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가은은 빠따로에서 나온 쪽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서 눈을 감았다가 떠 보기도 했지만, 시야는 여전히 그대로.
쪽지에 적힌 글귀는.
-오늘 같이 잘래?
상식을 가볍게 파괴하는 내용.
“…….”
가은은 침착하게 핸드폰을 들어 112를 눌렀다.
318. 쪽지의 날갯짓
“성함이?”
“……강상호입니다.”
상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앞에서는 여자 경찰관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직업은요?”
X급 헌터. 하지만 죄목이 죄목인지라 바른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X급 헌터가 미성년자 성희롱으로 경찰조사를 받는다. 이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도현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누구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서.
“교사……입니다.”
“예현여고 교사. 맞죠?”
“……예.”
“여학생한테 성희롱을 하셨던데.”
“……고의가 아니었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죠. 사실이든 아니든.”
“…….”
할 말이 없다. 상호는 TV에서 본 범죄자들처럼 외투를 뒤집어쓰고 싶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관의 취조는 계속 이어졌다.
“학생한테 같이 자자고 했다고요.”
“제가 말한 게 아니라 빠따로에 그 문구가 들어있었던…….”
“그 빠따로는 누가 줬죠?”
“……접니다.”
“상대가 미성년자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죠?”
“그건……, 예. 담임이니까…….”
“인정했네요.”
경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지문 찍으러 갈까요?”
“……저 범죄자 되는 거예요?”
“일단 따라와 봐요.”
상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여차하면 도망쳐서 도현을 부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경관은 경찰서 바깥으로 향했다.
‘기계가 바깥에 있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그래도 따라가 보면 알 것이다. 상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묵묵히 경관의 뒤를 따랐다.
둘의 걸음이 멈춘 곳은 경찰서 뒤편의 그늘이었다.
‘두들겨 패려는 건가……?’
악질 범죄자에게 직접 정의의 철퇴를 내리려는 걸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경관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가은이 담임이죠?”
그 말에 상호는 경찰관을 다시 살폈다.
매서운 눈빛. 짧은 머리. 견장에는 은색 무궁화가 하나. 아마 경위인 모양이었다.
근무복의 명찰에는 서호림이라는 석 자가 박혀 있었다.
“예.”
“진짜였네.”
호림은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꺼내 던졌다.
“가은이한테 듣긴 했는데. 솔직히 안 믿겼거든. 걔가 남자 선생님 반에 있을 줄이야……. 아, 반말해도 괜찮지?”
“몇 살인데요.”
“서른하나.”
“……하세요.”
상당한 동안이었다. 기껏해야 20대 후반인 줄 알았는데.
상호는 받은 캔커피를 따서 한 모금 홀짝였다.
“가은이가 뭐라고 했는데요?”
“뭐랬지? 아, 맞아. 진짜 쓰레기랬어. 제자를 막 덥석덥석 껴안는다고.”
“……그렇게 보여도 할 말 없긴 하죠.”
해석은 다를 수 있으나 현상은 실재했다. 제자를 덥석덥석 껴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상호의 시선이 호림의 견장을 향했다.
“서 경위님?”
“응?”
“가은이랑은 어떻게……?”
“그냥 뭐…….”
호림도 캔커피를 땄다.
“사건 때문이지. 내가 맡은 사건 중에 가은이랑 관련된 사건이 있었어서.”
상호의 머릿속에 가은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말 못 하는 사건이죠?”
“어.”
“얼마나 됐는지는 알려줄 수 있어요?”
“엄청 오래되진 않았어. 이제 5년 됐네.”
가은은 지금 17살. 5년 전이면 12살. 초등학교 5학년.
상호는 깊은 침음을 흘렸다.
“그 일 때문에 가은이가 남자를 싫어하는 거예요?”
“많이 알고 있네.”
호림은 고개를 삐딱하게 건들건들 끄떡이고는 상호를 힐끔했다.
“가은이랑 이야기 좀 해 봤어?”
“많이는 못 했어요. 가은이는 절 많이 싫어해서.”
“그래? 그래도 반에 계속 있는 걸 보니까 다른 남자들보단 괜찮은 모양인데?”
“제가 아니라 친구들을 좋아하는 거죠.”
“아냐. 빠따로를 먹었다는 걸 보니까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
“그런 거예요?”
여태까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상호는 볼을 긁적였다.
“가은이가 절…… 괜찮아한다고요?”
“다른 남자는 곁에 있지도 못하지. 빠따로를 줘도 버렸을 거고. 아마 뭘 넣었을 거라 생각할걸.”
“실제로 뭐가 들어있긴 했죠. 제 의도는 아니지만…….”
“아니야?”
“아닙니다.”
상호가 딱 잘라 말하자 호림이 낄낄거렸다. 목소리는 평범한데 말투가 걸었다.
“하긴 가은이가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 그치?”
“당연하죠.”
“그치만 범죄자들은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하더라고~.”
“……진짜 아니에요.”
상호는 답답한 마음에 남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가은이한테 잘 좀 말해 주세요. 조사 당당히 받고 무혐의로 끝났다고.”
그것 때문에 구태여 출석요구에 응한 것이다. 권력을 이용하면 가은과의 사이가 더 멀어질까봐서.
그의 말에 호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그러고는 다 비운 캔을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 * *
“조사 잘 받고 왔어~?”
“……예.”
“다행이네~.”
해련이 양손을 양 뺨에 얹으며 한숨을 폭 쉬었다.
“나는~. 문가놈 그 망할놈의 새끼 같은 자식이 학교에 또 있는 줄 알고~.”
“…….”
“부숴버리려고 봤더니 웬걸~. 강 선생이래~.”
“…….”
“그래서 깜짝 놀라가지구~. 단 게 땡겨서 빠따로를 먹었는데~.”
“…….”
“이런 게 나와버리네~.”
해련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내용을 읽고 싶어도 뒷면밖에 안 보인다. 상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제가 넣은 거 아니에요.”
“어머, 그래?”
“네. 이벤트용 빠따로라는데 제가 잘 안 보고 사 가지고…….”
“그런데 이런 음란한 말이 적혀 있어?”
“……일단 좀 읽어 봐도 될까요?”
“흠…….”
해련은 작은 쪽지를 구태여 양손으로 잡고 거드름을 피웠다.
“아이구,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 어떻게 어른한테 이런 말을 한담~?”
“장난치지 마요. 가게에서 그렇게 이상한 걸 적어 놨을 리 없잖아요.”
“아니야~. 정말이야~. 읽어 줄게. 으흠, 너 우유통이 맘에 드는…….”
상호는 해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공을 뻗어 쪽지를 탈취하려 했지만, 해련이 삼매진화로 태우는 게 더 빨랐다.
해련은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을 손으로 꽉 쥐어 꺼트리며 웃었다.
“안 되지~.”
“뻥치지 마요! 어느 가게가 빠따로에 그런 걸 넣어요!”
“빠따로에 넣을 수도 있지~. 강 선생이 나한테 빠따로를 넣으려는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상호는 이마를 짚고 문가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수업이나 할래요.”
“어머? 어디 가? 좋아하는 우유통에 한번 쏙 안기고 가야지~.”
“가끔 걱정이 돼요. 교장선생님이 경찰에 잡혀갈까 봐…….”
“나는 강 선생한테만 이러지~. 남들은 모르지~.”
그게 제일 문제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교장실을 나섰다.
* * *
“앗, 쌤 왔다!”
“쌤예~.”
스탠드에 앉은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조사 잘 받고 왔습니꺼~.”
“큰소리로 말하지 말아줘…….”
누가 듣기라도 하면 쪽팔려 죽을 것이다. 상호는 손바닥을 내밀어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팠다.
미진의 눈빛 또한 마찬가지.
‘하…… 씨, 어제 빠따로 줬을 때는 괜찮았는데…….’
어쨌든 해명은 해야 할 것이다.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말문을 뗐다.
“어제 선생님이 준 빠따로…… 다들…… 먹었니?”
“네~.”
“나 이거 뽑았어!”
태화가 쪽지를 흔들었다. 쪽지에는 ‘일일 노예 쿠폰♡’ 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거 쓸 수 있는 거야?! 진짜?!”
“어제가 기한이었어.”
“스캠이야아아아악!”
상호는 자신을 향해 불을 내뿜는 태화의 이마를 손으로 찰싹찰싹 쳤다.
“앉아, 앉아 임마. 하여튼…… 미안하다, 얘들아. 선생님이 빠따로를 잘못 샀어…….”
“네?”
나빛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그 쪽지……. 선생님이 쓴 거 아니에요?”
“응. ……잠깐만, 나빛이 넌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사랑해라구요…….”
회색 눈동자에 물기가 비치자 상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사실 선생님이 쓴 거야.”
“정말요?!”
“응……. 나빛이, 나빛이 거는 특별히 만들었지…….”
“헤헤헤…….”
나빛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이서의 등 뒤로 모습을 숨겼다.
나빛의 것만 특별히 만들었다는 말에 몇몇 아이들의 눈빛이 샐쭉해졌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너희가 이해해라…….’
상호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짐짓 엄한 목소리를 지어냈다.
“이제 수업해야지. 연말평가 얼마 안 남았잖아. 실습도 당분간 쉬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고……. 미진 선생님. 수업하죠.”
“예.”
미진은 아이들을 향해 걸어가는 듯하더니, 상호의 곁에 멈춰서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나한테 준 것도 실수예요?”
“네? 네…….”
“다행이네요.”
미진은 쓰레기를 버리듯이 상호의 주머니에 쪽지를 넣었다.
“진짜 칼로 찔러 버릴 뻔했으니까.”
대체 뭐라고 적혀 있길래.
상호는 미진이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쪽지를 슬쩍 꺼내 펼쳤다.
-오늘부터 1일^^
‘…….’
남친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보냈다고 생각했을 터. 칼로 찔려도 할 말이 없었다.
‘……수업이나 하자.’
그는 세희와 지윤을 향해 손짓했다.
“세희, 지윤이. 나와.”
“옙.”
둘은 일어나서 상호와 함께 운동장 구석으로 향했다.
각자 초혼강기와 초강기를 수련해야 했다. 상호는 오늘은 어떤 식으로 가르칠까를 고민하다가.
‘괜히 궁금하네…….’
이 둘은 어떤 쪽지를 받았을지가 궁금해졌다.
물어봐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사람의 궁금증이란 것은 참으로 무서워서.
“얘들아.”
“네.”
“너희는…… 빠따로에서 나온 쪽지 보고 안 놀랐어? 별로 말이 없네.”
“놀랐지예.”
지윤이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긴가민가 했습니더.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쌤이 아이드라구예.”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처음 만난 순간 반했다카드랍니더.”
지윤은 키득거리며 뭔가를 바닥에 집어 던지는 시늉을 했다.
“이야~. 아부지 무덤 앞에서 꽃을 든지네! 박력있네 임마! 한눈에 반했다카이! ……할 리가 없으니까예. 쌤예가.”
“그렇지…….”
상호는 그날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그런데 지윤의 눈빛이 표독해졌다.
“뭐가 그렇습니꺼.”
“……응?”
“와 한눈에 안 반했는디예. 됐심더. 지는 아덜보다 안 이쁘다 아입니꺼. 머스마같이 생겨가지꼬……. 흥칫뿡임더.”
“아니, 반했어, 반했어. 지윤이 네가 얼마나 예쁜데! 얼굴도 몸도…… 잠깐만. 이 말 저번에 하지 않았어?”
“흥.”
“예쁘다니까…….”
상호는 지윤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쏙 뺐다. 다행히 지윤은 곧 피식 웃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점점 물어보기가 무섭다. 그래도 지윤에겐 물었는데 세희에게 안 물어볼 수도 없고.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세희를 돌아보았다.
“세희 너는?”
세희가 씩 웃었다.
“저는 보자마자 알았어요.”
“뭐를?”
“선생님이 쓴 게 아니란 거.”
역시 수제자.
그게 스승의 의도인지 아닌지 정도는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상호는 뭉클해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우리 이제 상견례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요.”
“…….”
가슴이 삽시간에 선뜩해졌다.
“……절대 일부러가 아닌 거…… 알지?”
“그럼요.”
세희는 아픈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이 그러실 리 없는걸요.”
빠따로인 줄 알았더니 대못을 박아 버렸다.
빠따로 한 번 잘못 샀다가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구나. 상호는 속으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세희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괜찮아요.”
“진짜 몰랐어…….”
“그럼요.”
“저녁에 단둘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세희는 그의 손을 마주 잡고 빙긋 웃었다.
“좋아요.”
같은 시각.
검을 찬 여자 수호부대원, 소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뭐 하니?”
“아으아.”
다혜가 침대에 누워 뭔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작은 쪽지. 얼굴에 닿을 정도로 바싹 붙여서. 사팔뜨기마냥 모인 눈은 눈빛만으로도 쪽지를 꿰뚫을 듯했다.
이 학교에 와서, 이 임무를 맡은 후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게 뭐야?”
“느아…….”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지만, 그래도 소정은 계속 말을 붙였다. 사정이 딱하기도 했고, 심심하기도 해서.
“다혜 배 안 고파?”
“르앙…….”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쓰아…… 끄앙……이이.”
오늘따라 옹알이가 상당히 다채롭다. 소정은 그 소리를 멍하니 듣다가 갑자기 흠칫 고개를 들었다.
‘설마.’
자신의 생각이 맞을까. 그녀는 서둘러 침대로 다가가서 다혜의 손을 잡고 쪽지를 보았다.
“……아.”
예상과 일치하는 다섯 글자.
얼이 빠진 소정의 귀에 마지막 글자가 흘러들어왔다.
“……르에에.”
319. 파헤치다
“다혜가요?”
건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여교사 숙소 앞. 그의 앞에서는 검을 찬 여자 수호부대원이 다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네. 말을 조금…… 하는 것 같았어요.”
“말을요?”
아기가 말하는 것을 처음 들은 아버지처럼 놀란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혜는 곁의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듯이 말똥말똥한 눈을 깜작이고 있었다. 건흠은 그런 다혜를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혜야?”
“므앙.”
“…….”
얘기가 다르지 않나.
건흠의 눈빛을 받은 소정은 당황하며 웬 종이쪼가리를 내밀었다.
“아까는 했어요. 이 쪽지를 읽는 것 같더라고요.”
“쪽지?”
건흠은 소정이 내민 쪽지를 받아서 읽어 보았다. 적힌 글귀는 그리 길지 않았다.
딱 다섯 글자.
-나랑 사귈래?
라고 적혀 있었다.
“……!”
건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곳은 여고. 다혜는 학교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학교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어느 빌어먹을 놈팽이가 학생에게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것도 말 못하는 벙어리를 상대로.
‘잡히기만 해 봐라…….’
건흠은 분을 삭이고 헛기침을 했다.
“하여튼 알겠습니다. 좀 안심이 되네요. 다혜는 뭐…… 요즘 불편한 거 있어?”
“므앙.”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아으.”
다혜는 고개를 꼬박 숙였다.
멀어지는 건흠의 걸음걸이에는 어딘지 모르게 난폭함이 묻어 있었지만, 다혜는 그게 왜인지는 알지 못해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다혜의 등을 소정이 두드렸다.
“들어가자, 다혜야.”
“……으아.”
둘은 돌아서서 여교사 숙소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