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7화 (287/501)

* * *

“카드를 훔친 줄 알았다고?”

“응.”

상호는 앞접시에 담긴 만두전골을 후루룩 마셨다.

“어린애들이 비싼 걸 홀라당 먹고 있으니까. 의심을 했나 봐.”

“하긴 그래 보이긴 해.”

배낭을 멘 데다가 한 명은 승려처럼 입었으니. 화사하게 꾸민 소녀가 있더라도 가출소녀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현은 입을 우물거리다가 태화를 흘끗했다.

“이번엔 잘 먹네.”

“넹.”

태화는 그렇게 대답하고 만두를 볼이 터지게 욱여넣었다.

도현의 시선이 이번에는 세희를 향했다.

“세희…… 맞지?”

“네.”

“많이 먹어.”

“네.”

세희도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골을 눈앞에서 끓이는데도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상호는 그 기류를 느끼고 고개를 기웃했다.

“나 없을 때 무슨 일 있었어?”

“으음.”

도현은 만두를 입에 넣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교장실에서 세 아이들을 위협했던 일. 세희의 손에서 피어오른 초강기.

“상호야.”

“응?”

“얘가 네 수제자냐?”

상호는 도현이 세희를 눈짓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무공 가르치고 있는…….”

“아닌데요.”

“……응?”

끼어든 것은 태화였다.

태화가 눈에 불을 켜고 만두를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아저씨도 봤잖아요! 쌤이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게 누군지! 그런데 왜 얘가 수제자냐고 물어봐요?”

“그……런가?”

“작년 성적도 내가 더 좋았고! 수업도 내가 제일 열심히 듣는데!”

뻔뻔하게 구라를 친다. 듣다 못한 세희가 만두를 맨손으로 집어 태화의 입에 처넣었다.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우우움우움!”

“너 때문에 선생님이 밥을 못 먹잖아!”

상호는 실랑이를 벌이는 둘을 내버려두고 혜소의 앞접시에 만두전골을 덜어주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

“네.”

혜소는 만두를 조금씩 떼어 우물거렸다.

도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년에 이 아이를 만났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냈다.

저승부대의 묘에 꽃을 놓던 모습.

“네가 혜소구나.”

“네.”

놀라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아하니, 아마 혜소도 도현을 만난 기억을 떠올려낸 듯했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좀 더 감정이 풍부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조숙하다는 느낌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도현은 상호를 향해 물었다.

“얘는 어디서 지내고 있어?”

“학교에서. 나랑 누나들이 돌보고 있……, 맞다. 형.”

상호는 무언가가 기억난 듯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형, 그 할머니 아직도 못 찾았어?”

“할머니? 아아, 영주네 외할머니?”

그 말에 혜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 지역 직원한테 정기적으로 확인하라고 하긴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근데 진짜 뵌 거 맞아? 헛걸 본 거 아냐? 내가 갔을 땐 안 계시지 않았어?”

“있었다니까! 태화야, 너도 봤지?”

“할머니?”

태화가 눈을 깜빡였다.

“아니? 못 봤는데?”

“……장난치지 말고.”

“몰라! 쌤이 귀신 본 거 아냐?”

“장난치지 말고……!”

“헤헹, 당연히 봤지~. 어, 쌤! 왜 울어?!”

“거봐, 봤대잖아, 나 안 미쳤다니까. 안 미쳤다고…….”

상호는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고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인사 한번 드려야 하는데. 어디 계신질 모르겠네.”

그때 이츠키가 물었다.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겁니까?”

“응?”

상호는 멍하니 있다가 아 하고 탄성을 냈다.

이츠키의 눈을 이용하면 노파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저번에 가출한 세희를 찾아냈을 때처럼.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었다.

“찾을 수 있겠어? 사카시타는 그 할머니 모르잖아.”

“일일이 찾으면 됩니다. 선생님과 이양한테만 이어진 실로.”

“그러면 찾을 때 태화가 필요하겠네?”

“네.”

“혜소도 데려가야 하고…….”

이번 추석에 찾으면 딱인데. 문제는 몸이 이래놔서 찾으러 돌아다닐 수가 없다는 것.

상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저주 언제 풀리냐…….’

내일도 안 풀리면 곤란한데.

그 빌어먹을 악마놈을 빨리 해치우든가 해야겠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 식사를 계속했다.

* * *

“자.”

경찰서에서 걸어 나온 도현이 카드를 내밀었다.

상호는 카드를 받아 지갑에 넣었다.

“고마워.”

“난 일이 바빠서 가봐야겠다. 애들이랑 잘 놀고…….”

도현의 시선이 세희를 향했다.

“수제자 친구도. 선생님이랑 잘 지내고.”

“……네.”

기분 탓일까. 수제자라는 말에 경계가 좀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현은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

“간다.”

“전화 좀 받아. 누구랑 뒹굴고만 있지 말고.”

“……갈게.”

도현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땅을 박차는 소리만 남기고.

상호는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지소녀 네 명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씻어야겠네.”

“네.”

“대실하러 가자.”

다섯은 여관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277. 명절에는

“아~. 시원~하다~.”

태화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침대에는 이미 씻고 나온 세희와 이츠키, 혜소가 차례대로 앉아 있었다.

“야, 빡빡아, 머리 말려 줄까?”

“네.”

“오케이.”

태화는 수건으로 혜소의 머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옥을 닦아 반들반들하게 광을 내듯이.

상호는 욕실로 걸어가다가 그 꼴을 보고 혀를 찼다.

“장난치지 마.”

“쌤, 얘는 머리 안 길러?”

“머리?”

그러고 보면 이발소를 데려간 적이 없는데. 혜소의 머리는 늘 반짝이기만 했다.

상호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흠칫했다.

“……혜소 혹시 탈모니?”

“고모가 깎아 주셔요.”

“아, 고모가…….”

효은이나 민정이 깎아 주는 모양이었다.

“근데 왜 안 기르는 거야?”

“편해요.”

“편해?”

“그리고 이러면 밥 굶을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러셨어요.”

“거사님이?”

“네.”

하긴 죽기로 결심했던 사람이니. 혜소의 뒷일을 염려해서 그런 말을 한 모양이었다.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 * *

다 씻고 나오니 혜소가 침대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길바닥에서 잔 걸로는 피로가 다 안 풀린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쌓인 것 같기도 했다. 상호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냥 여기서 묵을까? 천천히 쉬게.”

“그게 좋겠습니다.”

“네.”

“나도 잘래.”

태화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침대가 작아서 둘이 누우니 남는 자리가 별로 없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방을 옮길까……. 에이, 귀찮다. 내가 바닥에서 자지 뭐.’

게다가 대실 시간은 끝나가는데, 곤히 자고 있는 혜소를 깨우기가 영 마음에 걸렸다. 그는 카드를 꺼내 태화의 다리를 두들겼다.

“태화야, 태화야.”

“응?”

“숙박한다고 하고 돈 내고 와.”

“애교.”

“응?”

“애교부리면서 부탁해 봐.”

그 말에 세희도 상호를 돌아보았다. 초롱초롱한 눈에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눈알을 바쁘게 굴렸다.

“누……, 끄응, 누나아…….”

“옳지. 더, 더.”

“에이씨, 안 해, 임마. 내가 갈 거야.”

“아유, 귀여워어엉~.”

태화가 카드를 들고 펑 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이츠키는 혜소에게 등을 돌린 채로 TV를 보았고, 세희는 상호의 옆에 다가앉아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탈탈 털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기분이 좋았다.

상호는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느끼다가,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이 나 세희를 돌아보았다.

“세희야.”

“네.”

“어제 분식집에서 속으로 욕했었지?”

세희가 그의 시선을 피해 눈을 돌렸다.

“……죄송해요.”

“아니, 혼내는 건 아니고……. 그냥 네 생각이 들려서.”

“생각이요?”

그 말에 세희의 뺨이 확 달아올랐다.

“평소에 하는 생각도…… 다 들리세요……?”

“그건 아냐. 아마 감정이 격해질 때만 들리는 것 같아.”

“아…….”

세희가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라했다. 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세희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사람이 욕 좀 할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

세희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곧 상호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쳐 왔다.

“지금도 제 마음속…… 읽을 수 있으세요?”

“……응?”

상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음속을 읽어 보라는 건가. 할 줄 모르는데. 그래도 그는 세희의 손을 맞잡고 집중을 해 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목소리가 들렸다.

‘뽀뽀하고싶어뽀뽀하고싶어뽀뽀하고싶어…….’

‘……응?’

상호는 잠시 당황해하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누나, 장난치지 마요…….’

‘히히히…….’

예경은 키득거리다가 슬그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 계속 집중해 봤지만 세희의 생각은 들리지 않았다. 상호는 세희의 손을 놓고 고개를 저었다.

“안 들리네.”

심상으로 들어가거나, 감정이 격해지지 않는 이상은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희가 조금씩 가까이 다가앉았다.

“안 들리세요?”

“응?”

“정말로 안 들리세요?”

세희의 손이 상호의 엉덩이 옆을 짚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옆으로 물러나던 상호는 그 팔에 가로막혀 더 가지 못했다.

“……세희야?”

“전 들리는데요. 선생님 생각.”

그 말이 흘러나오는 세희의 선홍빛 입술이 상호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누나……?’

‘응?’

‘방금 그거…… 누나 장난 아니었어요?’

‘글쎄, 어떨까~.’

‘누나가 세희 생각 전해준 거예요?’

‘글쎄~.’

세희가 그를 향해 조금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그때.

[앙!]

“앗.”

TV에서 민망한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어안이 벙벙한 그들의 눈앞에 이츠키의 엄지손가락이 치켜세워졌다.

“풀었습니다.”

“……뭐를?”

“성인채널 비밀번호. 여관 전화번호였습니다.”

TV에선 본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상호는 황급히 이츠키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으려 했지만, 지금은 이츠키의 손이 더 빨랐다.

“우리나라 작품인가 봅니다. 선생님도 우리나라 작품 즐겨 봅니까?”

“난 볼 수도 없고 볼 이유도 없어. 어허, 사카시타! 혜소 깨기 전에…….”

“아, 소리는 줄이겠습니다.”

“끄라고!”

작은 방 안에서 이츠키와 상호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세희는 그런 둘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옆에서 소란을 피우든 말든, 혜소는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 * *

혜소가 일어난 뒤에는 다 같이 민속촌을 갔다.

명절이다 보니 평소보다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았다. 가위로 소리를 내는 엿장수, 재주를 넘을 듯이 높게 치솟는 옛날 그네, 넓은 마당에서 치러지는 전통혼례.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는지 마이크를 든 앵커도 보였다.

상호는 한복 대여점 앞에 앉아서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빌려 입은 한복의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언제 나오나…….’

여자 한복은 입는 데 오래 걸리나 보다. 그는 그렇게 여기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에야 아이들이 옥신각신하며 걸어 나왔다.

“이게 맞다니까!”

“뭘 맞아, 처맞는 소리하지 마. 선생님한테 물어보든가.”

“쌤! 쌤!”

태화가 상호를 향해 달려왔다. 리본처럼 묶인 저고리를 흔들면서.

“쌤! 이렇게 묶는 거 맞지? 그치?”

“처맞는 소리하지 마.”

“에이씨, 패션도 모르는 인간들…….”

태화가 혀를 쯧 찼다.

세 아이들은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편의성보다는 디자인에 중점을 둔, 쉽게 말해 사진 찍으라고 만든 한복. 은은한 무늬가 과하지 않고 단아하게 수놓여 있었다.

혜소는 회색 장삼 그대로였다.

“혜소는 왜 안 입었어?”

대답은 태화가 했다.

“대머리라 차려입으면 웃겨.”

“많이 이상해? 그래도 한번 입어보지…….”

“뭐 어때. 저것도 한복이잖아.”

“그런가……?”

상호는 고개를 기웃하고 세희와 이츠키를 돌아보았다. 둘은 태화와 달리 멀쩡하게 입은 모양이었다.

이츠키는 더듬더듬 손을 뻗어 혜소를 등에 업었고, 세희는 핸드폰을 꺼내 상호를 찍기 시작했다.

“선생님, 브이 해 보세요.”

“……끄응.”

상호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었다.

“이쪽 보구요.”

“난이도가 너무 높아…….”

그들은 사진을 찍다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엿을 사서 먹기도 하고, 외양간과 방앗간, 물레방아를 구경하기도 하고. 태화는 영 관심이 없는 듯 상호에게 장난을 쳤지만, 이츠키는 제법 흥미가 돋는지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차에 널뛰기 체험장이 보였다.

태화가 세희를 돌아보았다.

“한판 해봐?”

세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화와 세희가 널뛰기를 향해 다가가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여학생 둘이 한복을 화사하게 차려입어서이기도 했지만, 더러는.

“어? 저 애 티비에 나왔던 애 아냐?”

“맞는 거 같은데? 서울에서 헌터들 싸울 때…….”

“그 잘생긴 헌터랑 키스신 찐하게 찍었던 애?”

“맞다, 맞다. 어머.”

태화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세희와 태화는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고 널뛰기에 올라섰다.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이 자못 매서웠다.

상호는 순간 자신이 예현여고 연말평가장에 있는 줄로 착각했다.

‘뭔 널뛰기에 호승심을…….’

둘이 차례로 뛰기 시작했다. 세희가 먼저, 그다음에 태화.

무릎 정도로 높았던 도약은 점차 사람 키만큼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법 높긴 했지만, 저 정도는 헌터가 아니라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높이였다. 그래서 아직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개벽 전에도 좀 뛴다 하는 사람은 수 미터씩 뛰어오르곤 했으니까.

그러나 둘의 도약이 끝도 없이 높아지자 사람들의 입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몇 미터야?”

“6미터? 7미터?”

둘은 이제 웬만한 건물 높이만큼 뛰어오르고 있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진땀을 흘렸다.

‘어디까지 가려고…….’

그때 세희의 발에 하늘색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콰아아앙

쏜살같이 떨어져 널빤지를 내려찍었다. 천 근짜리 추라도 되는 것처럼.

상호는 박살난 널빤지 조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염마격락?’

하늘 높이 날아간 태화가 빽 소리쳤다.

“야! 미친년아!”

“너가 먼저 시작했잖아.”

“니가 부쉈잖아! 니가 진 거지!”

“응 그래, 니가 이겼어~.”

세희는 코웃음을 치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태화를 덥석 안아 들었다. 왕자가 공주를 안아 들듯이.

“──히끅.”

태화가 딸꾹질을 했다.

그리고는 빰이 붉어질 정도로 당황하며 세희의 팔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뭐, 뭐하는 거야!”

“도와줘도 X랄이네.”

“니가 안 도와줘도 됐거든?!”

“웃기네. 뿔빔 쏘고 나면 맨날 바닥에 처박혔으면서.”

이츠키는 또 다투기 시작한 둘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선생님.”

“응?”

“저 지금 뭔가에 눈을 뜰 것 같습니다.”

“주술 이야기야?”

“……아니, 됐습니다. 선생님은 잘생긴 얼굴에 감사하며 사는 겁니다.”

“으응……?”

뭔가 또 눈치 없는 말을 했나. 상호는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마당 건너편을 보고 당황했다.

기물파손을 목격한 민속촌 직원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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