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금요일.
두 번째 실습을 하는 날. 이번에는 위치가 조금 달랐지만 산과 숲이 있다는 것은 같았다. 버스 근처에 서 있던 아이들과 교사들은 해련의 지시에 따라 실습을 시작했다.
상호도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올 때 주의사항 들었지?”
“네.”
아이들이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대답했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 상호는 아이들을 쓱 둘러보다가 태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태화가 말해 봐.”
“이상하게 생긴 거 보면 튀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하게 생긴 거.”
“어…….”
태화가 눈을 데록데록 굴리다가 대답했다.
“개같이 생긴 거?”
“개처럼 생긴 해골머리에 칼처럼 생긴 손이라고 했잖아. 몇 번을 말했냐, 어?”
“몰랑.”
“……하아.”
상호는 한숨을 쉬고 손을 내저었다.
“어쨌든, 그런 놈이 만약에 보이면 도망쳐서 선생님들한테 알려. 여의치 않으면 소리를 지르든가. 알았지?”
“네.”
“응.”
“시작하자.”
그의 손짓에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들 숲으로 뛰어 들어가고, 발이 느린 나빛만 남았다. 나빛은 숲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다가 상호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상호는 살짝 웃어 주었다.
“조심히 다녀와.”
“네!”
곧 나빛도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숨겼다.
이젠 그의 차례. 상호는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귀에 낀 이어셋을 꾹 눌렀다.
“출발하겠습니다.”
[네.]
해련의 대답이 들렸다.
교사들에게도 미리 언질을 주었다. 기감을 무시하고 숨어들어오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덕분에 주술사 선생들의 정령이 바쁘게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있었다.
‘정말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상호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 * *
“쓰읍…….”
실습이 진행 중인 울창한 숲속.
“오늘은 꼭 잡아야 되는디…….”
지윤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첫 번째 실습에서 몬스터를 못 잡았더니 태화에게 미치도록 놀림을 받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쉬지도 않고. 이번에도 못 잡는다면 어떤 꼴이 날지 눈에 선했다.
‘못 잡으믄 태화 고 가스나를 잡아뿌러야겄다.’
지윤은 그렇게 결심하고 몬스터를 찾아 헤맸다.
2백여 명 학생이 한 번에 실습을 하고 있었지만, 땅이 좁지 않아서 마주치더라도 멀리서 확인하고 돌아설 뿐. 누군가를 정통으로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 심심하고.
나오라는 몬스터는 안 나오고.
‘이러다 또 못 잡는 거 아이가. 어뜨카노…….’
한숨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그때 나무 사이로 어떤 소리가 들렸다.
크에엑……
몬스터.
틀림없는 몬스터의 그르렁거림. 지윤은 빠르게 몸을 돌려 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이 오기 전에 잡아야 했다.
‘내도 빨리 끝내고 놀려야…….’
지윤의 주먹에서 하얀 강기가 피어올랐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작은 바위 위. 사람의 냄새를 맡았는지 뿔 달린 코를 킁킁대는, 곰 크기의 직립보행형 몬스터.
지윤은 몬스터가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달려들려다가, 놈의 거대한 근육질 몸을 보고 움찔했다.
‘뭐 저래 크노?’
본능적인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미 너무 가까웠고, 도망치면 선공권을 뺏긴다. 지윤은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빠악
“크륵!”
난데없이 얻어맞은 몬스터는 크게 당황하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얼굴 한 대 맞는다고 죽을 덩치가 아니었고, 지윤도 그걸 알았다. 지윤은 몬스터의 등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크……!”
몬스터의 침이 지윤의 팔에 흘러내렸다.
몬스터는 등에 있는 지윤을 잡기 위해 팔을 마구 휘둘렀지만, 덩치는 큰데 팔이 유연하지 못해 그러지 못했다. 대신 나무에 등을 부딪치려 했다.
지윤은 재빨리 놈의 등을 박차고 옆으로 빠졌다.
콰아앙
사람 허리보다 굵은 나무가 단숨에 부서졌다.
목을 조르기는 힘들겠다. 지윤은 놈의 목을 바라보며 목뼈의 굵기를 가늠했다. 얼마나 강하게 쳐야 목뼈를 부러트릴 수 있을지 계산하기 위해서.
‘팔꿈치나…… 무릎이라믄.’
계산을 마치자마자 지윤의 발이 나무를 박찼다.
손으로, 발로. 보법이란 관념에 매몰되지 않고. 나무 사이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지윤은 빈틈을 노려 몬스터의 뒷목에 팔꿈치를 꽂았다.
퍼억
정통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뼈를 부러뜨리기에는 부족했음을.
‘쳇.’
지윤은 혀를 차고 주먹을 들어 전투 자세를 잡았다.
“케륵…….”
몬스터가 천천히 지윤을 돌아보았다.
짐승이지만 화났다는 감정을 얼굴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지윤은 피가 끓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리고 손을 까딱였다.
콰직
몬스터가 부러진 나무를 걷어찼다.
지윤은 날아오는 나무를 림보를 하듯 피하고, 이어서 달려드는 몬스터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꽈앙
서로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렇게 맞대니 체구의 차이가 여실했다. 지윤의 주먹은 몬스터의 중지와 약지를 간신히 넘는 크기였다. 그 힘 또한 근육의 부피만큼 차이가 나서, 가히 여덟 배를 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밀려난 쪽은 몬스터였다.
우득……
“……크륵!”
몬스터는 손목의 뼈가 어긋나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 발짝까지일 뿐. 더는 물러나지 않고 다시금 주먹을 휘둘러 왔다. 지윤은 그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생사가 걸린 전투에서, 이놈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괴물들.
지윤의 눈에 살기가 번득였다.
‘죽여야 해.’
꽉 쥔 주먹에서 반지가 느껴졌다.
지윤은 반탄강기를 두른 손으로 몬스터의 주먹을 쳐냈다. 거대한 주먹이 아무런 무게감도 없이 튕겨져 나갔다. 공기로 가득 찬 풍선처럼.
당황한 몬스터의 턱에 지윤의 주먹이 꽂혔다.
“컥……!”
뇌가 흔들린 몬스터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쿠웅……
거대한 덩치가 넘어지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흙먼지가 다 가라앉도록, 지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우째 죽이노.’
목을 졸라서.
목뼈를 부러뜨려서. 혹은 골통을 부숴서. 저기 부러진 나무로 미숙하게나마 검기를 씌워 목을 베어서.
방법은 많겠지만, 어째서인지 내키지가 않았다.
‘왜…….’
아버지를 죽인 놈들인데.
그러나 눈앞에 있는 놈이 아버지를 죽인 건 아니고.
눈앞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명을, 두 손으로 죽여본 적이 없어서.
‘……X벌.’
살생이란 것이 이토록 큰 심력을 요구할 줄 몰랐다.
‘못해먹겠구마.’
지윤은 신경질적으로 돌부리를 걷어차고 돌아섰다.
뒤에서 몬스터가 슬쩍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윤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서 도망칠지 공격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맞붙어도 이길 수 없다 판단했는지, 곧 숲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후우…….”
지윤은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다음번엔 잘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 잡아 놓고 풀어줘 버렸다.
이게 옳은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태화 고년이 또 놀리뿔겄구마.’
지윤은 전투복 겉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걸음을 옮겼다.
* * *
해질녘.
숲에서 걸어 나온 지윤은 공터에 모인 친구들과 상호를 보고 움찔했다.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쌤예.”
“응.”
상호는 살짝 웃었다.
“어서 와.”
집합 시간에 조금 늦었다. 지윤이 서둘러 다가가자 상호가 재차 입을 열었다.
“오늘도…… 세희, 나빛이, 지윤이. 셋이 못 잡았네.”
그 말에 지윤은 세희를 흘끗했다.
세희도 또 못 잡았을 줄이야. 나빛은 그러려니 할 수 있었지만 세희가 그럴 줄은 몰랐다.
“세희.”
상호가 부르자 세희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네.”
“저번이랑 다른 이유가 있어?”
“아니요.”
상호는 나빛을 돌아보았다.
“나빛이는 왜 못 잡았어?”
“열심히 뛰었는데 못 찾았어요…….”
나빛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손을 꼼지락거렸다.
무예가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니. 신앙인이 몬스터를 추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터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나 여기 있소 광고할 게 아닌 이상에야.
상호도 딱히 잘못이라 생각하진 않는 듯했다.
“지윤이.”
그의 시선이 지윤을 향했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몬스터를 만난 것도, 죽이지 못하고 놓아준 것도.
지윤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 직감했다.
“예.”
“지윤이는…….”
엷은 한숨이 들린 것 같았다.
“가서 이야기하자.”
이야기가 길어지는 걸까.
지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예.”
* * *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 잠에 들었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대어. 지윤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이상한 걸까.
자신이 약한 걸까.
친구들은 멀쩡히 성공하는데, 왜 자신만 이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옆에 앉은 은율이 몸을 뒤척였다.
“으음…….”
그러고는 지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가 흠칫했다.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지윤은 어깨를 내어주며 작게 중얼거렸다.
“괘안타.”
“미안.”
은율은 잠을 깨려는지 머리를 쓸어올리며 눈을 끔뻑였다.
지윤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마, 은율아.”
“응?”
“니는 우째 잡았노?”
“……그냥.”
은율은 불분명하게 웅얼거렸다.
“운좋게 나보다 약한 몬스터를 만난 거지.”
“아니, 그기 아이고.”
지윤은 다른 아이들이 들을까봐 은율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물었다.
“죽이는 기, 힘들지 않드나.”
“응.”
의외로 쉬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은율의 눈빛은 쉽지 않았다.
“벤 다음에 돌아보지 않으면 돼.”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그런 기가.”
자신만 약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은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쫌만 쓴데이.”
“응.”
은율도 지윤의 머리에 머리를 기댔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버스 속에서, 둘은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잠에 빠져들었다.
300. 새댁
“우웅…….”
나빛이 고개를 꾸벅거렸다.
“졸려…….”
“밥은 먹고 자야지.”
상호는 나빛의 등을 토닥였다.
급식소에서는 2학년들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고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인지 특식이라 할 만큼 좋은 식사였지만, 지친 아이들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지윤도 오늘따라 밥을 많이 먹지 않았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태화와 나디아뿐.
“야, 돼지야. 나 이거 먹는다?”
“무라.”
“뭐야, 얘 왜 이래? 어쨌든 개꿀~.”
“내놔.”
상호는 태화가 집은 소시지를 뺏어 지윤의 식판에 돌려놓았다.
“지윤이 밥 다 먹고 선생님 보자.”
“예.”
“너희는 얼른 먹고 가서 쉬어.”
“넵.”
“웅.”
곧 아이들은 말이 없어졌고, 식판 닥닥 긁는 소리만 급식소를 가득 채웠다.
* * *
“지윤아.”
“예.”
“귀찮은 거 아니지?”
“당연하지예.”
지윤은 상호의 팔에 몸을 기댔다.
늦은 밤, 운동장의 스탠드 구석. 지윤과 상호는 꼭 붙어 앉아서 하늘과 운동장 사이 허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상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몬스터 만났지?”
역시 알고 있었다.
“……예.”
“싸워서 이겼다는 것까진 들었는데.”
상호의 손이 지윤의 손을 감쌌다.
“해치웠다는 소식은 못 들어서 말이야.”
“맞습니더.”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잡았는데…… 죽이지를 못했습니더.”
“왜?”
“그건 잘 모르겠어예.”
논리적으로는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냥 죽이기 싫었던 것 같습니더.”
그 말을 들으면 상호에게 혼날지도 몰랐지만, 지윤은 그게 가장 솔직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고, 묵묵히 대답을 기다렸다.
“지윤아.”
돌아온 목소리는 편안하고 나직했다.
“실습을 왜 하는 것 같아?”
“죽이는 연습……아입니꺼?”
“그걸 왜 할까?”
“……어려우니까겠지예.”
“그래.”
상호는 지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많이들 힘들어해. 뭔가를 죽이는 거. 멀쩡히 잘하는 것 같아 보이던 사람도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하면 또 달라지고…….”
“쌤도예?”
“나도 그렇지. 그런데 전투를 하다 보면…… 그런 찰나의 감상이 목숨을 갉아먹는 순간이 와.”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눈빛은 어두웠다.
“잠깐의 망설임으로 내가 역공당하고, 한때의 자비심으로 살려준 놈에게 동료가 죽을 수도 있어. 그래서 헌터라면, 죽이기로 한 몬스터를 가차 없이 죽일 줄 알아야 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따뜻했다.
“너희처럼 어린 애들한테 그런 걸 가르치는 게 즐겁진 않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너희는 배워야 해.”
“쌤도 지들보다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까예.”
지윤은 상호의 목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그것도 쌤의 스승님이 가르쳐준 겁니꺼?”
“저절로 알게 될 수밖에 없었지. 그 시절에 헌터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만. 상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지윤의 어깨를 꼭 끌어당겼다.
“당장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천천히라도 상관없어. 원래 실습은 3학년부터 하던 거니까. 대신에 확실히, 네가 하기 싫은 일을 왜 해야만 하는지, 깨달아 줬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더.”
“가서 자.”
상호가 웃으며 등을 두드리자 지윤이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안 가입니꺼?”
“응.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알겠습니더.”
지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내일 봐예.”
“응. 잘 자.”
상호도 마주 손을 흔들며 씩 웃어 주었다.
지윤이 본관 모퉁이를 돌아 기숙사 쪽으로 사라지자 손의 흔들림이 차츰 느려지고 미소도 흐려졌다.
오늘 실습 시간에 민정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만났어.’
그놈을.
이번에는 민정이 마법으로 해치웠지만, 필시 또다시 되살아날 터. 상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그놈이 부활했다는 것.
목적을 가지고 상호 자신의 주변에 찾아오고 있다는 것.
‘내일 누나랑 말해봐야겠다.’
혼자 머리 싸매는 것보단 나을 테니. 상호는 한숨을 푹 쉬고 일어나 남교사 숙소로 향했다.
* * *
다음 날.
“……그런 일이 있었어.”
상호는 식탁에 냄비를 놓으며 말을 맺었다.
식탁에는 혜소와 효은, 민정이 둘러앉아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상호를 빤히 쳐다보던 효은이 눈살을 찌푸렸다.
“부활을 했다고?”
“어.”
“제대로 안 죽인 거 아냐?”
“결국은 그런 거겠지.”
상호는 혜소의 앞접시에 찌개를 덜어주며 대꾸했다.
“설마 방법이 없겠어? 절대 죽일 수 없는 놈이었으면 그놈이 대빵 했겠지. 안 그래, 누나?”
“그렇겠지…….”
민정은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이 상호 네 내공을 무서워한 이유가 있을 거니까.”
“그놈그놈 하니까 헷갈리네. 이 악마 새끼들 이름을 안 알려 주니까……. 우리끼리라도 정해야겠는데.”
“일단 까만놈 하얀놈으로 부르자.”
“……그래. 그거 알기 쉽네.”
상호는 밥을 한입 먹고 말을 이었다.
“악마는 맞는 거 같지? 누나.”
“글쎄……. 느낌은 그런데 확실하진 않아. 죽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까만놈하고 똑같은 점이 하나도 없잖아. 머리도 멍청해 보였고…….”
그 말이 맞았다. 괴물들의 신은 인간과의 대화가 자유로웠지만, 개 해골 괴물은 언어다운 언어를 전혀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누구 악마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없나?”
그 말에 민정의 숟가락이 멈칫했다.
“……있는 것 같은데.”
“응?”
그런 사람이 있나. 상호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있어? 누군데?”
“알잖아.”
민정은 상호에겐 잘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짜증이 난 표정.
상호를 향한 짜증은 아니었다.
“그 인간.”
그렇게만 말하면 누가 알아듣나. 상호는 뚱한 표정으로 되물으려다가 잠시 굳어 버렸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들어서.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