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3화 (333/501)

* * *

“얼마나 물러날지 알고 있었나 보네요.”

상호의 무릎에 앉은 세희가 중얼거렸다. 단비와 초란의 대결이 펼쳐졌던 경기장을 내려다보면서.

둘은 별관의 상공에 둥둥 떠 있었다.

“단비가 침착하질 못했어요. 옆으로 돌면서 같이 공격하면 됐을 텐데.”

“단비가 손이 더 빠르니까.”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만 단비는 그걸 몰랐던 거지. 관찰을 안 해서…… 그래서 항상 관찰해야 하는 거야. 당황하면 안 되고…….”

세희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손톱만해 보일 정도로 멀었지만, 내공으로 시력을 높이면 관전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세희도 상호와 같은 수법으로 시력을 높인 상태였다.

세희의 눈이 이번에는 별관 너머 2학년 경기장을 향했다.

“선생님.”

“응?”

“태화. 1등 할 수 있을까요?”

“하기 나름이지.”

“지윤이가 초강기를 쓰잖아요.”

태화의 공격은 지윤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고, 지윤은 딱 한 대만 때리면 태화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

물론 상호가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거야 뭐, 유형이 다르니까. 무예가는 어지간하면 지윤이를 못 이기겠지만…… 태화나 나빛이는…… 글쎄. 하기 나름이겠지.”

“은율이는요?”

“응?”

“은율이는 지윤이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니.”

상호는 고개를 저었다.

“무예가가 지윤이를 이기는 방법은…… 많지 않아. 세희야. 전투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강도와 간격이요.”

“그래. 강도와 간격. 그리고 검을 쓰는 너한테는 좀 덜 중요한 이야기라 빼놨지만…… 주먹을 쓰는 사람들한테는 힘도 중요하지. 속도는 뭐, 느리든 빠르든 간에 간격만 조절할 수 있으면 의미가 없는 거고……. 그러면 봐봐.”

세희는 상호가 치켜든 손가락 세 개를 바라보았다.

“힘. 강도. 간격. 각각의 승리법이 있지. 근데 지금 2학년 중에서 지윤이를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애가 있을까?”

“없어요.”

“그래. 만약 있다면 지윤이한테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못 움직이게 제압하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이 없지. 그러면 강기의 강도로 이길 수 있는 애는 있을까?”

“저밖에 없어요.”

“그치. 이것도 당연히 패스. 그러면 지윤이를 상대로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애는?”

“그건 꽤 있을 것 같아요.”

순간이동을 하는 태화. 장애물을 만들며 날아다니는 나빛. 발이 빠른 은율과 세희 자신.

이렇게 네 명은, 간격만은 지윤보다 잘 다룰 자신이 있었다.

“그러면 멀리서 때리고 도망가는 거예요? 지칠 때까지?”

“그렇게 되겠지.”

지금의 지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다. 상호는 지윤이 일격에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게…… 지윤이는 원래 체력이 좋고, 내공도 천색창염이랑은 달라서 상당히 많이 쌓여 있으니까. 어지간해서는 먼저 쓰러질 일이 없을 거야.”

“무적이에요?”

“저기서는?”

다만 지윤이 학생치고는 경험이 많은 편이더라도,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약점을 잘 찾아서 공략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호는 자신이 평범한 학생이라면 지윤을 어떻게 상대했을지 상상하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깨닫고 다시 아이들의 경기에 집중했다.

오전 예선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 * *

“10승!”

“8승!”

“꺼져! 뭘 자랑스럽게 끼어들어!”

“끼잉…….”

단비가 꼬리를 내리며 울상을 지었다.

함께 모여서 급식소로 가는 길. 여느 때와 같이 오전 결산을 내는 중이었다.

단비와 초란과 미래가 8승, 아리가 9승, 하솔과 이서와 가은이 10승.

그리고 나디아가 8승, 이츠키가 9승, 나빛과 태화와 은율과 지윤이 10승.

전원이 오후 본선 진출.

태화가 콧대를 한껏 높였다.

“우린 10승 클럽이라고. 9승? 8승? 버러지들 쳐내!”

“이 버러지부터 치워뿔자. 마 단비야, 잡아라.”

“어허, 꺼져! 8승따리가 어디 10승 몸에 손을 대!”

상호는 투닥거리는 아이들을 급식소로 밀어붙였다.

세희는 밥생각이 없다며 오지 않았다. 말은 밥생각이라지만 상호가 추측하기에는 혼자 평가 안 본 채로 평가 본 아이들 사이에 있기 싫었을 것 같았다.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자 나빛이 상호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 선생님.”

“응.”

“태화한테 들었는데…… 1등하면 매일 같이 외식하는 거예요?”

그걸 그새를 못 참고 또 자랑했나. 상호는 태화를 흘겨보다가 나빛에게 씩 웃어 보였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매일은 힘들지.”

나빛이 눈을 깜빡였다.

“왜 힘들어요?”

“현실적으로 그렇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나도 너희만 만나는 게 아니고, 약속도 잡아야 하고…….”

“그럼 왜 그런 약속을 하신 거예요……?”

“태화가 멍청해서 덥석 믿어버린 거야. 그래도 나빛이 네가 1등하면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같이 밥 먹을게.”

“왜 말이 달라져요……?”

“…….”

그는 결국 태화의 뒤통수에 꿀밤을 놓았다.

“아야! 왜 때려!”

“넌 좀 맞아야 돼. 대체 왜 그걸 애들한테 자랑하는 거야? 아직 1등을 한 것도 아니면서…….”

“우씨, 이렇게 놀려야 의욕이 생기는 거야! 난 쟤들 놀리는 맛에 시험 본단 말이야!”

“자랑이다 임마.”

꿀밤이 한 번 더 날아가자 태화가 바락바락 성을 내며 발을 굴렀다.

“아! 아! 머리 나빠졌어! 마법 몰라! 나 쌤때매 1등 못해! 쌤때매 다 망쳤어! 아!”

“하지마. 하지마. 못 할 것 같으니까 또 핑계 만드는 거잖아.”

“아니야! 할 수 있었는데 쌤때매! 아!”

“너 이리 와봐.”

상호는 태화의 머리를 잡고 입김을 후 불었다.

“됐다. 다 나았어. 이제 할 수 있어.”

“아니야! 진짜 조금 나빠졌어. 1등 못 해. 2등은 간신히 할 수 있을라나? 흥.”

“왜. 누구 보고 쫄려서 1등 못 하겠다 싶었어?”

“……아뉜뒈에~.”

태화는 콧방귀를 뀌며 몸을 옆으로 흔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 신경 쓰이는 아이가 있었나 보다. 상호는 나빛과 은율, 지윤을 차례대로 흘끗하며 숟가락으로 밥을 떴다.

‘얘가 자기도 경기하는 와중에 무예가 애들을 봤을 것 같진 않고…….’

아마 나빛일 것이다. 나빛이 싸우는 건 눈에 아주 잘 띄니까.

뭘 봤기에 존심 강한 태화가 싸우기도 전부터 쪼그라들어 있는지가 조금 궁금했다. 아까 볼 땐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중간중간 1학년 경기를 보느라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상호는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생각을 접고 밥을 먹었다.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 배고프다고 배 채우려고 하지 말고.”

“네~.”

“어, 나 배부른데…… 멍.”

“마, 배를 불리믄 우짜노. 내처럼 쬐끔만 묵어야제.”

“언니 그거 2인분은 돼 보여서…… 언니 보고 많이 먹어도 되는 줄 알아서…….”

“내는 이래 묵어도 배가 한참 남는데이. 아이고, 배 뽈록 튀어나온 거 바라. 미련허게 묵어가지고……. 왜 그래 묵었노. 쌤이 아침에 말해준 기 기억 안 나드나?”

“멍, 본선 온 적이 별로 없어서…….”

“토해라 임마. 토해. 답이 읍다.”

“부웨…….”

“야이씨, 어디서 토악질을 하고 있어! 10승님들이 밥 먹고 있잖아, 패배자 색갸!”

“끼잉…….”

“조용히 먹어. 단비는 소화제 갖다 줄게. 토하지 말고 가볍게 걷고 있어.”

“네…….”

그와 아이들은 열심히 식판을 비워나갔다.

330. 푸른 결의

“악!”

운동장에 흙먼지가 일었다.

바닥에 쓰러진 이서는 흙 묻은 침을 뱉으며 땅을 짚었다. 손에 쥐고 있었던 검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서는 검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할 거야?”

이서의 눈앞으로 전투화가 다가왔다.

“아직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너도 잘 모르겠어? 스스로 더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은율이 이서의 검을 주워 이서에게 건넸다.

이 검을 잡으면 다시 대련이 시작된다. 이서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이 도저히 움직이지를 않았다. 백날 처맞기만 하는데 의욕이 생길 리가.

대신에 입을 움직여 시간을 벌기로 했다.

“언니.”

“응?”

“언니는 평가 준비 안 해?”

“나는 내 나름대로 하고 있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은율이 피식 웃고는 스탠드를 향해 걸어갔다.

“쉬자.”

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고 제대로 일어났다.

스탠드에는 이온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이서가 스탠드를 향해 다가가자 은율이 음료수의 뚜껑을 열어 건넸다.

“자.”

“……땡큐.”

이서는 어색하게 감사를 표하고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맞을 때마다 비명을 질렀더니 입에 먼지가 그득하고 목이 칼칼했지만,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니 금세 시원하게 씻겨 내려갔다.

이서가 계속 음료수만 마시고 있자 은율이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궁금한 게 아니었네.”

“아니, 그냥, 잠깐 숨차서…….”

“무슨 질문 했는지 까먹었지?”

“…….”

정곡이었다. 이서는 은율의 시선을 피해 딴청을 피웠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었었어.”

“아, 맞아. 그거. 그게 궁금했어.”

“왜일 것 같아?”

“글쎄. 선생님이 시켜서?”

은율은 담임을 잘 따르니까. 담임에게 예쁨받으려고 이러는 것이 아닐까. 평가를 잘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렇게 자신을 가르치는 것도.

이서의 생각은 그랬다.

“그야 널 가르치는 건 선생님이 시켜서이긴 하지.”

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되진 않지. 이서 너도 선생님이 시키면 하긴 하잖아. 열심히 안 할 뿐이지.”

“그렇……지.”

“내가 널 가르치는 데 열심인 건 그냥 성실해서야.”

“……그렇겠지.”

“그치만 평가를 열심히 하는 건 성실해서 그런 게 아니야.”

“재능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재능이 있긴 있으니까 1등을 했겠지. 하지만 그것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아니지. 꼴등이어도 열심히 할 순 있는 거잖아?”

“글쎄…….”

그럼 뭐 때문이란 말인가. 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은율은 이야기를 핑계로 시간을 끌어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검을 다시 드는 것을 보아하니.

이서의 입술 사이로 침음이 쏟아져 나왔다.

“좀 더 쉬면 안 돼?”

“알려주려는 거야. 내가 왜 열심히 하는지.”

은율은 다시 운동장에 서서 이서를 향해 검을 겨눴다.

“자. 다시 와봐.”

* * *

‘난 지금도 모르겠는데.’

이서는 검을 칼집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마주한 상대는 칼을 놓친 채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곧 결계가 내려가고 선언이 내려졌다.

“권이서, 승.”

이겼다.

이겼는데도 딱히 기쁘지는 않고. 밍밍한 마음 그대로. 이서는 권태로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내려왔다.

“이서야~.”

순간 몸이 움찔했다. 나빛이 부르는 줄 알고.

하지만 곧 단비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왜.”

“미래 경기 보러 갈래? 미래 슈트 쩔어! 완전 변신 로봇…….”

“됐어. 너나 가. 난 1초라도 더 쉬어야 돼.”

“끼잉…….”

이서를 향해 달려왔던 단비는 그 기세 그대로 달려 다른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서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열심히 할 생각 따윈 없는데. 뭣하러 계속 이기고 있는지.

이서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다음 16강전을 대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스탠드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 * *

“이서가 칼이 더 날카로워졌네요.”

“그러게.”

상호는 밑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학기 들어서는 이서의 나머지 수업을 봐주지 못했다. 그도, 세희도. 아마 은율이 도맡아 했을 테다.

“은율이한테 많이 맞았나 보다.”

“그러게요.”

“이서가 너희 말은 잘 들어?”

“듣게 만들었죠.”

한쪽은 반장 범생이. 한쪽은 선도부 범생이. 그런데 하필이면 학교가 헌터 학교라서 범생이일수록 사람 패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세희는 상호가 내민 팝콘을 한 움큼 쥐어 아작거렸다.

“그래도 이서 똑똑해요. 저희한테 깝치면 죽는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그건 다행이네.”

상호는 쓰게 웃으며 1학년 경기장을 쓱 훑었다.

단비는 32강에서 떨어졌지만 친구들 경기를 본다고 운동장에 남았고. 미래와 초란은 경기 중. 이서는 방금 이겼고, 가은도 이제 막 상대를 쓰러트린 참이었다.

그리고 아리와 하솔은, 호명을 받아 경기장으로 올라서는 중이었다.

같은 경기장으로.

“둘이 만났네요.”

“어쩔 수 없지.”

32강에 같은 반 7명이 올라갔는데 한 쌍 정도는 만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상호는 그 경기장을 향해 몸을 기울이다가 2학년 경기장 쪽을 흘끗했다.

2학년은 이제 막 32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너희는 대진 겹친 거 있나?”

“나빛이가 이츠키랑 붙을 거예요.”

“으음…….”

상성이 매우 안 좋으니 나빛의 낙승일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당연히 이겨서 올라갈 것이고.

‘이쪽이 더 궁금하네.’

결정을 내린 상호는 1학년 경기장을 향해 눈을 돌렸다.

* * *

“안녕.”

하솔이 먼저 손을 흔들었다.

아리도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다른 손에 마나를 그러쥐면서.

그 마나를 본 하솔이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갈게.”

“응.”

그 말과 동시에 하솔의 발이 땅을 박찼다.

하솔은 아이들 중에서도 아주 강한 편이었다. 아리는 무예에 대한 것은 몰랐지만, 하솔의 검술은 유독 단단했다.

기초가 탄탄하다고 해야 할까, 정답만을 고른다고 해야 할까. 검로가 정직한데도 막기가 힘들고, 도박수를 던지지 않으며 빈틈도 쉬이 내주지 않았다. 다행히 마법을 쓰는 아리는 그런 검술을 비교적 자유롭게 상대할 수가 있었다.

아리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하솔을 바라보며 몸을 웅크렸다.

파지직……

전기 마법의 전조. 뿔과 뿔 사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순간이동을 하지 않은 게 의심스러웠을까, 하솔은 그 스파크를 보기도 전에 이미 옆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마법의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위치.

아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법을 계속 전개했다.

빠지지직

아리의 몸에서 푸른 번개가 방출되었다.

가지를 친 나무처럼 둥그런 모양. 이리의 몸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번개는 곧 가장 가까운 물체를 찾아 손을 뻗기 시작했다.

번개의 손가락이 하솔의 검에 닿았다.

“윽……!”

하솔은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닫고 검을 놓는 중이었다.

파앙

일시에 달아오른 검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래도 몸에 피해를 입는 것은 막았다. 하솔은 떨어지는 검을 낚아채 아리의 다리를 향해 낮게 휘둘렀다.

“웃……!”

아리는 당황해서 순간이동을 했다. 시간이 촉박해 먼 곳으로는 쓰지 못하고, 겨우 하솔의 등 뒤로.

하지만 하솔의 검은 집요하게 아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눈앞으로.

눈썹 앞으로.

‘……아.’

노란 눈동자에 칼의 그림자가 닿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