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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3화 (1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3화>

*  *  *

형사 생활만 26년.

그동안 종혁은 참 많은 조폭과 아옹다옹했다.

몸만 키운 덩어리에서부터 전직 특수부대원까지, 건달 짓이 뭐 그리 좋은지 조폭이란 카테고리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사시미를 휘둘러 대는 조폭 양아치들.

거기다 초장부터 칼을 들이미는 뽕쟁이들.

뒤져라 흉기를 휘두르는 살인자들.

그렇게 칼 밥 먹으며 살아온 인생이다.

사료 먹고 덩치만 키운 저런 덩어리는 무섭지도 않았다.

권투, 킥복싱, 이종 격투기 등 실전으로 단련된 몸이라는 흉기가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이 새끼!"

부웅!

"어이쿠, 느려라!"

쩍! 쩍!

"아악!"

한 덩어리가 양 옆구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자 그 뒤에서 마지막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죽어, 이 개새끼야!"

"느리다고, 인마!"

뻑!

종혁의 발등이 마지막 덩어리의 사타구니에 꽂혔다.

"꺼억?!"

"오우, 미안."

쿠웅!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쓰러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와, 내 몸이긴 하지만 진짜 사기네.’

느려진 시간 속 피지컬 괴물의 몸뚱이가 움직이니 안 그래도 어설픈 덩어리들은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괴, 괴물 새끼."

종혁은 목을 좌우로 꺾었다.

"창득아, 이제 네 차례다? 내가 갈까, 네가 올래?"

"이런 씨발."

품 안에 넣었다 뺀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 나왔다.

25cm의 사시미 칼.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야, 좋은 말로 할 때 그거 넣어라. 안 그러면 죽는다."

순간 주변이 싸늘해진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른침을 삼킨 돈가스는 이를 악물곤 달려들었다.

"좆까!"

쉭! 쉭!

공기를 가르는 칼날의 소리가 섬뜩했다.

"죽어!"

쉬익!

목을 노리며 휘둘러지는 칼날.

느릿한 시간 속 종혁은 그 팔을 잡아 꺾으며 그대로 다리를 걸었다.

부우웅 쿵!

종혁은 넘겨진 충격에 떡 벌어지는 돈가스의 입을 향해 주먹을 찔러 넣었다.

쩍!

"컥!"

"내가 죽는다고 했지? 이 꽉 물어라. 혀 잘린다."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위험한 놈.

종혁은 화풀이 겸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시 얼굴을 후려쳤다.

쩍! 쩍!

"그, 그만……."

"그래, 이제 마무리하자."

종혁은 그 팔을 잡으며 꺾을 준비를 했다.

배에 칼을 맞아 위의 3분의 2를 도려 낸 후 그는 칼 든 놈을 결코 용서한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뻐엉!

"오케이, 거기까지! 종혁아! 반장 삼촌 왔다…… 응?"

문을 박차며 난입했던 김종두 반장과 형사들은 안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헤 벌렸다.

*  *  *

"빨리 걸어, 새끼들아."

수갑이 차여 걸어가는 덩어리들과 기절해 업혀 가는 김창득.

김종두 반장은 수호, 소영에게 둘러싸여 손에 묻은 피를 닦는 종혁과 그들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어했다.

"아니…… 허, 참……."

"빨리 오셨네요?"

시간상 전화를 받자마자 달린 것이다.

"이 자식아! 누가 이렇게 위험한 일……."

결과상 위험하지 않았다. 먼저 전화까지 한 걸 보면 자신이 있었던 거다.

‘허, 이놈 진짜.’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확신이 들었다.

‘이 자식은 무조건 형사가 돼야 해!’

그래도 혼내야 할 것은 혼내야 했다.

"어쩌려고 저렇게 팼어!"

수호와 소영의 두 눈에도 불똥이 튀었다. 피 때문에 심장이 떨려 말은 못 하지만 온몸으로 적극적으로 동감했다.

"어…… 용감한 시민상 받으려고요?"

"응?"

세 명의 눈빛에 허탈함이 들었다.

"조직 폭력배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고등학생과 그런 고등학생까지 구하며 조폭을 일망타진한 형사들. 타이틀 좋잖아요."

움찔!

‘이것까지 다 계획해서 달려든 거라고?’

말도 안 나온다.

종혁은 어이없어하는 그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용감한 시민상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그냥 김종두 반장만 부르고 말았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박태규를 구하면서 그의 마음에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은 똑같으니 말이다.

‘이걸로 가산점 플러스구먼.’

경찰대든 법대든 용감한 시민상은 꽤 큰 가산점이다.

정의감.

두 조직에서 요구하는 게 바로 정의감이니 말이다.

"이게 미쳤어! 야, 너!"

소영이 손바닥을 들자 종혁은 그 팔을 잡았다.

"어허이, 진정해."

"야, 놔! 안 놔?!"

"종혁 씨."

박태규가 어두운 낯빛으로 다가왔다.

소영을 잡아서 달랜 종혁은 눈을 빛냈다.

"반장님, 이분과 잠시 이야기 나눠도 될까요?"

"……그래. 시간은 많이 못 준다."

"감사합니다."

종혁은 그의 손목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박태규는 씁쓸하게 웃었다.

"처음 최종혁 씨에게 얻어맞고 쓰러진 놈이 종식이라고 저 국민학교 때부터 친구입니다."

"아……."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눈치챈 종혁은 태권도장 입구에 서서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있는 권아영을 보았다.

‘저분과도 이야기 나눠 봐야겠네.’

이 일과 얼마나 얽혀 있는지.

만약 발을 깊게 담갔다면, 소영이 이모라도 별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박태규의 말을 듣는 게 먼저였기에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  *  *

돈 때문에 뒤통수를 친 친구.

방법만 다를 뿐이지,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였다.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박태규의 말에, 그의 친구 종식은 모시는 형님의 오른팔이 되고자 친구를 형님에게 팔아넘겼다.

돈 냄새를 진하게 맡은 악질 사채업자 겸 조폭 돈가스는 박태규를 감금시켰고, 빚이 남은 10명도 데려와 일을 시킨 것이다.

‘나 때문인가?’

본래 박태규는 뜻이 맞는 동료 열 명과 증권사를 박차고 나와 투자 회사를 차리고, 인맥을 모두 동원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그 투자금이 얼만지는 모르지만, 이 외환 위기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이게 회귀 전 그의 역사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답답해 죽으려는 와중에 나타난 국가부도론 찬성론자.

그것도 예언서에 가까운 포트폴리오를 들고 왔다.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마음도 급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말하지 말았어야 할 놈에게 말해 버렸다.

종혁은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형사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박태규와 입술을 씹는 권아영을 보았다.

선의의 피해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인 그녀.

그녀의 죄라면 막대한 돈이라는 암막에 눈이 가려져 박태규와 감금당한 10명을 외면한 것뿐이다.

"내가! 내 채무자도 마음대로 못하나! 돈 빌려 못 갚은 놈이 잘못이지, 돈 빌려준 놈이 잘못이냐고!"

"시끄러워, 이 새끼야!"

"거 대가리는 때리지 맙시다!"

‘어후, 저 밉상 새끼.’ 얻어맞는 돈가스를 본 종혁은 잠시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구름이 가득 낀 밤하늘이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하, 돈 벌기 빡세네."

돈 조금 벌려다가 생쇼를 다 했다.

헛웃음만 나왔다.

스윽.

옷자락을 잡아끄는 손길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조, 종혁아. 우, 우리 이모 교도소 가?"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소영.

아무래도 난생처음 경찰서에 와서 충격이 큰 듯했다.

수호도 곧 눈물을 흘릴 듯 눈시울이 붉었다.

"에고, 예쁜 얼굴 다 망가지네. 걱정 마. 이모님 교도소 안 가."

"지, 진짜?"

"이모님 진술하는 걸 보니 단순 가담도 안 돼. 이모님도 사기당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훈방 조치. 잘못되어도 집행 유예로 끝날 거야."

아마 오늘은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져야 할 테지만 말이다.

이 시기, 애매하면 일단 유치장 감금이다.

"훈방 조치? 집행 유예?"

"이대로 집에 가거나, 한 번 법원에 다녀오거나 그 차이야. 교도소는 절대 안 가니까 걱정 마."

"저, 정말?"

부우웅!

검은색 중형차 한 대가 건물 앞에 선다.

"어? 작은할아버지다. 작은할아버지!"

"소영 아가씨!"

‘작은할아버진데 아가씨?’ 종혁은 달려오는 노인을 훑었다. 옷깃에 달린 금배지가 눈에 익었다.

‘변호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영 아가씨가 경찰서라니요!"

"그게……."

종혁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소영 대신 나섰다.

"이모님은 현재 강력 3반에 계십니다."

"학생은?"

"소영이 친구 최종혁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아, 그래요……."

"구로동 돈가스라는 사채업자 겸 조폭 김창득의 계략에 속아 범죄에 가담하시게 됐는데, 그 부분을 강조하시면 원만하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학생답지 않은 단어 선택에 노인은 당황했다.

"허허, 고마워요. 소영 아가씨, 전 바빠서 이만."

"네! 얼른 이모 좀 데려와 주세요!"

"그럼요. 그러기 위해 온걸요."

노인은 다시 올라갔고, 소영과 수호는 종혁을 멍하니 보았다.

"와, 종혁이 너 말 엄청 멋지게 한다. 너 방금 엄청 어른 같았어!"

소영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종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애들아, 하드 먹을래?"

*  *  *

"킁킁."

여기저기서 피워 대는 담배 때문에 옷에서도 냄새가 난다.

‘하아, 진짜 꼬락서니 하고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했을 뿐인데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아영 아가씨!"

권아영은 노인을 보곤 하얗게 질렸다.

"사, 삼촌?!"

‘왜?’ 그녀는 분명 아는 로펌 변호사를 불렀다. 그런데 아버지의 전속 변호사가 나타난 것이다.

이 말은 이 일을 아버지가 알게 됐다는 뜻이었다.

‘죽었다!’

그녀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 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아, 진짜!"

"허헛, 지금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노인은 김종두 반장에게 다가갔다.

"권아영 씨 대변인 이영창이올시다."

"예, 안녕하십니까. 강력 3반 반장 김종두……."

내민 명함에 적힌 이력을 본 김종두는 벌떡 일어났다.

서울지방검찰청. 소위 중앙, 중검, 서울지검이라 불리는 곳의 검사장이란 이력이 김종두의 피를 앗아 갔다.

"추, 충성!"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검사. 서울지검의 검사는 더욱 특별하다.

그런 서울지검의 정점을 지낸 인물이다.

김종두의 위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말을 들어 보니 김창득이란 범죄자 새끼의 계략에 저희 아가씨가 당한 것 같던데."

"예, 예. 저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말이 편하겠구려."

김종두는 속으로 혀를 찼다.

평소라면 완전히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절대 안 보냈을 테지만 도리가 없다.

"알겠습니다. 데려가시죠."

"고맙소이다. 나중에 밥 한 끼 합시다."

노인은 권아영에게 다가갔다.

"일어나시죠, 아가씨."

"……여기 박 팀장도 함께 데려가고 싶어요."

박태규가 놀란 눈으로 권아영을 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절대 이렇게 끝낼 수 없어!’

이렇게 끝낸다면 머리채 잡혀 끌려가 결혼이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흐음."

권아영과 박태규를 번갈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던 노인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김종두를 응시했다.

"박태규 씨, 오늘은 그냥 가시고 내일 진술합시다!"

권아영은 박태규의 팔을 잡아당겼다.

"가요, 박 팀장."

"예? 예, 예."

그렇게 경찰서 건물을 빠져나온 그들에게 소영이 달려들었다.

"이모-!"

방금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권아영은 순간 울컥했다. 경찰서에 왔다는 두려움이 이제야 몰려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복잡한 시선으로 보던 박태규는 종혁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종혁 씨."

"아닙니다. 다치지 않았으면 됐습니다. 똥 밟았다 칩시다."

"똥이 참 아프더군요."

"사람 무서운 걸 알게 됐으니 된 거 아니겠습니까."

"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 같습니다."

서로의 집에서 밥도 얻어먹고, 골목을 함께 뛰놀던 친구.

그런 친구에 뒤통수를 맞았다. 심장이 떨어져 나간 듯 아팠다.

종혁은 허탈하게 웃는 그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수업료 지불했으면 다시 일해야죠."

움찔!

박태규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쯧.’ 애써 옷을 어른처럼 입었는데 결국 들켜 버렸다.

그러나 종혁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고등학생이라고 뻔히 보이는 걸 못 보는 게 아니죠."

종혁은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박태규를 보았다.

"자, 잠깐! 잠깐!"

권아영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예,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권아영은 거짓말 말라는 듯 종혁을 보았고,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짓말."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제가 권 PB님을 속일 리 없잖습니까."

권아영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한숨을 뱉은 박태규는 주먹을 쥐며 종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를 택해 주셔서 감사…… 했습니다. 부디 큰돈 버시길 바라겠습니다."

종혁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미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말에 그는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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