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복도에는 아직 등교 중인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둘은 복도 끝 구석자리까지 와야 했다.
상호는 자신에게 꼭 붙어 선 세희를 내려다보았다.
“세희야.”
“네.”
“진짜 네가 먹었어?”
“네.”
“진짜?”
“…….”
세희가 그의 시선을 피해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쉽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싶었다.
상호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세희야.”
“네.”
“너희한테 일부러 말 안 한 게 있는데…….”
세희는 눈을 깜작였다.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스승이 자신에게 말 안 한 게 있다니.
“네.”
“나빛이한테는…… 뭐랄까, 조금 특혜가 필요해. 태화가 좋아하는 말대로 하면 편애지, 편애.”
상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효은이 머리가 하얗던 거 기억나?”
“네.”
“그거랑 같은 병을 나빛이가 앓고 있어. 효은은 치료를 했는데…… 나빛이는 아직 치료를 못 해.”
“…….”
“그것 때문에 내가 나빛이 기분 나빠하는 일이 없게 신경쓰고 있는 거야. 세희 너도 알지? 내가 나빛이랑 태화랑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 거. 세희 너는 혼자 알아서 잘 하니까 혼내거나 할 일이 없지만…….”
혼자 알아서 잘 하니까, 라는 말에 세희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상호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나빛이한텐 빠따로가 중요한가 봐. 세희 네가 진짜로 먹었을 리 없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기회 봐서 얼른 돌려줘.”
“……네.”
“어디다 놨어?”
“태화 방에요.”
“내가 가져와서 가방에 몰래 넣어 줄게. 있는 거 확인하면 사과하면서 돌려주는 거야. 알았지?”
“근데 선생님…….”
세희는 머뭇거리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나빛이 빠따로…… 드시면 안 돼요.”
“왜?”
“그냥 냄새만 맡아도 아실 거예요. 제가 왜 그랬는지…….”
“…….”
짐작은 했지만 그 정도인가. 상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진땀을 흘렸다.
“에이, 맛없으면 얼마나 맛없다고……. 선생님은 벌레도 먹어봤는걸.”
“급식소 뒤에 쓰레기를 퍼먹어 보신 적은 없으시잖아요…….”
“……그 정도야?”
“더 심해요.”
세희가 상호의 귀와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속삭였다.
“드시면 안 돼요. 정말요.”
“그래…….”
상호는 쓰게 웃었다.
“알아서 조심할게. 그래도 나빛이 빠따로는 돌려줘.”
“네.”
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하면 충분하겠다. 상호가 그렇게 여기고 교실로 돌아가자고 말하려 할 때에, 손안에 무언가 가느다란 것이 들어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검 모양 빠따로가 손에 쥐여 있었다.
“이건 제 거예요.”
세희의 손이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드시고 어땠는지…… 꼭 알려 주세요.”
“응.”
상호는 씩 웃고 빠따로를 조심스럽게 안주머니에 넣었다.
“고맙다.”
조례시간도 슬슬 끝. 이제는 수업을 해야 했다. 그는 태화의 방에 있다는 나빛의 빠따로를 회수하기 위해 창턱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선생님 갔다 올…….”
뿌드득
“…….”
안주머니에서 들리면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X됐다…….’
상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갔다.
그는 뒤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침묵을 견디지 못해, 천천히 창밖으로 몸을 빼내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갔다 올게…….”
“…….”
“애들이랑 운동장에 나가 있어? 가방에 넣어둘 테니까…….”
“…….”
“금방 올게…….”
그가 창밖으로 뛰어내릴 때까지, 세희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 * *
그렇게 나빛의 빠따로를 찾아 세희의 가방에 넣어주고, 4교시 동안 수업을 했다. 이제는 점심 시간.
외출을 할 여유가 좀 생겨서 빠따로를 찾아 조금 멀리 있는 수제 과자점까지 왔는데.
“14만원입니다~.”
상호는 지갑을 꺼내다가 멈칫했다.
‘……수제라서 그런가?’
한 번에 20개를 산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렇지만 다소 비싸더라도 받은 것보다 싼 걸 줄 순 없으니까. 그는 곧 카드를 꺼내서 점원에게 건넸다.
점원이 카드를 받으며 물었다.
“일시불인가요?”
“네.”
“그런데…….”
점원의 눈이 두툼한 빠따로 뭉치를 향했다.
“드릴 분이…… 많으신가 봐요.”
“……예에.”
“이거 이벤트용 빠따로인 건 아시죠?”
“네?”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빠따로 데이에 빠따로가 이벤트용이지 그럼 무슨 용도가 따로 있다는 것인가.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네, 네. 그냥 주세요.”
“네~.”
점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종이가방에 빠따로를 담았다.
* * *
그렇게 빠따로를 사서 학교로 돌아와, 어느덧 종례까지 끝나가는 시간.
유난히 밝게 웃는 아이가 계속 눈에 띄었다.
“헤헤헤…….”
나빛의 입가에는 온종일 웃음이 걸려 있었다. 분명 빠따로를 돌려받아서일 터.
참 알기 쉬운 아이다. 그럼에도 다른 아이들만큼, 아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상호는 그런 고민을 품은 채 종례를 마쳤다.
“그래. 다들 수고했고, 조심히 들어가…….”
“에엥~.”
태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발을 쭉 뻗어 동동 굴렀다.
“이대로 가?”
“응.”
“진짜루?”
“응.”
상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점심시간에 산 빠따로는 아이들의 가방에 하나씩 넣어 놓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가은에게도.
“얼른 가서 쉬어.”
“아니!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시끄러 임마. 가서 교과서 읽으면서 몬스터 공부나 해.”
“우씨……. 나도 빠따로 줘어어어! 나도 쌤 빠따로 먹을 거야!”
또 풍차를 돌리려 한다. 상호는 바닥에 드러눕는 태화를 내공으로 들어 가방과 함께 복도에 내던졌다.
문밖에서 태화가 빽 소리쳤다.
“빠따로~! 횡령범~!”
“……수고했다, 얘들아. 내일 보자.”
“네…….”
아이들도 약간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상호에게 빠따로를 준 아이들이 특히.
기숙사에서 가방을 열어보면 알게 되리라. 상호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떠나고.
딱 한 명이 자리에 남았다.
“헤헤…….”
방실거리는 얼굴.
희고 작은 손에는 가방에서 몰래 꺼내든 빠따로가 들려 있었다. 상호에게는 어째선지 그 빠따로가 독을 바른 단검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나빛이 뭐 할 말 있어?”
“네. 헤헤헤……”
나빛은 양손을 등 뒤로 감추고는 상호의 앞으로 통통 튀듯이 달려왔다.
그러고는 상호에게 달라붙을 듯이 가까이 다가서며, 상호의 코앞에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연하고 고운 입술이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선생님, 선생님.”
“응.”
“초콜릿 좋아하세요?”
상호도 따라서 씩 웃었다.
“싫어하진 않지.”
“그럼 막대 모양 비스킷은요?”
“좋아하는 편이야.”
“그러면…….”
나빛이 뜸을 들였다.
그 뒤에 올 말이야 뻔하다. 상호는 나빛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춰 말했다.
“합치면 더 좋…….”
“장어는요?”
‘?’ 상호의 머릿속이 정지했다.
다음에 올 말은 분명 합치면 ‘더 좋아요’, 혹은 기껏해야 ‘견과류는 어때요’였어야 할 텐데.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뭘 넣었다고?”
“장어요.”
“아……, 그런 이름의 뭐가 있어? 견과류나…… 술 같은 거야?”
“아뇨.”
나빛이 순진하게 눈을 깜빡였다.
“장어요. 물고기.”
“왜……?”
“선생님 건강해지시라고요. 장어가 남자한테 좋대요.”
“…….”
상호는 그제서야 세희가 왜 나빛의 빠따로를 갈취했는지 깨달았다.
그래도 설마 벌레 내장보다 맛없을까.
“……그래. 장어도 좋지.”
“다 합치면 맛있겠죠?”
“그렇겠지…….”
“헤헤헤…….”
나빛은 방글방글 웃으며 상호에게 빠따로를 내밀었다.
“선물이에요!”
“으응…….”
빠따로를 받으러 다가가던 상호의 손이 멈칫했다. 굳이 냄새를 맡지 않아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나빛아.”
“네!”
“원래 빠따로가 이런 모양이던가?”
나빛의 빠따로는 하드 아이스크림과 같은 모양이었다. 과자가 손잡이고, 초콜릿이 큼지막하게.
나빛이 눈부실 정도로 밝게 웃었다.
“초콜릿이 너무 남아서요~.”
“굉장하네…….”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과연 그럴까. 상호는 떨리는 손으로 포장을 뜯었다.
‘우왓……!’
콧구멍을 꿰뚫는 악취. 뇌를 짓뭉개서 절구에 넣고 찧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크고 지독한 빠따로를 몸에 넣으라니.
‘죽을지도 몰라…….’
상호는 마른침을 삼키고 진저리를 쳤다.
그래도 천천히 먹으면, 독한 술과 함께 먹으면 견딜만할지도 모른다.
“……고마워. 잘 먹을게.”
“지금 먹으세요.”
“…….”
“감상이 듣고 싶어요.”
나빛이 그 눈빛을 지었다. 부담스러운,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상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느끼며 빠따로를 꺼냈다.
‘으…….’
손이 덜덜 떨렸다.
“……나빛아.”
“네.”
“선생님은 이거 아껴 먹고 싶어…….”
“괜찮아요!”
나빛의 등 뒤에서 빠따로가 더 튀어나왔다. 하나, 둘, 셋, 넷.
“많이 있으니까요! 다 선생님 거예요!”
“…….”
상호는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불어나는 빠따로를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처먹는다고 뒈지겠냐. X벌…….’
결심을 굳히고, 손에 든 빠따로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 나빛의 머리 뒤에서 혁구가 고개를 쏙 내밀더니.
“뺙.”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먹으면 죽는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딱 감고 한 입을 베어 물었다.
“……!”
상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쓰고, 비리고, 미끌미끌. 초콜릿의 맛은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초콜릿보다는 장어에 가까운 맛. 그것도 손질하지 않은 장어를 통째로 넣어서 태워 먹기까지 한 듯한.
상호는 차마 삼키지 못해서 빠따로를 입에 넣은 채 말했다.
“나빛아.”
“네.”
“선생님 생각해 보니까 초콜릿 알러지가…….”
그러자 나빛이 그의 입에 물린 빠따로를 확 밀었다.
“……쿠흡!”
“거짓말하면 안 돼요~.”
“나빛아, 잠깐만…… 우욱!”
“삼키세요~.”
쓰고 비리고 미끌미끌한 게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상호는 토할 것 같은 감각을 필사적으로 억눌렀지만, 벌레 내장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컥!’
위경련이 오고 말았다.
“끄으…….”
“선생님? 어디 안 좋으세요?”
“배, 배가…….”
“배가요?”
나빛이 걱정 어린 눈빛을 지으며 금색으로 빛나는 손을 들었다.
손이 몇 번 쓰다듬자 복통은 가라앉았지만, 혀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상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빛아, 선생님 속이 안 좋아서…….”
“뱉지 말고 삼키세요~.”
“나빛아, 진짜, 진짜 선생님 몸이 안 좋아…….”
“맛없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삼키세요~.”
“꾸훕! 나빛아, 목구멍, 목구멍까지 들…… 우욱!”
“더 넣을게요~.”
“우우웁!”
상호는 결국 나빛의 빠따로를 전부 뱃속에 받아들이고 말았다.
317. 너무 큰 오해
“하아…….”
한숨을 쉬는 상호를 미진이 흘겨보았다.
“사람 힘 빠지게 왜 또 한숨이에요. 꼴은 왜 그래요?”
“……그냥 일이 있었어요.”
상호는 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대충 쓸었다.
나빛의 앞에서는 간신히 버텼지만, 나빛을 기숙사로 보내고 난 후에는 참지 못하고 구토를 해 버렸다.
어쨌든 살아는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고 싶었지만.
‘죽을 것 같네…….’
속이 뒤집어져서 죽을 것 같았다.
상호는 나빛에게 받은 빠따로를 꺼내 책상 한쪽에 올려놓았다. 그곳에는 상호가 하루 동안 받았던 빠따로가 쌓여 있었다.
완벽하게 과학적인 비율을 맞췄다는 미래의 빠따로.
기성품인데도 개털이 묻은 단비의 빠따로.
그 외에도 세희, 태화, 지윤, 은율, 이츠키의 것까지.
‘응?’
그런데 처음 보는 것이 하나 섞여 있었다. 투명한 포장지 속에 빠따로와 작은 쪽지가 든 것.
누가 놓고 간 걸까.
상호는 혹시나 싶어 미진을 돌아보았다.
“미진 씨.”
“네.”
“미진 씨가 준 거예요?”
“미쳤어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는 걸 보면 절대 아닌 듯싶었다.
그럼 누굴까. 설미인가. 아니면 설마 해련인가. 그는 고개를 기웃하다가 나중에 쪽지를 읽어 보면 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교무실로 들어온 설미가 상호에게 다가왔다.
“상호 씨~.”
“아, 네.”
“점심시간에 어디 갔었어?”
“잠깐 일이 있어서…….”
빠따로를 사러 갔다고 말하기는 좀 쪽팔렸다. 남들은 제 줄 생각으로 가득한데 자기는 남들 줄 생각을 코빼기도 안 하고 있었던, 칠칠맞지 못하고 파렴치한 인간으로 비칠까봐.
가까이 다가온 설미는 상호의 책상을 흘끗하고 웃었다.
“남선생은 어쩔 수 없구나.”
“그쵸. 어쩔 수 없죠…….”
“자.”
설미가 빠따로를 쓱 내밀었다.
“하나 보태.”
“고마워요.”
상호는 설미가 내민 빠따로를 받고 자신의 빠따로를 내밀었다.
“설미 선생님도요.”
“땡큐.”
설미는 빠따로를 받으며 물었다.
“미진이도 준 거야?”
“아뇨.”
“나만 주는 거야?”
“아뇨, 애들…….”
상호는 말하다 말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미 선생님?”
“응?”
“저만 주는 거예요?”
“응.”
“…….”
애들은 애들이니까 다 똑같은 걸로 줄 명분이 있고, 미진과 해련은 좀 적당히 챙겨도 상관없고. 효은은 그런 것 원래 신경 안 쓰는 사람인데.
설미에겐 좀 다른 것을 줘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비싼 거 사올 걸, 생각을 못 했어요.”
“괜찮아.”
설미는 씩 웃으며.
“받았으면 됐어.”
그 말을 남기고, 순식간에 퇴근 준비를 마쳐 교무실을 나갔다.
상호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은 빠따로를 세었다. 스무 개를 사서 아이들 열네 개, 방금 설미에게 한 개. 남은 것은 다섯.
아마 해련에게 하나 갈취당할 것이고, 민정은 학교에 없고, 효은과 혜소도 하나씩 준다 치면.
두 개의 여분이 남는다.
“미진 씨.”
“네?”
“받아요.”
고개를 돌린 미진의 코끝에 상호의 빠따로가 톡 닿았다.
“안 준다면서요.”
“아침엔 진짜로 없었으니까……. 그냥 받아요. 남아서 주는 거예요.”
“……그럼.”
미진은 빠따로를 받아 키보드 앞에 내려놓았다.
이제 해련과 다혜에게 주면 되겠다. 상호는 받은 빠따로를 전부 챙겨 종이가방에 넣었다.
“저 여기저기 들러야 해서. 먼저 퇴근할게요.”
“예.”
상호는 미진의 칼 같은 허락에 잠시 멈춰 섰다.
미진이 그를 째려보았다.
“왜요?”
“오늘은 뭐라 안 하네요?”
평소 같았으면 그러고도 선배냐, 양심이 있냐, 오만 잔소리를 쏟아부었을 텐데.
미진은 콧방귀를 뀌고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 하기도 지쳐서.”
“아하…….”
참 알기 쉽다.
“오늘따라 피곤한가 봐요.”
“예.”
“내일은 또 안 그러겠네요?”
“예.”
“내일 봐요.”
“예.”
미진이 짤막하게 답했다.
상호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킨 미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교무실 문가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