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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7화 (1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7화>

*  *  *

박상묵은 싱글 웃고 있지만, 공기가 서늘했다.

"종혁이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자리 좀 비켜 봐."

할 이야기.

자신도 모르게 박상묵의 손을 살핀 주장 설동익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종혁의 앞을 슬쩍 가로막았다.

설동익도 알고 있는 박상묵 코치의 진실한 모습.

유도부에서 신성일 감독만 모를 것이다.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같이 들어도 되겠습니까?"

"동익아."

"예."

"까불지 마."

"……!"

박상묵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네가 아무리 주장이라지만 월권은 하지 말아야지."

"……죄송합니다."

낯빛이 어두워진 설동익은 종혁을 보곤 몸을 돌렸다.

종혁은 멀어지는 설동익을 바라보다 이어폰을 뺐다.

"무슨 일이십니까?"

종혁은 아무것도 모른 척 물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살핀 박상묵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유도부 생활은 좀 어때? 힘든 점 있어?"

"갑자기요?"

유도부에 들어온 지 벌써 반년이다.

"그래, 이 코치님이 늦게 물어봐서 미안하다. 하지만 요새 좀 바빴잖아. NFL 자료 때문에 유도부도 혼란스러웠고."

‘하, 요놈 봐라?’ NFL 자료가 아니었다면 평소와 같았을 거다.

교묘하게 종혁을 까고 있다.

"아니, 그렇다고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네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모를 사람이 누가 있어."

"아, 그렇습니까?"

"그래서 힘든 점은?"

"없습니다. 선배들도 잘해 주시니까요."

듣고 싶은 말을 들은 듯 박상묵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지?"

"그리고 저도 유도부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죠."

‘어딜.’ 종혁은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펴지는 박상묵의 미간에 속으로 코웃음 쳤다.

‘이 자식.’

역시 영특하다. 눈치가 좋은 건지 화제를 비튼다.

"그래, 노력 많이 했지. 그래서 그런데 종혁이 네가 좀 더 희생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말입니까? 알지도 못한 NFL 사무국에 연락해……."

종혁은 자신이 했던 일들을 주르륵 말했다.

IOC와 일본 대학들에 전화한 일.

600페이지 넘는 자료를 받아 번역한 일부터 이번 합숙에서 했던 일까지 하나하나 조곤조곤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뭐가 이렇게 많아?’

"덕분에 선배들 기량도 많이 좋아지고, 부상 횟수도 줄었는데……."

"흠흠, 알아. 종혁이 네가 노력한 거 누가 몰라. 하지만 넌 아직 1학년이잖아. 종혁아, 아직 네겐 시간이 많잖아. 안 그래?"

종혁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그 말은 저보고 경쟁을 포기하란 말입니까?"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양보하라는 거지. 곧 졸업해야 하는데 어떤 성적도 못 내는 선배들이 안쓰럽지도 않니?"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2학년 선배들은요? 그분들도 포기…… 아니, 양보하는 겁니까?"

움찔!

"이 자식!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1학년이면 1학년답게 굴어야지! 너 혼자 잘났다고 다 될 줄 알아?!"

어른이라는 사회적 강자로서 약자를 협박하는 행위.

‘이런 방식으로 상납 안 하는 애들을 포기시켰군?’

열이 후끈 솟았다.

"아, 그렇습니까? 전 이만큼 희생했는데도 정당한 경쟁도 못 하는 겁니까? 그럼 관두겠습니다."

"뭣?!"

"제가 왜 희생했습니까? 모두 우리 유도부 잘되라고 희생했는데, 그만한 대가도 못 받는 겁니까? 제가 레귤러 자리를 달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냥 경쟁만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건데!"

짜악!

"그게 이기적이야, 이 자식아! 정말 실망이다! 이럴 거면 그냥 나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린 박상묵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어디서 감히.’

종혁이 왜 그렇게 희생했겠는가. 유도에 목을 맸기 때문이다.

즉, 종혁은 유도부를 나갈 수 없고, 이렇게 눌러 놨으니 박상묵 자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여태까지 다른 애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영특해도 역시 어려.’

핸드폰을 빼 든 박상묵은 희희낙락거리며 숙소로 향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볼을 만지던 종혁은 워크맨을 들었다.

탁!

워크맨의 정지 버튼이 눌러졌다.

녹음된 음성을 확인한 종혁은 히죽 웃었다.

"누가 나가게 될지는 한번 두고 보자고."

*  *  *

유도부 숙소가 뒤집어졌다.

짐을 모두 챙겨 떠나는 종혁 때문이었다.

"너 지금 뭐 해!"

종혁은 식겁해 달려 나온 신성일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신성일은 철렁 심장이 내려앉았다.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부터 하자. 뭣들 해! 구경났어? 방으로 들어가!"

신성일은 종혁의 손목을 잡고 감독실 안으로 들어갔다.

주장 설동익과 다른 스태프들이 따라왔다. 신성일은 그들이 종혁을 잡는 데 도움이 될까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무슨 일 있어? 누가 뭐라고 해?"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럽니다."

뭔가 망설이는 모습.

고개를 푹 숙인 종혁의 힘없는 말투에 신성일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배은망덕한 것들!’

레귤러 자리에 욕심낸 선배들이 종혁을 쥐 잡듯 잡은 게 분명했다.

"에라이, 이놈아. 고작 선배들한테 혼 좀 난 거로 이러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뭔가를 눈치챈 설동익의 낯빛이 굳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선배들은 잘해 줍니다. 다만…… 아, 아닙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신성일 또한 무언가를 눈치챘다.

‘박 코치, 이 자식!’

신성일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 너를 위한 말일 거다. 오해하지 말고. 응?"

"오해였을까요?"

살짝 물기가 섞인 음성에 신성일은 박상묵을 더 욕하면서 안도했다.

"당연하지, 인마! 그러니까…… 응?"

슥.

신성일은 종혁이 내미는 카세트테이프를 보았다.

"오해인지 아닌지는 감독님이 판단해 주십시오."

"이건……."

눈을 가늘게 뜬 신성일은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었다.

탁!

재생 버튼이 눌러짐과 동시에 곧 두 사람의 대화가 흘러나왔다.

"……."

싸늘해진 분위기.

쾅!

모두의 시선이 거칠게 열린 문을 보았다.

학부모와 통화를 하다 종혁의 퇴부 소식에 식겁하며 뛰어온 박상묵은 종혁을 노려봤다.

‘저 또라이 새끼!’

나가란다고 정말 나가고 있다.

대형 사고였다.

급해진 그는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야, 이 자식아! 고작 몇 마디 들었다고 반항하는 거냐!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이 새끼가 위아래도 모르고!"

"박 코치."

묵직한 음성에 박상묵은 입을 다물었다.

"감독님! 저놈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조용히 해."

"감독님?"

신성일은 주장 설동익과 스태프들을 보았다.

"다 나가. 그리고 최종혁. 개소리 말고 방에 들어가 있어."

종혁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 돌아섰고, 이를 악문 설동익이 종혁의 앞에 서며 박상묵의 시야를 가렸다.

조금 전 지켜 주지 못해서 얼마나 미안했던가.

지난 몇 달과 이번 합숙에서 많이 늘어난 기량.

종혁은 1학년임에도 남들보다 많이 알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푸는 천사다.

그런 종혁을 한 번 외면했고, 그 결과 종혁이 유도부를 나갈 뻔했다.

촌지를 주는 다른 놈들과 달리 동일고 유도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놈, 종혁.

설동익은 각오를 다졌다.

까득!

‘이젠 누가 뭐래도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

탁!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설동익은 종혁을 응시했다.

"……진짜 나가려고 했냐?"

종혁은 찢어지려는 입가를 억지로 추슬렀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릴 순 없었다.

종혁은 씁쓸히 웃는 것으로 대답했고, 설동익은 이를 악물었다. 그건 졸업생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박 코치, 이 씨벌넘이 또!’

"최종혁."

"예, 주장."

"네 위로 내 아래로 다 집합시켜."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설동익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튀어!"

"……예!"

종혁은 달리며 생각했다.

‘효과가 너무 좋은데?’

그간 베푼 것에 대한 효과.

지원군이 되어 줄 것까지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엎어 버릴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십대라 혈기가 넘쳐서 그런가?’

의아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박 코치, 짐 싸야지?’

종혁은 2층 첫 번째 방의 문을 열었다.

한편 감독실로 만든 방.

싸늘한 기운이 박상묵의 목덜미를 자극한다.

신성일은 움츠리는 박상묵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박 코치…… 아니, 상묵아."

"……예, 형님."

탁! 치익!

담배에 불이 붙었다.

"네가 감독할래?"

"혀, 형님?!"

"상묵아, 까불지 마."

박상묵은 하얗게 질렸다.

신성일이 지그시 노려봤다.

"너, 코치야. 선수 선발 권한은 내게 있다."

‘이 새끼, 다 말했구나!’

"형님…… 아니, 감독님.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너랑 나랑 한 10년 됐나?"

뜬금없는 말.

하지만 덜컥 심장이 내려앉고, 사타구니가 아릿해졌다.

"혀, 형님……."

"그동안 살림 좀 많이 폈을 거야, 그치?"

박상묵은 눈을 부릅떴다.

‘정말 다 알고 있구나!’

그는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네 애들 다 데리고 나가서 왕 노릇 할래, 아니면 닥치고 나갈래."

"……."

박상묵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신성일은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전까진 필요에 의해 자신을 놔두고 있었다는 걸.

레귤러를 선발해도 영 아닌 놈을 선발하진 않았기에 놔뒀다는 걸.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NFL 번역 자료.

그중 200페이지에 달하는 선진화된 스포츠 의학 자료와 종혁의 지식과 코칭 실력.

박상묵의 존재 의의가 사라졌다.

‘최종혁, 이 개자식이 내 발목을 잡았구나!’

그의 천하는 이제 끝났다.

하지만 이대로 박차고 나갈 수 없다.

30명을 모두 받아 줄 학교도 없거니와 그들이 따라온다고도 장담할 수도 없다. 박상묵 때문에 동일고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문 유도부 동일고라는 타이틀. 메달을 못 따도, 대회에 출전을 못 해도 진학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혹여 박상묵 때문에 왔다고 해도 나가지 못한다.

‘어떡하지?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지?’

들켰으니 다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간다?

안 된다. 돈 받아 처먹다 쫓겨난 코치 따위를 받아 줄 곳은 없다.

아니면 소문이 퍼지지 않는 먼 시골의 초등학교 유도부로 가든가.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나오지 않음에 그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눈물을 삼켰다.

‘두렵다.’

그리고 끝났다.

"……살려 주십시오, 형님."

서울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대도시에서 코치 짓을 하려면 신성일의 자비가 필요하다.

"그래."

신성일은 담배를 끄며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소름 끼치도록 무심했다.

"이번 일은 불문에 부치마. 그동안 수고했다. 배웅 안 한다."

"감사…… 합니다. 크흐흑."

여태껏 누려 오던 천하가 끝났기에 박상묵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탁.

문을 닫은 신성일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적당히 했어야지, 인마."

탁! 치익!

"……후우, 쓰구만."

10년을 함께한 동생 같은 동료를 잃은 날.

입맛이 썼다.

"이제 이 영악한 놈을 달래는 척해야겠구만."

테이프를 내민 순간 신성일은 알아차렸다.

이게 종혁이 짠 판임을.

그러나 움직여 줄 수밖에 없었다. 박상묵을 비호하면 정말 나갈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박상묵 때문에 종혁을 잃는다?

쥐 잡자고 대들보 뽑는 격이다.

앞으로 3년간 유도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그런 인재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놈이 다른 학교 가서 우리 유도부 앞길 막을 건 왜 생각 못 했어."

여태껏 지켜본 종혁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금도 17살 같지 않게 노련히 사람들을 다루지 않던가.

"하여튼 영악한 놈."

하지만 이런 영악함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꺼웠다. 이런 영악함이 유도부에 빛을 가져다줄 것이기에.

그는 이용당했다는 감정을 털어 버리며 종혁 방의 문을 열었다.

"음? 이놈…… 아니, 다 어디 갔어?"

-이 개새끼들아!

체육관이 있는 방향을 본 신성일은 피식 웃었다.

"그래, 엎어라. 엎어."

박상묵이 나가게 됐으니, 박상묵의 아이들을 눌러야 했다.

감독이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일.

신성일은 웃음을 흘리며 담배를 물었다.

"잘해 봐라."

*  *  *

‘가만 보면 주장 이 양반도 머리가 좋단 말이지.’

부원 50명을 모두 집합시킨 설동익은 2학년을 조졌다.

3학년을 제치고 레귤러가 되고 싶냐고. 아니면 왜 경쟁이고 나발이고 레귤러가 되고 싶다고 조른 거냐고. 자신이 그걸 봤다고.

박상묵에게 촌지를 건넨 2학년 중 10명을 본보기로 조져 버렸다.

그에 박상묵에게 촌지를 건넨 3학년들은 설마 들켰나 겁을 먹으면서도 울컥했다.

똑같이 돈을 줬다면 3학년이 먼저.

근데 얘기들 들어 보니 자신들을 제치고 레귤러가 되려고 했던 것 같다.

눈이 돌은 그들은 10명을 쥐 잡듯 잡았다.

그걸로 모든 상황은 끝이었다.

박상묵은 2학년 10명이 촌지 운운하며 조른 게 신성일 감독에게 들켜서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로 인해 그 10명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한데, 이보다 놀라운 건 신성일이 박상묵을 단칼에 자른 점이다.

‘관례로 생각해도 됐을 텐데…… 역시 감독님이시다.’

그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스승.

이런 감독의 묵인 덕분인지 박상묵이 사라져서 생긴 충격은 빠르게 수습됐다.

‘뭐, 잘 사쇼. 이젠 돈 같은 거 받지 말고.’

종혁은 목을 꺾으며 일어섰다.

합숙 23일 차.

드디어 레귤러 선발의 무한 대결이 시작됐다.

"잘할 수 있겠냐?"

이렇게 유도부를 뒤집어 놨으면 그랬을 만한 이유와 결과를 보여야 했다.

그건 바로 실력을 통한 레귤러 선발.

신성일의 물음에 종혁은 피식 웃으며 발을 뗐다.

"레귤러 잠바는 큰 사이즈로 준비해 두세요."

"푸하핫!"

‘그래, 어디 한번 날뛰어 봐라.’ 나머지 49명도 같은 제자라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한 응원.

그러나 마치 들었다는 듯이 종혁은 입을 찢으며 매트 위에 섰다.

박상묵이 사라진 게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체육관, 열 쌍의 선수가 선 매트 위.

그중 같은 1학년, 150kg 부원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맞은편에 서 있다.

"자, 잘 부탁해."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서로 인사하고 심판을 보는 스태프에게도 인사한 둘은 자세를 잡았다.

"절대 안 질 거야! 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오냐, 내년 겨울에 또 붙자."

"……이런 씨! 으아아악!"

내년 1월 상반기 레귤러 선발에서 보자는 의미.

눈이 뒤집힌 1학년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

느려진 시간 속, 오른손으로 강하게 그의 양팔을 쳐 낸 종혁은 그대로 멱살을 잡으며 허벅다리를 걸었다.

격투에 가까운 패링에 이은 허벅다리후리기.

부웅.

150kg 거구가 큰 원을 그리며 매트 위에 메다꽂혔다.

쿠웅!

"……하, 한판! 최종혁 승!"

"뭐,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초살(秒殺).

신성일 감독이 벌떡 일어나고 사람들이 경악할 때 멱살을 풀고 일어난 종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짓궂게 웃었다.

"자, 빨리빨리 합시다!"

앞으로 일주일, 70승 선착순을 위한 무한 대결.

하루 10승을 하지 않으면 탈락하고 마는 지옥의 레이스.

이제 69승 남았다.

"윤성오! 올라가!"

종혁은 올라온 2학년 선배를 보며 씩 웃었다.

‘윤성오.’

박상묵 코치가 사라졌어도 그는 아직 남아 있었다.

‘빌어먹을, 이젠 정말 실력이야. 성오야, 넌 할 수 있어. 저 1학년 새끼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아자! 아자-!"

윤성오는 자세를 잡으며 겁을 주기 위해 이를 드러냈다.

"시작!"

"씨발, 네가 잘해 봤자악?!"

붕 회전하는 세상.

터엉!

앞으로 68승.

"다음-!"

최종혁이란 괴물이 유도부원 49명을 향해 거칠게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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