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렇게 민정은 피로 만든 돌, 혈석을 감시하게 되었고.
“……그렇게 됐어.”
상호는 이야기를 맺으며 반찬을 입에 넣었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효은과 혜소가 눈을 끔뻑였다.
“뭐야, 그럼 거기 계속 있는 거야?”
“큰고모 이제 못 봐요?”
“아예 못 보는 거는 아니고……. 당분간.”
“그게 언제까진데?”
“그건 몰라.”
말을 마치자마자 효은의 숟가락이 그의 코를 후려쳤다.
난데없이 이게 뭔 짓인가. 상호는 코를 싸쥐고 눈을 부라렸다.
“아야야…… 왜!”
“니가 남았어야지!”
“나도 그러고는 싶어! 근데 애들이 있잖아!”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애들이 있잖아~.”
상호가 말투를 조신하게 가다듬는데, 옆에서 혜소가 효은을 거들었다.
“아저씨는 맨날 다른 사람한테 떠넘겨요.”
“혜소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아저씨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미진 선생님이 그랬어요.”
“……그거는 각자가 잘 하는 일이 나눠져 있는 거야.”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밥을 우물거렸다.
민정의 소식을 들은 효은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턱을 괸 채로 반찬을 뒤적거리기만 했다.
“언니 없으면 심심한데.”
“너 심심한 거 잘 참잖아. 몇 년 동안 신앙회에서 혼자 지냈으면서.”
“그땐 바빠서 안 심심했지.”
“그럼 혜소랑 바쁘게 놀아.”
상호는 후닥닥 밥그릇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애들 좀 보고 올게.”
“저거 봐. 또 바쁜 척하지.”
“바쁜 척을 하느라 바쁜가 봐요.”
“……알아서 생각해.”
이게 이 두 사람의 심심함을 달래는 방법이리라. 그는 한숨을 쉬고 외출 준비를 했다.
꼭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사람이 있었다.
* * *
“사카시타.”
“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던 이츠키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시면 됩니다.”
“실례 좀 할게.”
“오줌은 좀 곤란합니다.”
“……그 실례합니다가 아니야.”
상호는 한숨을 쉬고 창틀을 넘었다.
이츠키의 방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이불도, 옷도, 책상도. 절대 정리란 걸 모르는 태화의 방과는 대조적이었다.
“몸은 괜찮아? 어디 아프거나 그런 덴 없어?”
“멀쩡합니다.”
이츠키는 몸을 데굴 굴려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기절을 했다는데 기억도 잘 안 납니다. 뭐 때문에 기절했는지. 아픈 것도 잘 모르겠고.”
“그래?”
기억을 못 한다라. 상호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 기억 때문에 컴컴한 저녁에 여학생 기숙사까지 찾아왔는데.
그는 이츠키의 옆에 앉았다.
“어떻게 기절했는지 기억 안 나?”
“그렇습니다.”
“그럼 그 전의 일도?”
이츠키는 눈을 느리게 깜작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 안 납니다.”
“한번 잘 생각해봐.”
상호의 거칠한 손이 이츠키의 손등에 얹혔다.
“악마를 봤을 거야. 개 해골 같은 머리를 한…….”
“그게……. 실은, 어제의 기억 일체가 없습니다.”
“전부?”
“전부.”
상호에겐 상당히 아쉬운 소리였다. 악마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본인이 기억 못 한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구나…….”
“악마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응. 근데 뭐…… 상관없어. 기회는 또 오는 거니까.”
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츠키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너만 건강하면 상관없어.”
그 말에 이츠키는 상호를 빤히 쳐다보더니,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이양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뭐가?”
“정말 숨쉬듯이 여자를 꼬신다고.”
“……꼬시는 거 아니야.”
“고의적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실제로 꼬셔졌기 때문에.”
“어쨌든 내 의도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줘……. 애들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소문이 났다가는 또 누굴 꼬셨네 나는 안 꼬셨네, 편애하네 마네 입씨름을 하게 될 터였다. 상호는 애써 화제를 돌리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츠키가 읽던 책을 발견했다.
표지가 일본어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대충 분위기를 보니 소설책 같았다.
“무슨 책 읽고 있었어?”
“바다뱀은 라무네 호수에서 헤엄치지 않아, 라는 소설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기네. 무슨 내용이야?”
“나이 많은 선생과 어리지만 음험한 학생이, 은근히 서로를 신경 쓰며 이어질락 말락 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방금 지어낸 거지?”
“참고로 둘 다 남자입니다.”
“…….”
“농담이지만.”
이츠키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눈빛은 무심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선생님을 놀리는구나…….’
이것도 아이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리라. 상호는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래. 재밌게 읽어. 선생님은 갈게…….”
“같이 안 자는 겁니까?”
“……내가 설마 그러겠니?”
“다들 선생님이랑 몇 번씩 같이 잤다던데.”
“…….”
적어도 학교에서는 그런 적 없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학교 밖에서는 같이 자도 되는 거냐는 원론적인 대꾸가 돌아올까 봐 하지 못했다.
“……갈게.”
“알겠습니다.”
이츠키는 피식 웃으며 아까 상호가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기회는 또 오는 거니까.”
“…….”
상호는 도망치듯이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세상의 뒷면, 어두운 그림자 속 어딘가.
텅 빈 공간 자체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인간은 알지 못하는 네 번째 좌표축으로 무수한 기포들을 띄워 올렸다.
그 기포들을 경계로.
바깥의 존재는 안쪽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가 붙잡혔습니다.’
그 뜻을 전하자마자 높은 존재의 의식이 낮은 존재의 의식을 침범했다. 낮은 존재는 높은 존재가 방금 언급된 악마에 대한 정보를 거칠게 파헤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이미 여러 번 진언한 바가 있었으나, 하등한 삼류 악마의 이름 따윈 신께서 기억하기에 너무 하찮았다.
‘어떠한 연유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마 인간들이 무슨 수를 썼나 봅니다.’
‘놈의 제자를 죽이는 것은?’
‘실패한 듯싶습니다.’
기포 속에서 마신의 의식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신은 곧 움찔하며 의식을 움츠렸다. 악마는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차도는 있으십니까?’
‘아무리 느리더라도 내게는 찰나의 시간일 뿐…….’
웅크린 마신은 낮고 어두운 파동을 내뿜었다.
‘네 권속을 구출해라.’
‘저희가 직접 나서면 되겠습니까?’
‘너희 모두. 그 미물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라. 비록 힘은 보잘것없으나…… 지금은 너희 여섯보다 훨씬 큰 쓸모가 있으니.’
‘……알겠습니다.’
악마는 의식의 고개를 조아렸다.
마신은 악마의 마음 한구석에서 작게 피어오른 시기심을 알아차렸다.
‘쓸데없는 생각은 마라.’
‘저희가 직접 흔적을 남겨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터인데…….’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내가 직접 싸웠을 때도, 놈의 마나 너머로 타격을 줄 순 있었으나…… 나의 인자를 남기지는 못했다.’
채 여물지 못한 어린 시절에 눈을 찌른 악마.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 그런 악마가 존재한다는 것이 마신에겐 큰 행운이었다.
그 자원을 반드시 탈환해야 했다.
‘신중히 움직여라. 인간이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너희까지 붙잡히면 내가 숙원을 이루는 날이 지나치게 늦어진다.’
‘예.’
‘가라.’
악마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졌다.
악마가 떠나고 나자 마신은 침음하며 의식을 뒤척였다. 영혼이 담긴 마나, 운명을 움직이는 힘에 당한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아서.
‘상처만 일찍 회복됐다면.’
제자를 노릴 필요도 없이, 바로 무력해진 놈을 죽이러 갔을 텐데.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현세에 강림하더라도 놈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특히 그 창을 든 남자와 마법을 쓰는 여자를.
가다가 저지당해서 날을 놓치게 될 터였다.
‘그래도 시간문제일 뿐이니…….’
놈의 눈을 찌른 악마를 구출하고.
놈들의 포위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을 회복한 후.
놈이 약해진 날을 알아내어, 직접 놈을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기다리고 있어라, 인간.’
세상의 뒤편, 혼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마신은 실재하지 않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315. 지옥의 천사
“선생님.”
“응?”
“오늘은 그만하면 안돼요……?”
상호는 세희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수련밖에 모르는 수련벌레, 아니 수련쟁이가 먼저 그만하자는 말을 하다니. 교직 생활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지금은 겨우 11시. 통금은 진작에 지났지만, 평소에는 12시, 1시까지도 거뜬히 수업을 받았던 세희였다.
자신이 너무 몰아붙인 걸까. 혹은 세희의 책임감이 희미해진 걸까. 오만 가지 상상으로 돌처럼 굳어버린 상호에게 세희가 안절부절못해하며 떠듬거렸다.
“저, 오늘은 조금…… 피곤한 것 같아요.”
그거야 당연히 그럴 테다. 그러라고 굴리는 거니까. 상호는 핑 도는 눈물을 숨기며 애써 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참아야지.”
“오늘만 쉬고 싶어요…….”
목소리가 간절했다.
하루 쉬면 또 쉬고 싶고, 이틀 쉬면 더 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다른 누구도 아닌 세희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아 주려고 해 보았다.
“조금만 더 해 보자. 응?”
“죄송해요…….”
“……그래.”
상호는 한숨을 삼키고 세희의 등을 두드렸다.
“내일 더 열심히 하자.”
“네…….”
세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검을 집어넣었다.
* * *
‘초콜렛이랑…….’
기다란 막대과자. 견과류 가루. 무지개 설탕과자 가루까지.
세희는 가방에서 준비물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됐다.’
내일은 11월 11일.
담임에게 줄 수제 빠따로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불과 물과 그릇은 아래에 있을 테니, 이제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공동 주방까지 가기만 하면 되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의 적막함이 세희를 감쌌다.
‘아무도 없겠지…….’
다들 자고 있을 것이다.
후딱 가서 쓱싹 해치우고 와야겠다. 세희는 계단을 향해 살금살금 걸으며 핸드폰을 흘끗했다. 시간은 11시 20분.
40분 정도면 충분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1층의 공동 주방으로 다가가는데.
‘응?’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누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나. 아니면 자신과 같은 목적일까. 세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어보았다.
‘?’
“헤헤헤…….”
나빛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주방에는 악취가 가득했다. 세희는 코를 찌르는 냄새에 기겁하며 황급히 코를 싸쥐었다.
‘뭔 냄새야……!’
시큼하기도 하고, 매캐하기도 하고. 구리텁텁한 유황 같기도 한 것이 마치 화산 근처에서나 날 법한 냄새를 자아내고 있었다.
악취의 근원은 나빛이 젓고 있는 냄비 속.
“맛있겠지, 꾸꾸야~.”
“삐이이…….”
혁구는 싱크대 옆 선반 구석에 처박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꾸꾸도 조금 맛볼래~?”
“삐이잇──!”
“근데 새는 초콜릿 먹으면 안 된대~.”
“삐이이…….”
꼭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저 지옥 같은, 음식이라고 부르면 냉장고에서 음식들이 튀어나와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소리칠 것 같은 물질은 무엇일까. 세희는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위험한 궁금증을 억누르며 안으로 들어갈지 자러 갈지를 고민했다.
일찍 일어나서 만든다는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아침에 만들면 안 굳을 것 같네…….’
끈적거리는 빠따로를 담임에게 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세희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나빛.”
“앗!”
나빛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가 세희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세희구나. 들켰다. 헤헤헤…….”
“뭐 만들고 있어?”
“빠따로~.”
“다시 잘 생각해 봐.”
“응?”
세희는 눈을 끔뻑이는 나빛을 무시하고 냄비를 들여다보았다. 갈색의 점성을 가진 무언가가 시커멓게 눌어붙어 있었다.
이걸 빠따로라고 부르면 빠따로 회사에 고소당할 것이다. 나빛은 돈이 많아서 괜찮겠지만.
“나빛.”
“응?”
“이게 뭐야?”
“초콜릿 녹인 거지~.”
“초콜릿만 녹인 거야?”
“으응, 아니.”
나빛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초콜릿만 녹이면 맛없을 것 같아서~.”
“응.”
“검색해봤더니 남자한테 좋은 음식이 장어래~.”
“…….”
그 단어가 왜 나오냐. 세희는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랐다.
“장어……가 들어 있다고?”
“응. 잘 갈아서 넣었어. 헤헤헤…….”
“…….”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까. 중탕의 존재를 모르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광신하는 이 바보 같은 소녀를 어디서부터.
넋이 나간 세희의 입에 무언가가 쏙 들어왔다.
“……푸우웃!”
“어때? 맛있지~.”
나빛이 주걱을 든 채로 헤헤 웃었다.
하지만 세희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혀와 목, 내장이 뒤틀리고 쥐어짜지는 맛이라서.
‘우웨에엑……!’
죽을 것 같았다. 한 치의 가감도 없이.
“우욱…….”
“맛없어……?”
세희가 싱크대로 달려가서 헛구역질을 하자 나빛이 울상을 지었다. 세희는 잠시 고민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지, 그냥 사실을 말할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쓰레기 같아.”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나빛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장어는 빠따로에 들어가도 되는 재료가 아니야. 명백하게. 이거는 다시 만들어야 돼.”
“그래……?”
울상을 짓던 나빛이 갑자기 씩 웃었다.
“세희 질투하는구나?”
“……뭐?”
“장어 하나 넣었다고 그렇게 맛이 달라질 리 없잖아. 봐봐. 맛만 좋은걸.”
나빛은 자신의 작품을 살짝 맛보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봐봐! 맛있잖아!”
“…….”
“맛과 영양을 둘 다 잡은 수제 빠따로야!”
“…….”
세희는 그냥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이 지옥 같은 냄새가 가득한 주방에서.
자신이 만들 빠따로에도 냄새가 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나도 빠따로 만들게 조금만 비켜 줘.”
“앗, 응…….”
곧 세희가 가져온 초콜릿이 냄비 속 물에 뜬 그릇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빠따로였지만, 이 쉬운 걸 실패할 리가 없었다. 그냥 중탕하고 막대과자에 바르면 끝인 것을. 세희는 한숨을 폭 쉬며 혀끝에 남은 쓰레기의 맛을 이로 긁어냈다.
혀가 얼얼하게 마비된 것 같았다.
‘안 되겠네.’
이딴 맛을 담임에게 보여줄 순 없다.
사랑하는 담임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세희 자신이 만든 빠따로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나빛이 만든 빠따로를 상호가 먹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반드시…….’
그런 결심을 숨기며, 세희는 묵묵히 빠따로를 만들었다. 옆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나빛을 애써 무시한 채.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