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5화>
* * *
사전 인터뷰는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그녀는 취미부터 시작해서 상금은 어떻게 쓸 거냐 등 온갖 시시콜콜 잡다한 것을 물어 왔고, 종혁은 말하지 않을 건 패스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음료수를 마심에도 목이 탔다.
종혁은 목을 만지며 시간을 확인했다.
"잠시 쉬었다 해도 될까요?"
"아, 음…… 이제 거의 끝나 가는데……."
왜인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에 종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하는 것은 좋지만 쉬는 시간은 주면서 해야지, 이 사람아.’
참 열정적이다 싶었다.
아무래도 막내인 것 같았다.
"방광이 터질 것 같아서요."
"앗! 네, 네. 얼른 다녀오셔야……."
띠리링! 띠리링!
"잠시만."
종혁은 전화를 받았다.
"네, 최종혁입니다."
-헉! 헉! 브로! 얼른 도망쳐!
"음? 준형이 형? 무슨……."
-아무 말 말고 도망치라고! 지금! 앗! 헤이!
-후우. 겨우 잡았네. 여보세요? 최종혁 선수?
진한 경상도 사투리와 희미하게 들리는 준형의 발악하는 소리. 소영, 수호, 정혁의 ‘왜 그러세요.’ 하고 외치는 소리.
엉덩이를 들썩인 종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대체 뭘 건드린 거야?’
어디 금지된 곳이라도 들어간 게 아닌가 싶었다.
"누구십니까?"
-내 중앙의 강철선이란 검사인데, 최종혁 선수랑 할 이야기가 좀 있거든?
훗날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이 되는 서울지방검찰청.
통칭 중앙, 중검.
‘……중앙지검 검사가 왜 나와!’
순간 종혁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러다.
‘그런데 강철선? ……현석이 아버님?!’
이름이 독특한 진퉁 경상도 남자.
지능범죄수사대의 부하 직원이자, 저번 전국체전 때 가서 잘 사는 모습을 확인한 강현석의 아버지이다.
‘그러고 보니 현석이가 중 2때 서울로 이사 왔다고 했지?’
시기상 작년이다.
-여기 지금 로비인데 거기가 어딘지 좀 말해 줄래? 이 불법체류자 놈이 말해 주지 않아서 말이야. 네 친구들도.
종혁은 뜨악했다.
‘준형이 형 불법체류자였어?!’
머리가 아파 왔다.
‘대체 어떻게 만난 거야?’
이 넓은 방송국에서 마주친 것도 모자라 지인임을 들켰다.
거의 로또 맞을 확률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런 건 만나서 이야기할까?
살살 달래는 목소리였지만, 종혁은 뒷목 솜털이 쭈뼛 섰다.
‘씨불.’
뭔지 몰라도 된통 걸렸다.
‘설마 나탈리아?’
아니다. 그녀였다면 국정원이 찾아왔을 것이다.
빌딩 살 돈이라면 금감원.
하지만 아직 매매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을 테니 금감원은 패스이다.
더욱이 이 시기에 현석의 아버지 강철선은 중앙지검의 형사부 검사라 들었기에 더 떠오르는 게 없다.
종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최종혁 선수야.
종혁은 혀를 찼다.
"거기로 가겠습니다. 도주할 생각 없으니 로비 카페에 계세요. 전 블랙커피면 됩니다. 아이스로."
-……허헛. 그래. 로비 카페에서 보제이.
전화를 끊은 종혁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작가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뭘 어떻게 말해서 시간을 끌어야 하는 거야?’
* * *
전화를 끊은 강철선은 눈을 빛냈다.
"이놈 보래이?"
‘역시 골 때리는 놈 아이가?’ 세계가 보는 와중에 도핑을 외칠 때부터 알아봤다.
"그나저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네."
그렇지 않아도 중앙의 첫 입성 작품으로 종혁을 좀 이용하려고 했었다.
경찰대나 법대를 간다는 종혁이 ‘검사’를 꿈꾼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서 최종혁도 되고 싶어하는 검사로서 검찰의 이미지 개선을 노린 거다.
하지만 회장기 이후 종혁이 선수촌 입성으로 바깥에 나오지 않게 되면서 그 계획은 불발되어 버렸다.
‘갸만 이용했다믄 현재…… 에라이, 강철선 미친 자슥아. 니가 못 한 걸 갸 탓을 하는 기가? 몬났데이.’
혀를 찬 강철선을 마음을 다스렸다.
"검사님, 지금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어, 그리고 내부도를 보고…… 아, 이쪽으로 이동 중이랍니다."
강철선의 눈이 빛났다.
‘내부도? ……도주로?’
"푸핫핫! 이놈 보래이?
‘지 아배한테 제대로 배웠네? 얼라 때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대체 우째 배웠을꼬? 아니, 피를 타고 난 기가?’
"알았어요. 들키지 않게 잘 숨어 계시소."
"네."
귀에 낀 이어폰 같은 걸 만진 그는 카페를 빠져나갔고, 강철선은 박수를 쳤다.
"자, 준비합시다."
그 말에 수사관 몇 명이 강철선의 뒤쪽 테이블에 앉은 수호, 소영, 준형, 정혁을 막았고, 준형은 고개를 푹 숙이며 바들바들 떨었다. 나머지 셋은 안절부절못했다.
이윽고.
딸랑.
문이 열리며 종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종혁아!"
"앉아, 이놈들아. 앉아."
울컥한 종혁은 이를 악물며 참아 냈다.
그리고 카페 내부를 주욱 둘러보다가 혀를 찼다.
‘지랄 났네. 대체 몇 명을 데려온 거야?’
카페 안에 앉은 십여 명의 사람들.
일행들을 막은 사람들 말고도 십여 명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아닌 척하면서 이쪽을 신경 쓰고 있다. 오는 길에도 시선이 몇 개나 따라붙었는지 몰랐다.
싹 다 수사관이라고 봐야 했다.
"나 한 놈 잡으려고 진짜 많이 데려왔다."
하지만 이해된다.
형사도 잠수 탄 행동대장급 조폭 한 명을 검거하려면 최소 6명이 움직인다. 안에 몇 명이 있을지 모르는 까닭도 있지만, 도주로 차단조와 제압조로 나뉜다.
대부분 순순히 수갑을 받아들이지만, 흉기를 꺼내 들고 반항하거나 도주하는 놈들이 있다. 놓치는 순간 인사고과에 악영향.
‘파악한 것만 열여덟 명. 이 방송국 크기면 더 있겠지.’
한숨을 폭 내쉰 종혁은 강철선 앞에 섰다.
‘진짜 아버님이네.’
야망은 높지만, 청렴결백하여 불의와 타협을 모르는 남자인 강철선. 회귀 전 그의 도움을 꽤 받았다. 현석은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젊은 그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가웠지만, 마냥 반가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최종혁입니다. 영감님, 아니, 강철선 검사님, 성함은 많이 들었습니다. 형사 삼촌들이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검사님들은 타협이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대쪽 같으시다고."
나이에 맞지 않는 단어 선택들.
강철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허허. 그분들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줬구마이."
아니라며 손을 저은 종혁은 준형을 봤다.
"요, 오."
"정말이야?"
"……알잖아. 나 방치된 거."
힘없이 말하는 준형과 부들부들 억지로 분노를 참는 정혁.
‘니기미. 옴팡지게 걸렸네.’
정말로 불법체류자일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강철선 앞에 앉았다. 다 포기한 듯한 모습이지만, 종혁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단은 상황부터 파악해야 했다.
종혁은 느긋이 커피 잔을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급한 놈이 진다.
강철선은 그 모습을 보며 허허 웃었다.
‘범상치 않은 놈이다 싶드마는.’
배짱이 두둑했다.
다음에 나온 말도 가관이다.
"그래서 제 혐의가 뭡니까? 어떤 사건이기에 강력범죄형사부 조직범죄수사과 검사님이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어? 내가 내 일하는 부서 말했던가?"
"말씀드렸잖아요. 많이 들었다고."
"그 말 진짜였나?"
놀란 강철선은 볼을 긁적였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곧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죄가 없는 사람이라도 움츠릴 강렬한 눈빛이 종혁을 찍어 눌렀다.
"내가…… 요번에 조직 하나를 파고 있거든? 근데 그쪽 자금이 니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기라. 우째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피싱?’ 아니다. 난생처음 보는 검사면 모르겠지만, 강철선은 형석의 아버지이다. 피싱 사기는 아니라고 봐야 했다.
종혁은 이 시기 서울지방검찰청이 움직일 만한 전국구 조폭 조직을 떠올렸다.
"OB? 칠성? 범서방? 국제?"
‘우라질!’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말해 놓고 보니 일개 학생이라면 모를 정보들이다.
그에 강철선의 눈빛이 변했다.
"형사 삼촌들에게 들은 겁니다. 나중에 형사나 검사, 판사 되면 잡아넣으려고요. 사회악이잖아요!"
"……흐응."
"진짜입니다. 제가 왜 그런 나쁜 놈들을 좋아하겠어요?"
"뭐. 한번 믿어 줄게. 아무튼 그짝은 아니고. 외국계. 필리핀계 미국 놈들이거든? 그런데 요기에 그런 놈이 있네?"
뒤, 준형을 가리키는 손에 종혁의 눈이 부릅뜨였다.
"내가 우째 생각해야겠노?"
‘미친!’ 상황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튀었다.
"준형이 형은 한국계입니다, 검사님."
"한국 놈 말투가 저리 어눌하다고?"
"미국에서 오래 살았으니까요."
"내가 알기로 원래 동양인들끼리는 잘 뭉친다던데?"
"아닙니다. 한국 이민자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에 한인 타운이 따로 조성되어 있고, 거의 그런 곳에서 한인들과 삽니다. 5년 전, LA 흑인 폭동 사건 때 한인 대처 모르세요? 미국이 버린 한인들끼리만 똘똘 뭉쳤습니다."
"푸핫. 최 선수야, 니가 미국 살다 왔나?"
"……."
"이 검사 아저씨가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았겠나? 대한민국 검사 무시하지 마래이."
미국인 범죄는 대부분 미군이 저지르는 거라 미국 생리에 대해 잘 모르는 종혁은 준형을 힐끔 봤다가 눈을 감았다.
‘진짜 옴팡지게 걸렸네!’
정말 동남아계까지 함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상황을 봐서 준형을 빼내 권&박 홀딩스에 입사시켜 불법체류자가 안 되게 만들려는 것도 힘들어진다.
물론 준형이 그럴 위인이 아닌 걸 알지만, 상황이 꼬였다.
종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제 통장 확인하시려고 오셨습니까?"
"신분증 있제?"
"글쎄요."
종혁은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잠깐만. 검사가 내 신분증을 원한다고?’
영장이 있으면 개인의 동의 없이도 은행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는 게 검사이다. 거기다 담당 검사가 직접 찾아온 것도 이상했다.
하루에 수십 개의 사건을 맡는지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게 검사다 보니, 제아무리 외국계 범죄 조직의 일이라도 검사가 직접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날 검찰청으로 소환하면 또 모를까.’
대한민국 조직의 조직원들은 이렇게 엉덩이가 가볍지 않다.
그 순간 종혁의 촉이 섰다.
‘이거 뭔가 있는데? 거물과 얽힌 사건인가?’
검찰 내부 혹은 검찰에 압력을 줄 수 있는 거물.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엔 거슬리는 점이 있다.
수사관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 비밀 수사라면 비밀 유지를 위해 담당 수사관 한 명 정도만 대동하는 게 옳다.
경찰 협력은 당연히 무리수.
"……거물과 얽힌 게 아닌 건가?"
종혁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단서를 모아야 돼!’
"영장 있습니까? 있다면 좀 보여 주시죠."
움찔!
‘어라?’
종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반응을 보니 영장 없이 왔다.
그렇다면 영장을 발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수사관은 다수로 데려올 수 있는 사건이다. 분명 목 안에 박힌 가시 정도의 사건.
거슬리는데 무시할 수 없고, 억지로 빼기엔 다칠 것 같은.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빈틈이 보였다.
"이거 영장 발부가 안 되는 사건이네요?"
강철선의 몸이 다시 떨렸다.
"그럼 협조를 부탁한다는 건데……."
‘안 할 거 알지?’라는 시선이 강철선의 눈에 틀어박혔다.
강철선의 주먹이 불끈 쥐였다.
"허허. 영장이나 그런 것도 아는 기가?"
"알다 뿐일까요. 상식인데. 영장 없이는 개인 정보를 열람 못 한다는 게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잖습니까. 영장이 없으시면서 강제로 일을 진행하시면 공공 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협박이십니다. 공무집행방해죄도 이 경우엔 성립 안 하고요."
종혁은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 강철선을 보며 씩 웃었다.
‘맹랑한 놈.’
강철선은 뒷목을 쓰다듬었다.
솔직히 영장은 생각하지 않았다.
속이고자 가짜 영장을 보여 주자니 공문서 위조라 탈이 날 것 같고, 그렇다고 진짜 영장을 발부하자니 혐의가 없다.
외통수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다.
고작 십 대에게 당해 물러났다가는 개망신이다.
솔직히 이렇게 드잡이질 하는 것부터 이미 개망신이었다.
"잘 생각해래이. 니 진짜 영장 보고 싶나? 영장 나오모 나도 최 선수가 아무리 한국 영웅이고 어리다 케도 봐줄 수가 없데이."
최후의 통보. 살기등등한 그 말속엔 다른 뜻도 숨어 있었다.
그의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준형이 다칠 거라는 뜻이.
그러나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예, 영장을 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준형이 출입국관리소에 넘겨져도 추방될 때까지 시간은 있다. 그 시간이면 준형을 빼내고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씨불. 진짜 저 형 기획사는 뭐 하는 거야!’
강철선이 정말 기분이 상한 듯 무심한 눈으로 종혁을 빤히 응시했다.
"허허. 그래. 영장 보고 싶다꼬? 있어 봐라. 내 곧 보이 주께."
"음?"
종혁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일어나 카페 안쪽으로 향하는 강철선을 멍하니 봤다.
‘진짜 영장을 발부한다고?’
몇 초도 안 되는 통화를 마치고 돌아와 앉은 강철선이 비릿하게 웃었다.
"대한민국 검사가 우습게 보이드나? 30분만 기다리라."
종혁은 놀랐다.
‘이거 진짜로 이상한데?!’
아주 이상한 일이다.
애초에 영장을 받을 수 있다면, 그냥 수사관에게 명령해 통장 거래 내역부터 뽑아 볼 수 있었다.
그러지 않고 이렇게 찾아온 건 사건의 중함 때문이다.
‘그걸 자존심으로 오픈시킨다고?’
강철선은 경상도 남자 자존심에 가끔 폭주하긴 하지만, 결코 없는 일을 꾸미진 않는다. 지금 강철선의 모든 행동이 종혁의 상식과 상리에 맞지 않았다.
종혁은 다시 카페를 둘러봤다.
그러자 처음 들어왔을 때 맡았던 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공간 전체가 어색했다.
"마치……."
범죄 증거 확보를 위해 거래 현장을 은밀히 녹화할 때의 그 공기. 본청 감사팀이 뒤를 밟을 때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의아해하던 종혁은 준형의 일 때문에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하나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
종혁은 강철선을 봤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음?"
강철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소야 안다고 쳐도 현재 제 위치를 어떻게 알고요?"
‘지금이 GPS로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무, 물론 네 어머, 아니 유도협회에 물어봤제. 주소 알아볼라고. 근데 이거 유도협회에서 출연하라고 한 거라메?"
"……아아, 그래요?"
‘요것 봐라?’ 종혁은 금세 차분해진 강철선의 반응에 더 큰 의문이 생겼다.
‘그러니까, 의사보다 바쁜 중앙의 평검사가 녹화 몇 시간 전에 와서 죽친다고? 뭐 방송국에 인사해서 내 사전 인터뷰를 언제 하냐 물어봤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랬다면 이미 아까 막내 작가가 어떤 제스처라도 보였을 거다.
방송국이라고 출연자의 스케줄을 함부로 알려 주는 게 아니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1세대 아이돌 전성시대이다.
TOT, 보이프렌드, SOE, 스위티.
사생팬의 존재가 있기에 방송가에서도 부쩍 보안을 신경 쓸 시기. 연수 때 배운 내용이다.
그 순간 종혁의 머릿속에서 모든 단서가 합쳐졌다.
‘……이거 설마 그거야?’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른 종혁은 순간 열이 올랐다가 이내 허허 웃었다. 생각을 정리한 순간 촉도 맞다는 듯 맹렬히 몸을 흔들었다.
"와. 진짜 이러니까 속는구나."
강철선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