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화>
457. 헌팅
“하이고~.”
지윤이 배를 두드리며 펜션으로 들어섰다.
“대게는 되게 맛있제~.”
“멍하하항~.”
“웃지 마. 니가 웃으니까 이 돼지뇬이 계속 저X랄 하는 거 아냐.”
“머엉…….”
다같이 저녁으로 대게를 먹고 온 참이었다.
지윤과 다혜 때문에 까딱하면 한 달 치 월급의 반이 날아갈 뻔했지만, 다행히 딱지에 밥을 비벼먹는 것으로 타협해서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펜션 거실의 유리창 밖으로 밤의 바닷가가 보였다.
상호는 세희에게 눈짓을 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얘들아, 선생님 산책 좀 하고 올게.”
“네에~.”
배가 부른 아이들은 대부분 바닥에 나자빠졌다.
“멍, 근데 나빛이 언니. 다람이 어딨어?”
“오빠한테 맡겼어.”
“오빠한테?”
“응, 오빠한테 얘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 하고 돌봐 달라고 했어. 아마 지금쯤 다람이만 보고 있을걸. 헤헤…….”
“언니 오빠 백수야?”
“비슷해~.”
오라비 가슴에 대못을 몇 개나 박는지.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펜션을 나섰다.
밖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세희가 살며시 문을 열고 나왔다.
“준비 다 됐지?”
“네.”
“가자.”
둘은 바닷가로 향했다.
이곳은 밤에도 사람이 많았다. 운치를 느끼기에는 영 좋지 않았지만, 주된 목적은 산책이 아니었기에 딱히 상관없었다.
상호는 모래사장의 가장자리, 갯바위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걱정 많이 했었어?”
세희가 잠시 흠칫했다가 그를 돌아보았다. 조금 샐쭉한 눈빛으로.
“네.”
“미안해.”
그는 쓰게 웃었다.
“그치만 말하면 네가 날 곱게 보내줄 것 같지 않아서.”
“돌아와서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구요? 설마…….”
“응?”
세희가 그의 손목을 꽈악 잡았다.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거예요?”
“아냐, 아냐. 그건 진짜 아니었어.”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세희의 손은 더욱 강하게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상호는 세희가 내공을 연결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아니, 세희야. 진짜야. 진짜로…… 못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러면요.”
“얘기해 줄게.”
둘은 가장 한적한 방향으로 걸었다.
그는 세희에게 아르게스에서의 일을 모두 전해주었다. 바다로 잠입한 일. 떠오른 해저의 땅. 골렘의 핵과 그걸 지키던 악마들.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둘의 발이 갯바위를 밟고 있었다.
“다리를 놓으려 했다는 건…….”
세희가 주변에 들리지 않게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쟁 준비가 다 끝났다는 건가요?”
“그렇지.”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가 완성되면 전력을 다해서 기습하려 했을 테니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곧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해 뒀겠지.”
“그럼 다시 다리를 놓을 때까진 안전할까요?”
“글쎄…….”
이번에는 그의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이제 우회로를 포기하고 정면으로 들어올지도 모르지.”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전쟁이 곧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마도.”
“그러면…….”
세희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전쟁이 당장 내일 일어난다면, 절 데리고 가실 거예요?”
상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디에?”
“선생님이 말해 보세요.”
알고 있지 않느냐.
자신을 데리고 참전할 것이냐. 자신과 함께 싸울 것이냐. 자신과 함께 마신을 죽이러 갈 것이냐.
그런 뜻임을 상호도 모르지 않았다.
“세희야.”
상호는 멀리 바다를 내다보았다. 밤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해진 수평선을.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워본 적 있어?”
“……네.”
세희는 이츠키가 악마에게 당했던 때를 떠올렸다.
“있어요.”
“어땠어?”
“……힘들었어요.”
“그치?”
상호는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이번에 싸우러 가서 느낀 게 그거야. 땅을 지키려고 싸우는 건 쉽지만,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어려워…….”
전쟁 이후로는 항상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웠다.
태화 때문에 도현과 대립했을 때. 야생에 훈련 갔다가 악마를 마주쳤을 때. 그럴 때마다 상호는 마음 편히 싸우지 못했고, 목표에서 늘 한발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에 골렘의 핵을 부쉈을 때는 달랐다.
“편하더라. 혼자서 싸우는 게……. 지켜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게. 덕분에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었고, 몸은 힘들지만 처음으로 완전한 목표를 이뤄냈어.”
상호는 세희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약점이 하나 더 생겨버려.”
“……또.”
세희가 원망 가득한 눈빛을 지었다.
“제가 약점이라고.”
“약점이지. 네가 날 이기지 못하는 한.”
상호는 쓰게 웃으며 세희의 뺨을 문질렀다.
“그래도 괜찮아. 무적이거든.”
“무적 아니에요.”
“응? 그치만 낮에는…….”
“선생님 낮이밤져잖아요.”
세희가 윗옷를 벗으며 말했다.
“시작이나 해요.”
“……으응.”
상호도 윗옷을 벗어 갯바위에 올려놓았다.
수영복 차림이 된 둘은 곧바로 밤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몸에 호신강기를 두른 채로.
상호는 발장구를 치며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밤에 바다에 들어오는 건 보통 자살행위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수류 때문에 청각과 촉각도 혼란스러워져서 육감이 둔해져. 그렇지만 자살행위를 하기 싫었으면 애초에 전투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겠지.”
“네.”
“전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어. 야간 수중전도 그중 하나야. 자, 따라와 봐. 바위에 안 베이게 조심하고. 물속에선 자기도 모르게 피를 많이 흘릴 수 있으니까…….”
둘은 수업을 위해 어두운 밤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으음.”
상호는 거실 한복판에 깔린 이불 위에서 눈을 떴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대충 대자로 널브러져 있거나, 베개를 끌어안고 있거나, 이불을 둘둘 말아서 번데기가 되어 있거나.
“쮸아앙…….”
“으으으…….”
……볼을 빨리고 있거나.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그는 아리와 다혜를 떼어놓고 몸을 일으켰다.
‘밥부터 해야지.’
밤동안 수중전을 하고, 또 아이들과 놀다가 벌칙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고, 내공 없이 베개싸움을 하다가 또 구타를 당해서,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삭신이 쑤셨다.
상호가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꺼내던 그때.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여인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상호 씨~.”
손을 흔들던 설미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어머, 애들 자고 있구나.”
“선배. 왜 선배만 먼저 온 거예요? 애들한테 뭔 짓 한 거 아니에요?”
“아니 무슨 소리를…….”
“강 선생~.”
해련이 짐을 내려놓으며 빙긋 웃었다.
“애들하고 잘 지냈나아~?”
“네…….”
“혹시 손을 댄 건 아닐까아~.”
“그랬으면 애들이 저렇게 편하게 자고 있었겠어요…….”
그때 아이들이 누워 있는 쪽에서 나빛의 잠꼬대가 들렸다.
“우와, 선생님 엄청 잘 벗겨…….”
순간 교사들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해련의 고개가 끼기긱, 소리를 내며 상호를 향해 돌아갔다.
“강 선생?”
“게 껍질 이야기에요. 아마도…….”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걸까. 진땀을 줄줄 흘리며 변명하는데 이번엔 나디아의 잠꼬대가 들렸다.
“선생님, 이거 보는, 나 젖었어…….”
“강 선생.”
“바다니까 젖겠죠…….”
“아 쌤, 살살해……. 나 아퍼…….”
“강 선생?”
“……베개싸움이에요.”
“우와, 이래 싸도 되는 깁니꺼…….”
“강 선생.”
“게가……. 아니, 얘들아!”
“들켰다, 멍.”
“헤헤헤…….”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상호는 교사들의 눈총을 받으며 잔뜩 쪼그라든 채 아침밥을 만들었다.
* * *
“쌤.”
“응?”
고개를 돌려 보니 수영복을 입은 태화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미진쌤 수영복 칭찬하지 마.”
“…….”
상호는 뜨끔해서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미진의 표정이 뚱해서 칭찬할 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태화가 어찌 그걸 꿰뚫어본 모양이었다.
“……안 해.”
“그럼 됐는데, 쌤 또 미진쌤한테 처맞을까봐 그래. 쌤 자주 그러잖아.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 거.”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
그는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와 태화가 있는 곳은 바다 쪽. 모래사장에서는 미래가 모래로 무언가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있었고, 짐을 풀어놓은 파라솔 밑에는 미진과 가은이 멀거니 앉아 있었다.
그 둘은 아까부터 계속 짐만 지키고 있었다.
노는 것을 딱히 즐기지 않는 둘. 상호는 그 둘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기껏 왔는데 같이 놀지……. 음?’
그때 그 둘의 곁으로 네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제각기 행색이 다르지만 하나같이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몸 어딘가에 꼭 난잡한 문신이 있고, 모양새는 그럴 듯하지만 실속은 없는 근육을 내세운. 허세로 치장한 양아치. 내지는 폭주족.
사내들은 촌스럽게 휘파람을 불며 추파를 날렸다.
미진과 가은에게.
‘골라도 하필 둘을…….’
한쪽은 남자가 있고, 한쪽은 남자가 앞으로도 없을 거고.
저놈들은 복권은 사면 안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사내들이 둘의 옆에 앉았다.
‘얼씨구.’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예상대로 미진과 가은의 표정이 삽시간에 썩어들었다. 살기가 가득 찬, 정확히 똑같은 눈빛.
사내들은 그런 낌새를 모른 채 둘에게 치근덕거렸다.
‘저러다 죽을 텐데…….’
상호가 미진의 찌푸린 눈살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 사내가 가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가은의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일 났다.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상호가 황급히 뭍으로 나서려는 그때.
사내의 얼굴엔 이미 가은의 무릎이 박혀 있었다.
뻐억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나자빠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세 사내가 벌떡 일어나 가은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가은은 사내들의 손을 피해내고 주먹을 날렸다.
한 사내의 복부에 가은의 주먹이 꽂혔다.
다른 사내의 관자놀이에는 돌려 찬 뒤꿈치가 꽂혔다.
퍼억……
마지막 사내의 명치에도, 주먹.
급소를 순식간에 공략당한 사내들은 속절없이 모래사장에 얼굴을 박았다.
“끄으…….”
“……으.”
가은은 몸서리를 치며 사내가 건드렸던 어깨를 털어냈다.
역시 사람을 패는 데에 통달한 아이답다. 상호는 사건 현장에 주변의 이목이 몰려든 것을 보고는 발길을 멈췄다.
가은이 알아서 해결했으니.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X발…….”
“헌터였어. 야, 가자, 가자. 아오…….”
사내들은 저마다 얻어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줄행랑을 쳤다.
‘싱거운 놈들…….’
상호는 입맛을 다시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 * *
“아오, 씨. 니는 골라도 하필 헌터를 고르냐.”
“헌터가 뭐 어때서? 저년 성격이 X랄맞은 거지…….”
“헌터는 술값이 더 든다고, 등신아. 걔들은 잘 안 취해.”
사내들은 툴툴거리며 해변을 걸었다.
간만에 헌팅에 나섰는데 헌터를 만날 줄이야. 놀지도 않고 파라솔 그늘에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기에 영락없이 남자를 찾는 줄 알았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은 모양이었다.
“더 봐둔 애 없냐?”
“와꾸 되는 애들이 꽤 있던데? 근데 걔들은 민짜 같던데…….”
“야, 야. 저기 봐봐.”
“엉?”
사내가 가리킨 곳엔 한 여인이 모래사장을 걸어오고 있었다.
하얀 수영복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백옥같이 고운 피부. 고상하고 우아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듯한 얼굴에, 근육이 언뜻 잡혀 있는 데다 말랐으면서도 부드러운 선이 느껴지는 몸매.
그리고 특이하게도 뿌리부터 끝까지 온통 하얗기만 한,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사내들은 잠시 넋을 잃고 여인을 바라보았다.
“우와…….”
지나치게 비싸 보였지만, 이미 사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치고 보자.
“저기, 저기요.”
사내들은 여인의 앞에 다가섰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서.
여인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응?”
“혹시 시간 있어요?”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고, 저녁에 한 잔 하는 것도 괜찮고…….”
“번호 알려줄래요?”
그 말에 여인이 웃었다.
“내가 몇 살로 보이는데?”
“예?”
그제서야 사내들은 위화감을 느꼈다. 겉보기로는 아무리 봐도 연하인데 왜 존댓말이 나왔는지.
당황하던 사내들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대답했다.
“한…… 스물둘? 스물하나? 그쯤 돼 보이는데.”
“몇 살이야?”
“그건 비밀이고.”
여인은 피식 웃고는 사내들을 지나쳐가며 말했다.
“난 임자가 있어서, 다른 아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임자가 없어도 너희 같은 아이들과 놀진 않았겠지만.”
“저, 저기…….”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사내들 중 한 명이 여인의 팔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바람 한 자락이 여인의 등을 가렸던 하얀 머리카락을 걷어냈다.
“……!”
등짝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흉터.
사내들은 그 흉터를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냥 다른 바다로 가자.”
“그래.”
사내들은 모래 그득한 슬리퍼를 끌며 터덜터덜 걸었다. 이 헌터들밖에 없는 이상한 해변을 벗어나기 위해서.
* * *
“강 선생~. 강 선생~.”
“네?”
고개를 돌려 보니 해련이 방글방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상호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눈을 끔뻑였다.
“왜 그렇게 신났어요?”
“나 방금 젊은 애들이 번호를 물어봐서~. 아이, 내가 그렇게 젊어 보이나아~? 강 선생, 어때?”
“젊어 보이긴 하죠.”
세상 어느 할머니가 비키니를 입고도 손녀와 또래로 보이겠냐. 상호는 입맛을 다시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해련은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내가 몇 살로 보이냐고 물어봤는데~. 스물하나? 스물둘? 그러는 거야~. 내가 강 선생보다 어려 보이나봐~.”
“좋으셨겠네요.”
“이러다 회식 가면 민증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어떡해~. 어떡해~.”
“아, 그건 좀 곤란하긴 하겠네요.”
“응?”
“앞자리 5로 시작하시잖아요. 아닌가, 4였……?”
순간 해련의 얼굴이 굳었다.
조졌다. 상호는 황급히 몸을 돌려 깊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련의 살기 어린 눈빛을 피하기 위해서.
뒤에서 풍덩 소리가 들리자 그는 전력으로 헤엄을 쳤다.
‘잡히면 죽는다……!’
콰과과과, 고속정이 달릴 때처럼 물이 높이 튀었다. 하나는 앞에서, 하나는 그 바로 뒤에서.
태화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혀를 찼다.
“그러게 자주 그런다니까.”
곧 물줄기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고 사내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태화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태평하게 음료수를 빨대로 쪽 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