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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화 (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화>

    *  *  *

    달그락달그락.

    번쩍 눈을 뜬 종혁을 옆을 보았다.

    어젯밤 품에 안겨 잔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갠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좁은 반지하의 좁은 부엌에 선 어머니가 햄이나 지단 등을 반찬 통에 챙기고 있었다.

    집에서 김밥을 다 말아 가면 편할 텐데도 어머니는 음식은 따뜻해야 된다며 꼭 노점상에서 말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엄마."

    화들짝 놀란 고정숙이 시계를 보았다.

    겨우 새벽 3시였다.

    "머리 아파?"

    "아뇨. 그냥 깼어요."

    종혁은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옷도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벌써 학교 가게?"

    "아니, 엄마 따라가게."

    "뭐?"

    "다 챙기셨죠?"

    그는 식탁 위에 쌓인 재료들을 번쩍 들었고, 고정숙은 이런 아들의 모습이 놀랍고도 대견스러워 웃음이 나왔다.

    두 모자는 새벽길을 나섰다.

    도르르륵!

    "안 힘들어? 여기 수레에 올려."

    "아들 덩치를 봐. 안 힘들어요."

    ‘어머닌 이 먼 길을 매일 걸으셨구나.’ 깜깜한 거리를 1시간 걸었다.

    어젠 지하철을 탔기에 몰랐던 어머니의 출근길.

    아들을 먹여 살리겠단 일념 하나로 159cm 작은 체구의 어머니는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걸었을 것이다.

    1990년부터 1997년인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미래엔 골드 미스라 불릴 나이임에도 벌써 어깨가 굽은 어머니의 등을 보자 다시 울컥 눈물이 솟았다.

    ‘병신 새끼, 병신 새끼.’

    골목에 숨겨 둔 노점상 천막을 꺼내 지하철역에서 20미터 떨어진 곳에 세운 종혁은 뻣뻣한 비닐 천막을 조심스레 폈다.

    곧 지하철역 쪽으로 노점상 천막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어머, 정숙 씨. 누구야? 애인이야?"

    "아들이요!"

    "뭐? 이렇게 큰 아들이 있었어?"

    천막을 펴던 상인들이 모두 놀라 쳐다봤다.

    절로 위압감이 넘치는 덩치.

    종혁은 허리를 숙이며 우렁차게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최종혁입니다! 저희 어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새벽 밤거리에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외침에 상인들은 슬그머니 웃었다.

    "아, 운동한다던 그 아들이구나!"

    "들은 것보다 훨씬 더 듬직하네! 정숙 씨 좋겠어!"

    "갑자기 헛바람 들어서 이러는 거예요."

    "하루라도 어디야! 내 새끼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종혁은 어깨가 으쓱으쓱하는 어머니를 보며 푸근히 웃었다.

    그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천막에서 맞붙는 온기가 참 따뜻했다.

    "같이 싸요."

    "진짜 어제오늘 왜 이러지? 사고가 아니면 용돈인가?"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예요."

    "흠, 믿어도 되는 거야?"

    "진짜예요."

    "그래, 그래. 엄마가 한번 믿어 볼게."

    종혁은 자신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들기는 어머니의 손에 행복했다.

    "그런데 김밥 쌀 줄 알아?"

    "……어묵 끓일게요."

    "거기 물 넣고 끓이다가 육수망에 넣으면 돼."

    방금 전 근처 건물에서 길어 온 물을 조리 기구에 넣을 때였다.

    왼쪽으로 천막 하나가 섰다.

    "정숙아!"

    고개를 든 종혁은 굳었다.

    분 냄새 풀풀 나는 싸구려 화장에 처진 눈.

    종혁은 잊을 수 없는 그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안 그래도 고달픈 어머니의 삶을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건이 있다.

    6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계.

    그 곗돈을 계주가 들고 잠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범인이 바로 눈앞의 여인, 사기 전과 5범 송양자였다.

    "예숙 언니!"

    반갑게 송양자를 바라보며 소리치는 어머니의 모습.

    그러고 보니 당시 송양자는 예숙이라는 가명으로 어머니에게 접근했었다.

    "……누구야?"

    "내 아들!"

    "와, 듬직하게 생겼는데?!"

    "얼굴은 나 닮고 몸은 제 아빠 닮았어."

    전직 씨름선수 출신이자 경찰이셨던 아버지.

    범인을 쫓다 교통사고로 13살 어린 아내와 갓난아기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보인다. 그럼 오늘 하루도 수고해!"

    "응! 언니도!"

    종혁은 슬그머니 떠나는 송양자의 뒷모습을 가라앉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잡아다가 다리라도 분지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의 그는 지능범죄수사대의 팀장은커녕 경찰조차 아니었다. 일개 학생에 불과한 신분으로 나서 봤자 일만 그르칠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은 많아.’

    송양자는 두 무리로 계를 만들고 무려 5년에 걸쳐 작업을 했다.

    한 사람에 6천만 원, 총 피해액은 무려 30억.

    꼬박꼬박 곗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돈을 끌어모은 후 도망가 버렸다.

    신문에도 난 사건이었고, 어머니 고정숙은 평생 안 쓰고 안 입으며 모은 돈을 모두 날려 버렸다.

    언제나 당당했던 고정숙은 엄마가 무식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때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진짜 무식하다, 왜 이렇게 멍청하냐며 욕을 했다.

    ‘미친 새끼!’

    입술을 깨문 종혁은 꼬챙이에 꽂힌 어묵을 넣었다.

    그렇게 고정숙이 김밥 쉰 줄을 쌌을 때, 사람들이 한두 명 나타나더니 곧 거리를 가득 채웠다.

    우글우글 거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들, 그만 꽂아. 그거 다 못 팔아."

    "응? 아……."

    몇 백 개나 되는 어묵이 산처럼 쌓여 있다. 오늘 하루 부지런히 팔아도 다 못 팔 정도다.

    "넌 꼭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지?"

    "하하."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더 악착같아졌던 승부욕.

    적당히 하면 진급에서 밀리기에 뭐든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노력과 집중력, 승부욕은 그의 삶이었다.

    고정숙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아들, 이건 왜 챙긴 거야?"

    쿵!

    고정숙이 잔멸치 볶음이 담긴 큰 반찬 통을 꺼냈다.

    어젯밤 종혁이 졸라서 만들고, 새벽에 종혁이 챙기기에 가져오긴 했지만, 솔직히 의문이었다.

    "학교에 가져갈 건 아닐 테고……."

    종혁은 눈을 빛냈다.

    똑같은 오픈 시간, 똑같은 메뉴이기에 언제나 비슷한 매출.

    이걸 바꾸려면 신메뉴가 필요했다.

    그래서 잔멸치 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다.

    "김밥 안에 넣어 달라고."

    "에엑?"

    노점상을 확 번창시킬 대단한 요리 같은 것은 모른다.

    만드는 방법도 모르고, 맛도 모른다.

    하지만 종혁은 형사 생활 26년, 잠복하는 동안 물리다 못해 역겨울 정도로 먹은 김밥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았다.

    "이걸?"

    멸치볶음을 김밥 안에 넣는다.

    생각해 보지 않은 발상이었다.

    과연 맛이 있을지도 의문.

    ‘뭐 반찬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녀는 단순하게 생각하며 다시 김밥을 말았다.

    이제부터는 아들이 먹을 거라서 그녀는 더 정성스레 쌌다.

    "밥은 조금만 넣고, 나머질 가득 넣어 줘요. 응, 그 정도."

    2010년도에 나올 뚱뚱한 김밥 프랜차이즈들.

    종혁이 떠올린 건 바로 그것이었다.

    서걱서걱!

    김밥을 2cm 더 두껍게 썬 그녀가 하나 집어 종혁의 입에 넣었다.

    물엿으로 볶아 달달하고 고소하게 부서지는 잔멸치와 가득 넣은 당근 시금치가 맛있게 어우러진다.

    대미는 다지듯 잘게 잘라 잔멸치와 함께 볶은 고추의 매운맛이었다. 끝에 알싸하게 남는 매운맛이 혀를 깨우고 피로를 쫓았다.

    "역시 우리 여사님 손맛!"

    "웃기시네. 겨우 멸치 하나 넣은 게 얼마나 맛있다고. 밥도 조금만 넣었는데…… 응?"

    맛을 본 그녀는 눈을 껌뻑였다.

    맛있다. 물론 김밥 소를 많이 넣었기에 맛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건 예상을 훨씬 벗어난 맛이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맛있지?’

    그녀는 당황하며 종혁과 김밥을 번갈아 보았다.

    종혁은 모른 척 억지로 퉁명스레 말했다.

    "김밥 안 싸 줘요? 나도 이제 슬슬 학교 가야 해요."

    운동부는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일찍 등교한다.

    "음, 알았어. 잠시만."

    종혁은 김밥을 싸는 어머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슥슥.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데 금세 김밥 한 줄이 말아지고, 두 줄이 말아진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스무 줄이 말렸다.

    ‘이렇게 빨라지기까지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새삼 깨달은 어머니의 고생이 종혁의 가슴을 두드렸다.

    "자! 아들, 이제 가 봐."

    "아니야, 조금만 더 도울게요."

    "너처럼 덩치 큰 사람 있으면 손님이 겁먹어서 안 와."

    고정숙은 장난이었지만 종혁은 시무룩해졌다.

    "그거 상처인데."

    "등교하세요, 아드님."

    토닥토닥 다시 엉덩이를 두드리는 손에 종혁을 결국 천막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등교하기는 싫지만 어머니를 죽인 놈을 잡으려면 죽어라 공부를 해야 했다.

    "무슨 일 있으면 핸드폰…… 아니, 삐삐 쳐요."

    "가 좀! 손님 안 오잖아!"

    "쯥."

    마지막으로 송양자를 힐끔 본 종혁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봉지를 연 종혁은 피식 웃었다.

    뚱뚱한 호일 여덟 줄과 비교적 얇은 호일 네 줄.

    "마음에 드셨나 보네. 잘 팔아 봐요."

    종혁은 썰지 않은 김밥을 베어 물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한편 고정숙 홀로 남은 천막에 한 사십대 중년인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우리 사장님, 아침부터 미모가 발광하시네."

    "오셨어요? 김밥 두 줄이시죠?"

    오늘도 두꺼운 철벽에 입맛을 다신 중년인은 다른 김밥들과 달리 유난히 뚱뚱한 호일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저걸로 두 개 주세요."

    "아, 이건……."

    고정숙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신메뉴라서 한 줄당 천오백 원이에요."

    "아니, 김밥이 뭐 그렇게 비싸데?"

    한 줄에 천원이었던 원래 김밥보다 비싼 가격.

    "안에 멸치볶음을 넣어서 좀 비싸요."

    "멸치볶음?"

    그는 더 망설였다.

    "……에이, 그럼 한 줄만 줘요. 우리 사장님 손맛인데 맛이 없을까."

    계산을 치른 중년인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곤 얼른 멸치 김밥을 까서 입에 넣었다.

    "음?!"

    "어때요? 괜찮아요?"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고정숙은 화사하게 웃었다.

    중년인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묵 국물로 입가심한 중년인은 쌍엄지를 치켜들며 역으로 향했고, 고정숙은 콧방귀를 뀌었다.

    "사람이 대범하지 못하니 아직도 노총각이지."

    빤히 보이는 수작. 웃음도 안 나왔다.

    ‘그래도 맛은 있나 보네.’

    고정숙은 이제 11줄 남은 멸치김밥을 빤히 보았다.

    "……그래, 일단 며칠 팔아 보고 생각하자."

    그녀는 장사하는 사람이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착같이 장사한 그녀.

    그런 그녀의 촉이 서고 있었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세요! 신메뉴 만들어 봤는데 한 번 드셔 볼래요?"

    고정숙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  *  *

    아침 7시.

    유도 명문 동일고등학교의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 운동부들 때문이다.

    유도부, 야구부, 복싱부.

    이 중 유도부가 최고다.

    교문을 넘은 종혁은 유도부로 향했다.

    따악!

    "늦어! 얼른 안 뛰어와?!"

    땅을 내려치는 죽도 소리가 울리자 종혁의 눈이 흔들렸다.

    유도부 건물 앞에 대장군처럼 서 있는 사십대 중년인.

    ‘신성길 선생님.’

    유도부 감독 신성길.

    종혁이 오른팔 검지와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재활을 하면 된다고 달랬던 은사.

    엇나가는 종혁을 때려 패면서까지 바로잡으려 했던 참된 스승.

    종혁은 반사적으로 뛰었다.

    새벽 공기가 그의 폐로 가득 들어왔다.

    "1학년이 빠져 가지고 말이야…… 응? 너 대가리 왜 그래? 붕대는 왜 감았어? 설마 그거 피냐?"

    잠시 고민하던 종혁은 사실대로 말했다.

    어젠 어머니를 봐야 한다는 일념에 도망을 쳤지만, 주마등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오늘부터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아직은 17살인 자신이 오늘부터 벌일 일을 생각하면 믿을 수 있는 선생의 도움이 필요했다.

    따악!

    죽도가 종혁의 허벅지를 때렸다.

    "에라이! 무제한급 선수라는 놈이 양아치 멸치 새끼들한테 당하기나 하고! 잘하는 짓이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몇 바늘이나 꿰맸는데?"

    "25바늘 꿰맸습니다."

    신성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쯧, 당분간 운동은 글렀네. 알았어. 애들한테는 말해 놓을 테니까 교실로 가."

    종혁은 당황했다. 선배들에게 볼일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쯤이면 아침 운동 시작 전 청소를 할 시간.

    "아닙니다. 저도 같이……."

    따악!

    "걸레질하다가 혈압 올라서 꿰맨 데 터지면?"

    "……죄송합니다. 그럼 인사만 하고 교실로 가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수십 명의 유도부원이 유도복을 입은 채 녹색 고무바닥을 누비는 게 보였다.

    시큼한 땀 냄새가 옛 향수를 자극했다.

    "안녕하십니까!"

    우르르!

    종혁의 인사에 고개를 들었던 유도부원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달려왔다.

    "뭐야! 너 대가리 왜 이래!"

    "어떤 새끼가 우리 막내 뚱땡이 대가리 깠어?! 누구야?!"

    운동부 특성이 이렇다.

    만난 지 얼마나 됐든 단 하루라도 같은 부라면 한 식구다.

    그렇기에 회귀 전 종혁의 검지와 팔꿈치 인대가 터진 이후 동일고등학교의 일진들이 쓸려 나갔다.

    분노한 이들로 인해서 말이다.

    종혁은 이번에도 사실대로 말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선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웬만한 사고는 학교 차원에서 다 막아 주는 유도부의, 인간 흉기나 다름없는 유도부원들의 억지력이.

    그래서 굳이 인사를 하려고 했던 거다.

    ‘사고 치면 안 돼.’

    일진이 몇 명이건 두들겨 패는 건 너무 쉽다.

    제 몸 다치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약쟁이나 건달들에 비하면 고딩 일진들은 껌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경찰대나 법대를 가려면 절대 사고를 쳐선 안 된다. 특히 폭력 사건은 독약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일을 풀어 가야 했다.

    종혁의 이야기가 끝나자 선배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3학년들의 얼굴은 험악살벌 그 자체였다.

    "김강헌 이 씨발 새끼는 후배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하, 요 몇 달 가만 놔뒀더니 또 지랄을 하네. 뭐? 각목? 목검? 좆도 아닌 새끼들이 다구리만 놓으면 단가……."

    유도부 주장, 90kg급 선수 공준호가 종혁의 어깨를 잡았다.

    "알았어. 이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테니까 넌 교실로 가 있어."

    종혁은 끝났다는 걸 알았다.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잘했는데 왜 죄송해! 어깨 펴, 인마!"

    "……."

    "다 나을 때까지 유도부에 나오지 말고 푹 쉬어. 알았냐?"

    "예!"

    고개를 숙인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향했다.

    아직은 아무도 없는 교실, 자리에 앉은 종혁은 다시 한 번 계획을 점검했다.

    "흠, 일단은 피해자……."

    드르륵!

    고개를 돌린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문을 열고 들어온 긴 생머리 안경을 쓴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어젯밤 종혁이 모르는 집의 담을 넘을 때 만난 소녀.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교실에 어색한 기류마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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