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8화>
* * *
사우나에서 때 빼고 광을 낸 후 백화점에서 정장을 사서 입은 종혁은 선아가 알려 준 건물 앞에 섰다가 머리를 긁었다.
2층 건물에 걸린 싸이더스란 이름의 간판.
"이때는 이런 이름이었나? 음. 이런 이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후에 국내 3대 기획사라 불리게 되는 JYK.
"거기다 싸이더스면 그 배우 기획사 아니었나?"
후에 꽤 떠들썩한 사건에 얽힌 회사다.
당시 강력반 형사들과 욕을 한 적이 있기에 기억이 난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종혁은 권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싸이더스에 대해 물었다.
-싸이더스…… 싸이더스…… 어디서 들어 봤는데. 잠시만요.
내려놓은 듯한 핸드폰을 통해 ‘오늘을 기다렸어, 짝짝’ 하며 추억을 자극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종혁은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아, 맞아. 여기 거기네요. 결과적으로 저희 풋옵션 때문에 무너지게 된 태환종금사에서 무리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주저앉은 연예기획사. 그 왜 있잖아요. 영화 비트의 잘생긴 사람.
종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나 때문이었다고?"
그의 머릿속에 IF의 스토리가 새겨졌다.
만약 태환종금사를 무너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년에 계약을 맺고 지금쯤 음반을 낼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만든 피해자……."
종혁 본인이 한 건 무분별한 돈놀이로 위태위태해져 있는 종금사의 등을 떠민 것뿐이지만, 이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돌아 버리겠네."
갑자기 담배가 무척이나 생각났다.
머리가 어지러워진 그는 오늘 하루만 법을 위반하기로 했다.
저벅저벅!
-보스?
"아, 그 배우. ……그런데 그런 것도 조사합니까?"
-여기 사장이 작년 초에 저희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러 왔거든요.
"아, 그 아버님."
연세가 70대라고 들었다.
딸랑!
"여기 에세 체인…… 없네. 디플, 이것도 없네. 디스 하나 주세요."
탁! 치익!
희뿌연 담배 연기가 무정한 도시를 향해 퍼진다.
답답한 마음을 모르는지 훨훨 날아간다.
-보스, 담배 피워요?!
제아무리 재력가들을 상대하던 PB였다지만, 너무 큰 액수를 시드 머니로 삼았던 그녀. 당연히 추궁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듣게 된 이름은 종혁으로선 모르는 이름이었다. 종혁이 형사가 된 당시 은퇴한 사람이었기에 당연했다.
"사채업에서 손을 떼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은퇴하면서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종혁도 그 투자를 받아들였다.
만약 현역이었으면 절대 받지 않았을 거다.
-아, 많이 급했나 봐요. 때문에 저도 한 소리 들어서 기억하고 있고요.
"한 소리 들으셨다고요?"
-저희가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이런 사람마저 찾아온다고요.
"……사채업자였다면서요?"
-그러니까요. 웃겨.
‘혹여 딸이 잘못될까 걱정하시는 건가?’
왜인지 그럴 것 같았다.
웃음을 흘린 종혁은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럼 혹시 여기 싸이더스에 JYK, 아니, 감진영이란 가수가 일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감진영이요? JYK? 아, 그 비닐 옷? 그 사람이라면 따로 회사를 차렸을 건데요? 애초에 싸이더스 소속도 아니고.
"예?"
종혁의 표정이 굳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동안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종혁은 반사적으로 손을 올렸다가 ‘빌어먹을’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내렸다.
젤로 인해 딱딱하게 굳은 머리.
"흐읍! 후우. 스읍. 후우우."
마지막 담배 연기가 길게 내뱉어졌다.
가슴속에 찾아든 죄책감을 뱉어 내려 했지만, 입안만 씁쓸해졌다.
"종혁아!"
"브로!"
왼쪽을 바라본 종혁의 입꼬리가 흔들렸다.
머리 위로 해맑게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다섯 남자들.
-……보스. 이건 보스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들 종금사는…….
‘그래. 지금까지 외면했던 것뿐이다.’
마음 한구석으론 이렇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거란 걸 알았을 테지만, 외면했을 거다.
원래의 역사에 편승한 것뿐이라고 자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식한 이상 달라져야 했다.
"조사하세요."
범인을 잡지 못해도 좋으니,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마라.
경찰이라면 가슴에 새긴 말이다.
"돈놀이에 가담한 놈들, 큰돈에 눈이 팔려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 망한 사람들을 제외한 모두를. 정말 선량한 피해자들을. 제가 사적으로 하는 첫 번째 명령입니다."
-……불가능한 일인 거 아시죠?
대한민국 4천만 국민을 모두 뒤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마음에 드네요. 예, 보스. 제 모든 역량을 동원할게요.
"제 억지에 어울려 줘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 보스라서 참 자랑스럽네요. 사랑해요, 보스.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다섯 남자를 보았다.
"홀리! 브로, 오늘 때깔 너무 좋은 거 아냐? 꼬까옷까지 입었어!"
"올. 담배 냄새. 종혁이 너도 담배 피워?"
"야, 담배 있으면 하나만."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맑게 웃는 다섯 남자.
종혁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원래대로 되돌려놓겠습니다. 원래 당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이를 악문 종혁은 그들을 보았다.
"형들. 나 믿어요? 오늘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믿어 줄 수 있어요?"
다섯은 서로를 봤다. 그리고 이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형이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세상 모든 사람은 안 믿어도, 넌 믿어. 브로."
울컥!?
종혁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가슴이 너무 울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근처 카페에 가도록 하죠."
"응?"
"회사엔 한 시간 정도 늦는다고 말하세요. 준비할 게 있어서요."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들을 신용카드와 함께 근처 카페에 밀어 넣고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이들을 돕기로 하며 그 회사에 투자도 하려고 했던 종혁은 일전에 세운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내 이득보다 이들의 성공이 먼저다.’
-보스?
"변호사 수임료 시간당 3천.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1시간 안에 보내 드릴게요.
"기다리겠습니다."
종혁은 카페가 처음인지 카운터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는 다섯을 보며 다시 담배를 물었다.
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 * *
"얘들아!"
"굿 모닝, 박 부장!"
싸이더스는 작은 규모의 사무실이었다.
책상 열다섯 개, 소파, 몇 개의 분재, 세 개의 독립된 룸.
2층 전체를 쓰는 듯했다.
직원들의 눈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고, 파티션이나 의자에 수건이 걸린 걸 보니 야근을 하다 자는 경우도 많은 듯했다.
‘소속 연예인은 셋. 그중 한 명이 비트의 주연.’
복도에 걸려 있던 연예인 사진이 말해 주었다.
‘캐시 카우는 끝까지 놓지 않았지만, 궁핍하군.’
종혁은 경영자가 어떤 타입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쪽은…… 어? 유도의 최종혁 선수?"
‘설마 최 선수가 우리 회사에?’ 몰래카메라 이후 거의 박찬오, 박세희급 국민 스타가 된 종혁.
군침이 절로 흘렀다.
그런데 그보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가슴팍에 황금 배지가 달린 얄팍한 몸매의 50대 중년인.
"누구신지."
50대 중년인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명함을 꺼냈다.
"여기 최종혁 씨와 계약하여 이분들의 계약을 도울 변호사 현승엽입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
볼이 홀쭉한 40대 중반 박 부장의 눈이 흔들렸다.
"김&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식겁한 그의 어떻게 된 거냐는 눈빛에 준형은 어깨를 으쓱였다.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박 부장이 종혁을 보았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최종혁 선수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애들과 저희의 계약에 참견하는 겁니까?"
변호사의 등장에 거북해진 박 부장의 말투는 날카로웠다.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당신들이 저 형들을 버린 2년 하고도 몇 개월."
움찔!
"그동안 보호한 보호자의 자격으로 참견하는 겁니다."
"버리다뇨! 우린!"
"연습생 계약 해지 통보하셨습니까?"
"……."
"그렇죠. 안 하셨겠죠. 이거 일단 학대죄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계약을 맺는데 변호사 참관은 당연한 일인데, 왜 이렇게 날을 세우는지 모르겠군요. 찔리시는 거라도?"
사무실이 조용해지고, 박 부장의 낯빛은 더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이게 너희들의 뜻이냐며 다섯 명을 보았고, 움찔 몸을 굳힌 다섯 명은 시선을 피했다.
박 부장의 입이 느슨하게 풀렸다.
"이거…… 저희가 좀 너무한 것 같아서 음반이라도 하나 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오면 곤란합니다."
종혁의 두 눈은 더욱 차가워졌다.
"변호사를 대동하는 게 왜 곤란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신다니 어쩔 수 없군요."
"하하. 그렇죠. 이제야 말이 통하……."
"형들, 가자. 계약 못 하겠대. 연예기획사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종혁이 돌아서자 박 부장은 식겁했다.
"이보세요, 최 선수!"
다시 돌아선 종혁의 눈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어이."
"뭐? 어, 어이?"
"아무리 사정이 나빴어도 전화 한 통 안 한 놈들이 뭐 그리 잘났다고 선심 쓰는 척해? 착각하지 마. 당신이 이 형들을 택한 게 아니야. 이 형들이 당신 회사를 택한 거야. 재능 넘치는 이 형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미련하게 연습생으로 뽑아 준 은혜 갚겠다고 당신 회사를 택한 것뿐이라고."
"이 사람이! 야! 너 몇 살이야!"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먼 길 오셨는데, 오늘 하루 저와 좀 어울려 주셔야겠습니다."
"……허허. 저야 고액의 수임료를 받으니 상관없습니다만."
띠리링! 띠리링!
"잠시만."
종혁은 전화를 받았다.
-보스. 싸이더스가 자금 사정이 많이 안 좋더라고요. 한 10억이면 지분 13퍼센트는 가져올 것 같아요.
종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제 입안의 혀처럼 구시는군요. 그건 또 어떻게 안 건지."
-변호사를 불렀는데, 이 정도도 눈치채지 못하면 안 되죠.
"JYK는 어떻습니까?"
-거긴 7퍼센트 정도 가져올 거예요. 간판 스타가 있잖아요.
"JYK. 10억에 7퍼센트. 알겠습니다."
‘10억?!’ 박 부장과 사람들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 돈이면 싸이더스의 간판 스타 전우성의 1년 매출이다.
종혁은 다섯 형들을 보았다.
"갑시다. 어느 회사든 10억이면 형들 성공시킬 수 있겠죠."
"에엑?!"
"괜찮아요. 투자니까. 형들이 성공해서 갚으면 됩니다."
"자, 잠시만!"
터억!?
종혁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손을 힐끔 보곤 그 손의 주인인 박 부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황급히 손을 뗀 박 부장은 안절부절못했다.
그 순간 안쪽에서 누군가 황급히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저희 직원이 말을 전달하는데 작은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싸이더스 대표, 정영주입니다."
종혁은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견적이 나왔다는 건가.’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10억을 말했다.
종혁 본인에게 어떻게 10억이 있는지는 의문일 테지만, 함께 자리하고 있는 이 변호사가 믿음을 주었을 것이다.
아마 안쪽에서 이걸 듣지 않았다면 계약이 모두 끝날 때 나왔을 것이다.
‘사업적으로는 이런 타입이군.’
신중하지만, 우유부단하지 않은 경영자.
이 궁핍한 사정에 2년간 방치한 게 미안해 음반을 내줄 만큼 인정과 양심도 있다.
"저도 고생한 형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날이 섰던 것 같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이렇게 인사도 했으니 계약을 하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넉살도 있고.’ 종혁은 못마땅하던 마음이 약간 풀어지는 걸 느꼈다.
"계약서부터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하하. 그러셔야죠. 이쪽으로. 미스 김! 커피, 사람 수 대로!"
그들은 안쪽의 사장실로 들어갔다.
분재 몇 개가 다인 사무실. 준형을 비롯한 다섯 명은 처음 들어온 공간에 신기해하며 둘러봤다.
정영주는 책상에서 계약서를 꺼내 가져와 내밀며 다섯 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먼저 사과부터 하마. 그동안 미안했다."
"노, 노! 돈 워리! 이제라도 왔으면 됐어요."
"아, 아닙니다, 사장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도 너희에겐 변명처럼 들릴 거다. 변명도 맞고. 아무리 회사가 힘들었어도 너희를 보호했어야 했어."
준형을 비롯한 네 명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손을 저었고,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약점을 무기로 이용할 줄도 아는군.’
사과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굳이 이 타이밍에 하지 않아도 됐다. 진심이 절절 느껴졌지만, 사업에 이용하는 무서운 타입이었다.
"으음."
"어떻습니까, 변호사님?"
"연예인 계약이 이런 거였군요."
변호사는 이런 계약서가 있을 줄 몰랐다며 어이없어했다.
"제가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변호사는 선뜻 넘겼다.
‘그 상황에서 학대죄를 말했지. 법을 제대로 배웠어.’
운동선수가 법을 배웠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런 시선을 뒤로하며 계약서를 주욱 훑은 종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지. 하."
노예 계약도 이런 노예 계약이 없다.
이 시절 너무도 심했던 노예 계약.
"허흠. 그게 연예계 표준 계약서입니다, 최 선수."
"전속 10년에, 배분율 8대 2. 그것도 여기 다섯 명 전체로 나누면 한 사람당 고작 0.4. 전체 부대 비용도 이쪽이 부담. 전속 기간 동안 연애 불가에, 2차 수익 배분 없음. 음반 판매량 목표 미달성 시 수익 배분 없음. 이게 정말 표준입니까?"
종혁의 눈에 분노가 들어찼지만, 정영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저희는 억대의 돈을 들여 음반을 제작하고, 노래와 댄스를 가르치며 스케줄을 잡아 줍니다. 코디, 매니저 등 직원도 붙이죠."
"대신 이쪽은 수십억, 수백억을 벌어들이죠."
"그건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종혁은 답답했다.
분명 성공하는 사람들인데, 그걸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제가 한 일이 있으니 배분율을 7대 3으로 고치고, 계약 기간도 6년으로 줄이겠습니다."
준형과 네 명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나 종혁은 여전히 어이없어했다.
"지금부터는 제게 맡겨 주지 않겠습니까, 의뢰인?"
담담한 그의 눈빛과 말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밥값을 하겠군요."
변호사는 녹음기부터 꺼냈다.
"지금부터 나누는 대화는 모두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정영주 대표, 인정하십니까?"
"……음. 인정합니다."
변호사는 안경을 추켜세웠다.
"일단 이 계약서.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군요."
움찔!
‘그렇지.’
종혁이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였다.
"계약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자유를 구속한다라. 정영주 대표님, 혹시 교도소 내부가 궁금하십니까?"
쿵!?
정영주의 몸이 들썩였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라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무, 무슨!"
"이게 신체포기각서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여유롭던 정영주의 낯빛이 흐려졌다.
"그, 그건……."
"거기다 3조 1항의 음반 판매량 목표 미달성 시 수익 배분 없음과 15조 3항의 2차 수익 배분 없음, 이 대목은 명백한 착취고. 연애 불가는 개인 자유 침해."
"아니, 이건 이 바닥 모두가 인정하고 사인하는 내용입니다."
"거기다 어떻게 지원할 건지에 대한 내용도 없고, 수익에 관한 부분도 경우의 수가 부족하군요. 행사 소득에 관한 항목이나 드라마, 영화 출연 소득에 관한 항목 등이 없어요. 정영주 대표님, 이런 계약서는 만든 것 자체부터가 위법행위입니다."
마지막 말이 치명타였다.
"그럴 수가……."
‘모두가 인정한 게 알고 보니 불법이었다고?’ 정영주는 혼이 쏙 빠졌다.
"어, 어떻게 하면 되겠……."
‘이런!’ 패닉에 빠져 헛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 말을 기다린 변호사는 미소를 지었다.
"불공정 거래로 처벌당하기 싫다면 공정거래를 하면 됩니다, 정영주 대표님."
종혁은 변호사를 향해 속으로 박수를 쳤다.
‘브라보.’
그는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 변호사님 말처럼 공정하게 이 형들과의 연습생 계약을 파기해 주시죠."
정영주 대표는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