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리가 없네.”
상호는 자동 매표기 화면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누군가 표를 환불했는지, 붙어있는 좌석 두 개가 생겨서 잽싸게 사놓긴 했지만, 나머지 세 명의 자리는 그러지 못했다.
앱으로 찾아도 없고. 혹시나 해서 매표기로도 찾아봤는데 전부 만석이었다.
“혜소는 무릎에 앉는다 쳐도…… 나랑 한 명은 서서 가야겠는데.”
“X급의 권력으로 어떻게 안 돼?”
“굳이 그래야겠냐?”
이런 모습으로 나 헌터요 할 수도 없고, 별것도 아닌 일로 도현에게 부탁하기도 그렇고. 없는 자리가 만들어질 것 같지도 않으니.
상호는 아이들을 데리고 매표소로 걸어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냈다.
“실례합니다. 여기 이 열차 입석 있어요?”
“이거는 매진인데……. 명절이라서. 사람이 많아요.”
“저희가 자리 두 개는 사놨는데……. 여기 애는 다섯 살이니까, 입석 두 개만 끊어 주시면…….”
매표소 직원은 아이들을 쓱 훑고는 말없이 표를 끊어 주었다.
상호는 표를 받아들고 시계를 흘끗했다.
“가자.”
다섯은 승강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츠키의 등에 업힌 혜소가 기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기차는 처음 타 봐요.”
“그래?”
“어떻게 움직이는 거예요?”
“기름일걸?”
상호와 아이들은 기차에 올랐다.
이전 역에서부터 타고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태화가 주변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그냥 앉아서 가도 되겠는데?”
“아직 사람이 덜 왔으니까. 결국은 서서 가게 될 거야.”
상호는 표를 확인하고 자리를 찾아 그곳에 배낭을 놓았다.
“일단 세희랑 사카시타랑 앉고. 혜소는…… 편한 언니 무릎에 앉아. 태화는 나랑 좀 서 있다가 세희나 사카시타랑 알아서 교대해.”
“웅.”
“알겠습니다.”
“제가 서 있을게요.”
세희가 태화의 꼬리를 잡았다.
“선생님이 혜소랑 앉으세요.”
“아냐, 괜찮아.”
“은호야.”
“……이따가 교대하자.”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태화의 손을 잡고 열차 칸의 끝 쪽으로 걸어갔다.
* * *
“쌤.”
바닥에 쪼그려 앉은 태화가 중얼거렸다.
“불편해.”
“조금만 참아.”
“배고파.”
“참아.”
상호도 태화의 옆에 쪼그려 앉은 채였다.
역시나 좌석은 꽉꽉 들어찼고, 입석 손님이 앉을 자리는 없었다. 덕분에 둘은 칸 사이 통로의 구석에 사이좋게 처박혀 있었다.
“쌤.”
“응.”
“쌤은 돈 많이 벌면 뭐부터 할 거야?”
“난 이미 많아, 임마.”
“나는 건물 살 거야.”
“듣고 있냐?”
“건물 하나 사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으로만 채울 거야.”
“어른들은 안 오겠네.”
그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는데, 입구 쪽에 서 있던 노인이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상호가 눈을 마주치자 노인이 물었다.
“남매냐?”
“네.”
“어디 가는고?”
“그냥 남쪽에 아무데나 놀러 갑니다.”
“애가 말투가 왜 이리 징그러워?”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상호에게 노인이 지폐 몇 장을 건넸다.
“……어르신?”
“다음부터는 앉아서 가라.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골병이 들으려고…… 쯧쯧.”
“…….”
“화장실 가게 좀 비켜봐라.”
노인은 둘을 지나쳐 화장실로 향했다.
지폐를 든 채로 굳어버린 상호의 어깨에 태화가 머리를 누였다.
“오늘 저녁은 안 굶어도 되겠네. 그치?”
“……언제는 굶었냐?”
그때 좌석 쪽에서 세희가 혜소를 안고 걸어왔다.
“교대해요.”
“혜소는 왜 데려왔어?”
“열차 구경하고 싶대요.”
“그럼 태화만 가서 앉아.”
“우씨, 이츠키 쟤는 재미없는데…….”
태화는 꿍얼거리며 좌석으로 걸어갔다.
열차 구경이라고 하면 뭘 보여줘야 하나. 식당칸이 있던가. 상호는 세희의 품에서 내려온 혜소와 세희의 손을 잡았다.
“한번 쓱 둘러보자.”
앞쪽 칸으로 가보려는데, 노인이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노인은 상호 쪽을 돌아보더니 세희와 혜소를 발견하고 눈을 비볐다.
“사람이 바뀐 것 같은데……?”
“예에.”
“아니, 애가 또 늘었네. 남매가 몇인 게야?”
“다섯이요.”
그 말에 노인이 또 지갑을 꺼냈다.
“다음에는 다 같이 앉아서 가라.”
“아뇨, 괜찮습니다, 어르신…….”
“어허, 어른이 주면 고맙다 하고 받아!”
“예에…….”
상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돈을 받았다.
* * *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상호의 손에는 지폐가 한 다발 들려 있었다.
‘……우리가 거지로 보이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도착했으니. 상호는 역 입구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방이라 그런지 위쪽과 달라 번잡지 않고 한산했다.
“택시부터 잡자.”
“밥 언제 먹어?”
“시장이 있대. 거기 가서 먹을 거야.”
“저기 어때?”
태화가 길 건너편의 건물을 가리켰다.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식당. 간판을 보니 아마 오리구이를 파는 곳 같았다.
상호는 난색을 지었다.
“굳이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저런 걸 먹어야겠어? 시장 가자. 나중에 서울 가면 사줄게.”
“학교 주변에 없는 건 똑같잖아! 어차피 여기 시장에 있으면 서울에도 있는 거잖아!”
“야, 여기 시장에는 여기만의 맛이 있고…….”
“서울에 없는 게 어딨어! 뭐든 팔아먹으려고 혈안이 된 곳인데! 서울에 없으면 그건 가치가 없어서 안 가져간 거야!”
“알겠으니까 나중에…….”
“오리구이이이이!”
태화가 냅다 바닥에 드러눕더니 간만에 풍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이츠키의 등에 업힌 혜소가 신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이게 고등학생?’
……이라는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애보다 더 애 같다. 상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태화의 정수리를 찰싹 쳤다.
“알았어. 사줄게. 사줄게. 너 대신 저거 먹고 나면 이제 떼쓰지 마.”
“웅.”
“하아…….”
조금은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모양이었다.
목적을 이룬 태화가 벌떡 일어나서 횡단보도로 달려갔다. 상호는 그 뒤를 따르다가 이츠키의 등에 업힌 혜소를 바라보았다.
“혜소야.”
“네.”
“넌 저렇게 되면 안 돼.”
“재밌어 보여요.”
큰일 났다. 찬바람이 상호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혜소가 저 풍차돌리기를 익히게 된다면.
‘혼낼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부디 그런 사태는 생기지 않기를. 그는 그렇게 바라며 횡단보도를 걸어갔다.
* * *
‘가격이 쎄네…….’
상호는 책자의 가격표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방송화면을 프린트해 벽에 붙여 놨다. 유명하고, 그만큼 비싸기도 한 집. 애들 다섯이 와서 먹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을 바라보는 직원의 눈빛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카드를 훔쳤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태화는 그런 사람들의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뉴판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쌤. 여기 동파육도 있어. 한번 먹어보자.”
“알아서 해.”
“근데 두 개 시키면 십만원이네. 와 씨……, 뭐 어때. 내 돈도 아닌데. 여기 주문이요옹~.”
태화의 콧소리 섞인 목소리에 직원이 다가왔다.
“네, 주문 받아드릴까요?”
“요거랑 요거랑, 요거랑 요거랑 요거랑…….”
“야, 먹을 만큼만 시켜.”
“아이씨, 이럴 때 오지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럼 요거랑 요거만 주세요.”
“선불입니다.”
원래부터 선불이었을까. 그들에게만 선불인 건 아닐까. 상호는 그런 의문을 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세희가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요.”
직원은 카드를 받아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카드를 돌려주었다.
상호는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방으로 들어가는 직원의 손은 주머니를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들어서 툭 튀어나온 주머니를.
‘귀찮아지겠구만…….’
그는 혀를 차고 찬물을 홀짝였다.
* * *
“오리는 생각보다 별로넹.”
태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방송국 놈들이 또 속였어.”
“지가 먹어 보고 판단해야지 어쩌겠냐. 어떤 음식이든 누군가한텐 맛있는 음식일 수 있는 거지…….”
“그래도 동파육은 맛있네.”
“그럼 된 거지. 혜소는 어땠어? 입에 맞았어?”
“네.”
식탁엔 텅 빈 접시가 즐비했다.
상호는 물을 쭉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귀찮은 일이 닥칠 것 같아서.
“빨리 나가자.”
“좀 쉬다 가자. 배불렁.”
“걷다 보면 소화돼. 일단 나가서…….”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경찰.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
‘……늦었네.’
상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몸이 어려지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직원이 상호 일행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275. 가출소녀 아닌데요
“아니 가출할 집이 없다니까!”
경찰서 안을 쨍쨍하게 울리는 목소리.
이어서 태화의 손바닥이 책상을 세차게 내리쳤다.
“애초에 우리 다 고아들이라고요! 가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니까요!”
“아, 저는 아닙니다.”
이츠키가 손을 살짝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여자 경찰이 어지럽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러니까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뜻 아니니?”
“사람 말을 안 믿네. 고아라고요, 고아. 나도, 얘도, 쟤도, 이 빡빡이도. 다 엄마가 없다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상호는 입맛을 다셨다.
식당 직원의 신고 내용은 ‘가출소녀들이 카드를 훔친 것 같다’. 직원이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는 상호도 십분 이해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틀린 추론이었다.
문제는 그 추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줄 사람이.
이 네 아이들의 보호자의 상태가.
‘……내일이 되어야 돌아오겠지.’
경찰이 상호의 카드를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솔직히 말해. 이거 어디서 났어?”
“우리 쌤 거라니까! 아오, 말이 안 통하네…….”
태화가 가슴팍을 두드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호는 그런 둘을 놔두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하필 명절이네…….’
은행도 일을 안 하고. 어찌 연결이 된다 하더라도 경찰이 그를 24살 강상호라고 믿어줄 리 만무하고.
손 벌릴 곳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명절인데…… 바쁘진 않겠지?’
그래서 번호를 찍고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결음만 울리고 전화를 받질 않았다.
‘또 뒹굴고 있구만, X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연결을 끊었다.
남은 것은 민정과 해련. 하지만 그 둘은 도현과는 달리 경찰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권력은 없었다. 다섯을 경찰서에서 빼내 줄 수는 있겠지만, 카드까지 돌려받지는 못할 터.
태화는 아직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빨리 카드 돌려줘요! 추석 동안 흥청망청 놀고먹어야 한단 말이에요!”
“들으면 들을수록 훔친 카드 같은데…….”
경찰의 의심도 꽤나 유난한 편이었다. 명절에 일하고 있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상호는 더 말해 봤자 소용없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태화야, 그냥 가고 내일 오자.”
“넌 빠져, 도은호!”
“가자고! 여기서 이래봤자 소용없어. 경관님, 내일 선생님 데리고 올게요.”
“어딜 가려고? 너희 보호자 올 때까지…….”
“내일 올게요!”
다섯은 손에 손을 잡고 경찰서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 * *
“거지가 됐습니다.”
이츠키가 코를 훌쩍이며 중얼거렸다. 머리에 신문지 모자를 쓴 채로.
“우리 부모님은 제가 이러고 있는 걸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엄마아빠 있다고 자랑하냐? 꺼져.”
태화가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신문지를 어깨에 망토처럼 두른 채로.
“우린 고아 스쿼드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상호는 태화의 다리를 찰싹 때리고 지갑을 꺼냈다.
“돈이 없는 건 아니잖아. 너희도 카드 있고…….”
그러자 세희와 이츠키가 눈을 깜작였다.
“저희 지갑도 경찰서에서 냈어요.”
“응?”
상호의 머릿속에 천둥이 쳤다.
“……그래?”
“네. 카드 분실신고가 많이 들어왔다고, 여러 개 훔친 거 아니냐면서…….”
“…….”
거지가 됐다.
‘……누나가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지?’
명절에 쉬고 있는 사람 오라가라 하기도 좀 그런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뭔가가 손에 잡혔다. 꺼내 보니 열차에서 노인이 주었던 지폐였다.
4만 원.
“혜소야. 주머니에 돈 좀 꺼내 볼래?”
“네.”
혜소도 주머니에서 상호가 아침에 줬던 돈을 꺼냈다. 3만 원.
도합 7만 원.
‘이걸로 어떻게든 내일까지만 버티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경찰서에서 카드를 돌려받을 수 있다. 정중하게 받아내든, 깽판을 치든.
상호는 지폐를 꼭 잡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5만원이면 잠은 잘 수 있을 거야. 그럼 2만원으로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뭐 분식집 같은 곳이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지. 대신에 걸어다녀야 돼.”
“괜찮습니다.”
“어차피 헌터인걸요.”
세희와 이츠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태화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우씨, 난 무예가 뇬들처럼 무다리가 아닌데…….”
그래도 더 따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선택지는 없을 테니.
상호는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꺼냈다.
“시장 가서 구경이나 하자. 저녁까지 뭐 할 돈도 없으니까…….”
* * *
그렇게 도착한 시장.
점심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상호는 시장 골목의 입구를 쓱 들여다보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면서 뭐 먹을지 생각해놔.”
“쌤. 나 저거. 와플.”
“입구부터 그러면 어떡하냐. 다 보고 정해야 맛있는 걸 먹지……,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스으읍…….”
“눕지 마!”
비린내 나는 바닥에까지 기꺼이 누우려 한다. 그는 태화의 다리를 찰싹 후려치고 손을 잡아끌었다.
“배고프니까 자꾸 눈이 돌아가는 거야. 빨리 둘러보고 뭐 먹을지 정하자.”
다섯은 안쪽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솔솔 흘렀던 음식 냄새가 폭발하듯이 콧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매운 향, 달콤한 향, 그리고 기름에 지지는 소리도.
이츠키의 등에 업힌 혜소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건 뭐예요?”
“찹쌀도너츠. 안에 팥 들은 거야.”
세희가 대답하자 혜소의 눈이 찹쌀도넛에 고정되었다. 아주 강렬한 호기심의 눈빛이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지폐를 꺼냈다.
“하나 주세요.”
“아 쌤! 왜 나는 안 사주고 빡빡이만 사줘!”
“시끄러 임마. 도넛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팥 카르텔! 팥 바이럴! 이 팥 중독자들아아악!”
태화가 날뛰든 말든 상호는 돈을 냈다.
곧 거스름돈과 함께 혜소의 손에 동그란 찹쌀도넛이 하나 쥐여졌다.
“맛있어?”
“네.”
상호는 혜소의 말랑말랑한 볼이 포동포동하게 부푼 것을 보고 씩 웃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분식집이 하나 보였다.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 중에서는 제일 괜찮아 보였다.
“저기서 먹을까?”
“괜찮아 보이는데?”
태화가 맞장구를 치며 상호를 끌고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명절을 맞아 손자와 함께 온 노인도 보이고, 단골로 보이는 중년인, 친구와 떠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2만원이면 떡을 치겠지?’
상호는 그렇게 여기고 자리를 잡았다.
이츠키도 등에 업힌 혜소를 내려놓고 의자를 더듬어 앉았고, 혜소는 상호의 무릎으로 올라와 앉았다.
뒤따라 앉은 세희가 벽에 붙은 메뉴판을 훑었다.
“떡볶이랑 튀김이랑…… 순대랑. 시킬까요?”
“2인분씩 시켜. 그럼 다 먹지?”
“그럴 것 같아요.”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었다.
“여기 주문이요.”