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375. 난입
“그럼 오늘의 시사 주제…… 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앵커가 능숙하게 화두를 돌리고, 여자 아나운서가 대본을 읽었다.
“네, 최근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 첫 피해자가 나온 후로 9일쨉니다. 그 이전에도 피해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확인된 바로는 총 아홉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자료, 바로 보시겠습니다.”
TV 화면에는 자료화면이 나가고 있을 것이다. 앵커는 정해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사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죠. 일각에서는 한괴협이 범인을 찾아낼 능력이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아나운서의 옆에 앉은 중년인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답했다.
“예, 개벽 이후로 마법과 정령을 이용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중범죄들의 빈도가 현저히 줄지 않았습니까? 현상에는 이유가, 배경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전쟁 직후 늘어난 범죄들을 협회가 경찰과 협조해서 아주 효과적으로 잡아냈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이번에는 못 잡아내고 있을까요?”
“이…… 헌터들의 수사 협조가 시작되면서 나타난 특징이, 강력범죄, 그러니까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런 폭력을 써서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의 지능이나 학력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계획적인 살인이나 강도, 이런 것들이 줄고, 우발적인 범죄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죠. 지능적인 범죄자는 이제 말 그대로 지능범죄에나 남아 있습니다. 금융사기 같은…….”
“머리가 정말로 좋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텐데 말이죠.”
“허허, 머리가 좋다고 꼭 잘 살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머리가 좋아도 삶이 힘들면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고……. 여하튼 이번 사건의 경우는 말씀하신 대로 이례적인 유형이라고 보여집니다. 개벽 이후 점차 사라져 왔던 유형. 지능범이 강력범죄를 일으킨 거지요.”
“단순히 머리가 좋다고 헌터들의 수사를 피해갈 수 있을까요?”
“헌터 시대의 지능범이라면 마법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죠. 정말로 머리가 좋아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으니까요.”
박사의 말에 앵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이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어차피 살인자가 된 시점에서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에, 그러면 머리가 아주 좋을 거라고 예상을 하셨는데요. 그 외에 범인의 특징으로 추정되는 것들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여자, 혹은 용모가 단정한 청년으로 예상됩니다.”
“상당히 확신을 가지신 것 같은데요. 이유를 여쭤보자면……?”
“일단 피해자들 사이에 연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피해자들과 범인 사이에 일면식도 없었다는 뜻이거든요. 즉 길거리에서 딱 마주쳤을 때 경계를 받지 않는, 일반적으로 위해를 끼칠 거라 생각되지 않는 외모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요.”
박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또 일면식도 없었다는 말은 원한관계가 아니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십중팔구는 쾌락살인일 테고요. 그런데 굳이 개벽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야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이제야 준비가 끝난, 비교적 젊은 나이일 가능성이 크지요.”
“아하…….”
앵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협회가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사범을 방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숨기고 있긴 한 거군요?”
“그렇다고 봐야지요.”
앵커의 몸이 박사를 향해 약간 기울었다.
“그래도 우리는 협회를 믿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어떤 이야기죠?”
“협회가 선택받은 소수를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이야기…….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관련자들을 사고사로 위장시키고 있다는 이야기……. 뭐 그런 것들이요.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박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가십거리 이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해서, 사람 사이에 숨어드는 몬스터…… 그런 이야기는 못 들어 보셨습니까?”
“금시초문입니다.”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앵커는 웃었다.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를 다루는 앵커가 웃다니. 아무리 봐도 프로의 몸가짐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생방송 중이었기에 지적을 하지는 못했다.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사람 전문이지 몬스터 전문이 아니라서……. 만약 그랬다면 한괴협이 숨길 이유는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가요.”
앵커가 다시 한번 웃었다.
“저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일동이 얼어붙었다. 아나운서도, 박사도, 그 앞에서 촬영하던 방송국 직원들도.
당황한 아나운서가 물었다.
“범인을…… 아신다구요?”
“예. 아주 명확하게.”
“누구…… 누구인가요?”
“이 안에 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박사에게로 모여들었다.
한솥밥을 먹는 직원이다 보니 앵커와 아나운서를 의심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외부인인 박사를 의심하게 된 것이었다. 그 눈빛을 알아차린 박사가 눈을 부릅뜨고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아닙니다. 애초에 마법도 쓸 줄 모르는…….”
하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았다.
단 한 마디. 아주 짧은 말. 앵커는 범인이 이 ‘안’에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인간은 멋대로 상상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저마다의 진실이라 받아들였다.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
“박사님은 아닐지도요.”
앵커의 이상한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아니면 아닌 거지 아닐지도는 뭔가.
“박사님이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용모 단정한 사람……. 우리 사이에 한 명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 사이. 앵커와 박사의 사이에 앉은 아나운서에게 시선이 몰려들었다.
아나운서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멍한 목소리.
그러나 앵커는 능란하게 말을 돌렸다.
“허나 그건 박사님의 예상일 뿐이었고요. 제가 아는 범인은 다릅니다.”
그 말에 또 사람들의 의심이 옮겨갔다. 방송국 직원들에게, 그리고 앵커에게.
이제는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만 말했는데.’
앵커는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 주머니에 그 범인의 정체를 알려줄 물건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의 양복에 몰려들었다.
“내가 이걸 꺼내는 순간, 여러분들은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될 겁니다. 그러나 협회가 이 사실을 또 숨기려 들까 두렵습니다.”
앵커의 시선이 카메라를 향했다.
“그러니 이 방송이 도중에 끊긴다면…… 여러분은 협회에게 속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방송을 끊지 말고, 모두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시민들에게, 협회에게. 그리고 방송의 송출을 담당하는 조정실에게 가하는 압력이었다.
이것은 알려져야만 한다.
“범인은…… 아니, 정확히는 살인마지요. 살인마는 인간이 아닙니다.”
박사가 진땀을 흘리며 물었다.
“몬스터란 말입니까?”
“몬스터도 아닙니다.”
앵커는 양복 속에 넣지 않은 손으로 딱 소리를 냈다.
“이 존재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조종합니다. 숙주가 된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잃고 빈껍데기가 되어 버리죠. 하지만 이 존재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이 사람이 숙주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 그렇게 가정하면 설명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가정이 아닙니다.”
앵커의 말투가 바뀌었다. 아주 굵고, 낮게.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제가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 목소리에 모두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인간들 사이에 숨어든 존재. 인간은 볼 수도 알아차릴 수도 없는 존재. 그러한 존재가 여러분 사이에 숨어서 돌아다니고, 지금 이 자리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 방송을 보는 여러분의 가족, 친지, 이웃 중에 그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불신의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앵커를 미친놈 보듯이 할 뿐. 앵커는 그 눈빛을 알아차리고 씩 웃었다.
“이 존재의 목적은 무엇이냐? 무지몽매한 여러분을 계도하는 것입니다. 신을 잃고 방황하는 영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요. 어버이에게 반항하는 자식을 꾸짖는 것이외다. 나는 신을 모시는 종이니, 내 받은 임무대로 너희에게 그분의 뜻을 전하노라.”
양복 안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단검이었다.
멀리 있는 이들은 움찔했고, 가까이 앉은 이들은 얼어붙었다.
“……아?”
“맹신하는 자 속을 것이고 불신하는 자 살아남을 것이다. 진실되고 싶은 자 네 이웃을 의심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억누르고 박해하는 자들이 망하리니. 내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앵커의 손이 단검을 휘둘렀다. 바로 옆에 앉은 여자 아나운서에게.
몸이 굳어 버린 아나운서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끄……!”
그 순간, 앵커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
앵커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미물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래도 마음속이 당황으로 요동치는 것까지 어찌할 순 없었다.
입구 쪽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못 찾을 줄 알았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였다.
“미안한데 인간이란 게 너희 생각보단 대단해서 말이야. 악마를 찾아내는 방법을 우리 나름대로 발견했거든.”
스튜디오에 있는 모두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일동을 붙잡고 있었기에.
움직이는 것은 얼굴을 가린 남자와,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소녀뿐.
소녀도 후드를 푹 눌러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살인을 하면서 번드르르한 말을 해봤자 설득력이 없잖아.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뭐 세상에는 말을 해도 못 알아먹는 사람들이 있긴 하니까…… 내가 직접 해설해 주지.”
상호는 아나운서를 내공으로 들어서 옮기고 그 자리에 앉아 손을 쓱쓱 비볐다.
“자. 뭐라고 씨부렸더라? 으음, 그래. 협회가 범인을 찾아낼 능력이 없는 거 아니냐. 맞아. 협회는 능력이 없었어.”
어디선가 도현이 뒷목을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호는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달라. 보다시피 범인을 찾아냈고…… 눈앞에 보이기만 하면 악마인지 아닌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그 정도 대응은 이제 충분히 가능해.”
아직은 이츠키와 태화 한정이지만.
앵커는 한 마디 대꾸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상호가 내공으로 입을 다물게 하고 있었기에.
“또 뭐라 했더라? 협회가 정보를 숨긴다. 시민들을 속이고 있다. 그래. 그건 난 잘 모르겠네. 나도 협회 사람은 아니라서. 다만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건…… 헌터는 대부분 참전자야.”
상호의 시선이 카메라를 향했다.
“넓게 보면 후발 헌터들도 참전자지.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그 참전자들이 사회를 위해서 정보를 숨겨주고 있는 거야. 당신들을 위해서 싸운 사람들이, 당신들을 위해 그러고 있는 거라고.”
작년까지의 상호는 이런 입장이 아니었다. 그때의 그는 사회의 안정이고 나발이고 그냥 다 까발려서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제는 생각이 달랐다.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거야. 헌터가. 참전자들이. 그게 꼬와? 꼬우면 어쩔 건데? 당신들이 총 들고 몬스터랑 싸워봐. 그럼 인정해주지.”
상호는 어깨를 으쓱이고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헌터 소관이다. 헌터 X대로 하는 게 맞고, X대로 할 거야. 불만 있나? 있으면 어쩔래? 협회 해체해. X발. 해체해.”
비속어를 들은 방송국 직원들이 잠시 당황했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가만히 상호를 바라보았다.
“당신들 지키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한다. 따지지 마. 의심하지 마. 당신들 주변에 악마가 있다면 우리가 달려가서 구해줄게. 누군가가 위험에 빠져 있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상호의 검지가 카메라의 렌즈 너머를 가리켰다.
“그게 헌터야.”
사람들의 눈에는 더 이상 서로를 향한 불신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상호는 태연한 표정으로 악마를 돌아보았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내공이 풀리자 악마가 웃었다.
“크큭…….”
“쳐웃지 말고 말을 하라고 임마.”
“……크흐.”
악마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혹세무민이 따로 없구나.”
“논리로 반박을 해 보라고 이 새끼야. 사기네 날조네 선동만 하지 말고.”
“한낱 짐승도 의심할 줄 알거늘…… 너희는 생존하는 법도 잊어버린 우민 중의 우물이로다.”
“그러니까 사람 죽이면서 그런 소릴 해봤자 설득력이 없다니까?”
상호는 악마를, 앵커의 얼굴을 가리켰다.
“굳이 내가 여러 말 할 필요가 없어. 네 당황한 표정이 이미 증명하고 있거든.”
“……!”
앵커의 얼굴이 구겨졌다.
악마의 의지가 아니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미물이나 하는 짓. 그러나 보이지 않는 힘이 앵커의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악랄한 놈.’
하지만 이 자리에서의 승부를 판가름하기는 일렀다.
“헌터.”
“엉?”
“위험에 빠진 자를 구하는 게 헌터라고 했나?”
“그렇지.”
“그렇다면 너는 헌터 실격이다.”
앵커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이 자는 구하지 못하리라…….”
상호는 그 즉시 손가락을 튕겼다.
신호를 받은 나빛이 달려와 황금빛이 감도는 손을 앵커에게 가져갔다. 앵커의 눈은 이미 악마가 빠져나가서 위로 뒤집히고 있었다.
눈과 코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피는, 성력이 온몸을 감싸자 점차 잦아들었다.
“……됐어요.”
나빛은 앵커의 목에 손을 대어 맥박을 확인하고 말했다.
“살린 것 같아요…….”
그러나 영혼은 심상에서 악마에게 쫓기고 있을 것이다. 혹은 이미 잡아먹혔거나.
상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앵커를 어깨에 둘러멨다.
“아직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야.”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
“악마한테 당한 사람들을 깨우는 방법은 아직 못 찾았어. 그렇지만 꼭 찾아낼 거야. 그러니까, 당신들은, 당신들이 필요하면 우리가 말할 테니까, 평소처럼 살면 돼.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할 때 합치면 된다고. 이놈들 말은 들을 필요 없어.”
그는 다시 한번 검지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똑바로. 흔들리지 않는 손가락 끝으로.
“다음번에 이 사람이 이 자리에서 뉴스를 진행할 땐…… 그땐 악마가 아니라 이 사람 본인일 거야. 그러니 이 사람한테 뭐라 하지 마. 이 사람은 죄가 없어. 악마가 저지른 거지.”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헌터 지갑을 꺼내서.
“이 사람은 우리가 구해서 이 자리에 복귀시킬 거야.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라고.”
한국괴렵협회 특무부라고 쓰인 신분증을 내밀어 보였다.
목적은 이걸로 끝. 악마도 잡았고 할 말도 다 했다. 상호는 신분증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입구를 향해 돌아섰다. 어깨에 앵커를 둘러맨 채로.
곁에 다가붙은 나빛의 손을 꼭 잡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방송국 카메라가 문이 닫힐 때까지 화면에 잡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