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생했다.”
상호는 제일 고생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머리에는 혁구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시험날까지 긴장 풀지 말고. 놀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알지?”
“네.”
“멍, 그런데 선생님.”
“응?”
단비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또 언니들 평가만 보러 가실 거예요?”
“어…….”
상호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사실, 그는 이전까지처럼 세희와 태화의 성적을 챙겨줄 필요가 없었다. 세희는 어차피 그가 직접 제자로 키울 거고, 태화를 버릴 것도 아니고. 게다가 작년엔 세희 학비를 내줬으니 올해에 태화가 미끄러진다 해도 대신 학비를 내줄 의향이 있었다.
세희의 시합을 보면서 성취를 확인하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세희는 이제 학생 수준이 아니라 상호의 수준을 따라와야 하는 입장. 학교 평가 따위의 사소한 일들은 그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세희가 지는 일도 없을 거고.
다만 상호가 고민하는 이유는, 그냥 이유 없이, 세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특히 다혜와의 시합을.
‘그래도 뭐, 이제 경기장 사이 왔다갔다 하는 데 1초? 2초도 안 걸리니까…….’
상호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희 시합도 보러 갈 거야.”
“도요? 둘 다 보신다구요?”
“응. 이제 뛰어다닐 수 있으니까…… 열심히 둘 다 볼게. 아주 세세한 요소는 가끔 놓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 볼 수는 있어.”
“우왕…….”
단비가 고개를 홱 돌려 아리를 쳐다보았다.
“잘됐다. 그치?”
“왜, 왜 나한테 물어봐…….”
“그럼 잘 안 됐어?”
“몰라…….”
아리는 비늘이 드문드문 난 얼굴을 붉히며 단비의 시선을 피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하고 교탁을 두드렸다.
“어쨌든 그런 줄 알고. 아까 했던 말 또 안 해도 되지?”
“네~.”
“내가 뭐라 그랬어. 태화가 대답해 봐.”
“몰라.”
“……시험날까지 긴장 풀지 말고. 놀고 싶어도 참으라고.”
“몰라~. 몰라~.”
“에휴……. 그래, 다들 들어가서 쉬고. 내일 보자.”
“네~.”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교 준비를 했다.
상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정수리에서 자고 있는 혁구를 깨워 나빛에게 날려 보내고 교실을 나왔다.
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꾸꾸 야는 크고 있나?”
“응? 몰라. 잰 적 없어. 헤헤…….”
“밥은 먹으면서 크지는 않아?”
“귀여우면 된 겁니다.”
“귀엽긴 뭐가 귀여워. 치킨 유망주 주제에…….”
“꾸꾸야! 쪼아!”
“뺙!”
“아 씨, 안 꺼져! 하나빛 니도 내 뿔에 찔려볼래?!”
“쪼아! 쪼아!”
“꺼지라고오오!”
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279. 향상심
2학기 중간평가의 전날, 교무실.
상호는 멍청히 눈을 끔뻑이다가 방금 들은 말을 되뇌었다.
“안전요원이요?”
“응…….”
설미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리 다 나았으니까…… 이제 시키라고, 이사장님이 직접 말씀하셨대…….”
“……그래요?”
하긴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동안은 몸의 상태를 고려해서 그를 열외시켜 줬지만, 이제는 다리가 멀쩡하니까.
하지만 아이들 시합을 봐야 하는데.
1학년도, 2학년도.
“1학년요, 2학년요?”
“2학년.”
“으음…….”
어디가 되었든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턱을 매만지다가, 곧 눈을 반짝이며 설미를 돌아보았다.
“설미 선생님.”
“응…….”
“대타 써도 되죠?”
설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타?”
* * *
다음 날 아침, 평가 준비가 한창인 운동장.
설미는 눈앞에 다가온 인물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참 생각부터가 비범해. 그치~?”
“…….”
“어떻게 교장을 안전요원으로 넣을 생각을 했을까~?”
해련이 뺨에 손을 얹고 호호 웃었다.
“권위라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아~. 이러다가 나중엔 잡아먹겠어~. 안 그래, 임 선생?”
“……네에.”
“그래서 내가 맡을 구역은 어디야?”
“저쪽이에요…….”
설미는 다 포기한 표정으로 운동장 구석을 가리켰다.
* * *
‘대타는 구해놨고.’
상호는 뒷짐을 지고 다리를 휘적거리며 복도를 걸었다.
조례와 파이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길. 대부분의 학생은 이미 운동장에 나갔고, 뒤늦게 무기를 챙겨 밖으로 달려나가는 아이들과 내일이 평가날인 3학년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러네, 우리 애들도 내년이면 다른 날 치겠네…….’
1학년을 받는 게 아니라면, 내년에는 힘들게 싸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본관 앞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본관 앞은 1학년 평가장.
슬슬 경기장 앞에 아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애들이 어디 있나…….’
오전은 예선. 유형별로 나눠 10전.
아리와 미래만 마법사고, 나머지는 전부 무예가. 상호는 스탠드에 서서 아이들을 찾다가 멀리 떨어진 경기장 앞의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해련이 씩 웃었다.
‘잘 하고 계시는구만.’
상호는 일부러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그때 가까운 쪽 경기장으로 하솔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상호는 멍하니 하솔을 바라보다가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만.’
그리고 급히 해련을 다시 찾았다.
해련은 이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호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표독한 눈빛을 본 상호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내가 무슨 짓을……. 에이, 몰라. 거절 안 한 사람 잘못이지.’
게다가 이쪽은 돌봐야 할 아이가 14명이다. 상호는 그렇게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며 하솔의 시합에 집중했다.
하솔의 상대는 서양식 양날검을 쓰는 학생이었다.
‘나디아랑 비슷하네.’
차이점이라면 나디아의 검이 더 무겁다는 것.
상대 학생이 양날검을 몸에 가깝게 수직으로 들어 올렸다. 하솔도 자신을 겨눈 칼끝을 바라보며 칼을 뽑았다.
하솔의 검술은 해련과 비슷했다.
선공보다는 후공.
직선보다는 곡선.
신중하면서도 유려하고 정교한, 세밀한 검술이란 의미의 세검.
카앙
정직한 경로로 투박하게 날아온 양날검을, 하솔은 칼등에 팔뚝을 기대어 흘려보내고 그대로 공격으로 이어갔다.
상대 학생의 목에 칼날이 닿았다.
“설하솔, 승.”
진행교사의 선언에 하솔은 밋밋한 표정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해련이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고, 또 그 모습을 상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피고 있었다.
‘……나중에 한 소리 듣겠군.’
귀여운 손녀의 시합을 코앞에서 보지 못하게 하다니. 후에 크게 혼날 것이다.
그래도 이미 저지른 일이니.
‘집중이나 하자.’
상호의 시선이 다른 경기장을 향했다.
* * *
“멍…….”
단비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로 개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이서 너무해…….”
이서는 칼을 납도하며 혀를 찼다.
“니가 약한 거지.”
“너무해!”
“뭐가 너무한데?”
“나 1승만 챙기면 본선 노려볼만 하단 말이야!”
“그래서 일부러 져달라고?”
“살살 할 수도 있었잖아…… 멍.”
“그런 짓 했다가는 언니들한테 죽을걸.”
담임은 별로 안 무서웠지만, 세희와 은율의 구타는 무서웠다. 덤으로 나빛까지도.
그래서 이서는 바른생활 여고생으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단비 너 내가 마지막이야?”
“아니, 한 판 남았는데…….”
단비의 시선이 경기장 아래쪽을 향했다.
“……상대가.”
시선의 끝에는 가은이 서 있었다.
이서는 그걸 확인하고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비의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가은을 이길 수 없었다.
“포기해, 그냥.”
“끼잉…….”
귀를 축 늘어뜨린 단비에게 진행교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끝났으면 빨리빨리 내려와라! 몇십 명이 기다리고 있잖니, 어?!”
“멍! 네, 네!”
단비는 허겁지겁 경기장을 내려왔다.
이서도 단비의 뒤를 따라 건들건들 경기장을 내려오다가, 계단 앞에 서 있던 하솔과 눈이 마주쳤다.
다음 차례인 모양이었다.
“몇 승?”
“8승.”
이서의 물음에 하솔도 짤막하게 답하고 되물었다.
“너는?”
“나도.”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고, 그럴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이서는 하솔을 지나쳐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 무리에 섞여들었다.
곧 경기장 반대편에서 하솔의 상대가 올라왔다.
* * *
“……으.”
초란은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며 침음했다.
예선 때는 같은 반 아이들을 잘 만나지 않는데. 그래서 1학기 중간과 기말에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하필 오늘 만났다.
게다가 그 상대가.
“안녕.”
가은이 날카로운 눈으로 초란을 노려보았다.
사실 노려보는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사나운 눈매는 아무리 봐도 노려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초란은 검을 겨누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하필이면…….’
강한 상대를 만난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반에서 초란이 이길 수 있는 무예가는 단비 한 명뿐이었으니까.
문제는 상위권 아이들 중에서도 제일 매정한 가은이 걸렸다는 것.
‘……봐주진 않겠지.’
초란은 검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전적은 9전 6승 3패. 이번에 이기면 7승으로 오후 64강에 올라갈 확률이 급증한다. 사실상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기기만 한다면.
‘어려워도…….’
항상 최선을 다하기. 선생님과 언니들이 직접 보여준 가르침이었다.
초란의 발이 조금씩 가은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도…….’
초란은 X급 헌터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고. 가은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스스로의 무공을 고집할 뿐.
초란은 거기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천천히.’
가은의 검은 짧았다.
어떤 식으로든 거리를 좁히려 할 터. 선을 타면서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고, 구석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초란이 뒤로 살짝 물러나자 가은이 그만큼 좁혀들었다.
‘날 안 무서워하는구나.’
행동에 거침이 없다. 네 모든 행동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처럼. 초란은 살짝 빈정이 상했다.
‘네가 강하긴 하지만…….’
그래서 세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초란이 달려들 줄 몰랐을까. 가은의 칼끝이 조금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본 초란은 자신감을 얻고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가은의 허리로 날아들었다.
“……흠.”
가은은 콧방귀인지, 코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는 검을 맞부딪쳐 왔다.
치잉……
얇은 칼날이 긁히는 소리.
초란은 가은의 검세를 확인하고 체념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신의 검을 미끄러트릴 수 있는 각도였다. 완벽하게.
그런데 가은의 검이 일순 흐트러졌다.
‘어?’
막은 것도 아니고, 흘린 것도 아니다.
초란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그때, 초란의 검이 가은의 허리를 쳤고.
퍼억
“……윽.”
가은이 허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그다지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초란은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어?”
“유초란, 승.”
뭐라 묻기도 전에 판정이 내려졌다.
가은은 곧바로 반대편 계단으로 몸을 돌렸다. 초란은 이걸 지금 물어봐도 되나 고민했다. 진행교사가 보고 있어서.
하지만 마음속의 양심이 지금 물어보라 닦달하고 있었다.
“왜……?”
“이제 7승이지?”
가은이 초란을 흘끗하며 나직이 말했다.
“잘됐네. 오후에 봐.”
초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승수를 세고 있었던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시합이 겹쳤을 때까지.
그렇게 멀거니 서 있는 동안 가은은 쌩하니 내려가 버렸다.
‘왜…….’
어쩌면, 매정하다는 건 오해일지도 모른다.
초란은 멍하니 가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허탈한 걸음으로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 * *
경기장 옆. 가은은 검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다음 시합은 단비. 단비는 이서에게 져서 5승 4패. 한 번 더 지면 5승 5패로 본선은 물 건너간다. 다행히 가은은 8승을 미리 따 둔 상태였다.
지금 전적은 8승 1패.
곧 8승 2패가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져주는 게 더 힘드네.’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스탠드에 서 있는 이와 눈이 마주쳤다.
한 쌍의 눈이 아닌, 하나의 눈.
상호가 그녀를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었다.
‘들켰나.’
하긴 모를 리 없다. 사람은 못나도 실력은 X급이니까.
가은은 혀를 차며 몸을 홱 돌렸다.
* * *
“뺙.”
“므앙?”
다혜는 깜짝 놀라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웬 황금색 아기새가 머리 위를 뽈뽈뽈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작은 새는 씹어봤자 뼈만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침 출출했던 다혜는 아기새를 향해 수갑 찬 손을 뻗었다.
“안 되지, 다혜야.”
크고 거칠거칠한 손이 다혜의 손을 감싸 눌렀다.
“새 다칠라.”
“아으…….”
다혜가 똘망똘망한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손을 내렸다. 그녀의 왼쪽에서 건흠이 살짝 웃었다.
머리 위에서 아기새가 어지럽게 날아다녔지만, 건흠의 시선은 그곳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다혜의 오른쪽에 선 민정을 곁눈질할 뿐이었다.
X급 헌터.
쓰러지는 빌딩을 붙잡아 세우고, S급을 파리 죽이듯 하는 존재와 맞상대할 수 있는 자들.
비록 이 여인은 대외적으로는 X급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호와 알음알음 지내는 이들은 다 눈치를 채고 있었다.
‘……안전하겠지.’
그녀의 앞이라면 다혜도, 학생들도 안전할 것이다.
이미 예선은 다혜 먼저 몰아서 치러놓았다. 결과는 당연히 10전 10승. 본관에서 떨어진 곳의 예비 운동장에서는 2학년 학생들의 예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건흠이 자신의 학생들을 찾아 운동장을 둘러볼 때, 어디선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꾸꾸야!”
“뺙.”
아기새가 그쪽으로 날아갔다.
나빛은 혁구를 손에 앉히고 쓰다듬다가 건흠, 다혜, 그리고 민정과 눈이 마주쳤다.
“헤헤…… 안녕하세요.”
“안녕.”
“아, 맞다. 왕언니!”
“응?”
민정은 눈을 끔뻑이다가 빙긋 웃었다.
“응, 왜?”
“선생님 못 보셨어요?”
“잠깐 왔다 갔는데…… 지금은 1학년 보고 있을 거야.”
“아……. 그러면 혹시 이 애 맡아주실 수 있으세요?”
나빛이 혁구를 내밀었다.
“시합에 데려가면 다칠 것 같아서요…….”
민정은 혁구를 내려다보았다.
간단한 이야기는 상호와 효은에게 들었다. 성력이 생명을 얻고 새가 됐다고.
마법으로 골렘과 인공생명도 만들어 본 민정이지만, 골렘은 컴퓨터와 비슷한 느낌이고, 인공생명은 정자와 난자를 사용했었으니. 이런 식으로 생명을 만드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고, 그래서 쭉 궁금했던 차였다.
그녀는 나빛의 손에서 혁구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래. 걱정 말고 평가 봐.”
“네. 이름은 강혁구구요, 별명은 꾸꾸예요. 이름 부르면 알아들으니까 다른 데로 날아가면 불러 주세요. 그리구 머리에 앉는 거 좋아하구요……. 아, 맞다. 이거 간식이니까 계속 삐약거리면 그때 주세요.”
“으응.”
민정의 손에 곡식이 담긴 조그만 주머니가 놓였다.
“잘 부탁드려요! 혁구야, 엄마 갔다올게!”
나빛은 민정과 혁구에게 손을 흔들며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건흠은 다혜와 함께 그 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다가, 입을 떠듬떠듬 열어 민정에게 물었다.
“……저기, 헌터님?”
“아, 네.”
“이 새는 대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민정은 쓰게 웃고 나빛이 달려간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는 상호의 반 아이들이 경기장에 올라 예선을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