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 왔어?”
창가에 서 있던 해련이 상호를 돌아보며 웃었다.
“문 잠그고 와봐.”
“문은 왜요?”
“빨리.”
“아니 옷은 왜 벗는 거…….”
상호는 풀어 헤쳐진 해련의 앞섶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하얀 살 위에 붉은 피딱지가 네 줄로 앉아 있었다.
해련은 다시 단추를 잠그고 한숨을 쉬었다.
“이젠 학생한테도 지는가 봐.”
“다혜가 그렇게 강해졌어요?”
“내가 알던 강기가 아니더라고.”
아무리 연륜의 차이가 있다 해도, 강기의 단단함에서 밀리면 승부가 성립되지 않으니.
해련의 눈이 상호를 향했다.
“악마의 피를 마셨어.”
“다혜가요? 그것 때문에 변했다는 거예요?”
“내 생각은 그래.”
“……으음.”
상호는 침음하며 소파에 앉았다. 용혈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해련의 강기를 이겼다는 건 필시 초혼강기일 터. 악마의 피를 마셨다는 걸 보면 아마 다혜 스스로 깨달은 게 아니라 악마의 힘을 빌려 만든 초혼강기인 모양이었다.
몸에 용과 악마가 같이 들은 꼴이라.
‘얘는 뭘 그렇게 자꾸 먹는다냐…….’
한숨을 쉬는 상호에게 해련이 말을 이었다.
“이제 학교가 다혜를 감당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
대답이 얼른 나오지 않았다.
해련의 말이 맞긴 했다. 일반 교사들은 다혜의 용혈을 막을 수 없고, 해련도 마찬가지.
다혜가 만약 정말로 초혼강기를 쓰는 거라면, 상호도 다혜를 안전하게 제압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죽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는.
그래도 상호는 다혜를 내칠 수 없었다.
“주 선생님한테는 말씀하셨어요?”
“아직.”
해련은 고개를 저었다.
“강 선생이랑, 이사장이랑 상의한 다음에 알려주려고.”
“그럼 다혜는 지금 어디 있어요?”
“우리 부대원들이랑 방에 있어.”
“…….”
석양을 배경으로 나뭇잎을 베던 아이. 그 아이가 이제는 준 X급들이 감시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아이가 되다니.
상호는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제가 듣기로는.”
그러다가 힘겹게 말문을 뗐다.
“세희한테 맞고 나니까 정신이 돌아왔다던데요.”
“응.”
“그러면 조금 더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요?”
해련은 뒷짐을 지고 검지로 손목을 톡톡 두드렸다.
“이사장이 싫어할걸. 몇 번째 봐주는 거냐면서.”
“중요한 전력이 될 수도 있잖아요. 키워야죠. 저희한테 지금 필요한 아이가 바로 다혜 같은 아이라구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상호는 눈을 크게 뜨고 검지를 들어 올렸다.
“이건 어때요? 다혜가 얼마나 강한지 정부에 보여주고, 제가 말하는 거예요. 얘가 꼭 필요하다, 헌터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다, 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겠죠. 돈을 주든, 뭐 혜택을 주든……. 이사장님이 좋아하는 그림 아니에요?”
“용혈이 폭주하는 걸 보여주자고요?”
해련은 상호의 앞에 앉아 머리를 긁적였다.
“학부모들이 도망칠걸? 이사장은 그걸 제일 싫어할 거고.”
“……계획을 좀 수정할 필요는 있겠지만, 어쨌든 제 결론은 그거예요. 다혜는 키워야 해요. 그게 가능한 학교는 여기밖에 없고.”
저승부대원들과 수호부대원들이 함께 있는 학교가 또 있겠는가. 상호의 논리에는 한 치의 과장도 섞여있지 않았다.
“만약 다혜가 퇴학당한다면, 제가 학교를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데려가서 가르칠 거예요. 선생일보다 더 중요한 의무가 있으니까.”
상호는 해련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나이에 그만큼 강한 아이를 놓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렇긴 하죠.”
해련은 조금 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사장한테 그렇게 전해 볼게요. 그런데 내 귀엔 벌써부터 들려. 이사장이 뭐라고 할지가.”
“뭔데요?”
“안전불감증 운운한 건 강 선생 아니냐고.”
그 말도 맞지만. 상호는 입맛을 다시고 대꾸했다.
“세상을 지키는 일이 위험해야죠, 뭐.”
“그렇지.”
해련은 피식 웃고 찻주전자를 향해 내공을 뻗었다.
“더 쉬다 갈래요? 근데 수업은?”
“미진 씨가 하고 있어요. 2학년들 학교 오지 말라고 해서.”
“1학년 애들이 섭섭해하지 않아?”
“어제 많이 놀아 줬어요.”
“아하, 맞네. 아가 상호랑 놀았겠구나~.”
“……그 모습은 은호라고 불러 주세요.”
상호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누군가가 교장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상호와 해련은 눈을 마주치며 끔뻑거렸다.
“이사장님이에요?”
“아니, 아침엔 협회 간다고 했는데……. 잠깐 들렀나? 누구세요?”
“교장쌤예~. 저희 쌤 찾으러 왔습니더~.”
지윤의 목소리였다.
* * *
“요래 해가꼬 요래 하믄…….”
지윤이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주먹 끝에 불꽃이 일렁이더니 충격파가 펑 터졌다.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앞쪽으로 모여서. 마치 대포처럼.
충격파의 궤적을 따라 운동장에서 흙먼지가 일어났다.
“요로코롬 되드라구예.”
지윤은 주먹을 뻗은 자세 그대로 상호를 돌아보았다. 상호는 소리 없이 가만히 웃고 있었다.
방금 지윤의 주먹에서 뭐가 타올랐는지 알아봤기 때문에.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실습 몇 번 나갔더니 초강기를 배워올 줄이야.
그가 조용히 웃고만 있자 지윤이 입술을 삐죽였다.
“쌤예. 와 그러십니꺼. 이상한 상상 하는 기는 아이지예?”
“응? 당연…… 당연히 아니지.”
“와 아인데예.”
“……응?”
“좀 해 보이소.”
“으흠…….”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웃었다.
“잘했어. 그런데…… 좀 더 제대로 보고 싶은데.”
그 말에 지윤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꽈아앙
천둥소리와 함께 땅이 V자로 쫙 파였다.
“이렇게예?”
“좋네.”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효율이 좋아서 성철도 자주 썼던 기술이었다. 상호는 몸을 숙여 흙을 한 줌 집었다.
“원리는 이해하고 있어?”
“기냥 쏘는 거 아입니꺼?”
“물론 아니지.”
지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예?”
상호는 말 대신 허공에 흙을 뿌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파앙
주먹에서 일어난 풍압이 흙먼지를 밀어냈다. 그 모습을 지윤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상호는 다시 흙을 집고 지윤의 뒤에 꼭 붙어서 팔을 앞으로 뻗었다.
“똑같이 해 봐.”
“예.”
지윤은 상호가 뿌린 흙에 주먹을 휘둘렀다.
꽈아앙
똑같은 소리.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은 달랐다.
주먹 끝에서 공기가 밀려나고, 밀려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공기가 압축되고, 또 뻗어 나간 강기가 그 공기를 강제로 밀어내고, 압축되고.
그 현상이 수없이 반복되어 파동의 형태로 쏘아지는 것을, 흙의 도움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왓.”
“보이지?”
상호는 지윤의 주먹 앞을 가리켰다.
“눈으로는 공기밖에 안 보이지만, 실제로는 허공의 마나까지 압축시켜서 쏘게 되는 거야. 네 반탄강기가 충격파를 한 방향으로 모아주고.”
“……예.”
“이제 네 기술로 만들어 봐.”
지윤은 상호가 소매를 걷는 것을 보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대련입니꺼?”
“응.”
“오랜만이네예.”
요즘 상호는 세희를 가르치느라 아이들과 대련을 자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윤의 얼굴에는 반가운 화색이 가득했다.
지윤이 양 주먹을 맞부딪치자 쾅쾅 바위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갑니데이~.”
“잠깐.”
“……응?”
지윤과 상호는 목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투복을 입은 세희가 운동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희는 둘에게 다가와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선생님은 내 거야.”
갑자기 난입해서는 무슨 소리인가, 상호의 이마에 진땀이 줄줄 흘렀다.
“……세희야?”
“저랑 수업해요.”
“잠깐만, 지윤이 한번 봐 주고…….”
“저 빨리 안 하면 까먹을 것 같아요.”
“아…….”
다혜의 강기를 뚫고 뺨을 때렸다던.
상호는 어제 세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는 지윤에게 난색을 지어 보였다.
“세희 먼저 볼게. 미안…….”
“그따구로 해 봐예.”
지윤의 눈에 한기가 휘몰아쳤다.
“두고 보이소. 지랑 세희 중에 누구 배가 먼저 부르는지.”
“……으흠.”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언젠간 저런 말들의 실현 가능성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어지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몰랐다. 아이들이 강해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세희를 마주했다.
“만들 수 있겠어?”
“해보고는 있는데…….”
자신 없는 목소리.
세희의 검에서 평범한 초강기가 타올랐다.
“잘 안 돼요.”
“떠올려 봐.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호는 세희가 집중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어제 그 상황을 네 심상으로 가져오는 거야. 운기조식할 때 내공에 집중하듯이. 기억하고 감각에 집중해.”
최면을 거는 것처럼.
“뭐가 보였는지만 떠올리지 말고. 땅을 박차는 감각. 눈앞에 있었던 사람의 체온, 숨결, 거기서 나오는 기척. 손을 휘두를 때 느껴진 바람. 소리. 모든 걸 떠올려 봐.”
세희는 그 말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것이 떠올랐다. 다혜를 향해 달려들던 순간의 모든 것이. 촉각으로도, 청각으로도. 온몸의 모든 감각으로.
하지만 단 하나.
그때만큼의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
이유야 당연했다. 현실과 상상이 비교가 되겠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앞에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
이런 듬직한 목소리를 들어 버리면, 긴장하기는커녕 무심코 안심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놓아 버린 채, 멍하니 상호의 목소리를 곱씹다가.
“집중하고 있어?”
“……아.”
흠칫하며 눈을 떴다.
상호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을 읽은 것처럼.
“표정이 풀렸더라. 그래서 불렀어.”
“……네.”
“집중하고 있어 봐. 선생님은 지윤이랑 대련하고 있을 테니까.”
“네…….”
세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았다.
상호의 주문대로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 상호와 지윤의 목소리가 마음을 흔들었다.
“갑니데이~.”
“어허, 장난스럽게 하지 말고.”
“오랜만이라 좋아서 그렇지예. 쌤이 잘못한 깁니더. 평소에 지들이랑 상대해 주셨어야지예.”
“그런가? 미안…….”
“지도 강해짔으니께 이제 지랑도 자주 하는 깁니더.”
“그래. 그래야지.”
“흐흐…….”
지윤의 실없는 웃음을 끝으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세희는 주먹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심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어제의 광경이 아니었다.
그저 눈꺼풀 속의 시커먼 어둠과.
점차 멀어지는 듯한 상호의 기척뿐.
‘……왜 이러는 건지.’
끝나지 않은 의문이 세희의 마음에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314. 회복
지윤과의 대련이 끝날 때까지, 세희는 초혼강기를 다시 만들지 못했다. 눈을 감은 채로 용을 쓰지만, 손에서는 평범한 초강기만 피어오를 뿐.
상호는 그런 세희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였다.
“내일 해 보자.”
“조금, 조금만 더 집중하면…….”
“선생님 약속 있어서 가봐야 돼.”
“……아.”
세희는 그제서야 자세를 풀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가시는데요?”
“형 만나러. 네가 싸워본 그 악마,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려고.”
“언제 오시는데요?”
“글쎄. 저녁이려나.”
상호는 턱을 긁적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잘 모르겠어. 거기 가서 확인해야 될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너희들끼리 쉬어.”
“안녕히, 다녀오세요…….”
“응. 저녁에 볼 수 있으면 보자. 지윤이도.”
“잘 갔다 오이소~.”
그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도 손을 흔들었다.
상호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마도 협회에 있을 도현과 민정을 만나기 위해서.
* * *
“협회에 있는 줄 알았더니.”
상호는 눈앞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어제의 소동이 있었던 숲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몬스터가 출몰하는 구역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멀끔한 건물이었다. 꼭 어제나, 오늘 세운 것처럼.
높이는 3층. 벽의 모양을 보아하니 위에서 내려다보면 육각형으로 보일 것 같았다.
“언제 지은 거야?”
“밤새 지었지.”
마중을 나온 도현이 상호의 옆에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수상쩍은 놈을 또 서울로 가져갈 수가 없어서…… 여기서 관리하기로 했지. 헌터만 오는 곳에서.”
“누나는?”
“안에서 보고 있어.”
상호는 도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중앙이 빈 형태였다. 그들은 감시하는 헌터들을 지나 안쪽을 향한 유리창으로 걸어갔다.
내부 마당의 중앙에 커다란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씨앗처럼 위아래가 뾰족한 바위.
“저거야?”
“응.”
도현의 대답에 상호는 찬찬히 그 바위를 살폈다.
피가 굳은 듯 검붉은 색. 뾰족한 부분이 각각 위아래를 향하게 둥둥 떠 있고, 돌을 묶은 쇠사슬에는 노란 부적이 덕지덕지.
그리고 그 옆에서는 민정이 가만히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상호가 마당으로 들어서며 부르자 민정이 그를 돌아보았다.
“아, 상호 왔구나.”
“이게 뭐야?”
그 물음에 민정의 눈이 옆으로 샐쭉하게 돌아갔다.
“그건 전문가한테 듣는 게 낫겠는걸.”
“도련님 오셨어요…….”
리주가 달려와서 상호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차, 차라도 준비해드릴까요…….”
“…….”
상호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접착제로 붙인 것마냥.
아직 이 여자를 형수로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됐어요. 설명이나 해 봐요.”
“아, 네…….”
리주는 검붉은 바위를 돌아보았다.
“피를 이용한 봉인이에요.”
“피?”
“악마 융합체들한테서 수집했던 거…….”
그걸 아직도 갖고 있었냐. 상호의 눈썹이 꿈틀하자 리주가 몸을 움찔했다.
“이, 있는 걸 버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원리가 뭔데요.”
“이…… 악마한테도 사람처럼 면역체계가 있거든요. 사람한테 혈액형이 있는 거 아시죠……?”
상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한테도 그런 인자가 있어서…… 악마 융합체들의 피를 섞어 보면 피 터지게 싸우거든요. 사람 수혈 잘못하면 용혈이 일어나는 것처럼…….”
융합체들의 피를 섞었다니. 상호의 눈썹이 또 꿈틀하자 리주가 다시 움찔하며 항변했다.
“샤, 샬레에서 섞은 거예요! 옛날에…… 뽑은 피로……. 어쨌든…… 그런 원리로, 악마 융합체의 피로 이 결정을 만들어서…… 악마의 면역체계가 작동해서 부활을 막는 거예요.”
“흠…….”
상호는 눈앞의 바위를 빤히 바라보다가 민정을 돌아보았다.
“반으로 찢었다고 했던가?”
“응. 그렇게 죽어 있었지.”
“두 개 다 들어 있는 거야?”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우리가 없는 곳에 문제가 생기거나…… 양쪽 다 문제가 생기면 대처하기 어려우니까.”
“그런가…….”
알 수 없는 것들과의 싸움. 인지를 초월한 존재들과의 전쟁.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이놈을 잡아두는 게 맞는지…….’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상호는 한숨을 쉬고 돌아섰다.
“그래서. 감시는 어떻게 할 거야?”
“내가 하게.”
“누나가?”
“응.”
민정은 도현과 리주를 째려보았다.
“오빠는 이래저래 바쁘니까.”
협회 일만 뜻하는 건 아니리라. 상호는 쯥 하고 입맛을 다셨다.
“태화랑 애들은 어쩌게?”
“당분간 못 보게 되겠지.”
“아예 여기서 살려는 거야? 밥은 어떡해?”
“그런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누군데.”
민정이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상호를 올려다보았다.
“누나도 진흙탕에 눈밭에 많이 굴러 봤다구.”
“……알았어.”
상호는 내키지는 않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올게. 실습날이나, 주말이나……. 심심하면 전화해. 올 수 있을 땐 꼭 올게.”
“응.”
민정은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