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0화 (300/501)

* * *

‘여긴 조용하네.’

상호는 설미의 교실로 들어서며 생각했다.

아이들의 마수가 뻗지 않은 곳. 작년처럼 제법 고즈넉하게 꾸며진 카페였다.

갈색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차나 커피, 그리고 SNS에서 볼 법한 신기하게 생긴 과자들을 내오고 있었다.

“어?”

하지만 그런 평화도 잠시. 교실로 들어선 상호를 본 아이들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상호는 당황하며 모자와 조끼를 벗었다.

“아, 얘들아. 미안하다. 이거 우리 반 반티라서……. 이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 네.”

반티가 왜 그따위로 생겼냐는 눈빛이 날아들었지만, 곧 상호의 얼굴을 본 아이들이 표정을 풀고 방글방글 웃었다.

“앉아서 쉬고 가세요~.”

“강쌤은 공짜예요.”

“아니, 돈 내고 먹어야지…….”

“선생님은 여기 계시기만 해도 도움이 돼요.”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 몇몇이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복도 쪽에서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강쌤 있어요~. 강쌤 보고 가세요~.”

“맛있는 남자랑 멋있는 커피 있어요~.”

“커피 보면서 강쌤 먹고 가세요~.”

호객 내용이 뭔가 이상하다. 상호는 식은땀을 닦으며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섰다.

“주문할래……?”

“엥?”

아는 목소리. 상호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가 설미와 눈을 마주쳤다. 교복을 입고 갈색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었다.

“……아, 있는 줄 몰랐어요.”

“애들이랑 구분이 안 됐어?”

설미가 살짝 웃었다.

키도 작고, 얼굴도 어려서, 교복을 입으니 부자연스러운 티가 전혀 나질 않았다. 상호는 옆에 있는 의자를 빼었다.

“앉아서 쉬어요. 애들이 알아서 하겠죠.”

“으응, 애들이랑 같이 하는 거지, 뭐……, 어?”

옆에서 듣던 아이들이 설미를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

“쌤! 강쌤 잡아두세요!”

“강쌤만 여기 있으면 매출로 피자도 돌릴 수 있어요!”

“얘, 얘들아…….”

설미가 당황하며 아이들을 불렀지만, 아이들은 쌩하니 달려가 커피와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설미는 결국 한숨을 쉬며 상호를 돌아보았다.

“이게 내 역할인가 봐.”

“그러게요.”

“근데 이 몽둥이는 뭐야?”

“이거요?”

상호는 몽둥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혀를 찼다.

“반티요.”

“애들이…… 다 들고 다니는 거야?”

“아니요. 기동타격대만.”

“……기동타격대?”

설미는 눈을 끔벅이다가 피식 웃었다.

“상호 씨 반은 애들이 재밌어서 좋아.”

“저는 피곤해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남선생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상호가 한숨을 쉬는 그때, 문가에서 아이들이 소곤거렸다.

“설쌤이 강쌤 몽둥이에 관심이 많나 봐.”

“야야, 이걸로 홍보해. 강쌤이 설쌤한테 몽둥이 꺼내서 자랑하고 있다고…….”

“오키. 가자.”

“X나 크다고도 말해.”

상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여기도 만만찮은데요.”

“어, 응? 뭐가?”

“아니에요. 모른 채로 있어줘요…….”

그 편이 나으리라. 기특한 제자들의 본모습을 알게 되는 것보다는.

곧 다과가 책상에 놓였다. 슬쩍 맡아 보니 향이 좋았다. 상호는 접시에 놓인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것을 집었다.

“이게 뭐예요?”

“아, 요즘 유행하는 건데…….”

설미가 입을 여는 순간, 교실 문으로 학생들이 왁자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우왓! 진짜 강쌤이다!”

“아 뭐야, 진짜 몽둥이야? 아이씨, 사기당했어!”

“여기 괜찮다. 주문 어디서 받아?”

홍보가 톡톡히 먹혀든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설미의 반이 곤란해질 터. 상호는 몸을 벽 쪽으로 슬금슬금 돌리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뭐야, 여기야?”

“이 쉐끼들이 우리 쌤 훔쳐갔어?”

“……커흡!”

교실로 태화와 이츠키, 아리, 단비, 미래가 들어서고 있었다.

상호는 사레가 들린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치며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미 집중된 아이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태화가 눈을 부라렸다.

“쌤! 뭐해! 쌤은 기동타격대잖아!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으면 어떡해! 홍보까지 해주면서!”

“멍, 우리 쌤 팔아먹지 마요!”

“너희가 제일 열심히 팔아먹고 있지 않니……?”

교실에 가득한 도은호 사진은 대체 뭐란 말이냐. 상호는 한숨을 쉬고 성큼성큼 다가온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친한 선생님 반이니까 놀러왔어……. 태화 너도 작년엔 여기서 일했잖아.”

“앗!”

태화는 고개를 퍼뜩 들더니 양팔을 쫙 펼치며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아군이다! 공격 중지!”

“아군이야? 멍…….”

단비는 그새 무언가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또 떨어진 걸 주워 먹은 모양이었다.

“멍, 여기 과자 맛있다. 쫌만 사서 교실 가자.”

“선생님이 사는 겁니다.”

“……그래.”

상호는 지갑을 열어 현금을 셌다.

“가져가서 애들이랑 같이 먹고…… 혹시 가다가 기타대 애들 보이면 좀 말려봐라.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제자가 쪽팔려? 그럴거면 선생 왜 했어?”

“넌 임마, 니가 제일 쪽팔려!”

“어어? 또 딸 쳐?”

“……띵가띵가 놀다가 늦게 교대하지 말고. 시간 잘 보고 다녀.”

“웅~.”

태화는 상호에게서 돈을 받아들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이츠키와 1학년들도 그 뒤를 따랐다.

설미가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가족 같네. 상호 씨 반은.”

“너무 가족 같아서 문제죠.”

커피가 묻어 혀끝이 쓰다. 상호는 입맛을 다시고 과자를 집었다.

“그래서 이건 또 뭐예요? 이것도 유행하는 거예요?”

“으응, 유행이라기보단 그냥 수제 파이인데……. 어때? 입에 맞아?”

“맛있는데요.”

“내가 만들었어.”

“그래서 맛있나?”

“푸후훗…….”

학생들의 축제 속에서, 두 교사는 잠시 느긋하게 휴식을 가졌다.

291. 터질 듯한

“이만 가볼게요.”

상호는 남은 커피를 쭉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돌아다니면서 구경해 보려고…… 아니면 같이 갈래요?”

“으응, 내가 만들어야 되는 게 있어서…….”

설미는 살짝 웃으며 그를 따라 일어났다.

“기대하고 있을게. 저녁에 봐.”

“……아, 연극이요.”

그러고 보면 아직도 대본을 받지 못했다. 대체 언제 읽을 수 있을런지.

그는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곧 털듯이 흔들고 문가로 향했다.

“갈게요.”

“잘 가…….”

“안녕히 가세요~!”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쳤다.

상호가 일어나자 손님 학생들도 슬그머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다른 교실에 들를 때마다 학생들이 몰려올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 볼까…….’

그러고 보면 혜소를 보지 못했다. 어딘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을 텐데.

별일 없이 잘 하고 있을까.

‘일단 혜소부터 한번 봐야겠다.’

그는 혜소를 찾아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 * *

“……으음.”

어찌어찌 찾긴 했는데.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장사가…… 잘 됐구나.”

“네.”

혜소가 손가락에 침을 묻히며 돈다발을 세었다.

중앙계단 앞 맨바닥.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지역. 잡상인마냥 돗자리를 펴고 앉았는데 쟁반엔 염주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금전운 염주 때문일까.

아니면 좋은 터를 잡았기 때문일까.

“49만 5천 원 팔았어요.”

“교실 하나 매출보다 높은 것 같네…….”

“여기 아저씨가 투자한 원금이에요.”

원금 2만 원이 상호의 손에 쥐여졌다.

“맛있는 거 사 드세요.”

“……으응. 고맙다.”

“언니들은 잘 하고 있어요?”

“아니. 아직 확인 못 했어.”

상호는 혜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추 다 끝난 것 같은데. 너도 언니들이랑 같이 놀아.”

“언니들 안 바빠요?”

“교대로 놀고 있지. 가자. 교실로 가자.”

“네.”

“근데 언니들이 염주를 그렇게 잘 사가?”

“선생님들이 많이 사가셨어요.”

둘은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 * *

교실에 도착해 보니 비즈는 안 팔리고 사진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우와, 이거 누구야? 귀여워…….”

“이게 은율이 동생이라고?”

“엉. 도은호이.”

지윤이 사진첩을 펼치며 실쭉 웃었다.

“귀엽지 않나.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이다.”

“얼마야?”

“장당 2천원.”

“엑, 비싸.”

“그만한 가치가 있제.”

“으음…….”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결국 지갑을 열었다.

“나 이거.”

“난 이거.”

“어, 나도 그건데……. 이거 한 장 더 있어?”

“한정판이데이.”

“아……. 그럼 이거.”

사진을 고른 아이들이 돈을 냈다. 지윤은 건네받은 돈을 옆으로 넘겨주고 손을 흔들었다.

“고맙습니데이~. 우리 은호 마~이 사랑해 주이소~. 앗, 쌤예.”

“지윤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상호는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지윤에게 다가갔다.

“사진 한 장에 2천원이라고?”

“예. 쌤도 하나 사실랍니꺼?”

“내가 왜 사……. 너무 비싸지 않아?”

“비즈가 안 팔리니까 이걸로 메꿔야 합니더.”

“폭리잖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옆에서는 은호 사진을 본 혜소가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잘도 뻔뻔하게 이런 짓을 한다는 듯이.

하지만 해명할 기력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내가 한 게 아니래도 안 믿겠지……. 어라?’

지윤의 옆에서는 미진이 현금을 세고 있었다. 상호는 그런 미진을 돌아보며 당황했다.

“왜 여기서도 일을 하는 거예요? 일벌레예요?”

미진이 눈썹을 치켰다.

“벌레가 할 말이에요?”

“아니……. 놀라고 데려왔더니 일만 하고 있으니까 그러죠.”

“펑크나면 누가 책임져요? 강 선배가 안 해서 제가 대신하는 거잖아요.”

“애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냅둬요.”

상호는 혀를 차고 교실을 쓱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지윤, 나디아, 하솔, 초란, 가은.

굳이 미진이 챙기지 않아도 잘 돌아갈 터. 그는 미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일어나요. 축제까지 궁상맞게 일만 하지 말고…….”

그때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해 보니 해련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강선생ㅠㅅㅠ

-도와줘ㅠㅁㅠ

이런 신문물은 언제 배웠을까.

또 뭔 사고를 친 걸까.

-무슨 일 있으세요?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교장실에 가봐야 할 듯했다. 상호는 곤란해하는 눈빛으로 미진을 돌아보았다.

“교장선생님이 불러서 가봐야겠어요. 어쨌든…… 일만 하지 말고 좀 놀아요. 설미 선생님 반이 카페 하고 있으니까 거기라도 가보든가.”

“놀으라고 해 놓고는 무책임하게 도망치네요.”

“왜 그래요. 어차피 나랑 노는 거 싫어하면서.”

“……흥.”

그 말은 반박할 수 없었는지, 미진은 장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상호는 쓰게 웃으며 문가로 향했다.

“얘들아, 교대 잘 하고. 재밌게 놀아.”

“네.”

“걱정 마이소~.”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가은만 빼고.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되겠다. 상호는 살짝 웃어 보이고 복도를 향해 돌아섰다.

“도은호 팔아요……. 싱싱한 도은호…….”

“마, 초란아. 목소리가 썩어뿔었는디 우째 싱싱하다 카노. 팍팍 질르라 마.”

“도은호 팔아요오오!”

“고렇제~.”

* * *

예현제의 오전, 본관 1층에는 사람이 없었다. 학생도 선생도, 모두 2층 위에 몰려서 교실, 혹은 교무실을 들락날락거릴 뿐.

텅 빈 복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장선생님, 강상호 왔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사람을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설마 교장실로 부른 게 아니었던 건가. 상호는 고개를 기웃하고 다시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교장선생님?”

그러자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뻗어 나와 상호의 멱살을 대뜸 움켜잡았다.

“……켁!”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문턱을 잡고 버텼지만, 하얀 손은 우악스럽게 그를 잡아당겨 교장실로 끌어들였다.

“아니 이게 뭔…….”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상호는 이를 갈며 고개를 들었다.

“……어라?”

“강 선생…….”

해련이 눈물을 글썽였다.

해련의 옷 또한 설미와 미진처럼 교복. 겉보기로는 완전히 청순가련한 낭랑 18세. 곱고 뽀얀 얼굴과 맑고 탱탱한 살결을 보면 그냥 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얀 머리카락만 빼고.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단추가 안 잠겨…….”

몸이 좀 지나치게 조숙했다.

상호는 얼이 빠진 채로 해련의 활짝 열린 블라우스를 쳐다보다가, 곧 기겁하며 물러나 문에 등을 기댔다.

“아니 뭔 소리예요? 그게 왜 안 잠겨요?”

“모르겠어…….”

“뭔 말도 안 되는……. 잠깐만 줘 봐요.”

보나 마나 손녀 옷을 빌렸을 것인데,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그러는가. 그는 해련의 헤쳐진 앞섶을 잡고 가운데로 잡아당겼다.

블라우스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아야야, 강 선생, 아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됐다.”

상당히 빡빡했지만 간신히 단추를 잠글 수 있었다. 상호는 만족한 표정으로 손을 털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하면 되는…….”

피이잉

“……컥!”

총알처럼 날아온 단추가 상호의 안대를 때렸다.

해련은 입을 벙긋 벌린 블라우스를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강 선생…….”

“……예.”

“이거 손녀한테 빌려 입은 건데…….”

“네.”

“손녀가 교복을 줄였나 봐…….”

해련의 손이 상호의 멱살을 잡았다.

“손녀가 날라리가 된 걸까……?”

“……잘 모르겠는데요.”

“어릴 땐 순수했는데…….”

“근데 왜 제 멱살을…….”

“그 귀여운 아이를 날라리로 만든 담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거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놈이네요.”

상호는 해련의 살기를 슬쩍 흘려 넘겼다. 지금의 그는 해련과 하솔의 관계를 모른다는 설정이었기에.

‘그래도 하솔이가 교복을 줄였을 것 같진 않은데…….’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알 길은 없지만.

해련이 상호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폭 쉬고 블라우스를 내려다보았다.

“어떡하지……?”

“교복을 안 입으면 되잖아요.”

“예현제는 선생과 학생이 하나가 되는…….”

“뻥치지 마세요. 학생과 하나가 되려는 게 아니잖아요.”

“앗, 들켰나.”

해련은 치마를 살랑이며 문가의 거울에 스스로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그냥 이대로 나갈까?”

“미쳤어요?”

“어차피 조끼 입는데 상관없지 않아? 가슴이 좀 터졌어도…….”

“제 속이 터지려고 그래요.”

상호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푹 숙였지만, 해련은 그를 무시하고 책상으로 달려가 조끼를 입었다.

그러고는 빙그르르 돌아 상큼한 포즈를 취했다.

“안녕하세요~. 강상호반 3학년 이해련입니다~.”

“……저희 반에는 3학년이 없어요.”

“소원권 주세요, 선생님~.”

“누구신지……?”

그 말에 해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선생님 저 정말 모르세요……?”

“애교 부리지 마요.”

“선생니임…….”

“부리지 말라니까!”

“소원권 주세요오오~.”

입으로는 귀여운 목소리를 냈지만, 해련의 손은 우악스럽게 상호의 멱살을 잡아끌고 있었다.

“소원권 주면~ 안 잡아먹지~.”

“소원권 써서 잡아먹을 거잖아요!”

“소원권~, 소원권~.”

“아니 왜 머리도 애가 되신 거예요!”

“학생이잖아~.”

교복을 입었더니 어려지다 못해 뇌 주름까지 펴진 모양이었다. 상호는 품에 안겨드는 해련을 밀어내고 도망치듯이 문가로 향했다.

“가요, 일단 나가서 얘기해요. 에휴…….”

“소원권을 달라고~.”

“지금 없어요. 교무실에도 없어요. 나중에 드릴게요, 나중에…….”

“나중엔 학생 아니라면서 안 줄 거잖아~!”

“……으흠, 어쨌든 나중에 준다고요. 아니 이거 놔요. 애처럼 굴지 말고 좀!”

“선생니임~.”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쫓고 쫓기듯이 복도를 달려 축제가 한창인 위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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