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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화 (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화>

*  *  *

<……또한, 피해자의 신원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를 바란다. 기자 박영일>

"캬, 이 양반 이때도 명필이었네."

어젯밤의 석간, 그리고 오늘의 조간.

메이저 신문사 전체가 1면 기사로 두 차례나 때렸다. 그것도 종혁 본인이 편지에 쓴 2차 피해를 막자는 글귀까지 넣어서.

경찰들의 미숙한 대처로 언제나 2차 피해가 발생하는 학교 폭력 사건.

이로써 안전장치도 마련이 되었다.

"역시 믿을 만한 양반들이라니까."

녹음 파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빠르다.

모두 김소영과 박수호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김소영의 워크맨과 박수호의 거듭된 진술 덕분.

두꺼운 책가방을 고쳐 멘 종혁은 지하철 신문 가판대에 모인 사람들을 보았다.

"쯧쯧. 말세다, 말세. 애새끼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 쳐 죽일 새끼들! 3년에 2억이 뉘 집 개 이름이냐!"

"후우, 우리 아들도 돈을 뺏겼으려나."

"애들 일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었네."

신문 가판대뿐만이 아니다. 옆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서도 난리가 나고 있었다.

"여보! 정욱이한테 돈 뺏긴 적 있냐고 물어봐. 아, 그냥 물어봐!"

씩 웃은 종혁은 신문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학교로 향했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그의 기분을 더욱 좋게 했다.

"호오?"

아침 7시.

쪽문만 겨우 열어 놓는 시간임에도 활짝 열린 교문 뒤에 선생들이 서 있다. 교문 앞에도 웬 사람들이 서 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는 사람들.

그중엔 종혁이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

대번에 상황을 파악한 종혁은 의뭉스레 웃었다.

‘어이쿠, 빠르기도 하셔라.’

"어? 저 학생,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다. 신문사로 날아온 편지에 있는 피해 내용 중 하나와 굉장히 흡사하다.

눈을 번쩍 뜬 기자들이 물고 있던 담배를 던지며 몸을 날렸고, 그제야 종혁을 발견한 선생들도 질겁하며 달려왔다.

"이봐요, 학생!"

"막아-!"

먼저 도착한 선생들은 종혁을 감싸며 등을 떠밀었다.

"얼른 들어가! 얼른!"

"학생! 한마디만 해 주세요! 일진들의 행태가 어떻습니까!"

"학생이 일진들한테 맞은 학생 맞죠? 머리를 꿰맨!"

"들어가-!"

어떻게든 한마디라도 들으려는 기자들과 어떻게든 말을 못 하게 만들려는 선생들.

종혁은 떠밀리듯 교문 안으로 들어갔고, 선생들은 교문을 넘으려는 기자들을 막았다.

"너 손에 든 거 뭐야?! 가져와!"

종혁은 학생주임에게 순순히 신문을 내밀었다.

학생주임의 얼굴이 하얘졌다.

"학생이 이런 걸 왜 봐?!"

"학생일수록 사회와 경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알아야죠. 그래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말하셨잖아요."

"그건……!"

맞다.

놀지 말고 교과서를 봐라.

문제집을 풀어라.

신문을 통해 교양을 쌓아라.

그렇게 가르치는 게 그들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기자들이 왜?"

말이 궁해진 학생주임은 신문을 뺏듯 가져갔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들어가!"

‘역시 꼬리에 불붙었네.’ 그러니 이 이른 시간부터 나와 있는 것이었다.

속으로 웃은 종혁은 손을 내밀었다.

"뭐야, 그 손은?"

"신문값은 주셔야죠. 불온한 서적이나 담배, 술도 아닌데 부당하게 압수하시게요?"

"이놈의 자식이……."

종혁은 눈을 깜빡였고, 종혁의 머리를 본 학생주임은 이를 악물며 주머니를 뒤졌다.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일로 용돈을 거의 다 써 버려서 백 원 한 개가 아쉬웠다.

‘뭐 이것도 잠시지만.’

곧 돈이 생긴다. 제법 많은 돈이.

"……야, 너냐?"

"예? 뭐가요?"

‘어허이, 이렇게 훅 들어오시나?’ 종혁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학생주임은 혀를 찼다.

"됐고, 들어가. 기자들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이상한 말이요?"

"뭐든!"

"아, 네. 수고하세요."

싱글 웃은 종혁은 유도부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게."

청소할 시간이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꽤 어수선했다.

"안녕하십니까!"

"어, 뚱땡이 왔어?"

"네! 그런데 분위기 왜 이래요? 밖에 기자들 때문에 그래요?"

유도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들이고 기자들이고…… 진짜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일진들 때문에 그래요. 돈 뺏기고 맞았다고 제보했거든요."

"뭐?"

유도부 주장이 빠르게 다가왔다.

"진짜야? 진짜 누가 기자들한테 일진들이 삥 뜯었다고 말한 거야?"

"네, 어제 석간신문부터 때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데……."

쿵!

책가방을 내려놓은 종혁이 지퍼를 열었다.

유도부원들은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문?’

"선배님들도 이거 한 부씩 읽어 보시죠? 1면 기사만 빼놓은 건데, 읽어 보시고 일진들한테 당한 애들에게도 보여 주세요."

총 42부.

이 신문을 사느라고 또 돈이 나갔다.

‘신문 한 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면 책가방 검사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 흐흐.’

흠칫!

주장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설마…… 막내 네가?"

종혁은 미소로 답했고, 주장과 유도부원들은 울컥했다.

"야, 왜 그랬어! 그냥 쥐어패 버리면 되는데!"

"그래, 우리한테 맡기라고 했잖아! 왜 학교 일을 바깥에 말해!"

"때리면 쌍방!"

유도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양아치들이 맞으면 신고 안 할 것 같아요? 대학이랑 선수촌 안 갈 거예요?"

"아……."

모든 운동선수의 꿈인 선수촌.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갈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안다.

아직은 십대인 이들에게 종혁이 쓴 방법은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종혁은 푸근히 웃으며 달랬다.

"선배님들, 왜 직접 주먹을 씁니까? 그러다 잘못 메쳐서 뼈 부러지면 치료비 주고, 걔들 부모한테 무릎 꿇고 사과도 해야 하는데요?"

"으음……."

"그뿐입니까? 감독님한테 빠따 맞고 선생들한테까지 맞아야 하는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들의 화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굳이 저희가 상대할 필요가 없어요. 상대라는 것도 급이 맞아야 하는 건데, 걔들이랑 저희가 급이 맞아요?"

"큼, 그건 그렇지."

"거기다 경찰이 왜 있습니까? 왜 부모님이 힘들게 벌어 낸 세금으로 경찰 월급을 주는데요? 이런 일에 나서라고 주는 거잖아요."

"……그러네."

"와, 경찰 아저씨들 월급을 우리 부모님이 주는 거였어?"

"나도 몰랐어. 난 국가가 주는지 알았지."

"그런 거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네."

다른 유도부원들처럼 몰랐던 주장은 미간을 좁혔다.

"그래, 다 알겠는데 왜 애들에게 이걸 보여 주라는 거야?"

"용기 내라고요. 어차피 이제 그 새끼들 엿 됐으니까 용기 내서 진술하고, 자기들 손으로도 엿 먹여 버리라고. 이런 건 원래 피해 규모가 크면 클수록 제대로 보낼 수 있거든요."

"와, 이 사악한 새끼."

"흐흐, 이 기회에 아예 뿌리 뽑아 버리자고요. 일진 없는 동일고,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동일고, 깨끗한 동일고. 얼마나 좋아요? 그거 저희가 만드는 겁니다."

"오오, 그거 좋다!"

뭔가 갑자기 영웅이 된 듯한 기분에 유도부원들은 앞다투어 신문을 가져갔고, 꾸벅 인사한 종혁은 교실로 향했다.

교실엔 이미 박수호와 김소영이 와 있었다.

어제 종혁이 말한 대로 돼서 그런지 둘의 얼굴은 꽤 상기되어 있었다.

종혁은 둘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이예!"

"그렇지! 일진들 다 죽었어!"

기뻐하던 김소영은 약간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종혁아, 정말 경찰에 신고 안 해도 되는 거야?"

"어, 안 해도 돼. 어차피 오늘 중으로 알아서 올 테니까."

"정말? 왜?"

종혁은 대답 대신 그냥 믿으라는 듯 웃었다.

‘석간, 조간으로 이틀을 때렸는데 안 온다고?’

이쪽 관할 경찰서 서장의 목부터 날아간다.

모두 계획한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종혁은 그렇게 온 형사들에게 진술만 하면 된다.

기사로 인해 피해자 신원과 진술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킬 테니 정말 퍼펙트했다.

‘몇 시에나 오려나? 쪽지 시험 끝나고 오면 좋을 텐데.’

그래야 공부한 게 안 아까울 테니 말이다.

종혁은 흥얼거리며 김소영표 예상 문제 노트를 폈다.

"공부하자. 쪽지 시험 봐야지."

"응!"

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  *  *

"기자들 왔다고 일진이니 뭐니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공부나 해. 너희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알았어?"

"네."

조례뿐만 아니라 1교시도 시간이 반 이상 흐른 후에야 들어온 담임의 말에 학생들은 맥이 풀려 버렸고, 종혁은 입술을 비죽거렸다.

‘저것도 선생이라고, 에휴.’

"그럼 시험 시작한다. 앞줄 이것들 뒤로 넘겨."

"네?"

프린트물을 받아 든 앞줄 학생은 화들짝 놀랐다.

기존의 쪽지 시험은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과목당 다섯 문제씩 칠판에 적어서 시험을 봤다.

그렇기 때문에 7교시가 다 끝나야 시험이 종료됐었는데, 이번엔 4과목 20문제가 적혀 있었다.

마치 진짜 시험처럼 말이다.

"선생님?"

"오늘 집에 일찍 가고 싶으면 얼른 넘겨."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학생들을 일찍 집에 보내서 진술을 못 하게 만드시겠다?’

시간을 확인한 종혁은 비실 웃었다.

9시 30분.

‘서장 출근했겠네.’

그리고 형사들의 무거운 엉덩이를 걷어차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길어야 2시간이다.

"책, 공책 다 집어넣고. 책상 중간에 가방 올리고!"

쿠당탕. 드르륵.

"커닝하면 알지? 시험 시작!"

샤프를 든 종혁은 시험지를 봤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야.’

어제 공부한 것 중에 반 이상이 나왔다. 나머지 문제도 보자마자 얼추 답이 나왔다.

종혁의 입가가 주욱 벌어졌다.

시험지는 교실에서 바로 채점됐다.

다른 과목 선생들이 답을 적어 줬기에 담임은 빠르게 채점을 했다.

그러다 한 시험지를 본 그는 얼굴을 팍 구겼다.

"최종혁! 나와!"

종혁은 부를 줄 알았다는 듯 공책 한 권을 들고 그에게로 향했다.

담임은 큐대 끝으로 종혁의 가슴을 찔렀다.

"야, 이 자식아. 모르면 차라리 한 번호로 찍으라고 했지? 이딴 식으로 커닝하지 말고!"

반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커닝 안 했는데요."

"이 자식이 그래도!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할래!"

종혁은 챙겨 온 공책을 내밀었다.

"어제 소영이가 알려 준 예상 문제입니다."

그것을 뺏듯 가져온 담임은 이내 곧 이를 악물었다. 뒤이어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종혁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왜, 생각이랑 달라?’

전교에서 20등인 김소영의 예상 문제다.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반박할 거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쐐기를 박았다.

"어제 정말 죽어라 외웠습니다, 선생님."

"……큼, 알았어. 가져가."

종혁은 눈앞의 공책을 일견하며 담임을 보았다.

그 두 눈은 굉장히 차가웠다.

"앞으로 이런 오해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운동부라고 해서 무조건 공부 못하는 거 아닙니다."

"……."

종혁은 죽일 듯이 노려보는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딜 형사한테.’ 사기꾼, 마약범 등 온갖 범죄자와 상대하는 게 형사다. 이 정도 압박이야 산들바람보다 약했다.

자신의 학생도 안 믿는 담임.

그런 수준 떨어지는 사람을 상대로 굳이 열을 내며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

‘계속 그렇게 사세요. 난 당신과 다르게 열심히 살 테니까.’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자리로 향했고, 반 아이들은 그런 종혁을 보며 놀라 웅성거렸다.

‘다, 담임이 무섭지도 않나?’

‘왜? 맞는 말 했는데. 종혁이 어제 엄청 공부했잖아.’

담임은 어수선해진 반 분위기에 종혁을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며 다시 채점했다.

종혁이 한 말 중 틀린 말은 없었고, 밖에 기자들이 와 있어서 다그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순간이었다.

-교무실에서 알립니다. 1학년 3반 최종혁 학생, 최종혁 학생. 지금 당장 학생주임실로 와 주세요.

화들짝 놀란 담임은 종혁을 보았고, 종혁은 느긋이 몸을 일으켰다.

‘어이쿠, 무거운 엉덩이들이 오셨나 보네. 그렇다면 가 봐야지!’

이제 이 떠들썩해진 사건을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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