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9화>
9. 방콕 아시안게임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
하늘엔 폭죽이 뻥뻥 터지고, 수많은 관중이 자리한 커다란 경기장에 아시아 국가대표들이 입장한다.
와아아아아!
대다수의 태국 국민들.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찾아온 각 국가의 응원단들과 관객들.
아시아 대부분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 오늘 이날만큼은 축제이다.
"지금 막 일본 대표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두껍고 깊은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커다란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고, 일본 대표들을 슬쩍 비춘 카메라는 국가대표들이 입장하는 입구로 향한다.
그 밝지만 어두운 복도.
"에이, 저 썩을 놈들."
"그렇게 기를 쓰더니 결국 우리 앞에 나가네. 우리 쪽 위원들은 뭐 한 거야?"
웅성웅성.
일본보다 입장 순서가 뒤라는 것에 한국 국가대표 감독들과 선수들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하곤 활짝 펴졌다.
"고마워, 신 감독."
"그런 자료는 대체 어디서 얻은 거야?"
신성일이 뿌린 자료 때문에 선수 맞춤 공략을 할 수 있게 됐다.
비록 모든 국가, 국가대표들의 자료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허험."
힐끗 종혁을 본 신성일은 배를 쭉 내밀었고, 종혁은 옅게 웃었다. 다시 한번 존경심이 차올랐다.
‘대가를 받아도 됐을 텐데.’
그만큼 유의미한 자료였다.
그러나 신성일은 대가 없이 자료를 뿌렸고, 프로 리그가 있어 거만한 야구와 농구, 축구 종목까지도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한국 대표들 중 눈을 화려하게 만드는 선수들이 있다.
레슬링의 신권호, 양궁의 이조순, 테니스의 이현택, 마라톤의 이봉수, 야구의 박찬오, 이창용, 홍선흥, 농구 황금 세대의 강서희, 소장훈, 김상민 등. 모두가 이 시기에 레전드라 불린 이들이다.
‘캬, 저 미친 양반들 젊었을 적 모습을 다 보네. 사인 받을 수 있으려나?’
자료도 줬으니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었을 거라며 종혁은 작게 낙담했다.
"코리아! 코리아!"
"아, 우리 차례네. 입장하자고!"
"모두 주목! 대한민국!"
"파이팅!"
전의를 불태운 태극전사들이 어두운 복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막!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단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국민 여러분! 대표 선수들의 저 늠름한 모습을 보십시오! 아, 지금 막 최종혁 선수가 보입니다!"
종혁은 저 멀리서 느껴지는 시선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하늘 우라지게 맑다."
"풋!"
"크크크크크!"
대표단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 * *
각국 대표들로 시끄러운 식당 앞.
몇몇 종목의 한국 대표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어떻게 됐어? 한식 있어?"
식당 안에 들어갔다 온 한 어린 선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한국도 참가했는데!"
"뭐뭐 있어?"
"중식이랑 일식, 태국 음식이요……."
"또 태국 음식이야?"
쌀국수, 팟타이, 쏨땀, 이름도 어려운 덮밥에 구운 닭들.
현지 적응을 위해 빨리 온 십 며칠 동안 물리도록 먹은 음식이다. 그렇다고 중식이나 일식을 먹을 수도 없다.
"あなたは、食品がないか見て?"
스윽 스쳐 지나가는 일본 선수들의 조롱 어린 눈빛.
너희 음식은 왜 없냐 하는 조롱이다.
중국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저 개새끼들!"
그런데 그들 입에서 풍기는 냄새가 익숙하다.
홍삼이다. 아시아 선수들은 한국의 선방이 홍삼의 영향 때문이라 믿는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다 먹는다. 거의 공식 음료 수준이다.
"깔볼 거면 홍삼은 왜 처먹어! 그거 우리 거다!"
"앞뒤가 다른 놈들!"
울상이 된 선수들은 감독을 보았다.
‘씨벌!’
"하. 미안하다."
"……아니에요."
감독들은 가슴을 두드렸다.
‘대체 위원회는 뭐 하는 거야! 왜 한국 음식이 없냐고!’
감독들은 알고 있다.
한 국가라도 더 떨어트리고 싶어 하는 태국의 수작과, 한국 위원회와 스포츠 협회의 방만한 생각.
아시안게임 시작 전 음식이야 예산 문제로 그럴 수 있다 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시작 후에도 식당에서 한식을 먹을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날만 기다렸던 그들에겐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농구나 야구, 태권도는 현지 한인들에게서 공수했다는데……."
"탁구도."
아예 뷔페를 차려 놨다고 들었다.
감독들은 거기 가면 안 되냐며 쳐다보는 선수들의 눈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은 한국인이니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문제는 거기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모른다는 거다.
‘만약 같은 한국인에게 거지라는 말을 들으면?’
차라리 안 먹느니만 못하다.
아니, 경기에 엄청난 지장을 줄 수 있다.
한숨을 내쉰 감독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뒤로 물러났다.
"다들 돈 좀 있습니까?"
"우리가 돈이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 말에 감독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비인기 종목의 비애다.
"니미럴. 지원을 이따위로 해 놓고도 금메달 따라고?"
"안기부 협박?! 니미, 이거나 먹어라!"
쌀밥에 고깃국은 무리더라도 김치라도 먹어야 힘을 내지 않겠나.
그들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물었다.
"어? 저기 유도 대표들 아닙니까?"
"어디요?"
식당 건물 옆 수십 개의 플라스틱 테이블을 펼쳐 놓은 채 뷔페를 먹고 있는 거한들.
그들의 눈이 부러움으로 물들었다.
"어흑! 반찬도 없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김치찌개를 먹다니!"
"그래! 이게 된장찌개지!"
"하악! 하악! 역시 돼지국밥엔 정구지야!"
예선 시작 전.
유도 대표들에게 만찬이 허락됐다.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김치와 고추장, 된장, 쌀, 사골 등.
그동안 태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식을 먹긴 했지만,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교하면 미진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호텔에서 먹은 느끼한 서양 음식들과 어딘가 부족한 태국 음식들. 어디서 들은 건지 태국 하면 똠양꿍이라며 겁 없이 달려들었다가 곤욕을 치르기까지 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쌓였던 불만과 굶주림이 오늘 이 식사로 다 해소됐다.
역시 한국인은 뜨끈한 국물에 쌀밥이었다.
저조해져 가던 컨디션이 상승의 파라미터를 뚫었다.
종혁과 감독, 코치진의 생각처럼 말이다.
헝그리 정신.
승리를 갈망하게 만들려는 작은 장치였다.
종혁과 감독, 코치진은 밥을 먹으며 으쌰으쌰 소리치는 선수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고, 선수들은 그런 종혁을 보며 고마워했다.
이 공수가 유도 국가대표 후원사에서 보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도 국가대표 후원사면 종혁의 개인 후원사.
종혁이 함께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그런 시선에 종혁은 볼을 긁적이며 숟가락을 들었다.
"음?"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들.
고개를 돌린 종혁은 자신의 밥 위에 동그랑땡을 올리는 신성일을 툭 치곤 그곳을 가리켰다.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한국인, 아니, 다른 종목의 태극마크들.
손가락을 물고 쳐다보는 그 모습이 참 불쌍했다.
"왔네요."
굳이 이 식당 지정 건물 옆에 돗자리를 편 이유가 뭐겠는가.
바로 저렇게 협회의 도움을 못 받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위해서다.
‘나도 나탈리아가 각 종목, 각 선수 자료를 주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 했겠지.’
다른 종목이라 무시할 수 있지만, 그들 역시 태극전사이다.
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광수대나 검사나 돼 봐라. 싹 쓸어버린다.’
표적 수사라고 욕을 먹더라도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최종혁. 출격."
"옛썰."
벌떡 일어난 종혁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상큼하게 웃었다.
"같이 드시죠?"
그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흑! 감사합니다, 신 감독님."
"흐흑. 맛있어……."
조정이나 럭비, 카누, 핸드볼.
비인기 종목 대표들이 쌀밥을 씹으며 눈물을 흘린다.
감독들이 신성일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신 감독."
"뭘요. 같은 한국 사람끼리 돕는 거지. 경기 승패 상관없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와요. 음식은 충분하니까."
‘그치?’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비행기로 도착한대요.’
종혁은 자리를 좁혀서 앉은 유도 선수들을 보았다.
낯빛이 굳어 있는 그들.
무제한적인 후원이 없었더라면 저들 모습이 자신들의 모습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좋아. 계획대로 됐어.’
정조준 했던 금메달.
이로서 빈틈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런 감독들, 선수들의 지지가 모여야.’
종혁은 신성일을 봤다.
유도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불합리도 용납지 않는 그.
‘일단 유도 협회장부터 합시다. 감독님.’
종혁은 은사인 그에게 큰 명예와 권력을 줄 생각을 가졌다.
* * *
드디어 예선전이 시작됐다.
종혁과 신성일 감독이 입장 직전인 선수, 설동익을 다독였다.
"형. 그립, 팔꿈치 잊지 마요. 가위차기 할 생각도."
순간 동익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선수촌 훈련 때 호랑이가 따로 없었던 종혁.
졸업했으니 남이라고 아주 잡아먹으려 들었다.
"응……."
신성일 감독이 피식 웃으며 그의 목을 두드렸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가서 놀고 와."
"……예!"
표정이 다부지게 변한 설동익은 빨간 경계가 쳐진 노란 매트 위에 올랐다. 이윽고 상대 선수가 올라왔다.
‘즈쉬엔.’
중국 선수다.
아시아 스포츠 최강국 중국.
세계에서도 강국인 중국.
거기다 저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리스트다.
마른침이 메마른 목 뒤로 넘어갔다.
-드디어 유도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됩니다. 한국의 설동익 선수 대 중국의 즈쉬엔 선수!
-한국 대 중국! 사실상 준결승이라고 볼 수 있죠!
-설동익! 꿀릴 것 없어요! 회장기에서 은메달을 땄잖습니까!
-그렇습니다! 설동익 선수가 부디 한판을 따내길 바랍니다!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해설자들의 해설.
아니, 들렸다고 하더라도 그는 신경 쓰지 못했을 거다.
‘주특기 업어치기, 발목 후리기. 습관은 처음 깃이 잡히면 오히려 안으로 파고든다는 것!’
거기가 공략점이다.
삐익!?
경기가 시작됐다.
"으랏챠!"
크게 외친 설동익은 다시 한번 숙지한 내용을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흥!"
콧방귀를 뀐 중국 선수가 팔을 뻗었다.
파파팍!
소매잡기가 교차하고, 양발이 상대의 발목을 쳤다.
퍼퍽!?
그러다 빈틈이 보였다.
설동익은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그 순간.
‘그립, 그립, 그립! 확 씨, 손목을 분질러 버릴라!’
"그립!"
"……?!"
허공에서 꺾이며 깃을 수평으로 잡은 설동익.
‘잡았으!’
잡아당기니 감각이 없다.
딸려 오기보다 먼저 달려드는 거다.
그러며 함께 나오는 상대의 발. 주특기인 발목 후리기.
그에 설동익은 그 팔을 회오리처럼 휘감으며 주저앉았다.
이 모든 게 찰나, 본능만으로 이뤄졌다.
목 위 발버둥은 굳센 팔뚝과 팔목으로 고정시켰다.
쿠웅!
넘어간 즈쉬엔과 넘긴 설동익.
동익은 가슴 밑에 깔린 즈쉬엔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당황했다.
‘이 사람 저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땄었는데.’
이겼다.
이렇게 너무도 쉽게.
그의 머릿속에 선수촌에서의 지난날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만, 매일 지옥을 보았던 나날.
종혁의 호통에 멘탈마저 가을날 마른 잎처럼 부서졌던 하루하루. 1년이 넘었던 그 긴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경기 시간을 보았다.
시작한 지 겨우 19초.
‘이거 초살?’
종혁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살.
얼떨떨해하는 와중 뒤늦게 휘슬이 울렸다.
삐이익!
"……읏쌰아아!"
벌떡 일어난 동익은 종혁을 보며 양팔을 번쩍 들었고, 종혁은 흡족해하며 박수를 쳤다.
그렇게 한국 유도 국가대표가 예선 첫 경기를 한판으로 통과했다.
* * *
38초, 1분 12초, 47초, 2분 7초 등등등.
참가 선수 전원이 예선전 첫 경기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이 중 네 명이 중국과 일본을 만나 떨어트렸다.
예선전부터 일어난 이변.
이번 대회의 한국은 뭔가 달랐다.
"이제 너만 남았네."
"그러게요."
이제 남은 예선 경기는 +100킬로그램, 무제한급이다.
신성일 감독은 종혁을 보며 피식 웃었다.
동요 한 점 없이 고요한 종혁.
"응원해 줘?"
"응원은 무슨."
종혁은 입구 옆 음료대에서 종이컵에 물을 받았다.
"이거 식기 전에 돌아올게요."
"……미친놈. 이거 찬물이야, 인마."
"흐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전원 예선 통과 기념으로 삼겹살 구우러 가자."
"넵."
종혁은 매트를 향해 발을 뗐다.
"최종혁 파이팅!"
"종혁아! 5초로 끊자!"
유도 대표들의 공식 잔소리꾼. 수석 코치.
초살 최종혁.
종혁이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한국 유도 대표들의 외침이 경기장을 꿰뚫었다.
노란 매트 위에 올라선 종혁은 몇 초 뒤 느릿하게, 한 번 주의를 받고서야 올라왔으면서도 사과의 제스처조차 않는 거구의 일본인을 무심하게 쳐다봤다.
"저 씨발 새끼가!"
"야 이 매너 없는 새끼야!"
유도 대표들과 관중들이 종혁 대신 아유를 보냈다.
‘미야모토 하사시. 일명 현대판 미야모토. 몸무게 141킬로그램.’
재작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에다 15킬로그램 차이가 난다.
종혁은 두터운 갑옷을 두른 듯 큰 몸집을 보며 그에 대한 모든 걸 떠올렸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자 종혁은 자세를 잡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퍼버벅 허공에서 잡기 싸움이 일어났다.
그러다 결국 둘은 서로의 옷깃을 잡았다.
그때.
퍽!?
큼직한 주먹이 왼쪽 윗가슴을 때렸다.
‘허? 이 새끼 봐라?’
"なぜ?朝鮮人? (왜? 조선인?)."
비릿한 미소에 종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맞아. 이 새끼 더티 플레이를 주로 한다고 했지.’
아무래도 예선전에서 일본인 두 명이 탈락했다고 열이 받은 것 같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
"아, 뭐 그래."
종혁은 엄지손가락을 폈다.
마침 쇄골도 바로 위. 그는 그대로 걸어 버렸다.
"악!"
미야모토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멈춰!"
종혁은 반사적으로 물러나며 양팔을 들었다.
둘 사이로 뛰어든 심판이 종혁을 노려봤다.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마침 중국인 심판. 종혁은 중국어로 말했다.
"……다시 한번 그럴 시에는 몰수다. 주의!"
쇄골을 거는 건 몰수를 당해도 항변할 수 없는 심한 반칙.
하지만 종혁은 지금이 예선전이기에 그러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나탈리아는 심판들 성향까지 조사해 줬는데, 이 중국인 심판은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성향이라고 했다.
"이게 주의라뇨?!"
미야모토가 항변했지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와아아아!"
"우우우우우!"
관중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고, 경기는 다시 재개됐다.
"卑怯な子(비겁한 자식!)."
"아, 미안. 난 또 더티를 좋아한다기에 깡이 좋을 줄 알았지. 근데 이제 막 달건이 된 고삐리보다 깡이 없다?"
"何言ってるの! 殺してやる! (뭐라는 거야. 죽여 버리겠어!)."
"네. 네. 맘대로 하세요."
종혁은 다 알아들으면서 끝까지 한국어로 말했고, 결국 미야모토의 분노가 터졌다.
"크아압!"
달려들어 종혁의 옷깃을 잡는 미야모토.
일부러 잡혀 준 종혁은 발목을 부숴 버릴 듯 뭔가가 날아오는 감각에 코웃음을 쳤다.
"지랄, 이 새끼야."
그 순간 종혁의 시간이 느려졌다.
종혁은 축이 되는 발을 걷어차며 왼손을 쭉 밀었다.
쿠웅! 삐익!
한판.
일본 선수들과 감독이 벌떡 일어났다.
종혁은 어떻게 된 건지 의아해하는 그를 보았다.
"왜? 일본인?"
종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