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화>
461. 도우러 왔어요
“뭐야.”
도현이 당황했다.
“효은인가? 근데 효은이는…….”
“아냐.”
착각할 만도 하다. 모습이 똑 닮았으니까. 상호도 옛날이었다면 둘을 구별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헷갈릴 수가 없었다.
“나빛이야.”
“뭐?”
끔뻑여지는 도현의 눈동자에 황금색 선이 비쳤다.
밤하늘을 쏜살같이 가르며 날아온 성창이 상호의 앞에 있던 몬스터의 정수리에 박혔다.
퍼억
성창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몬스터를 꿰뚫어 버렸다.
비록 마나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지뢰에도 다치지 않을 만큼 강인한 몬스터들의 육체. 하지만 성창은 한없이 날카로웠고, 그 어떤 물질보다도 단단했다.
성창이 몬스터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공격을 시작했다.
“크르륵……!”
“키햐아악!”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지성이 없는 놈들이라도 생물과 무생물은 구분할 줄 알았고, 무생물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놈은 없었다. 상호와 도현이 학살을 벌여도 물러서지 않던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때 나빛이 날개를 펼치고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촤악……
하늘에 수천 개의 성창이 나타났다.
나빛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주홍색으로 불타는 황금빛의 창들. 그 빛이 너무도 찬란해서 일대가 대낮처럼 밝아질 정도였다.
몬스터들도, 상호와 도현도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던 때.
성창들이 땅을 향해 일제히 쏟아졌다.
촤라라라락
“카학…….”
“꺽, 끄륵…….”
폐부가 뚫리고 성대가 찢겨진 몬스터들은 단말마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상호는 구멍이 숭숭 뚫린 몬스터들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나빛이 이토록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성력이 약한 다수를 상대하기에 최적화된 능력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압도적일 줄은.
꼭 현역 시절의 효은을 보는 것 같았다.
‘……강해졌구나.’
중얼거리는 그의 곁에 도현이 다가왔다. 도현 또한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 애도 전투신관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가르쳤지.”
“하긴…….”
그때 둘의 앞에 나빛이 내려왔다.
동그랗고 샛노란 보호막 안에서. 수천의 몬스터들을 일시에 쓸어버린 자의 눈빛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진한 눈빛으로. 나빛은 눈을 깜작이며 상호와 도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상호를 향해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선생니임…….”
“으응, 나빛아.”
“도우러 왔어요…….”
나빛은 상호를 껴안으려 했지만, 스스로가 친 방어막에 가로막혀 말랑한 뺨만 비벼댈 뿐이었다.
“이 연기는 뭐예요? 독이에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독은 아냐. 나는 괜찮고. 설명은 나중에…….”
상호는 말하다가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성력.
마나와는 또 다른 성질의 힘. 나빛의 보호막과 성창은 오르커드에게 오염되지 않고 멀쩡히 보랏빛 구름 속에 들어와 있었다.
이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나빛아.”
“네?”
“너 보호막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어?”
“어어…….”
나빛이 고민하다가 팔을 활짝 벌렸다.
“이마아안~큼이요…….”
“……그러니까, 으음……. 이 보라색 구름 있잖아. 이거 한 번에 다 가둘 만큼 크게 만들 수 있겠어?”
“해본 적 없긴 한데…….”
연회색 속눈썹이 닫히고.
“해볼게요.”
작은 손이 가슴 앞에서 합장을 했다.
그들을 둘러싼 보라색 구름 바깥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태양과도 같이, 이 세상 모든 생물들에게 가장 익숙한 색깔으로.
상호와 도현은 눈빛을 한 번 교환하고는, 집중하고 있는 나빛을 지키기 위해 방향을 나누어 섰다.
셋을 향해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촤아악
키히익……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하지만 몬스터들은 그저 달려드는 것밖에 몰랐다. 도망치고 싶어도 애초에 길이 막혀 있었지만.
곧 나빛의 보호막이 오르커드를 완벽하게 가두었다.
“나빛아, 보호막 줄여.”
“네.”
보호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르커드가 점점 짙어지고, 몬스터들의 시체와 나무와 바위가 파도가 되어 둥글게 몰려들었다. 보호막이 줄어드는 모습을 따라 산의 형세도 사정없이 깎여나갔다.
그렇게 보호막의 크기가 운동장 하나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상호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형. 나빛이 안 다치게 조심해.”
“그래.”
둘에게서 검푸르고 누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기운끼리 부딪힌 곳에서 무언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천둥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딪히든 말든 상관없었다.
둘의 초강기가 보호막 내부를 잠식해 나갔다.
화르륵……
갇힌 공간에서 상호와 도현의 강기가 날뛰었다.
강기의 압력이 서서히 높아질수록 나빛의 얼굴에 진땀이 흘렀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나빛을 향해 외쳤다.
“조금만 참아.”
“네…….”
하얀 턱에서 맑은 땀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이제 조금만 더 태우면 된다. 상호는 점점 맑아지는 공기를 바라보며 강기를 더 넓게 퍼트렸다. 보호막의 크기도 이제는 운동장의 반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오르커드는 마나를 감염시키며 세를 불리는 마나.
마지막 한 자락까지 없애야 한다.
“나빛아. 지금 네 주변에 두른 보호막 풀고 나한테 와.”
나빛이 그 말대로 작은 보호막을 풀고 그에게 다가왔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상호는 나빛을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딱 한 번만 견뎌내는 거야. 알겠지?”
“……네.”
“할 수 있어.”
그의 손이 나빛의 손을 잡았다.
“간다.”
“네.”
나빛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작고 고운 손.
이 가냘픈 손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다는 걸 세상은 알고 있을까.
‘……너라면 몰라도 상관없다 하겠지.’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너는 그런 아이니까. 상호는 남은 내공을 그러모으며 눈을 감았다.
그런 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흐읍.”
온 힘을 다해 방출시켰다.
* * *
“……뭐야.”
태화는 당황하며 저 멀리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산을 뒤흔드는 폭음이 들려서 그 방향을 돌아보았는데, 금빛의 조각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마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별똥별처럼.
그 폭발의 한가운데에,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서서히 가라앉는 검푸른 불꽃이 보였다.
“쌤?”
태화는 이어셋의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쌤. 괜찮아?”
[응.]
상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잘 끝났어. 이제 거기로 갈……, 잠깐만. 태화야, 너 혹시 애들한테 여기 위치 말해줬어?]
“위치? 아니.”
[혼내려는 거 아냐. 솔직하게.]
“진짜 안 말했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작전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는데. 태화의 눈이 어리벙벙하게 끔뻑였다.
“왜? 뭔 일 있어?”
[아니, 됐어. 그냥 거기로 갈…… 커헉!]
치명타를 맞은 듯한 소리가 났다.
숨어있던 몬스터에게 기습이라도 당한 걸까. 태화는 깜짝 놀라 이어셋에 대고 소리쳤다.
“쌤? 쌤! 괜찮아? 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 켁!]
[명치!]
“……응?”
이 목소리는.
“하나빛? 너 하나빛이냐?”
[태화야, 나빛이한텐 안 들린다……, 크흡!]
[명치명치!]
투덕투덕, 베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봐요! 저도 싸울 수 있잖아요! 왜 안 된다고만 하세요!]
[미안해, 선생님 생각이 짧았어…… 아야야…….]
[아까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제가 없었으면 큰일이 났을 게 분명해요! 틀림없어요! 잘 모르겠지만!]
[맞아, 맞아…….]
[맞으세요!]
[커헉! 근데, 근데 나빛아……. 여긴 어떻게 알고……?]
[모집된 헌터 중에 저희 경호원 삼촌이 계세요.]
[그랬구나…….]
[선생님이 날고 기어봤자 제 손바닥 안이에요…….]
[그런…….]
[명치!]
[악!]
느슨해진 무전에 비명으로 긴장감이 더해졌다.
이 인간들이 자신만 빼놓고 뭔가를 해냈나 보다. 태화는 이를 갈며 이어셋에 대고 빽 소리쳤다.
“야, 하나빛! 꺼져!”
[악! 태화야, 나 고막 터져…….]
“별것도 아닌 걸로 잘난척하지 마! 쌤, 빨리 와. 나 자러 가게! 얼른!”
[살살 말해, 살살……. 악! 나빛아, 살살…….]
[명치박치기!]
[……쿨럭!]
“오라고오오오!”
화난 목소리, 처량한 목소리, 신난 목소리.
세 목소리가 이리저리 뒤섞여 산속에 울려 퍼졌다.
* * *
그렇게 오르커드 정화가 끝나고.
태화는 바로 학교로 돌아가 자고 싶어 했지만, 상호는 오르커드의 잔재가 남았을까봐, 또 몬스터들이 후발대를 보내올까봐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헌터 부대의 기지로 향했다.
평소에는 쓰지 않는, 5년 이상 방치된 기지. 눈에 띄지 않게 위장색으로 도배된 2층짜리 건물은 새로운 전쟁과 새로운 헌터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당분간 학교는 못 가.”
상호는 냄비에 물을 올리며 말했다.
식당에서는 이번 작전에 투입됐던 헌터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이는 중이었다.
“놈들이 전면전을 걸어온 이상…… 이번 전투 한 번으로 끝날 리가 없을 테고, 앞으로 크고 작은 전투가 있을 거야. 그 모든 전투에 태화 너랑 내가 필요해.”
그의 맞은편에는 태화와 나빛이 똑같이 꾸부정한 자세로 식탁에 턱을 괴고 있었다.
태화가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제 여기서 살아?”
“여기서도 살고, 다른 기지에 가기도 하고.”
상호는 라면 스프를 뜯어 냄비에 털어 넣었다.
“나빛이는 원한다면 학교나 집으로 돌아…….”
“명치.”
“……가도 되지만, 선생님한텐 나빛이가 필요한 것 같다.”
“헤헤…….”
헤실거리는 나빛을 태화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꼬나보았다.
그러나 곧 먹음직스러운 라면 냄새가 퍼지자 군침을 꿀꺽 삼키며 상호와 냄비를 돌아보았다.
“김치 없어?”
“없어.”
“갖고와!”
“기지 연 지 하루도 안 됐다, 임마. 아침 되면 물자 들어올 거야.”
그는 면을 넣고 빨리 익으라고 젓가락으로 휘저었다.
“빨리 먹고 씻고 자. 잘 수 있을 때 빨리 자놔야 돼. 너희를 여기서 불침번으로 쓰지는 않겠지만, 전투가 언제 또 있을지 모르니까.”
“쌤.”
“응.”
“다른 애들은 안 와?”
태화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희랑 언니는 올만하잖아.”
“상황 봐서.”
상호는 그렇게 얼버무렸다.
사실 그 둘을 데려오고 싶긴 했지만, 그랬다가는 은율과 지윤도 따라오겠다고 난리를 칠 게 뻔해서. 또 여전히 아이들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전쟁을 하는데 아이들을 서넛씩 돌보기는 도저히 무리인 것 같아서.
그는 다 익은 라면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자, 자. 얼른 먹어. 얼른 먹고 씻고 자.”
“근데 갈아입을 옷이 없는뎅.”
“그러게. 지금 입고 있는 거 빨아서 건조기 돌려야겠네. 너희 씻고 있을 때 빨아 놓을게.”
“응.”
셋은 후루룩거리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 * *
“쌤.”
“응.”
“전쟁이란 거, 되게 힘드네.”
“……으응.”
셋은 알몸으로 담요를 두른 채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 세탁기를 돌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노후된 건조기가 오작동을 일으켜서 불이 나 버렸다. 덕분에 잿더미에서 건진 건 나빛의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 쪼가리 하나뿐.
건조기에 빨래를 넣자마자 씻으러 가버린 게 화근이었다.
“전쟁이란 건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거야.”
“쌤이 잘못해놓고 그렇게 말하니까 좀 그러네.”
“……미안.”
“근데 쌤 옷은 어떻게 된 거야?”
“같이 넣었지. 귀찮아서…….”
“꼬치 덜렁거리면서 샤워장까지 걸어간 거야?”
“……수건 두르긴 했어.”
빠르게 쓱싹 갔다 오면 될 줄 알았는데.
하여튼 그래서, 셋 다 잠도 못 자고 알몸으로 담요만 두른 채. 민정이 학교에서 옷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빛이 하품을 하고 고개를 꾸벅였다.
“선생님, 저 졸려요…….”
“……조금만 참아.”
“그냥 이대로 잘래요……. 선생님도 같이 자요.”
“그럼 나빛이 너 먼저 자고 있어.”
“잘 수 있을 때 자놔야 해요…….”
담요에서 꾸물꾸물 기어나온 나빛의 손이 상호의 담요를 끌어당겼다.
“누우세요…….”
“아니 나빛아, 이대로는 같이 못 자……!”
“전쟁이란 건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해요…….”
“그, 그럼 잠시만 기다려 봐. 담요 묶어 줄게…….”
상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빛의 담요를 뒷목에서 묶어주었다. 조이지는 않되 풀리는 일이 없도록 단단하게.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던 태화가 갑자기 상호의 담요를 들췄다.
“야, 야! 임마!”
“오옷, 이게 그 악마도 인간도 공평하게 한 방에 보내버린다는…….”
“야!”
상호는 얼굴을 붉히며 태화의 손에서 담요를 쳐냈다.
그냥 따로 자고 싶었지만, 태화는 가장 중요한 악마의 눈. 학교라면 모를까 이렇게 아르게스와 가까운 곳에서는 무조건 붙어서 자야 했다.
그리고 중요하기로는 나빛도 마찬가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나 언제 오나…….’
그때 관물대에서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민정. 상호는 반색하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어, 누나. 도착했어?”
[상호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누나 너무 졸려…….]
“……으응?”
[마법이 잘 안 쓰이네……. 그냥 누나 여기서 한숨 자고 갈게…….]
“잠깐만, 잠깐만, 누나!”
[쿠울…….]
다급하게 불렀지만, 민정은 이미 곯아떨어진 후였다.
꼼짝없이 아침까지 알몸으로 지내게 생겼다. 아니, 어쩌면 점심까지도.
진땀을 흘리며 굳어버린 상호를 태화가 자빠뜨렸다.
“포기해, 쌤. 그냥 같이 자.”
“아니…….”
“담요 같이 덮어요, 헤헤…….”
“아니 나빛아, 내 담요를 그렇게 펼치면…… 으아악!”
“우와, 이게 천사가 되려던 수녀님을 한 방에 타락시켜버린…….”
“나빛아! 나빛아, 담요 줘……, 얼른!”
“포기하세요~.”
나빛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왼쪽엔 악마, 오른쪽엔 천사. 하지만 하는 행동은 둘이 꼭 같았다.
담요가 양옆으로 당겨지며 중간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안 돼……!’
상호는 둘에게서 담요를 되찾으려 버둥대며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다른 아이들까지 데려왔다가는 이보다 더한 대참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날 거란 사실을.
그러다 퍼뜩 기억이 났다.
‘아차, 세희가 나 올 때까지 안 잔다고 했는데…….’
그래도 못 간다고 말은 해 뒀으니까.
이젠 모르겠다. 그는 다 포기하고 담요도 놓아버린 채 베개에 머리를 누였다.
“몰라, 너희 알아서 해. 난 자야겠다.”
“그래? 그럼 우리도 다 깔까? 날도 더운데.”
“맞아요. 셋이서 세 개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니 얘들아, 포기하래서 포기했는데 왜 그래…….”
“그치만 막상 포기하면 재미없는걸.”
“그런…….”
“반항하세요!”
“제발…….”
“헤헤헤…….”
셋은 그렇게 담요만 덮은 채로 장난을 치다가,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때쯤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하고, 또 따뜻하게.
그토록 격렬했던 전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