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1화>
* * *
‘이, 이건 보물이야!’
보물 수준이 아니다.
문화재다. 예언서다.
허황된 말들이 많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 정도는 무너져야 그가 생각하는 국가 부도라 할 수 있다.
그는 다급히 다음페이지를 찾았다.
하지만 없었다.
다급히 종혁을 본 태규는 낯빛을 굳혔다.
‘역시 다 줄 리 없지!’
하지만 이 정도 만해도 살이 떨린다.
박태규 본인이 조지 소로스의 공격에 무너질 한국에 대해 밑그림만 그렸다면, 종혁은 세심한 붓질까지 마친 수준.
그렇기에 무섭다. 두렵다.
국가부도론을 떠들던 그조차도 눈앞이 안 보일 정도다.
‘이게 커핀지 뭔지.’
블랙커피, 카페라떼, 카푸치노.
메뉴가 달랑 세 개라 시켰던 카푸치노의 맛이 밍밍했다.
이런 종혁의 마음을 모르는 박태규는 역시 이런 걸 예측한 사람답게 세상 모든 근심이 담긴 종혁의 좁혀진 미간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최, 최종혁 님이 최종적으로 예상하시는 게 뭡니까?"
"IMF."
"……?!"
"이 한국은 IMF에게서 긴급수혈자금을 받고 경제 제재도 받게 될 겁니다."
쿠당탕!
사람들 시선이 모였다.
그러나 의자를 내팽개치며 일어난 박태규는 신경 쓸 수 없었다.
"차입예약협정이 아니란 말입니까?!"
마이너스 통장에 가까운 차입예약협정.
이걸로 끝난다면 그나마 어떻게든 회생할 수 있겠지만, 긴급수혈자금은 다르다.
긴급수혈자금을 받는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IMF의 지시에 따라 경제 운영을 해야만 한다.
사실상 경제 주권을 빼앗기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국 기업들의 부실이 너무 큽니다. 외화 보유량도 극히 적고요."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국민총소득 1만 달러 이상, OECD가입을 위해 원화고평가를 해야 되다 보니 외화를 마구잡이로 팔아 치웠다. 또 아직도 팔아 치우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준의 맷집조차 상실하고 있었다.
"흔희 대마불사라고 하죠. 하지만 이 한국에는 그 대마가 너무 많습니다."
박태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경 유착……."
옛날 군부독재시절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부와 기업의 관계.
문민정권이 들어섰다지만, 아직도 기업과 정부는 한 몸이다.
"그리고 더 없을 활황에 자만심도 커졌죠. 힘들어도 이 위기만 넘기면 될 거다. 그 근본 없는 희망에 눈앞이 가려진 한국은 지옥에 굴러 떨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될 겁니다. 어떻게든 끌어안으려 했던 그 대마들이 사석이었다는 걸."
혹여 굴러 떨어지기 직전에 깨닫는다 하더라도 외환보유고가 극히 적다. 한국은 미리 예약한 저승행 티켓을 스스로 끊다 못해 열차에 오를 것이다.
철렁!
박태규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런…… 아무리 그래도……."
종혁은 믿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있을 한국의 미래는 그가 예상하는 국가 부도보다 훨씬 처참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상상을 벗어난 몰락.
종혁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는 서류를 빼앗아 몸을 일으켰다.
"함께할 생각이 있으시면 이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참고로 투자금은 1억 정도입니다. 제가 그 이상 돈을 쓰기 힘들다 보니."
"아, 잠깐만요!"
종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빠져나갔고, 함께 빠져나가는 작은 학생을 보지 못한 박태규는 멍하니 문을 보았다.
"……긴급수혈자금이라고?"
차입예약협정이 대출이라면, 긴급수혈자금은 대한민국의 안주인이 바뀐다는 소리다.
그것도 인정사정없는 계모로.
정말 최악으로 치달아 봐야 차입예약협정 정도만 생각했던 그의 등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커피 비싸."
"맛있지도 않아. 자판기 커피가 더 맛있을 것 같아."
한편 밖으로 나온 종혁은 무슨 일이었냐며 초롱초롱 쳐다보는 박수호와 김소영의 눈빛을 외면했다.
말이 심했다고 슬그머니 사과해 왔던 소영.
늦었다고 종혁이는 나랑 오락실 갈 거라는 수호의 말에 그녀는 자기도 함께 가겠다 떼를 썼다.
그렇게 함께 왔지만, 고작 17살인 둘에겐 설명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자, 이르지만 간단하게 밥 먹고 오락실……."
부우웅!
종혁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각그렌저에 입을 다물었다.
뒷좌석에 거만하게 앉아 있던 파마머리.
종혁의 고개가 차를 쫓아 돌아갔다.
"왜 그래?"
"……아니야. 가자."
‘아니겠지. 그 자식이 여의도에 왜 있어. 아킬레스 끊어지게.’ 종혁은 잘못 봤다 생각하고는 수호의 등을 쳤다.
"여의도에 왔으니까 부대찌개나 먹자."
"부대찌개? 그게 뭔데?"
"먹어 보면 알아."
‘하, 부대찌개엔 소주인데.’ 종혁은 아쉬워하며 옛날의 그 맛집으로 향했다.
*****
‘왜 연락이 안 올까.’
절반의 자료만 보여 줬다.
분명 입질이 와야 하는데,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함흥차사다.
더욱이 오늘은 증권거래를 못하는 토요일.
먹튀란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회귀 전 박태규를 떠올린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금융 사기에 휘말렸다는 걸 깨달았어도 그럴 리 없다며 패거리를 변호하던 양반이었지.’
인생에 굴곡 없이 좋은 사람만 만난 착한 사람.
딱 그랬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을 하자니 주도권을 넘기는 것 같아서 싫었다.
"후우. 골치 아프구만."
누가 박태규의 근황이라도 알려 줬으면 싶었다.
드르륵! 우당탕!
"앉아! 창문 열고!"
상념을 접은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이쪽을 보는 담임의 눈빛이 불쾌함으로 가득하다.
‘또 왜?’
"쯧."
시선을 뗀 담임이 반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드디어 너희들이 기다리던 성적표가 나왔다."
"악!"
"으으……."
종혁은 자세를 바로 했다.
‘오늘 저녁엔 엄마 웃는 거 볼 수 있겠네.’
생각 만해도 뿌듯했다.
"평균 100점 이하는 1점 당 한 대씩 맞을 테니까 호명하는 순서대로 나와. 강만식."
"넥?!"
고개를 푹 숙인 1번은 성적표를 받아 들곤 칠판을 잡고 섰다.
"78점이니까 22대다. 꽉 잡아라. 허리 부러진다."
"네, 네."
1번의 다리와 턱이 덜덜 떨렸다.
부웅!
당구 큐대가 크게 휘둘러졌다.
터억!
작은 소리.
어두운 낯빛으로 눈을 질끈 감았던 학생들은 의아해하다 이내 환하게 웃었다.
매질이 약하다.
‘담임 좋은 사람이었어?’
이 시대, 학생을 약하게 때리는 선생이 좋은 선생이었다.
학생들이 행복해 하는 것과 다르게 종혁은 의아해했다.
‘저 양반이 저럴 리 없는데?’
그의 기억상 담임의 별명은 피로 물든 큐대였다.
그러다 종혁의 차례가 되었다.
"90점…… 후. 엎드려."
"예."
담임은 칠판을 잡는 종혁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주는 거 없이 미운 새끼. 애비 없는 새끼가 사사건건!’
그는 종혁의 두툼한 엉덩이를 향해 풀 스윙을 했다.
뻐어억!
"……?!"
종혁도 놀라고, 학생들도 놀랐다.
그러나 선생은 이를 악물며 더 강하게 매를 휘둘렀다.
뻑! 뻑! 뻑!
한 대 한 대 혼신을 다해 때린 매질.
"후욱! 후욱! 들어가-!"
"……예."
몸을 돌린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알겠네.’
피로 물든 큐대가 종혁 본인만을 타깃으로 삼았다.
아릿한 엉덩이와 허벅지만큼 기분이 더러웠다.
"진짜 담임 이상해! 왜 너만 그렇게 세게 때려?"
쉬는 시간.
소영이 발을 동동 굴렀다.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찍힌 거다. 담임에게 종혁 본인은 그냥 미운 사람.
이러면 답도 없었다.
"종혁아, 그……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지만 우,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음?"
"엄마가 같이 공부해 줘서 고맙다고, 맛있는 거 해 주신대……."
평균 96점. 중간고사 답안지를 맞춰 봤을 때 나온 이 점수에 그녀의 부모는 크게 기뻐하며 함께 공부한 종혁을 초청했다.
하지만 그걸 말하기가 왠지 쑥스러웠던 소영은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 가며 미뤘다.
그러나 성적표가 나온 지금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답지 않게 꼼지락 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귀엽구만, 귀여워.’
그렇다 보니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오락실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난생처음 왔다던 오락실에서 날라 다닌 소영.
소영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게 아니라!"
"그래, 그러지 뭐."
"진짜?!"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기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영의 얼굴은 밝아졌다.
그런 둘을 본 수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익! 나도 엄마, 아빠가 불렀는데!"
"응?"
시선이 모이자 수호는 철렁하는 가슴에 고개를 숙였다.
"나, 나도 엄마랑 아빠가 나 구해 줘서 고맙다고…… 같이 공부해 줘서 고맙다고 초대했는데……."
혹시라도 종혁이 거부할까 봐 더 친해진 후에 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소영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 순간 수호는 소영에게 종혁을 뺏기는 것만 같았다.
"뭐야! 밤톨, 내가 먼저 말했거든!"
"아니야! 내가 먼저야! 절대 먼저야-!"
눈시울이 붉어지는 수호의 모습에 종혁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 솥뚜껑처럼 두툼하고 큰 손바닥이 둘의 시야를 가렸다.
종혁은 수호를 봤다.
‘말하기가 힘들었구나.’
오랜 괴롭힘에 많이 낮아진 자존감.
종혁은 이제야 말을 꺼낸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사이좋게 같이 가면 되는 걸 가지고 뭘 또 싸워. 일단 소영이 집부터 가고, 그다음엔 수호 네 집에 가자."
둘의 표정이 엇갈렸다.
종혁은 낙담하는 수호의 머리를 토닥였다.
"남자잖아, 인마. 이 정도는 양보해라."
‘대신 소영이 집 냉장고 싹 다 털어 버리자.’ 종혁의 귓속말에 수호는 깜짝 놀랐다. 그리곤 이내 얼굴이 확 밝아졌다.
"뭐 좋아. 내가 남자니까 양보할게."
"밤톨 주제에 뭐래."
"이게 진짜!"
다시 밝아진 둘의 모습에 종혁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애 보기 힘들구만.’
* * *
"종혁아-!"
"음?"
점심을 먹고 유도부실에 도착한 종혁은 우다다 달려오는 신성일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덥썩!
신성일은 입꼬리를 찢으며 종혁을 안아 들었다.
"어이구 예쁜 새끼! 내 보물 새끼!"
‘뭐야? 뭔데?’ 그런데 이뿐만 아니다. 1학년 부원들도 초롱초롱한 눈을 한 채 모였다.
"고마워, 똑땡. 덕분에 나 뒤에서 10등 했어! 나 이런 점수 처음이야!"
"난 평균 32점 맞은 거 있지? 내 인생 최고의 점수야! 엄마한테 전화하니까 거짓말하지 말라고 막!"
"난 엄마가 나이키 운동화 사준대!"
"엄마가 맛있는 거 해 준대! 고맙다고 너 꼭 데려오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종혁은 웃었다.
"뭘, 너희들이 잘 외운 거지. 그 점수 맞느라 수고했다."
종혁은 1학년 부원들을 토닥였고, 그들은 한 번 더 해맑게 웃었다.
그러던 종혁은 흐뭇해하고 있는 감독을 보았다. 이들이야 성적이 올라가서 좋다지만, 감독이 좋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었다.
"흐흐. 네 덕분에 다른 선생들 콧대 확 눌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예?"
"흐흐. 아무튼 이걸로 더 이상 우리 유도부 두고는 내기 못할 거다!"
‘……!’ 순간 종혁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졌구만, 그 양반. 에라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으니!’
이제 담임도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말이다.
혀를 찬 종혁은 눈치를 살폈다.
"저 감독님."
"응? 왜?"
"죄송하지만 오늘 일찍 퇴근, 아니 하교해도 되겠습니까? 같이 공부한 친구 부모님이 초대해서 말입니다."
종혁은 조심스러웠다. 운동부에게 오직 일요일만이 휴일이기 때문이다.
"……좋아! 기분이다! 1학년들 성적도 잘 맞았으니까 오늘은 쉬자!"
종혁 뿐만 아니라 운동을 준비하던 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신성일 감독은 2학년, 3학년을 둘러봤다.
"너희도 내가 이런 말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 알았어?"
‘아니, 잠깐?!’ 종혁은 다급히 선배들을 보았다.
그리고 아찔해졌다. 이른 하교에 환호성을 지르려고 했던 그들의 얼굴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 * *
앞으로의 유도부 생활에 걱정이 한가득 짊어지던 사이 소영의 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우리 집! 아, 종혁이 넌 알지?"
소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종혁은 풀썩 웃었다.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회귀의 시작점이자 소영과의 첫 만남이 이뤄진 장소.
3미터 높은 담벼락이 참 친숙하게 다가왔다.
"응? 뭐야, 소영이 집 와 봤어? 나 몰래?"
배신이었다.
수호의 얼굴을 본 종혁은 얼른 그때의 일을 설명했다.
"……칫. 그게 우리 집이었어야 했는데."
"히힛!"
"이익!"
이마를 잡은 종혁은 소영을 봤다.
승리자 콧대를 세운 그녀는 벨을 눌렀다.
삐용! 삐삐삐삐삐!
이름 모를 새소리.
-누구세요?
"학교 다녀왔습니다!"
현관까지 나왔던 소영의 어머니는 종혁의 덩치를 보곤 깜짝 놀랐다. 그러다 곧 눈을 빛냈다.
‘이 아이가 우리 집 담벼락을 넘은 그 아이?’
소영이 재잘된 종혁이란 아이.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어서 오렴. 너희가 소영이랑 같이 공부해 준 친구들이라고?"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최종혁입니다!"
"바, 박수호입니다."
"그래. 어서 오렴. 난 소영이 엄마야."
"소영이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어머니를 꼭 빼닮았네요."
"어머?"
그녀는 아하핫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건 첫 방문에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가져온 겁니다."
소영의 어머니는 종혁이 내민 델몬트에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사 올 생각을 했는지 큰 유리병에 담긴 델몬트 오렌지 주스. 아이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들어와. 지금 음식 하는 중이니까 소영이 넌 그동안 친구들 집 구경시켜 줘."
"응! 들어와, 애들아!"
"실례하겠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온 종혁은 거실을 둘러봤다.
미래엔 찾아보기 힘든 제법 큰 사이즈의 브라운관 TV와 벽지 대신 붙어 있는 나무벽.
샹들리에처럼 생긴 천장 전등과 갈색 소파.
옛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이게 부의 상징이었지.’
중산층 이상의 인테리어.
종혁은 옛 추억에 아련히 젖어 들며 소영의 뒤를 쫓았다.
"여기가 안방이고, 여기는 아빠 서재."
‘아버님이 교수신가?’ 서재에 꽂혀 있는 고전 문학이나 작문법 책들.
이 시기 소설가는 이 정도로 잘살지 못하니 아무래도 대학 교수가 아닌가 싶었다.
‘집에 욕조도 있네.’
그렇게 1층을 탐방한 그들은 2층으로 향했다.
"여기는 이모 방."
"이모?"
"응. 같이 살거든."
그건 좀 신기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신기했다.
‘경영학 서적? 주식?’
무척 신기해 방 안으로 들어갔던 종혁은 책상 위를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게 여기 왜 있어?’
널브러져 있는 A4 용지들.
프린트 된 글귀에 자필로 주석을 달아 놓았다.
그중 커다랗게 적힌 글귀 하나가 문제였다.
<법정관리가 유력한 기업 목록>
홀린 듯 살핀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기업 목록이 부족하다?’
형사의 촉이 서며, 개코가 꿈틀거렸다.
구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소영아, 이모가 뭐 하는 분인지 알아?"
종혁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소영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