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6화 (336/501)

* * *

가은은 이서에게 져본 적이 없었다.

평소 대련에서도, 그동안의 평가에서도. 다른 반의 마법사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진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상호의 반 무예가들에게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가은에겐 보였다. 사람들의 생각이 보였다. 검을 어디로 휘두를지가 보이고, 몸을 어디로 피할지가 보였다. 그런 가은에게 전투의 정답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혹자는 그런 가은을 보며 천재라고 할지도 몰랐다. 사람의 속을 읽는 능력. 그런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거라고, 노력으로 얻을 수 없다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거라고 치부하고 운이 좋았다 단정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은에게는 사실이 아니었다.

뼈를 부수고 살을 터트리는 노력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쓰레기들을 두들겨 패면서, 혹은 두들겨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이었다.

슈욱……

이서의 검이 어깨로 날아왔다.

검로가 훤히 보였다. 생각을 읽을 수 있기에. 긴 검을 가진 이서는 가은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몸통에 빈틈이 생기는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이서는 내려치는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검로는 몇 가지로 정해져 있고.

가은은 이서의 동작을 파악해서 대응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랬을 터인데.

“……큭!”

가은은 갑자기 머리로 날아든 검을 황급히 받아쳤다.

불의의 기습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식의 빈틈을 파고든 공격. 가은이 알던 이서는 이런 공격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대체……?’

가은은 의문을 품은 채로 다리를 살짝 쪼그렸다.

조금 놀랐지만, 이제 몸통이 비었을 테니 파고들어서 공격하면 된다. 예상대로 이서의 몸통은 훤히 비어 있었다.

가은이 이서의 허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을 때.

퍼억

이서의 발등이 가은의 손목을 후려쳤다.

“……!”

가은은 당황하며 후속타를 피해 몸을 뒤로 뺐다.

검이 길었다면 당하지 않았을 공격. 검이 짧기에 이서의 발이 가은의 손목까지 닿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이 짧기에 취했던 이득도 있고. 모든 무기에는 일장일단이 있으니. 가은은 검을 탓하지 않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방심했어.’

그것뿐이다.

방금은 이서의 생각을 읽지 못했지만, 집중하면 읽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금껏 잘 해내 왔으니까.

가은은 검을 역수로 잡았다.

“……흠.”

그 모습을 본 이서가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가은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이서에게 가까이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를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역수로 쥔 검을 이서의 허벅지에 휘두르며, 자유로워진 한쪽 손으로 이서의 멱살을 노렸다.

이서가 검 손잡이로 가은의 손을 쳐냈다.

‘그러면 검은 어떻게 막을 건데.’

가은의 검은 이서의 허벅지에 닿기 직전이었다.

‘이겼다.’

이게 정답이다.

가은이 성공을 확신하는 순간.

콰악

이서의 검 손잡이가 가은의 얼굴을 찍었다.

“……!”

가은은 이를 악물고 뒤로 몸을 뺐다.

손을 쳐낸 게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검이 이서의 허벅지에 스치긴 했지만, 몸의 균형이 흔들려서는 베었다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이서가 다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그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역수를 묻는 것이다. 가은의 눈 밑이 꿈틀했다.

“보여줄게.”

그리고 다시 달려들었다.

역수는 간격을 바치고 의외성을 취하는 형태. 만약 잃어버린 간격을 속도로 보충할 수 있다면, 전완에 검을 받쳐 한 손으로 수비가 가능해지고, 또 자유로워진 다른 쪽 손으로 다채로운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엄연한 무술이었다.

말하는 것을 보면 이서는 역수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가은의 눈이 번득였다.

‘너는 못 해.’

너는 내 검로를 읽을 수 없다.

가은은 그렇게 믿고, 날아드는 이서의 검을 향해 검 손잡이 끝을 찔러 올렸다.

그렇게 튕겨내서, 다른 손으로 이서를 잡으며, 후속타를 전완에 기댄 검으로 막아내고, 검을 빗기는 동시에 이서를 베면.

‘끝…….’

확신을 갖고,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휘둘러지던 이서의 검이 갑자기 멈췄다.

‘어?!’

가은은 눈을 부릅떴다.

정확한 타이밍을 노리며 손잡이를 올려치고 있었는데. 이서의 검에 부딪쳤어야 할 손잡이가 목표를 잃고 예상보다 더 위로 올라갔다. 가은의 팔도 따라서 올라갔다.

그렇게 허리에 빈틈이 생겼다.

‘이게 무슨……!’

가은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단순히 알고 있었던 게 아니다. 분명히. 예측만으로 할 수 있는 설계가 아니었다.

이서가 가은의 검로를 읽었다.

아니, 그보다 나아가서 가은이 어떤 의도를 가질지를 읽어내고, 가은의 반응을 유도해냈다.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이서의 검이 가은의 허리로 날아들었다.

* * *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안 물어봤네.”

이서는 쓰러진 가은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

“…….”

가은은 멍한 눈으로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대답 안 할 거야?”

“…….”

“난 간다.”

툴툴대는 발걸음이 멀어져 갔다.

그래도 가은은 계속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체.’

지는 건 상관없다.

여러 번 겪어 봤다. 평생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엘리트도 아니고. 대련에서도, 학교에서의 사적인 싸움도 여러 번 겪어서 수없이 져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상하게도. 이서에게 지니까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대체 왜…….’

이서가 미운 건 아닌데.

그때 머릿속에 한 광경이 떠올랐다. 운동장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던 상호, 세희, 은율, 이서.

‘…….’

가은은 한참 동안 그렇게 누워 있었다.

* * *

“하필 우리가.”

“그러게.”

나빛이 배시시 웃으며 성창을 잡았다.

“그래도 다행이야. 지윤이 너라서.”

“니는 내가 은율이보다 쉽나.”

“응!”

지윤의 이마에 혈관이 솟았다.

“와?”

“은율이는 빠르잖아. 맞추기 엄청 힘들어……. 맞출 줄 알았는데 검으로 쳐내고. 호신강기로 막고.”

“내는 안 그렇나?”

“에이, 비교적 쉽다는 얘기지~.”

“쉽다 이거구마.”

지윤은 어깨를 풀며 우두둑 소리를 냈다.

“간데이. 맞고 아프다고 울지 마라.”

“응~.”

나빛은 가벼운 대답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 황금색 날개를 펼치고서.

저 날개가 무예가들에겐 그토록 까다로울 수가 없었다. 상호처럼 날아다닐 수 있으면 훨씬 편하게 상대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이젠 지윤에게도 멀리 있는 적을 타격할 수단이 있었다.

‘쟈는 모른다.’

방심하고 있는 지금, 첫 공격으로 승부를 내야 했다. 정보가 없는 때가 제일 약할 때니까.

지윤은 주먹에 내공을 끌어모아 앞으로 내질렀다.

“흐읍!”

콰아아아앙

대뜸 마나의 폭발이 일어났다.

대포의 포구에서 쏘아진 포화처럼, 갈수록 넓어지는 방사형으로. 그동안의 수련 때문에 그 폭이 이전보다는 줄어 있었다.

“악!”

상상도 못한 공격에 나빛은 방어막을 펼치지도 못했다. 투명한 폭발이 나빛의 몸을 때렸다.

쿠르르릉……

폭발의 여파가 결계를 울렸다.

넓은 날개가 폭풍을 타고 제멋대로 흔들렸다. 나빛은 공중에서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고 지윤을 돌아보았다.

“으……에…….”

넋이 나간 표정. 헤 벌어진 입에서 영혼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머……머야, 방금?”

“마, 니 맞았다 아이가. 니 진기라.”

“아, 아니야아아! 하나도 안 아팠어!”

“하이고, 가스나 똥고집은…….”

지윤은 벽을 타고 뛰어올라 나빛에게 달려들었다.

나빛의 성창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오히려 발판이 되고 몸을 지탱할 손잡이가 될 뿐이었다. 나빛은 방어막을 넓게 펼쳐 지윤에게 날렸다.

콰차아앙

방어막이 살얼음처럼 박살이 났다.

“어…….”

“닌 인자 안된디!”

지윤의 손에서 하얀 불꽃이 타올랐다.

나빛은 날개를 퍼덕여 피하려 했지만, 지윤이 나빛의 날개를 먼저 잡았다.

지윤이 손에 힘을 주자 날개가 조금씩 부서져 내렸다.

“느 이거 부수면 못 날제?”

“아니!”

나빛의 등에서 날개가 여섯 쌍 더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지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개를 부수는 것을 포기했다.

“니는 대체 머 하는 괴물이고, 참말로…….”

대신에 날개에 매달린 채로 나빛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 멀지는 않지만, 주먹에 힘을 실어 날리기에는 애매한 거리. 조금 더 가까이 가야 나빛을 공격할 수 있었다.

“으……!”

지윤이 다가오자 나빛이 날개를 떼어내 떨어뜨렸지만, 지윤은 잽싸게 다른 날개를 잡아 나빛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빛의 멱살을 잡았다.

“잡았데이.”

지윤은 눈을 부릅뜨고 웃었다.

“니도 인자 나헌티 안 되는 기…… 어래?”

“저리 가!”

황금빛 사슬이 지윤의 사지를 묶었다.

나빛은 지윤을 사슬로 꽁꽁 묶어 바닥에 냅다 던졌다.

콰아앙

“……아이고.”

지윤은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혀를 찼다. 급히 낙법을 했더니 손바닥이 벽을 후려친 듯 얼얼했다.

나빛이 검지로 지윤을 가리켰다.

“마! 너 맞았다 아이가! 너 진거야!”

“사투리도 못 쓰는 기 머라카노.”

지윤은 흙을 털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해 바라, 임마.”

“치사해!”

“니도 맞았잖아! 내는 호신강기도 있다꼬.”

“우씨…….”

나빛의 몸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럼 이번엔 진짜야!”

주변에 수많은 성창이 나타났다.

어림잡아 수백. 효은이 옛날에 한 번 보여줬을 때만큼 많았다. 지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내공을 모았다.

“내도 이번엔 진짜데이.”

더 강하게. 더 강하게. 그때처럼 정신을 집중시키고.

나빛도 방어막을 펼치며 성창들의 창끝을 지윤에게로 향했다.

“간다!”

“온나.”

쏟아지는 성창의 비를 마주하며.

지윤은 주먹을 뒤로 당겼다가 힘껏 내질렀다.

334. 돌파

가은은 패자전에서도 졌다. 정말로 넋을 잃은 것처럼.

이서도 가은을 이기고 나니까 탈력감이 왔는지, 결승전에서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패했다. 세희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던졌네요.”

“그러게.”

“팰게요.”

“응……?”

상호는 자신이 세희에게 잘못된 교육방식을 물려준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미운 놈 떡 더 주고 예쁜 애 매 더 주는 법이니까…….’

세희도 이서를 아껴서 그런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상호의 몸이 2학년 경기장 쪽으로 빙글 돌았다.

“은율이가 이겼네.”

“그러게요.”

“그럼 나빛이랑 지윤이 둘 중 한 명이 은율이랑 붙겠네.”

“네.”

지윤과 나빛의 경기장에서는 밝은 빛이 번쩍이며 흙먼지가 치솟고 있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저거 끝나면 1학년 애들 데리고 내려가서 구경하자. 이서도 가은이도 다 끝났으니까.”

“네.”

미래와 아리가 다시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 * *

“콜록…….”

소녀는 기침을 하고는 옷을 털었다.

“아이……. 안에 다 들어갔구마. 에잉…….”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혀를 차면서.

지윤은 손을 휘둘러 흙먼지를 걷어냈다. 허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성창도, 방어막도, 날개 달린 소녀도.

지윤의 눈동자가 아래를 향했다.

“으으…….”

바닥에 쓰러진 나빛이 울먹이며 지윤을 올려다보았다.

“으으……으응…….”

“와 우노.”

“치사해! 내가 먼저 쓰러뜨렸었잖아!”

“낙법은 쓰러진 게 아이라카이까네! 글고 니가 먼저 맞았다 아이가! 쌤헌티 물어보까? 누가 이깄는지?”

“꾸우웅…….”

나빛은 몸을 일으키는 듯하더니 다시 뒤로 벌렁 자빠졌다.

“몰라! 지윤이 치사 빤쓰야.”

“니는 유치 빤쓰다 임마. 니 나이가 몇이고.”

“몰라아아아!”

황금색 뿅망치가 지윤의 머리에 뿅 하고 부딪혔다.

“지윤이 땜에 망했어! 나 이번엔 1등 해보고 싶었단 말야! 으잉…….”

“내도 1등 몬해봤다. 니는 내년에 해라이. 올해는 내가 할 텡게.”

“으응…….”

지윤이 손을 내밀자 나빛은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하지만 코에서는 눈물 섞인 콧물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훌쩍…….”

“니가 울믄 내가 머가 되노. 고마 울고 내리가자잉.”

“응…….”

나빛은 코를 훌쩍이며 지윤을 따라 계단으로 향했다.

* * *

“야, 천세희!”

상호가 세희와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오자마자 태화가 달려왔다. 그 뒤에서는 이츠키와 나디아가 걸어오고 있었다.

“천세희! 천세희! 천세희!”

“뭔데 그러는데.”

“너 내 시합 봤냐?”

“아니?”

그 말에 태화가 불을 뿜으며 빽 소리쳤다.

“왜 안 보는데!”

“왜 봐야 하는데?”

“넌 내 시합 안 궁금해? 볼 가치도 없다 이거야?”

“아니 그냥 안 봤는데?”

세희는 멀뚱히 눈을 끔뻑였다.

“보면 보는 거고 안 보면 안 보는 거지, 꼭 봐야 될 이유가 있어? 니가 말해 봐. 봐야 될 이유가 뭔데?”

“됐어. 재수없어. 지는 남들 경기 안 봐도 된다 이거지. 흥…….”

태화는 토라져서는 고개를 팩 돌리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시 세희를 돌아보았다.

세희의 입꼬리가 빠르게 내려갔다.

“왜. 뭐.”

“……아니. 됐어.”

태화는 다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세희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이츠키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이츠키가 다가와 세희의 귀에 소곤거렸다.

“봤습니까?”

“다 봤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둘은 태화 모르게 실쭉 웃었다.

상호는 그런 아이들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

지윤, 그리고 은율.

‘둘 다 우리 반이네.’

연말평가 결승전.

다른 반이 상대였다면 조언을 해 주었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하면 안 되겠지.’

상호는 가까이 다가온 두 아이와 번갈아 눈을 마주쳤다.

한쪽은 검. 한쪽은 주먹.

“잘 왔다. 둘 다.”

보이지 않는 힘이 두 아이의 손을 들어 상호의 손에 얹었다.

“전투는 한 번 한 번이 다 중요해.”

그렇게 가르쳐 왔다.

“이기고 지는 것도 늘 중요하고.”

누군가는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한 게 아니며, 중요한 건 과정이 얼마나 떳떳하고 아름다웠는지라고 말하겠지만.

사람을 여럿 지키고 잃어온 상호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꼭 이겨.”

둘 다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두 아이는 살짝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상호를, 서로를 바라보았다. 상호는 그런 두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꼭 이기되…… 이거 하나만 알아줘.”

손이 손을 꼭 맞잡았다.

“누가 이기든. 누가 지든. 내가 누굴 더 아끼고 덜 아끼는 일은 없다. 둘 다 나한텐 소중한 학생이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취급이 달라지거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거야.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야.”

“……네.”

둘 다 동시에 대답했다.

상호는 둘의 손을 놓아주고 씩 웃었다.

“경기 잘 해.”

지윤과 은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같은 방향으로, 같은 계단을 오르며.

그런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세희가 그를 불렀다.

“선생님.”

“응?”

“누가 이길 것 같으세요?”

상호는 결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답했다.

“큰 이변이 없으면 지윤이가 이기겠지.”

“은율이가 이기려면…… 지윤이가 지칠 때까지 시간을 끄는 방법밖에 없어요?”

“뭐…… 호신강기를 항상 둘러놓을 순 없으니까, 지윤이가 의식하지도 못하게 공격을 하면 가능할지도. 그치만…… 힘들지.”

“……아무래도 힘든가요.”

“응.”

세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마 은율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호는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세희에게 가까이 다가붙어 속삭였다.

“은율이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네?”

세희는 황급히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는 당황한 눈으로 상호를 올려다보았다.

“알고…… 계셨어요?”

“세희 너랑 관련된 건 다 알지.”

……라는 건 거짓말이고.

상호는 쓰게 웃으며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요즘 은율이랑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서……. 싸웠나, 했어. 맞아? 사과하려는 거?”

“……비슷해요.”

세희가 눈을 내리깔았다.

“2등 축하해, 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긴 하지.”

경기장에서는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상호는 세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승패는 네가 고민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지. 일단 보고, 그 후에 생각하자.”

“……네.”

세희는 경기장을, 그 위에 선 은율을 올려다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