁은 놀랐다.
‘정영주, 그 욕심쟁이가 연습생을 놔줬다고?’
양심과 인정은 있지만, 욕심이 너무 큰 정영주.
1996년, 어느 기업이 공룡급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테니 합류하라는 말을 전해 왔다.
이에 정영주는 싸이더스로 사명을 개명하면서, 있던 연습생의 실력을 가려 정예화시켰고, 하나가 될 회사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종금사에 돈을 빌려 사세 확장을 꾀했다.
그러다 1997년 말, 혹독한 IMF 한파에 그 기업이 파산 일보 직전의 상태에 빠지면서 계획은 무산되었고, 결국 싸이더스는 낙동강 오리알, 아니, 침몰하는 배가 되었다.
그에 정영탁은 눈여겨봤던 강태현이 혹사당할까 봐, 강태현과 원래 사명인 ‘연예기획사 EBM’을 사서 독립했다.
‘계획이 무산되자 오히려 잘됐다며 자기가 그 계획대로 하려 했던 양반인데…….’
기획사, 영화사, 제작사 등을 총망라하는 터무니없는 계획.
그중 아이돌 가수는 돈이란 열매를 후두두 떨어트리는 나무였다. 지금 아이돌 시장이 그랬다.
‘그 인간이 지금까지 꽁꽁 숨겨 뒀던 연습생.’
이는 착각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그로서는 욕심이 났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음. 얘들아. 기대하고 찾아왔을 테지만, 미안하다. 난 가수 프로듀싱에 대해 잘 몰라. 아마 너희를 맡아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거다."
준형과 네 명은 당황했고, 종혁은 눈을 빛냈다.
‘곧 투자자가 찾아올 텐데도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일단 다섯 명을 묶어 두기 위해 아이돌 가수도 키우고 있다며 회사 비전을 부풀릴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걸로 시험해 본 거다.
‘일단은 합격이군.’
준형과 네 명은 서로를 봤다.
"돈 워리. 괜찮아. 우리 실력으로 증명해. 일단 우리 노래부터 들어 볼래요?"
"아니 난……."
"우리 지금 백수. 기획사 뺑뺑이 하면서 우리란 가수도 있다는 걸 알려야 해. 일단 들어 보고 나중에 생각나면 연락 줘."
준형과 네 명은 배를 쭉 내밀며 활짝 웃었다.
‘이 형들?’
한번 빛나기 시작하더니 행동조차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영탁도 종혁처럼 놀랐다.
"음."
정영탁은 시계를 봤다.
그렇지 않아도 욕심이 났던 다섯 명 모두가 당당하기까지 하다.
‘꽁꽁 숨겨 둔 이유가 있구나! 그래! 스타가 되려면 이렇게 당당해야지!’
수동적인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고, 정영탁은 그 욕심을 이겨 내지 못했다.
"아직 한 시간 남았으니까……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난 아직 가수 키울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 둬야 할 거야."
"아직. 오케이. 그럼 됐어. 우리 어디서 끼 부려? 여기?"
"……내 소속 되면 존댓말부터 배워야겠다, 이놈아."
"오우, 쏘리. 맨. 미쿡 오래 살아서 존댓말 어려워요."
"어이구. 따라와."
그들은 반지하 사무실에 따로 만든 강태현의 연습실로 향했다.
중앙에 선 다섯 명은 서로를 봤다.
"알 켈리?"
"오케이."
"쓰리 투 원. 고."
카운트가 끝나자 준형이 양손을 모아 입에 가져갔다.
그러며 터져 나오는 느린 비트박스.
푸쉬 딱 딱-?
느린 비트에 맞춰 정혁이 발을 구르고, 계상과 데니가 손뼉을 치며 화음을 넣었다.
종혁, 정영탁 등 남은 네 명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 순간 호영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I used to think that I could not go on."
찌릿!
종혁은 깨달았다.
‘이래서 이 형들이 스타가 됐구나.’
음악에 문외한인 그조차도 순간 전율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화음.
그건 정영탁도 마찬가지였다.
* * *
"이에! 고 쭈니! 고 쭈니!"
한번 노래를 시작하니 흥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그들은 무반주, 아니, 몸과 목소리로 음악을 만들며 한바탕 놀기 시작했다.
연습실 한가운데에 꽂히는 나인티나인.
옆에선 정혁이 나이키를 하고, 흥을 주체하지 못한 강태현도 그들과 어울려 엉덩이를 씰룩였다.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영탁이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놀고 있으라며 밖으로 나가면서 찬물이 끼얹어 졌다.
"아, 몰라, 몰라! 그냥 놀아! 어차피 계약 안 하는 거 알잖아!"
강태현의 그 외침에 피식 웃은 다섯 명은 맞는 말이라며 다시 흥을 이어 갔다. 길거리 아스팔트, 시멘트, 보도블록과 달리, 매끈한 나무 바닥이 너무 마음에 들던 참이었다.
한편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문 정영탁은 입가에 맺힌 미소를 지웠다. 그는 곧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 내가 음악에 대해 좀만 알았다면 저놈들 다 내 건데! 정영주 이 인간 미친 거 아냐? 저런 원석들을 방출했다고?"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니지. 프로듀싱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지. 안 그래도…… 그래, 감진영 그 사람과 협력하려고 했잖아?"
정영주가 기획사, 영화사, 제작사 등을 총망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울 때 가수 파트의 노하우 습득을 위해 나왔던 계획이다.
물론 지독한 자금난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정영탁은 그대로 독립했지만 말이다.
"프로듀싱은 그 사람에게 맡기고, 난 여타 지원을 해서……."
성공시킬 수 있는 온갖 계획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일단 여타 토크쇼에 나가 인지도 쌓은 다음, 해성이 형이 술자리에서 떠든 육아 예능에 출연하고."
어느 기업이 공룡급 회사를 만들려고 할 때, 가수 파트장으로 SN엔터테인먼트의 부사장 전해성도 함께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IMF가 오기 전 자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때 나온 말이다.
현재 SN의 돈줄인 HOT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왔다며 말이다.
"그리고……."
몇 년치 계획이 착착 세워진다.
다섯 명의 스타성이 그의 영감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곧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생각해서 뭐 하나. 빌어먹을 돈이 없는데."
짙은 허무함과 답답함에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았다.
"후우우. 정말 내게 돈이 있다면…… 아, 그래. 투자자. …… 아니다. 계약도 안 한 놈들을 보여 줄 순 없지. 분명 태현이 그놈 보고 투자하는 걸 테니 투자자도 꺼릴 테고."
그래도 너무 아깝다.
"결국 태현이가 성공할 때까지 무명으로 남길 바라야 하나? 쯧. 나도 참 나쁜 놈이구먼. 그래도…… 그때까지 무명으로 남는다면 내가 물고 빨고 잘해 준다, 잘해 줘!"
종혁은 크게 떠드는 그의 모습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을 직감했다.
‘형들이 JYK와 어떻게 얽혔나 싶더니만 이런 거였구나.’
모든 걸 이해한 그는 싱긋 웃었다.
"욕심을 참는 모습이 대단하군요."
"아, 최종혁 선수. 아깐 인사를 못 해서 미안합니다."
황급히 담배를 끄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웃고 말았다.
‘정말 마음에 드네.’
"아닙니다. 저도 인사를 제대로 못 했는걸요. 그런데 형들이 정말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하하. 아무리 분야가 다르다지만 저런 원석들을 보고도 욕심내지 않는다면 이 바닥 떠야죠."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렇게 마음에 드신다면 계약도 좋게 하시겠네요?"
가장 중요한 이야기.
정영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내가 왜 이름만 비슷한 정영주 그 사람한테서 독립했겠어요? 다 연예인을 상품으로만 보는 성격 때문입니다. 사람이 양심만 있으면 뭐 해. 인간이 덜…… 아, 미안합니다. 초면인 분께 못할 말을 했네요. 아무튼 계약하면 난 삼십만 먹을 겁니다."
종혁은 깜짝 놀랐다.
"그게 가능합니까?"
"회사가 욕심만 좀 버리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섯 명이면 부대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정영탁은 피식 웃었다.
"최 선수. 요새 가장 주목받는 게 최 선수이니 이쪽 바닥에서 러브 콜이 많겠죠? 내 이 바닥 사람으로서 충고 하나 해도 될까요?"
"경청하겠습니다."
"이 바닥 놈들 말 절대 믿지 마세요. 부대 비용이다, 레슨이다, 뭐다 다 구라 치는 겁니다. 젊은 분이니 남녀 양강 아이돌 아시죠?"
남자 아이돌 그룹인, 탑 오브 틴에이저의 TOT와 보이프렌드.
여자 아이돌 그룹인 SOE, 스위티.
"걔들 아직 정산이 안 끝났다는데 그거 다 구라입니다. 벌써 손익분기점 지났어요. 제아무리 투자해 봤자 수백억 투자했겠어요?"
"정말입니까? 그런데 왜?"
"왜긴 왜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이니까 이용하는 겁니다! 팬들도 어린…… 에고. 또 못할 말 했네요. 아무튼 그놈들이 어떤 말을 하든 계약서 잘 보고 사인하세요. 어차피 최 선수는 운동선수 아닙니까."
종혁은 입을 벌렸다.
그의 말처럼 눈앞에 또 다른 대어가 있는데 욕심내지 않는다.
본인의 그릇을 잘 파악하고 있는 거다.
"……푸하하하핫!"
"최 선수?"
종혁은 불쾌해지는 그의 표정에 손을 저었다.
"미안합니다. 처음부터 정 대표님 같은 분을 만난 게 너무 기뻐서 그만."
"그게 무슨……."
종혁은 푸근히 웃으며 명함을 꺼냈다.
"아까 권&박 홀딩스의 권아영 씨에게 전화받으셨죠?
"어?"
이제야 뭔가 깨달은 듯한 그의 표정 변화에 종혁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인사가 늦었습니다. 권&박 홀딩스 투자 자문 최종혁입니다. 이 신분은 비밀이니 부디 지켜 주시길."
"예?"
"투자금은 일단 20억부터 시작할까요?"
"……예?"
눈을 껌뻑이던 그는 이내 자지러졌다.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